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92화 (92/357)

92화

파아앙!

와아아아!

[드디어 K스타 대망의 마지막 날. 모두가 궁금해하는 우승자가 뽑히는 날이 왔습니다.]

경박해 보이면서 유쾌한 Mc.

5년 동안 K스타 탑텐 생방송 Mc를 맡은 진행자의 얼굴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관리를 잘했는지 5년이 지나 있어도 변함없는 그의 유쾌한 입담은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생방송에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해 나가며 방송을 진행한다.

[심사위원분들은 누가 우승자가 될 거라 생각하시나요?]

물 흐르는 듯 익숙한 진행을 선보이는 Mc는 이번 마지막 시즌에 탄생할 우승자에 대해서 심사위원들에게 물었다.

[참가자들의 보컬을 속속히 아는 박진용 심사위원님 생각은 어떠신 가요?]

깜짝.

“아..,!”

그의 질문에 3명의 심사위원이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자 Mc진행자는 3명 중 가장 만만한 박진용을 지목하며 우승자에 대해서 물었다.

“저는 왠지 모르게[베스트 프렌드]가 될 것 같군요.”

와아아아!

[베스트 프렌드]말씀 이십니까?

그의 대답에 호응하듯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튀어 나오고 예상외의 박진용의 대답에 Mc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베스트 프렌드가 물론 근래에 대단한 소년이라는 건 저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만 현재 강소영 참가자와 지성준씨의 참가자가의 팬덤이 어마무시하신걸 아실 텐데요. 그럼에도 그리 말씀하시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네요.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박진용 심사위원님?]

청순한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과 춤을 출 때 드려나는 섹시함까지 다재다능한 싱어송라이터의 재능을 뽐내며 수많은 걸그룹 연습생을 물리치고 올라온 강소영.

미친 가창력과 식을 줄 모르는 에너지로 모두에게 자신의 스타성을 입증한 시크한 인상을 지닌 미소년 지성준.

MC의 말대로 두 사람 다 10대 20대 남성과 여성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우승 대세론을 펼쳐가고 있었다.

“그건...!”

[잠시만요. 박진용 심사위원님.]

끊임없이 전과 달리 성장하는 [베스트 프렌드]의 모습을 떠올리며 박진용은 Mc의 질문에 대답을 하려 했지만 무대 진행자 Mc는 그의 말을 끊는다.

무대의 시작을 알리는 제작진의 사인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 아쉽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겠네요. 마침 첫 번째 무대가 준비되었다 하네요. 대답은 나중에 듣도록 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제 곧 참가자들의 마지막 무대가 시작됩니다.]

사전에 협의된 시간과 다른 진행 통보에도 표정 한 점 찌푸리지 않고 Mc는 자연스러운 진행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 참가자 무대 이외에도 K스타 전 시즌 많은 사랑들을 받았던 참가자들의 볼거리가 많은 무대와 감동적인 무대도 마련되어있으니 많은 성원과 응원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씨익.

K스타 Mc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무대에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보통 하는 상습적으로 남발하는 미사여구가 아니라 진심이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대단했지.’

리허설을 지켜보며 3명의 결승 참가자 [지성준],[강소영],[베스트 프렌드]를 떠올렸다.

마지막 시즌답게 믿기지 않는 기량들의 훌륭한 무대였다.

“그리고 그 무대는...!”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마지막 무대를 떠올리는 그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힘차게 목소리를 높이 올렸다.

[그럼 지금부터 K스타 마지막 결승 경연이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Mc가 무대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에 긴 기다림 속 지친 관중들이 크게 환호한다.

---

와아아아!

참가자들의 첫 번째 무대들의 시작.

도경은 무대 대기실에서 도시락을 까먹으며 모니터로 결승 참가자들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후르륵.

“꼬맹이들 대단하네.”

결승전 첫 번째 무대를 연 [베스트 프렌드]의 무대를 본 도경은 내심 감탄하였다.

저 조그마한 몸으로 죽어라 연습한 연습량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마지막에 정말로 우승하려는 마음이 느껴진다.

분명 저 무대를 준비하면서 수없이 울었으리라.

도경의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듯 무대를 마치고 소감을 말해야 할 때 말을 잊지 못하고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보였다.

짝짝짝짝.

나이와 어울리지 않던 진지함과 사내대장부 모습을 보여 왔던 김중섭이 눈물을 보이자 관중들은 위로의 박수를 보내며 심사위원들의 극찬에 크게 환호로 보답한다.

그렇게 첫 번째 무대가 끝나고 두 번째 참가자가 무대 위로 올라서서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에 도경이 감탄사를 흘렸다.

“누구 동생인지 잘 생겼다.”

뿌듯함이 담겨있는 도경의 음성.

그도 그럴게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살이 빠진 성준의 모습이 큰 화면으로 비추자 관중들이 술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으로 꾸며진 성준이 무대 위에서 강한 조명을 받자 다른 참가자들과는 다른 자태를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대를 씹어 먹겠다는 강렬한 눈빛을 쏘아내는데 아직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앞으로 무슨 무대가 펼쳐질지 예상이 갔다.

콰쾅!

와아아아!

첫 인트로 부분부터 폭죽이 터져 나오며 사람들의 이목을 끈 성준은 질질 끌지 않고 시작부터 과감 없이 달린다.

투두두두!

기이잉!

성준의 에너지에 호응하듯 그의 뒤에 있는 밴드 사운드가 미친 듯이 달리는 성준의 목소리의 뒤를 쫓는다. 예전 기타리스트와 달리 이번에는 성준과 함께 제대로 달리는 밴드 합주에 성준의 재능이 개화한다.

올해 17살이 되는 소년이 부르는 [블랙홀 (Black Hole) 마지막 일기.]

의외의 선곡과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짙은 록 스피릿에 모두가 놀라 성준 이란 소년에게 홀리기 시작한다.

“곡이 바뀌었잖아?”

원래 성준이 준비했던 노래와는 다른 노래 선곡에 도경은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모니터에 비추는 성준을 바라보았다.

[못다 한 나의 숨결은 오월의 늘 위에 붉게 떠 있는

눈부신 큰 빛이 되어 그리운 모든 사랑을 바라볼 거야.]

처음 들어보는 노래.

최근 들어왔던 노래와는 확연히 다른 정서에 도경은 흥미를 가지고 성준이 내뱉는 가사에 귀를 기울였다.

두두둥!

[달빛 아래 펼쳐있는 나의 일기장에 그린 어머니 영원히 사랑해요 ]

강렬한 메탈 사운드 속을 뚫고 나오는 성준의 외치는 소리를 들은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무대에 그러기 힘들었을 텐데 기특하네.”

피식.

무대를 준비하며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기존의 준비했던 트렌디하고 화려한 무대를 버린 성준의 행동이 기꺼운 도경운 웃음 지었다.

“아아아~!”

여태 연습하며 다듬고 세련되게 만들었던 창법들에서 원래의 다소 거친 창법으로 돌아왔지만 오히려 [마지막 일기]라는 옛 곡과 더욱 시너지를 발휘한다.

성준의 열창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도경은 성준이가 한 단계 성장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달라졌다.’

그런 성준의 변화를 느낀 것은 도경뿐만이 아니었다.

성준의 노래를 듣던 심사위원도 같이 함께 무대를 경연한 참가자들도 무대를 만들었던 스태프들도 성준이 무언가 변화했다는 것을 감지했다.

띠리리딩.

성준의 열창이 끝나고 뒤에 마무리하는 기타선율의 소리가 무대 위에 흩어지며 끝을 고한다.

“...”

조용히 제 자리에 서 있을 뿐인데 평소와 다른 무게감이 느껴지는 성준의 모습에 관중들이 환호한다.

와아아아!

시끌시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인정받는 지성준이라는 아티스트의 탄생이었다.

“......”

꾸깃.

미친듯한 환호성.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함성에 붉은 입술을 꾸기는 강소영. 3번째 마지막 무대를 해야 할 그녀는 성준의 무대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왜 하필...!’

무언가를 준비해오면 생각지도 못한 것을 꺼내오며 엎치락뒤치락 해오던 무대경연이 이제는 지긋지긋한 그녀였다.

노래, 춤, 싱어송라이터라는 면모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꺼내 가며 자신의 재능을 뽐냈건만 자꾸만 자신이 받아야 할 관심과 환호성은 엉뚱한 사람에게로 쏟아진다.

그리고 지금 성준의 무대에 강소영은 무언가 뒤집어 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저렇게 눈엣가시 같을 수 있지?”

여태껏 일부러 화사하고 화려함이 중심이었던 무대를 보였다.

그것은 이 마지막 무대 위에 회심의 한 방을 먹일 감성팔이를 노릴 애절한 발라드 무대를 위해서였다. 그것이 차현식과 강소영의 전략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무대 앞에 저런 노래를 부르다니 기껏 마련한 판이 다시 한번 무너진 것과 같다.

이제는 익숙한 감각이었다.

빠드득.

K스타를 참여하고 나서부터 자신의 평탄했던 일상이 모든 것이 꼬여 버렸다.

자신이 짜놓은 시나리오와 벗어나는 결과물과 자신이 평생을 애용하던 장난감과 부모님의 신용까지 잃었다. 절로 이가 갈리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나 강소영이야. 마지막의 승자는 나야.”

또 다시 자신의 모든 것을 쥐어짜야 하는 필사적인 무대를 두고 강소영은 무대를 향해 시선을 두며 자신의 집중력을 끌어 올리었다.

“내가 우승할거야...!”

우승에 대한 집념과 확신이 그녀의 음성에 서리기 시작한다.

사실은 성준이 성장하듯 강소영도 많은 성장을 보여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강소영이 그렇게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던 성준 이란 존재 때문인데 말이다.

저벅저벅.

하지만 강소영은 마지막 까지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로 무대 위로 올라선다.

와아아!

그녀의 집념과 확신이 담긴 마지막 무대답게 그녀의 무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지만, 무대를 내려오는 강소영의 얼굴 그 어디에도 해냈다는 성취감이나 만족감은 존재 하지 않았다.

다음 무대를 준비하러 내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오히려 싸늘할 뿐이었다.

[이로써 참가자들의 결승 첫 번째 경연이 끝이 났습니다. 이제는 참가자들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챌린저 무대가 남았는데요. 그들이 준비하는 시간 동안 전 시즌 참가자들의 특별무대가 여러분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예정이니 많은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결승 참가자들의 전반전의 끝을 고하며 Mc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K스타에서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의 등장해 자신들의 변한 모습과 성장.

그리고 그들의 추억을 일깨우는 노래로 무대를 채우기 시작한다.

똑똑똑.

“누구세요?”

철컥.

“도경 씨. 슬슬 준비해야 할 시간입니다. 무대 뒤에서 대기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쉴 새 없는 알찬 구성으로 이루어진 무대로 모두가 즐거움에 빠지고 있을 때. 제작진의 안내에 도경은 순순히 자리에 일어나 제작진의 뒤를 따라나선다.

터벅터벅.

“흠흠흠.”

하루 종일 앉아있어 좀이 쑤신 찰나였는데 대기를 하더라도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무대 뒤가 좋다고 생각한 도경의 발걸음은 한없이 신나 있었다.

[드디어 참가자들의 마지막 두 번째 경연이 시작됩니다. 참가자들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와아아.

짝짝짝.

무대 뒤에 도경이 도착할 때쯤에 하프타임을 장식한 전 시즌 참가자들은 무대 뒤에서 숨을 돌리고 있었고 성준과 강소영 베스트프렌드 애들은 다른 모습으로 무대 위로 올라서는 중이었다.

“아...!”

“도경씨 뭐해요 이쪽으로 오세요.”

휘익!

“어어?”

“지금 시간 없는데 지금 나타나서 멍 때리고 뭐 하는 거예요?”

성준과 엇갈린 타이밍에 도경은 조금 아쉬워했지만 이내 자신을 붙잡고 이끄는 손길에 당황하며 끌려가기 시작한다.

질질질.

도경을 끌고 억지로 자리에 앉힌 여성은 서둘러 도경의 얼굴과 머리를 매만지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까 분명 얼굴 톤 베이스랑 헤어 스타일링 해놨는데 상태가 왜 이래요?”

“아아. 그게 눕다가...”

“누워요? 지금 제정신 이에요?”

“꺄아악! 의상이!?”

도경에게 한소리 하려던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자신의 동료의 비명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뭐야 왜 그래?”

“얼룩이...”

“뭐?”

도경의 가슴팍을 가리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코디네이터의 손이 향하는 곳에 주황색의 작은 얼룩이 눈에 들어온다.

“어...? 아까 먹었던 라면 국물이 튀었나 보다.”

“뭐라구요?”

“아... 저기 그게 뭐 괜찮지 않을까요? 무대조명도 은은하게 할 거라 별로 보이지 않을 텐데...”

“안돼요!”

“안돼요!”

자신도 뒤늦게 발견한 국물 자국에 도경은 두 여성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변명 아닌 변명을 하지만 두 여성은 쌍심지를 치켜 올리며 도경의 말을 묵살한다.

“당장 옷 벗어요.”

“네...”

서슬 퍼런 두 쌍의 눈동자에 도경은 맥을 못 추리며 입고 있던 셔츠를 벗기 시작한다.

치이익!

휘익 휙!

“일단 이것들부터 입어 봐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도경의 머리를 매만지며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스프레이를 바삐 뿌리고 있었고 코디네이터는 셔츠만 걸려있는 의상 옷걸이를 가져와 도경에게 다양한 셔츠를 건네었다.

‘너무 귀찮은 게 많아...’

리허설부터 시작해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처음 받아보는 도경.

무대 뒤에서 노래만 준비했던 때와 달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생방송의 마지막 무대에 도경은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방송 무대에 익숙하지 않은 도경이었다.

“빨리 일어나요!”

“네!”

그래도 자신의 잘못을 인지는 하는지 도경은 빠릿빠릿하게 두 여성의 지시에 바삐 움직이는 도경은 한편으로는 노래하나 부르기 참 힘들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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