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도경이 무대 뒤에서 구박 아닌 구박받으며 다시 스타일링을 재도전하고 있을 때 무대에서는 박빙의 경연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베스트프렌드는 강소영의 아델의 노래[Rolling in the Deep]을 예술적인 퍼포먼스로 표현하였고 강소영은 지성준의 [보헤미안랩소디]를 서정적인 아쿠스틱 발라드로 편곡해 불렀고 지성준은 베스프트렌드의 노래 중 저스틴 비버의 [Boyfriend]의 노래를 불렀다.
베스트프렌드의 어린 소년들은 예술적인 포포머의 매력을 ff강소영은 보헤미안 랩소디로 자신의 강렬한 가창력의 끝을 보여주었고 성준은 [Boyfriend]로 노래의 남성다움보다는 자신의 까칠함과 도도함을 보이는 반전매력을 선사했다.
서로의 노래에 각자의 매력을 담은 무대.
[제 점수는요..!]
와아아아.
짝짝짝.
3인 3색의 참가자들의 각자 매력에 심사위원들은 자신들의 소감과 점수를 발표했고 그 결과에 관중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이로서 K스타 결승 참가자들의 무대가 끝이 났는데요. 무대는 끝이 낫지만 아직 시청자들의 투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우승자가 결정될 앞두고 시청자들의 많은 응원과 투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승 우승자를 뽑는 과정을 차분히 설명하는 Mc의 음성이 무대 위에 들려오고 있을 때. 마지막 경연의 무대를 펼쳤던 4명의 소년소녀들은 무대 뒤로 내려와 참았던 긴장과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결과는 자신의 손이 아니라 노래를 직접들은 시청자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깨닫자 미묘한 기분이 들은 성준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숨을 돌렸다.
“진짜로 끝나는 건가?”
아직도 바쁘게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그 속에 자신만 붕 뜨는 감각에 성준이 넋을 놓고 있을 때 그의 곁으로 누군가 다가온다.
“뭘 그리 넋 놓고 있어?”
툭.
“아?”
자신의 머리를 툭 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도경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성준은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어? 와...!”
뒤를 돌며 투덜거리던 성준은 도경에게 시선을 옮기다 자신의 말을 잇지 못하고 말았다.
자신의 시선에 놓여있는 도경이 평소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가르마로 깔끔하게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에 검은 슬랙스 바지에 박시한 흰 셔츠로 코디한 도경의 모습에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형 은근 옷발이 좋았었네요.”
“그럼. 이 몸이 그래도 한 비율 하시지.”
“뭐래요. 스타일링과 메이크업하신 분들이 능력이 뛰어난 거지. 형이 잘난 게 아니 거든요?”
“야 본판이 좋아야 결과물도 좋은 거 몰라?”
“흠...”
힐끔.
말은 저리했어도 성준은 도경의 변한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다며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도 맨날 대충입고 잘 꾸미지 않는 도경이라서 몰랐었는데 이렇게 꾸미자 도경의 새로운 면모가 발견 되었다.
‘형이 의외로 밸런스가 좋았구나.’
도경의 지녔던 수수함이 깔끔함과 정갈함으로 변모하자 비율이 좋았던 도경의 숨겨진 면모가 여실히 잘 드러나 있었다.
사실 성준이 감탄한 것처럼 도경을 꾸몄던 스타일리스트인 두 여성들도 도경을 향해 조금은 놀란 상태였다.
[수수함이라는 재능]
화려하거나 잘나지 않았는데 도경에게는 어떤 색을 입혀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재능이 있었다.
스타일리스트로서는 실력을 발휘하는 보람이 있는 재목인 것이다.
“성준이는 어디 있어?”
“아까 같이 내려왔었는데..!”
성준이 속으로 도경에게 감탄하고 있을 때.
성준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도경은 손을 들어 올려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자신의 동생을 보았다.
“저기 사람들이 너 찾는다. 나는 저쪽에 앉아 있을 테니까 어서 가봐.”
“아,,.! 죄송합니다.”
후다닥.
무대를 마치고 잠시 풀렸던 긴장이 도경의 말에 다시 되돌아오는 것을 느낀 성준은 도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며 자신을 자책하며 서둘러 달려간다.
물끄러미
“하여간 아직은 어리다니까.”
토라졌다 멋대로 한 단계 성장하다가 아직은 많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성준의 뒷모습을 보며 도경이 고개를 절레 저었다.
“나 없이 잘하려나 몰라.”
결승전 무대는 끝이 났지만 자신과 할 무대가 남아있었고 더 나아가 수많은 무대를 겪어내야 하는 성준을 떠올리며 도경은 시원섭섭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성준이 기특하면서 고마운 도경이었다. 게다가 성준의 만남 덕분에 의욕을 되찾았고 무대를 만나게 되었다.
“마지막 무대도 잘 부탁한다.”
도경은 성준과 있을 무대를 기대하며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툭툭.
희미해졌던 감정이 어느새 색을 되찾았다.
두근두근.
발끝을 까닥이며 일정한 박자로 바닥을 치는 도경의 머릿속에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자신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
마지막 우승자를 뽑는 투표시간에 마련된 특별무대에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었다.
알찬 구성으로 화려한 무대와 신나 만들었던 무대가 지나가고 이제는 감동을 안겨주는 무대들로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One Dream]-보아
[오직 내겐 One voice,
One dream, One chance]
K스타에서 배출했던 스타들과 이번 시즌 참가자들의 합주로 아름답게 꾸며진 무대 위에 K스타의 상징적인 노래가 울려 퍼지고 관중에 앉아있는 관객들과 심사위원들은 부담 없이 무대를 즐기면서 여태 달려왔던 긴 여정을 떠올리며 감성에 젖기 시작한다.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날 봐
날 비추는 조명은 밝아
간절한 꿈이 이젠 나의 눈앞에
노래 불러]
매 시즌 마다 마지막을 장식하며 항상 들어왔던 노래.
수많은 화제를 이끌며 5년 동안 했던 장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번에는 정말로 마지막이라는 생각 덕분일까.
익숙한 노래임에도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오직 내겐 One voice~]
와아아!
짝짝짝짝.
전 시즌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공들인 아름다운 무대가 끝이 나고 무대의 노래를 들었던 사람들 모두 감동이 섞인 박수를 치며 무대를 축하하였다.
투웅!
[One Dream]이란 노래의 뒤에 모두가 이번 마지막 시즌의 우승자가 누구일까 고대하고 있을 때 무대를 가득 채웠던 화려한 불빛들이 순간 모두 소등되었고 사람들이 일순 당황하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뭐지? 방송사고인가?”
“방송사고치고는 너무 조용한데?”
아무런 대처 없는 소강상태.
조금은 길다 싶은 어둠속에 사람들 모두 조금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Mc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안심하십시오. 무대의 퍼포먼스의 일환이오니 가만히 자리에 앉아 기다려 주시면 되겠습니다.]
조용.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축제 분위기가 어느새 순식간에 가라앉아 있었다.
정말로 한 점 빛조차 들지 않는 어두운 공연장 환경 속에 1~2분간 방치되어 있는 시간에 모두들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몇몇은 스마트폰을 꺼내 빛을 발하며 불안함을 쫓았다.
“좋아. 좋아. 원하는 대로의 반응을 보이는군.”
현장과 방송에서 1~2분간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화면.
가히 방송사고와도 같은 상황 속에 이 모든 것을 연출하고 주최한 구한성Pd는 주변 분위기를 살피며 만족스러운 웃음 지었다.
사실 계획에도 없는 연출이지만, 앞에 있을 무대의 노래를 들은 그는 일부러 이러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 이상 끌면 위험하니까 시작하지.”
까닥.
1, 2분. 잠깐의 불안이면 충분하였다.
이 이상 끌면 위화감만 조성하며 앞에 있을 무대를 망칠 수 있기에 구한성의 Pd의 지시에 제작진들은 재빨리 움직이며 무대를 준비한다.
투퉁!
[미안해 몰랐었어.]
한 줄기의 새하얀 빛줄기가 무대 밑으로 떨어지고 동시에 맑은 목소리가 무대 위를 잔잔히 떨려오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깜깜한 어둠 속에 한 줄기의 빛 덕분에 다들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웅성웅성.
“지성준이다!”
빛줄기에 비춘 인물을 바라본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느꼈던 불안감을 쫓아내며 성준을 향해 이목을 모았다.
생소한 무대의 연출에 놀람을 다스리려는 시선들이 성준에게 모였지만 성준은 담담히 걸음을 옮기며 노래를 부를 뿐이었다.
[네가 있어 소중했던 시간들
너는 내게 선물이었어.]
한 음절 내뱉을 때마다 울리는 피아노 건반 소리에 맞혀 걸음을 옮기는 성준은 말지만 뚜렷한 음성으로 가사를 읊조렸다.
[사랑해~]
파아앗.
성준이 무대 중앙에 서자.
어두웠던 무대가 한순간에 백색의 꽃으로 뒤덮이고 피아노의 건반 소리가 흩날리는 영상과 함께 무대 위를 물들여 간다.
[다녀오겠다는
너의 마지막 인사]
몰아치는 피아노 전주가 끝이 나자 성준은 아련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을 알린다.
[다시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아직 보내지 못한 말.]
“아...!”
“이 노래 제목이 뭐지? 처음 들어보는 노래인데?”
너무나도 아련한 목소리.
모두들 처음 듣는 노래임에도 이 노래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노래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이 노래를 부르는 성준의 모습이 평소와 너무나 달라 사람들 모두 묘한 얼굴로 성준을 바라보았다.
[언제 다시 올 줄 모를 너에게
아무 말도 못 했었어.
그게 미안해.]
항상 강한 모습을 보이거나 거친 노래들만 불러왔던 성준이 조심스럽게 한 음절 한 음절을 소중히 아끼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낯설었다.
성준의 특유의 거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반대로 그의 감성이 진하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후으읍.
[네가 있어 소중했던 시간들
너는 내게 선물이었어.]
심호흡을 하며 더욱 감성을 풍부하게 섞는 성준.
미친 듯이 고음을 내거나 노래 어느 부분에 킬링파트가 존재하지 않는 평범한 노래. 그런데 오히려 더욱 힘이 드는 노래였다.
그저 반복적이고 단순한 노래일 뿐인데 [소중했던 시간들]을 부르는 성준의 집중력은 여태껏 보여 왔던 것보다 가장 날카롭고 가장 조심스러웠다.
‘어디서 이런 노래를 만들어가지고...!’
[바람]과 비교해서 떨어진다는 노래.
하지만 지금 와서는 성준은 이 노래를 그렇게 폄하 할 수 없었다.
이 노래가 도경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사랑해]
이 한마디.
도경이 만든 [소중했던 시간들]은 이 짧은 말을 내뱉는 노래 부르는 사람의 감정이 전부 다인 노래였다.
단순하지만 힘든 너무나 힘든 노래다.
그렇기에 성준은 전신전력으로 진심을 담아 노래를 불러야 했다. 안 그러면 노래에서 어설픈 자신이 그대로 드러났기에.
[네가 있어 따스했던 순간들
내 맘 속에 살아 숨 쉬어.
네게 하지 못한 말 사랑해.]
성준은 이 노래를 부르며 사랑이라는 단어에 많은 사색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아직 어린 나이.
단순한 연애감정뿐만 아니라 한층 더 넓고 깊이 심화된 사랑이란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기엔 그의 경험이 일천했기 때문이다.
‘분하지만 이게 나의 최선이야.’
모자란 자신의 미안함을 담아 성준은 소리 높여 노래를 불렀다.
‘한 번 제대로 노래해 봐요. 도경이 형.’
이 노래를 만든 주인.
다음 노래가사를 부를 사람을 떠올리며 성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쥔 손을 내렸다.
---
‘수고했어. 충분히 잘했어.’
이 노래의 감정선과 분위기를 훌륭히도 잡아 줬음에도 씁쓸한 미소를 담는 성준을 지켜본 도경은 이 노래에 성준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네가 들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너의 이름을 부른다.]
걸음을 옮기는 도경.
성준에 대한 미안함도 잠시 도경은 마이크를 집어 올려 자신의 입가에 기대며 노래 가사를 입에 담는다.
“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우우웅.
‘후 역시...!’
도경의 말대로 잘해줬음에도 성준이 씁쓸한 미소를 지은 이유.
분명 성준은 노래를 잘 불렀다. 하지만 지금 도경이 내뱉는 이 한마디.
노래를 어렵게 부르거나 미친듯하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아닌 덤덤히 부르는 이 한마디를 속삭이는 도경의 노랫소리에는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해 있었다.
[그저 기도밖에 할 수 없었던 내가]
그만이 내뱉을 수 있는 짙은 감성이 담긴 소리에 모두가 걸어오는 도경에게 시선을 주목시킨다.
[미안해~]
우...!
환한 조명을 등지고 나타난 도경의 등장과 대형 스크린에서 비치는 도경의 얼굴에 모두들 미친 듯이 열광한다.
우아아아아!
본능적으로 자신들이 엄청난 무대를 목격할 것을 알기에 지르는 환호성이었다.
“크흐흑.”
환호하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도경의 등장에 한 남성이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상덕아..!”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