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96화 (96/357)

96화

“소희 양. 오빠랑 연락 안 돼요?”

“...잠시만요. 오늘은 꼭 될 거예요. 분명 오늘은 연락한다 했거든요.”

“하아... 이번에는 되었으면 좋겠네요.”

“죄송합니다...”

짜증이 그대로 담긴 중년인의 표정에 소희는 난색을 보이며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3일 동안 이런 식으로 물 먹였으니 할 말은 없었다.

‘이 인간이...!’

빠드득.

소희는 자신을 이렇게 곤란한 상황에 빠트린 주범을 떠올리며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하나뿐인 동생 프로그램에...!’

소희는 [JY]엔터테인먼트내 연습생 19명의 소녀들이 서로 경쟁하며 최후에는 데뷔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드림걸즈]에 참가 중이었는데 현재 도경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빠져있었다.

“아무 말 없이 여행을 떠나지 않나... 연락도 잘 안 되고 진짜 도움이 안 되네.”

3년 전.

K스타 마지막 무대 후에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난 오빠.

부모님은 동의하에 이루어진 여행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동생에게 언질조차 하지 않고 떠난 것은 괘씸할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 한국에 들어 만 와봐라.”

“멀었어요? 소희양?”

머릿속에서 자기 오빠에 대한 응징을 떠올리고 있는 소희의 귓가에 짜증 내는 음성이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꾸벅!

“에이~. 진짜 우리 잘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멤버들은 가족 응원인터뷰 다 따고 그랬는데... 진짜 이게 뭐하는 짓이람. 우리가 시간이 남아도는 줄 아나...”

“정말 죄송해요~.”

옆에서 투덜거리는 제작진의 말에 소희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소희 성격상 절대 부리지 않는 애교마저 나올 정도로 그녀가 처한 분위기는 가시방석 그 자체였다.

‘차라리 그냥 넘어가지...!’

차라리 도경은 넘어가고 부모님의 응원 영상만 쓰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그녀의 마음대로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설프게 유명세를 타고 잠적한 도경이라는 존재는 그냥 넘어가기에는 복잡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주목이 쏠려있는 이 방송에서 [JY]에서는 잊혀 진 도경을 다시 꺼내고 싶었고 노잼 캐릭터인 소희에게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중간에 껴있는 소희만 불쌍하게 되었다.

‘제발 로그인 좀 해라!’

[스라이림프]

[망할오빠(Superstar one)]-오프라인

회색 글씨로 오프라인 상태를 표시하고 있는 유치한 도경의 아이디를 보는 소희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고 있는 중이었다.

컴맹인 도경에게 저 아이디를 만들게 하는데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이상은 시간을 지체 할수 없었다.

‘제발..!’

띠링!

“!!?”

미리 약조한 시간에서 15분이 지났을 뿐인데 1시간이 지난 것 같은 긴 대치시간.

소희의 애타는 마음을 알았는지 도경의 아이디에 불이 들어왔다. 동시에 소희는 쾌속하게 도경의 아이디를 클릭하여 영상통화를 시도하는 소희.

띵!

“오빠!?”

[우와! 진짜 이거 되는 구나. 되게 신기하다. 게다가 화질도 괜찮네?]

“...”

애달픈 소희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도경은 처음 접하는 인터넷 화상통화에 감탄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화면은 처음에는 살짝 버벅거리다 이내 안정되더니 선명한 도경의 얼굴이 비추었다.

“오빠 잘 지냈어?”

[어, 어. 잘 지내고 있지. 거기서는 모르겠지만 키도 조금 컸다?]

“그래. 잘 지내 보이네.”

3년 동안 사진 말고 제대로 보는 도경의 모습이었지만 소희는 기름기 좔좔 흐르는 도경의 얼굴을 보자 속에서 열불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죽어라 연습생 생활을 하고 같이 땀 흘리고 시간을 보내며 정을 쌓았던 연습생들과 잔인한 서바이벌을 하는데 해외에서 저리 희희낙락이라니 그나마 있던 오빠에 대한 그리움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왜 이리 연락이 안 된 거야?”

[너무 그러지 마라. 무일푼으로 버스킹 하면서 생활하는데 노트북을 내가 어디서 구하냐? 이것도 친구들이 빌려주고 프로그램도 설치해줘서 간신히 실행한 거라고.]

“이래서 컴맹은...!”

(소희 씨. 녹화되고 있어요.)

소근.

“!?”

제작진의 작은 속삭임에 오빠를 쏘아붙이려던 소희는 자신의 행동을 멈추고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 하하하. 그래도 오빠랑 연락 돼서 다행이네.”

‘큰일 날 뻔했네.’

찌릿.

마지막 시청자 투표로 정식데뷔가 정해지는 프로그램에서 이미지 관리는 중요하다.

컨셉도 시크하고 언니 같은 성격으로 주목 받고 있는데 이러한 이미지가 하마터면 도경 때문에 깨질 뻔했다.

[오호라. 웬일로 왈가닥인 박소희가 얌전하네?]

씨익

“내, 내가?”

[오랜만에 오빠 취급 받는 건가?]

“누가 들으면 내가 오빠 막대한 여동생인줄 알겠다.”

[너한테 발차기로 맞은 곳이...]

“오빠!”

[응?]

“내가 지원 언니한테 오빠 연락 안 되면 써먹으라고 재밌는 영상을 받았는데 괜찮겠어? 술 취해서 변기 물을 우물 물 이라고 먹으려고 했더라?”

[......우리 소희 괜찮아? 방송은 힘들지 않고? 그리고 그걸 말하면 어떡해. 네가 정말 밉구나.]

“흥!”

하하하.

평상시와 다른 소희의 행동을 캐치한 도경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동생을 골려 주려고 했으나 본전도 못 찾고 깨깽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두 남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제작진들 중 몇몇은 남몰래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오오! 이번에는 꽤 재밌는 영상 건지겠는 걸?’

이를 지켜보고 있던 카메라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비글미를 지닌 수미덕분에 언니 같은 이미지를 얻기는 했지만, 노잼으로 별로 그렇다할 분량이 없었는데 자신의 오빠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캐릭터가 살아있고 재미있는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저게 훨씬 자연스럽고 좋아.”

역시 친오빠라 그런지 여동생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이끌어 낼 줄 아는 도경의 모습을 보며 그는 속으로 감탄했다.

‘박진용이 역시 적극적으로 추천한 이유가 있었네. 활어 같은 놈이야.’

박진용 프로듀서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기에 짜증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영상통화를 기다렸는데 보람이 있었다.

모니터 너머로 장난기가 가득한 도경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도경이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활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절히 태클을 걸 부분을 제공하면서도 리액션 하나하나가 생동감 넘쳤는데 보기만 해도 뭔가를 터트려 줄 것 같은 재밌는 예감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였다.

[그래 이번에 좋은 성적 거두고 메이저로 간 보상으로 가족과 연락을 할 수 있었던 거라고?]

“어.”

[개고생했을 텐데 고기나 먹이지 힘 빠지게 무슨 보상이 그렇지 쪼잔하냐? 너 설마 나보고 막 울고 그러려는 건 아니지?]

“미쳤냐? 오빠 보고 울 바에 마이너로 떨어지는 게 낫다.”

[네가 메이저라니 세상 말세다. 노래는 조금 늘었나 보네? 그래도 쪽팔리게 내가 노래 가르쳐줬다 하면 안 된다.]

“.......”

양파같이 아무리 깔게 많은 도경이라도 그의 실력을 아는 소희는 똥 씹은 표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오빠에 대한 진심을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재수없어...!”

풋!

푸흐흡!

가식 없는 현실적인 남매의 대화에 결국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소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씨 망했어.”

[뭐가?]

“오빠 때문에 이미지 망했다고!!!”

[뭐래? 나는 너 때문에 술 퍼먹고 변기 물 마시는 오빠로 소문났는데 누구 이미지가 더 망한 거 같냐?]

“오빠야 지킬 이미지가 없잖아. 지금이야 괜찮지 전에 K스타에서 개념 없는 돌 아이로 유명했잖아.”

[그거야 다 컨셉이지...]

“그래? 그런 컨셉이 좋으면 지원 언니한테 받은 영상 인터넷에 올려줄까?”

[여기 브라질 상파울루인데 뭐 가지고 싶은 기념품 같은 거 없니 동생아? 이 오빠는 연예계에서 입성해야 할 서로가 제 살 파먹기 할 필요 없다고 생각이 드는데 말이야. 그리고 지원이한테 나한테 받은 곡 토해내라고 전해 줘.]

다시 한 번 찌르는 아킬레스건에 곧바로 도경이 저자세를 취하였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한 표정이 얼굴에 여실히 걸려 있었는데 소희에게 건네는 말은 상냥한 목소리 톤이 튀어나왔다.

최선을 다해 동생의 비위를 맞추는 도경의 모습은 웃픈오빠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는 거 봐서.”

[뭐? 내가 울먹이면서 우리 소희~. 해줄까?]

“그래봐. 그럼 영상 바로 인터넷에 올릴 거야.”

[아씨. 그럼 뭐 어쩌라고?]

“알아서 해봐.”

[우리 소희는요...]

“응. 그거 아냐.”

분위기를 잡고 감동 코드를 끌어쓰려는 도경의 모습에 소희는 얄짤없이 사전에 차단한다.

[아! 진짜 개떡 같네...! 오글거리게 무슨 보상으로 가족 응원이냐고? 야. 차라리 계좌 불러 내가 돈 입금해준다.]

“계좌는 핸드폰 번호고 국민은행으로 쏘면 돼. 나도 성준이처럼 2억 쏴주게? 기대할게 오빠.”

[야 거기서 2억이 왜 또 나와? 그것 때문에 통장 뺏긴 거 알잖아.]

“왜? 친동생한테는 아까워?”

[하.. 말을 말자. 저기 이젠 이거 꺼도 되죠? 저 힘들어요.]

“안됩니다. 도경씨. 그래도 동생 소희양이 힘든 서바이벌 겪고 받는 보상인데 응원의 한 마디는 해줘야죠.”

“그래그래. 빨리 한 번 해봐.”

[아아~악!!]

하하하하!

‘이 남매 진짜 톡톡 튄다.’

정말로 하기 싫어하는 도경의 반응에 다시 한번 주변 사람들은 웃음이 터져 버렸다.

모두들 만족스러운 분량을 건진 것을 직감했는지 분위기가 훈훈하다.

[후우..!]

모두는 웃는데 여동생에게 응원의 한마디 하려는 도경은 정말 진진한 표정으로 거사를 치룰 듯한 비장함을 띄고 있었다.

왈가닥 여동생을 가진 오빠가 낯간지러운 말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그들만이 잘 알 것이다.

[진짜 딱 한 번만 얘기하는 거니까 잘 들어라.]

“응응. 어서 해봐.”

[저게...!]

똑똑똑!

철컥.

[도경 아직 멀었어?]

[!?]

“여자 목소리?”

도경이 거사를 치르려는 그 순간.

도경의 뒤에 있는 문이 열리면서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이. 아만다 들어오지 말랬잖아.]

[에이 우리사이에 그런 게 어딨어. 그리고 여기는 내 방이라고? 어, 이게 그 도경이 말한 동생이야? 오빠랑 달리 귀엽네? Hi~]

포르투칼어로 능숙히 대화하는 도경과 여성.

보통이라면 문제 될 게 없는 장면이나.

난입한 여성이 미모의 여성이라는 것과 동시에 심히 부적절한 몸매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아만다. 무거워 비키라고 이거 방송에 나간다 말이야!]

[헤에. 그래? Chu♥ 하이. 여러분 저 김치 좋아해요. 강남 스타일 좋아요.]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왜? 도경이 이렇게 말하면 남자들 꼬실 수 있다며? 룸메 동기들한테도 알려 줬는데?]

[아니 뭐 너라면 그런 말을 해도 꼬실 수 있다는 거였지. 하아...!]

“그, 그 여자 누,누,누,누 누구야?”

흰 민소매에 돌핀 팬츠를 입었을 뿐인데 19금 딱지를 붙여야 할 것 같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여성을 보며 소희가 고장 난 로봇처럼 말을 더듬으며 자신의 오빠에게 물었다.

자신의 오빠에게 끈적하게 달라붙어 심상치 않아 보이는 미녀의 정체를 동생으로서 꼭 알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휩싸인 것이다.

[그, 그게...]

[Hey! 도경 언제까지 우리를 애타게 만들 거야?]

[도경 나도 왔어. 어제는 정말 끝내줬어. 헤헤헤.]

쪽!

[너희들 비켜 도경은 내꺼 라고!? 그리고 도경이 볼일 방해하지 말고 다들 나가자.]

[꺄악. 아만다 너무 과격해.]

[시끄러!]

[깔깔깔. 도경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와.]

남미의 3명의 미모의 여성들이 도경을 두고 티격태격하다 밖으로 나가고 이내 두 남매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오빠.”

[응...]

“그 여자들 누구야?”

[친구?]

“그래... 그렇구나 친구구나.”

[응응. 친구들이야. 다들 착해...]

“그걸 내가 믿을 리가 없잖아! 이 화상아! 거기서 뭐하는 거야? 너 당장 한국으로 안 돌아와!!!?”

[소희 파이팅! 드림걸즈 파이팅! 응원했습니다. 난 응원했다 소희야 그럼 이만!!!]

“야, 박도경!!!”

도경은 서둘러 클로징 멘트를 하며 서둘러 종료버튼을 누르며 소희의 분노에서 도망을 치는 선택을 택했다.

뚝.

“.......”

빠드득.

모니터에 비추는 검은 화면.

소희는 지금 자신이 방송 도중이라는 것도 잊고 카메라 앞에서 분노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대형폭탄이 터진 것 같은 상황.

이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제작진들의 머릿속에서는 두 글자 떠오른다.

‘대박’

“오늘 제대로 건졌다.”

공중파 방송이라면 부적절할 수 있지만 [드림걸즈]는 케이블 방송.

적당한 자극은 남용되는 케이블 방송에서 지금 이 방송분량은 생명수나 다름없었다.

처음 [JY] 기대보다 관심과 화제가 부진했던 [드림걸즈].

소재도 출연하는 아이들도 기획도 모자랄 거 없음에도 무언가 한 방이 안 터져서 갑갑했는데 이번 촬영으로 그 모자랐던 한방을 얻은 느낌이다.

“역시 박진용 프로듀서가 추천한 이유가 있었어.”

박진용이 이 상황을 알았다면 도경의 이미지를 위해서 어떻게든 막았을 것이지만, 불행히도 그는 이 상황을 2주 뒤에 있을 방송을 보고 알게 된다.

--

2주 뒤.

[드림걸즈 현실 남매에 뻥 터지다.]

[배낭여행을 만끽하는 도경. 여행의 끝에 미인을 얻다.]

[소중한 시간들 불렀던 박도경. 소중한 시간을 보내다?]

[드림걸즈 연습생 박소희 오빠는 K스타 박도경

[JY비밀병기 엉뚱한 베일이 드러나다.]

[드림걸즈 연습생 박소희 박력 있는 모습에 걸 크러쉬!]

[드림걸즈...!]

남매가 화상통화를 했을 뿐인데 기사가 나고 주목받는 어이없는 상황.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비명을 질렀다.

“으하하하! 됐어. 담 주부터 시청률이 쭉쭉 오르겠어!”

“으아아아! 박도경 이 자식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감독의 예상대로 드림걸즈가 화제가 되며 시청률 확보에 웃음을 짓고 있었고 3년 동안 기다리고 애지중지했던 비밀병의 이미지가 이상하게 되어버린 결과에 비명을 지르는 박진용.

엇갈리는 희비 속에 박진용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이러면 다 잡아놓았던 컨셉을 다 버려야 하잖아.”

자신의 방안에서 비명을 지르던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안 있어 돌아올 도경을 위해 잡아놓았던 기획가 프로젝트가 케이블 방송 한 장면에 다 날아갈 판이다.

“정말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고급스러운 가수로 세상에 내놓으려 했는데... 이러면 아무 소용없잖아.”

도경의 가창력으로 사람을 홀리고 그 위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씌울 생각이었는데 저 바보 같은 남매들이 다 망쳐 놓았다.

“응? 진실규명? 이건 또 뭐야?”

인터넷으로 자신이 아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돌면서 분위기를 살피다 박진용은 조회수가 높은 게시물을 클릭했다.

게시물 내용은 도경과 브라질 여성 3명에 대한 대화를 해석한 내용으로 이 영화 같은 상황이 정말로 진실인지 연출인지에 대한 여부를 묻는 내용의 글이었다.

[박도경은 진실을 규명하라!]

“박도경이 저런 미인을 사귈 리 없다. 박도경이 잘나게 보이는 [JY]의 컨셉 전략이거나 아니면 유흥가의 창녀들이라고...?”

약간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음모론에 박진용의 미간이 꿈틀 거렸다.

그 게시물을 심각하게 살피는 와중 댓글을 읽은 박진용은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게시물의 주소를 복사해서 누군가에게 보내고 짤막한 문자를 보낸다.

[이 게시물 주소 서로들 공유하고 박도경에 대한 기획과 전략 다시 짭니다. 내일 14시에 시간이 나니 그때 논의해 봅시다.]

“후... 정말 평범하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놈이라니까...!”

이미 자신이 짜놓은 기획은 엎어진 걸 인정해야 하는 박진용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도경에 대한 짜증이나 실망에 대한 감정은 서려 있지 않았다. 도경이란 캐릭터를 다루려던 자신의 기획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 어차피 고급스러운 놈도 아니고 네가 만들어놓은 이미지 잘 쓰도록 하마.”

[남자 중의 남자.]

게시글 댓글에 태반이 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도경의 능력에 대한 부러움이 서린 것을 발견한 박진용.

그의 머릿속에 도경이란 캐릭터의 새로운 컨셉이 잡혀지기 시작한다.

“우선 문젯거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물어봐야겠지.”

컨셉보다 우선은 게시글 대로 빌미 잡힐 수 내용에 대해서 도경의 대해서 알아보는 게 중요한 박진용은 도경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도경이니. 나 박진용인데 다름이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박진용의 전화를 받은 도경은 그에게서 전후 사정을 듣더니 어이없는 소리로 대답한다.

[걔들 창녀가 아니라 의대생이에요. 학사 학위 사진 보낼까요?]

“그럼 그냥 단순히 만나서 친해졌던 외국인 지인들인 거니?”

[.......]

짧은 침묵사이 도경은 짧고 굵직한 말을 남겼다.

[사장님 저 26살이에요. OK?]

도경의 우회적인 답변에 박진용은 자신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한 도경에게 남자로서 감탄하면서도 이를 어찌 해햐할지 몰랐다.

한국에 와서도 저런 자유분방한 생활 스타일을 고수한다면 한국에선 연예계 생활은 오래 못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걱정을 파악한 도경은 그를 달래기 시작한다.

자신을 믿고 3년 동안 기다려 준 사람인데 불안을 안겨다 줄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한국 가면 자중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정서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 3달 뒤면 들어온다 했지.”

[후..! 그게 어머니가 그 방송 보셔가지고 여기 상황 정리하고 2주 뒤에 귀국할 것 같아요.]

‘어머님 나이스!’

“그래 그거 안됐구나. 일단 귀국하면 소속사로 얼굴 한번 비추렴.”

[네...]

도경의 풀 죽은 목소리를 들은 박진용은 그를 위로하며 전화를 끊었다.

“쌤통이다 녀석!”

“그러고 보니 도경이 녀석 부모님한테 꼼짝 못 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고소 짓던 박진용은 한 번 도경의 어머니와 만나볼 필요가 있다 생각을 하였다.

왠지 그녀와 만난다면 도경을 다루기 한결 쉬워질 것 같은 예감이 그의 프로듀서로의 직감이 강하게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주라 했지...!”

터무니없는 조건. 3년간의 긴 기다림.

이제는 박진용은 도경을 향해 칼을 갈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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