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타닥.
‘어설픈 객기를 부리는 건 안 하느니 못한 것 밖에 안 된다.’
도경이 정진석PD가 좋아는 유형의 사람으로 연기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차도한은 서둘러 도경의 뒤를 따라가 그의 행동을 말렸다.
“도경 씨 섣부른 짓 하지 마세요!”
너무나 돌발적인 도경의 행동에 차도한은 자신도 모르게 큰 언성을 높이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매니져 님...”
“응?”
“여기에 아무도 없는데요?”
“...그렇군요.”
4인용 테이블이 7개 정도밖에 안 되는 적은 규모의 중국집은 들어오자마자 한눈에 가게 안의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 도경의 말 따라 이곳에 도경과 차도한 이외에는 손님이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 여기가 맞는데...”
“그럼 PD님이 아직 안 오셨나 보죠.”
끼이익.
탁!
“에휴...!
차도한의 말에 도경은 표정을 찡그리며 근처 가까운 자리에 있는 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아 한숨을 내뱉었다.
‘김빠져버렸네...!’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에 애써 구축했던 캐릭터는 써먹지도 못하고 허공으로 흩어진다.
“모처럼 집중해서 만든 건데 아깝게 말이야...”
“......”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신 만에 세계에 빠져 투덜거리는 도경을 보다 차도한은 서둘러 정진석PD에게 연락을 하였다.
혹시라도 약속장소에 잘못 온 것 일까봐 확인을 위한 전화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연락은 그에게서 닿지 않는다.
[전원이 꺼져있어 삐-, 소리이후...]
“이런...”
보통 스케줄을 시간단위 분 단위를 쪼개는 연예계, 방송관계자들에게 있어 시간약속은 계약서 다음으로 철저하게 따지는 부분.
연락이 닿질 않자 차도한의 얼굴에서 난색이 비쳤다.
“매니저님. 저 할머님께 여쭤보면 되지 않을까요?”
“아...!”
카운터 구석진 자리 위로 간신히 보일까 말까 하는 왜소한 할머니가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예약은 되어있었죠?”
“네. 예약은 되어있으니 도경 씨. 말대로 저분에게 여쭤 보는 게 편하겠군요.”
“제가 물어보고 올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잠을 곤히 주무시는 할머니를 깨우는 것은 미안했지만 뒤늦게 살펴본 이 가게 안에 있는 사람은 저 노파가 유일했다.
할머니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도경을 보며 차도한은 도경이 먼저 나서줘서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도한 그가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예전부터 싹수가 없다고 노인들과 항상 시비가 붙었던 경험이 있어 차도한은 노인들과 최대한 접촉을 꺼렸다.
‘먼저 나서줘서 그나마 다행이야.’
--
쿠울~.
“되게 곤히 주무시네.”
노파에게 다가선 도경은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레 건드리며 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파를 잠에서 깨웠다.
흔들흔들.
“할머니. 손님 왔어요.”
“으응~. 손님?”
“네.”
“에구머니나 내 정신 좀 봐. 잠깐 졸았나 봐.”
“하하. 괜찮으세요? 너무 곤히 자시던데 죄송해요.”
“죄송은 무슨... 뭐 주문할 거니?”
눈을 뜨자 눈앞에 놓인 도경을 보며 그녀가 자리에 서둘러 일어나 도경에게 주문을 묻는다.
“아... 주문하기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여기 장진석 이라는 분이 예약을 하지 않았나요? 지금 시간에 여기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아!, 진석이 손님인가 보구나. 어서 오려무나.”
도경의 말에 반가운 함박웃음을 짓는 노파는 도경과 차도한을 이끌고 자리에 앉히더니 테이블 위로 간단한 세팅을 차려놓기 시작한다.
타닥. 탁.
“진석이는 조금 있으면 올게야. 우선 먼저 식사라도 하며 기다리려무나.”
“아, 저희는...”
“그럼 탕수육 대자에 볶음밥 하나 주세요. 아 그리고 짬뽕도요.”
차도한은 정진석PD가 올 때까지 기다린 다음 주문을 하려 했건만, 도경이 눈치도 없이 주문을 하고 말았다.
“그려 잠시만 기다려.”
“네에.”
“아니...”
도경의 메뉴를 듣자마자 말릴 새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노파를 붙잡지 못한 차도한은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정진석PD님을 만나기도 전에 식사를 시키다니 박도경씨는 상식이 없는 겁니까?”
“에이. 뭐가 문제에요? 할머님 태도를 보니까. PD님 이 가게 단골로 보이던데 설마 여기서 화를 내겠어요? 빨리 먹고 PD님 오시면 또 시켜 먹으면 되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인 상식을...!”
“그럼 지금 메뉴 취소해요?”
치이이익!
“이런, 늦은 거 같은데 어쩌죠?”
“......”
도경의 반문에 맞춰 주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무언가를 기름에 튀기는 소리가 들려왔고 두 사람 다 메뉴를 취소하는 것은 늦었음을 알았다.
“...최대한 빨리 드십시오. 그리고 저는 짬뽕 안 좋아 합니다. 그러니 짜장밥을...!”
“응? 매니저님도 식사하시게요?”
“네!?”
“제 것도 시키신 것 아닙니까?”
“어, 매니저님은 식사 안 드실 줄 알고 제 것만 시켰는데...!”
‘네가 다 먹을 거였냐!?’
빠직.
그의 대답에 울컥한 차도한의 미간 위로 굵직한 혈관이 꿈틀거렸다.
도경이 어떤 성격인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그는 상식이 부족하고 지독한 개인주의적인 성격이라 여겨졌다.
“지금이라도 메뉴 추가할까요?”
“생각 없습니다.”
딱 잘라 말하며 품속에 스마트폰을 꺼내 시선을 돌리는 차도한을 바라보는 도경의 눈빛에 통쾌함이 서려있었다. 사실 도경은 일부러 자신의 메뉴만 시킨 거였다.
그것도 상대방이 같이 먹을 거라 착각을 할 만한 주문들을 말이다.
‘흐흐흐! 조금은 속이 시원하네. 이 나를 애물단지 취급한 대가다.’
일반상식이 모자라고 개인주의적 성격까지는 차도한이 도경을 제대로 꿰뚫어 본 것은 칭찬할만하다. 하지만 차도한은 도경에게 한 가지의 사실을 보지 못했다.
박도경이라는 존재는 지독하게도 속이 좁은 사내라는 사실을 말이다.
‘더 이상 조심스러워 할 필요 없지.’
뭐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했다.
어떻게든 [아현:(아이돌 현장)]에 출연을 결정하고 1인분을 하는 모습을 보이며 차도한에게 인정을 받기로 한 이상 이제 도경에게는 거리낄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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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쩝.
후루루룩!
‘아아. 옷에 튀겠어. 분명 조심히 먹으라 얘기했는데...’
탕수육 대(大),볶음밥, 짬봉 까지 그 많은 양을 홀로 먹는 도경.
그리고 걸신이 들린 것 마냥 호탕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도경을 보며 차도한은 신경이 곤두서는 중이었다.
중요한 만남을 앞두고, 흰 셔츠를 입고, 붉은 국물이 가득한 짬뽕을 흡입하는 저 대범함이란 도저히 자신의 상식선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후루룩!
움찔.
후르룩 쩝쩝쩝!
움찔!
불가사의한건 저렇게 정신없이 먹어치우는 가운데 옷에는 얼룩 한 점 없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경쾌할 정도로 리드미컬하게 음식을 먹어치우는 도경의 모습을 보며 차도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끄러미.
‘분명 아까는 우연이 아니었다.’
곤두선 신경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다른 생각을 하던 차도한은 조금 전 도경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떠올렸다.
“도경씨.”
“우물우물 네?”
“좀 전. 보여줬던 모습 때문에 그런데 혹시 연기를 배운 적이 있습니까?”
“아! 어땠어요? 꽤 그럴 듯했죠!? 좀 공들였던 거였는데 어때요? PD님한테 먹힐 것 같아요?”
“훌륭했습니다만...”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자신의 연기를 물어오는 도경의 모습에 차도한은 인상을 싸늘하게 굳혔다.
“연기를 이용해 사람을 속이려 하는 방식은 그만두시죠.”
“속이다뇨. 그저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했던 것뿐인데 조금 오바하시는거 아니에요?”
발끈.
“좋은 모습을 보이려는 것치고는 아예 다른 사람으로서 연기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필요할 때마다 다른 모습을 연기하며 이용하면 결국 신뢰를 잃고 사람으로도 배우로서도 대성을...!”
“배우?”
“아!?”
갑자기 언성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 말을 꺼내다 말고 무언가 실수한 표정을 띠며 동요하는 차도한의 모습에 도경은 자신의 무언가가 차도한의 보이지 않는 역린을 건드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배우? 그러고 보니 좀 전부터 연기에 많은 동요를 보였었지.’
자신이 캐릭터에 몰입한 순간을 바로 캐치한 것부터 시작해 자신의 연기에 관심을 갖고 배우라는 엉뚱한 말을 꺼내기까지 분명 차도한은 연기자(배우)와 밀접한 관련이 있던 사람이 틀림없다 도경은 추측했다.
‘아마도 배우랑 무슨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
차도한이라는 이 남자는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싶었다.
테이블을 두고 싸늘해진 분위기. 의도치 않게 역린을 드러난 만큼. 두 사람 사이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불쑥.
“두 사람다 재미있는 얘기들을 나누다가 분위기 이상해 졌네...”
“!?””
벌떡.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불행이라고 해야할 지 도경과 차도한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멀지 않은 주방 입구에 누군가 걸어 나와 둘의 정적을 깨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정진석 PD님!
동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중국집 주방장의 모습을 갖춘 중년인을 보던 차도한은 놀란 표정을 짓고는 벌떡 자리에 일어나 그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놀랍게도 주방에서 나온 중년인은 도경과 차도한이 만나기로 했던 정진석PD였다.
“어떻게?”
“아. 아. 새로 구상 중인 프로그램이 있어서 말이야. 먹었던 요리는 어때? 입에 좀 맞았나?”
“네!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설마 아까 먹었던 음식들 전부?”
“하하하. 내가 만들었네.”
“그러시군요...”
‘이 사람이 PD라고?’
이번만큼은 도경도 놀랐다.
설마 주방장에 있던 사람이 자신이 만나기로 했던 PD였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자신도 상당한 괴짜지만 눈앞에 이자도 그에 못지않은 괴짜인 듯싶었다.
힐끔.
“새롭게 구상 중인 프로그램이 뭔지는 몰라도 꽤 많이 준비하셨나 봐요.”
그에게서 풍기는 기름냄새와 춘장 냄새를 맡은 도경의 시선을 옮겨 정진석 PD의 양손에 머물러 있었다.
PD의 손이라고 하기에는 엉망진창인 손.
칼에 여기저기 베인 자국과 화상으로 붉게 데어있는 손은 완연한 요리사의 손의 것이었다.
하루 이틀 거쳐서는 저런 손을 얻을 리 없었다.
“생각나면 직접 해보는 성미라서 말이야.”
“꽤나 화끈하시네요. 인사드리겠습니다. [JY]신인 박도경이라고 합니다.”
“그래. 진용이한테 용건은 들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에 MC로 출연하고 싶다고?”
“네. MC로... 예?”
당황했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첫 인사에 내심 만족하고 있을 때.
도경은 정진석 PD의 말을 듣다가 무언가 이상한 부분을 캐치하고는 어느새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차도한에게 시선을 옮겼다.
매니저인 그라면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해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
뻐금뻐금.
‘이 사람도 이 얘기는 몰랐나?’
도경의 기대와 다르게 차도한도 지금 정진석이 꺼낸 이야기는 감당이 되질 않아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하하하. MC라뇨.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돌 현장]에 무명 박도경으로 출연을 하기로 부탁드리고자...”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네?”
“이미 우리[아현] 게스트들의 자리는 가득 찼거든 착오일 리 없어. 진용이와 이야기 나눈 건은 MC 자리였지 게스트 자리가 아니야. 아마도 표정을 보아하니 두 사람 다 몰랐나 보군.”
“......”
“......”
지금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 방송프로그램의 게스트가 아니라 MC의 자리를 부탁하는 자리였다니 이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것도 13편 마지막 화의 MC자리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노래로 한끝 발 날렸지만, 아직 앨범 한 장 없는 무명 소졸이 한 프로그램의 마지막 화 MC를 맡는다?
‘이, 인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판을 벌여놓고 직접 일을 치러야 하는 자신에게는 아무 말 하지 않고 편하게 밥이나 한 끼 먹고 오라고 말하다니 농담도 이런 질 나쁜 농담이 없을 것이다.
우발적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고의적인 박진용의 행동에 도경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를 보았다면 박진용은 분명 도경에게 한방 먹였다면서 박장대소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듯싶으니 궁금한 거 물어봐도 될까?”
“예.”
그나마 정진석PD가 나름의 배려를 해줘 감정이 얼굴에 많이 드러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끝.
“네가 MC가 된다면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니?”
처음부터 도경을 향한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지는 정진석 PD.
빙빙 돌리지 않고 순수하게 앞으로만 뻗어 나가는 그의 돌직구는 도경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간다.
막상 이런 질문을 면전 앞에서 받으면 십중팔구는 당황하여 제대로 말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도경은 그 질문을 듣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냐고?’
피식.
정진석PD 입장에서는 상대를 압박하고 상대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의도의 질문이었겠지만 도경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도경이 처음 당황했던 건 사전에 예상치 못한 상황과 생각보다 큰 판에 당황했던 거지. 딱히 MC라는 직종이 부담을 갖거나 겁먹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악과 밀접한 예능 프로그램이니 도경으로서는 가장 자신 있는 분야다.
“재주가 너무 많아서 말해 드려도 믿지 않을 걸요?”
‘이것 봐라?’
신인의 패기라는 걸까?
자신 말로 뭐하지만 자기 같은 스타PD를 앞에 두고 저런 말을 내뱉다니 정진석은 도경이 당돌하다는 생각 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저 청년을 저리 자신만만하게 하는지 호기심이 동했다.
“아주 자신만만하구나. 과연 너가 내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까?”
“그럼요! [아현]에서 만큼은 저만큼 다재다능한 인재를 찾을 수 없을 겁니다.”
“흐음...”
도경이 노래에 대한 재능이 엄청난 것은 잘 안다.
하지만 한 프로그의 진행을 책임지는 MC를 맡는 것은 다른 문제.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 텐데 저리 호언장담하니. 오히려 질문하는 이쪽에서 말문이 턱하고 막혀 버리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렇다면 말이 많이 필요 없겠지...’
“그럼 지금 여기서 오디션을 보도록 할 건데 어때? 괜찮겠니?”
“얼마든지요.”
낡은 중국집 식당에 갑작스러운 오디션 제의를 즉석에서 제안한 정진석의 요청.
어찌 보면 당혹스럽고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도경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환히 웃음 지었다.
“뭐부터 보여 드릴까요?”
---
일주일 뒤.
빠방!
두둠칫. 탓탓!
[모두 소리 질러~!]
“......”
밝은 연습실.
수많은 카메라가 자신을 찍고 있는 것을 알지만 붉은 머리를 한 청년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혼자서 방방 뛰면서 스스로 흥을 돋우고 있었다.
[하하하! 여러분 제가 누구인지 모를 겁니다. 이번 마지막 화 MC를 맡은 제가 많이들 궁금하실 겁니다.]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 청년은 카메라와 시선을 마주치며 환히 웃는다.
너무나도 환한 미소.
딱 봐도 그가 얼마나 기분이 업 되어있는지 알 수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께 인사드리겠습니다.]
힘차게 인사를 올리는 그는 청년은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기 시작한다.
[저는 JY소속된 아티스트이자 이번 아이돌 현장의 MC를 맡게 된 박도경이라 합니다.]
도경으로서 조금은 밋밋한 자기소개.
웬일로 정상적으로 가나 했더니만 곧 이어지는 그의 쓸데없는 멘트에 역시나 도경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따.
[비록 낙하산으로 이 자리에 들어왔지만, 낙하산도 뜰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
제작진들 옆에서 방송에 등장할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던 아이돌들은 도경의 말을 들으면서 창백한 안색을 지었다.
웅성웅성
“뭐야 지금 저 사람 낙하산이라 하지 않았어?”
“야 쟤가 MC라고?”
“이번 화 망하는 거 아니야?”
“우리 괜찮은 거 맞아?”
그도 그럴게 도경이라는 사람을 처음으로 봤거니와 자신들과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나 보이고 자기 스스로 낙하산이라고 부르는 MC다.
불안한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자! 제 소개는 이쯤하고 이번 화에 출연할 게스트들을 소개 시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씨익.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경은 자신의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5명의 남자 아이돌을 보면서 웃음 지었다.
흠칫.
‘후후후. 잘 부탁한다. 아가들아...’
자신의 웃음에 움찔거리는 사내 녀석들을 보며 도경은 눈빛을 빛내기 시작했다.
낙하산이라 칭했지만, 이곳까지 도달하는데 오디션부터 시작해서 도경 그 나름대로 고생해서 온 자리다.
그렇기에 도경은 이 기회를 단발성 1회로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한번 제대로 놀아보자고!’
도경의 방송 첫 데뷔.
연예계에는 처음으로 도경이라는 존재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