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인피니티 스톤!!!]
“하나둘. 안녕하세요 인피니티 스톤입니다.”
과장된 도경의 목소리에 5명의 아이돌이 도경의 옆으로 달려 나와 카메라를 보며 자신의 그룹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와아아아아아!”
짝짝짝!
“......”
뚝.
“네~. 알겠습니다.”
‘뭐가!?’
인톤(인피니티 스톤)에 시원찮은 리액션에 환호하던 도경이 박수치는 것을 멈추고 상황을 급히 정리했다.
“크흠...”
서로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도경과 다섯 남자의 사이에서 어색한 기류가 흘러 나왔다.
도경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우선 인사를 건넨다.
스읍.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서, 선배요?”
도경의 예상치 못한 인사 그리고 자신들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그의 말에 다섯 모두가 관심을 보였다.
“예! 제가 알기로 인피니티스톤은 2년 전에 데뷔하지 않으셨습니까?”
“네, 그런데..?”
“저는 오늘 데뷔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배님들!”
“헐...!”
“이거 진짜야?”
도경의 말에 깜짝 놀라며 넋 나간 표정을 짓는 [인톤]멤버들은 도경을 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 설마설마했는데 신인일 줄이야. 연예인으로 처음 데뷔하는 신인이 MC를 맡는다는 소리는 금시초문이었다.
터무니없는 사람이 예능 프로그램 이번 화에 자신들의 MC를 맡게 된 상황을 알게 된 [인톤] 멤버들의 표정은 실망감으로 물들었다.
꾹.
‘하필 왜 우리 때....’
[인톤]멤 버들의 리더 안혁수는 도경의 말에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돌 현장]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기뻐했던가?
2번째 앨범이 나왔지만. 중소기획사 아이돌인 자신들에게는 앨범을 홍보할 기회가 많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인톤]에게 있어 이 예능은 많은 기대를 거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설마 걸려도 이런 생초짜인 MC가 걸리다니 실망감을 이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지금 자신들의 연습실 밖에서 많은 기대를 걸고 있을 소속사 식구들에게 볼 면 몫이 없었다.
“에이 선배님들 너무 실망하는 표정을 지으신다.”
“네, 네?”
“저희가 언제?”
“표정에서 그렇게 티가 나는데 모를 리 없잖습니까. 방송경험이 짧은 게 여실히 드러나네요. 하하하. 하긴 그래도 이해합니다. 뭣도 모르는 놈이 MC 자리에 있는데 좋아할 수 없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딱!
“아 여기서 빠밤 하고 효과 집어 넣어주세요. 그리고 제작진들은 얼른 이들한테 의자 가져 다 주세요.”
손가락을 튕기며 혼자서 정신없이 상황을 지시하는 도경.
가벼운 언행에 조금 우스꽝스러웠지만 스태프들은 도경의 지시대로 의자를 들고 와 [인톤]멤버들에게 뒤에 놓아주고 제작진들의 배려에 인톤 멤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자리에 앉아 이 상황을 만든 도경을 바라보았다.
“선배님들 걱정마시라! 저도 첫 데뷔인데 파이팅 넘치게 준비했답니다. 도경의 [아이돌 현장] 첫 번째 코너!”
띠리링!
“아이돌 앨범 소개입니다!”
어느새 기타를 가져와 자리에 앉은 도경 앞으로는 제작진이 설치한 스탠드 마이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제가 직접 만든 코너입니다. 선배님들도 뜨고 저도 뜨는 윈윈 코너죠. 뜸 들이지 않고 시작하겠습니다.”
땅 다다당 땅땅!
“이건 우리 앨범에 있는...?”
“인피티티 스톤 선배님에 있는 1집 앨범[Gem Stone]에 있는 ‘반짝이는 보석’ 들려 드리겠습니다.”
조금은 바뀐 템포였지만 분명 자신들의 [인피니티 스톤] 1집 앨범의 수록곡이 맞았다.
“저는 개인적으로 1집 타이틀 노래보다 이 노래가 좋더라고요.”
자신이 연주하는 기타 소리에 맞춰서 DJ가 된 것처럼 그윽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잡으며 그들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보석처럼 빛나게]
[보석처럼 밝게 빛나는
보석처럼 밝게 빛나는!
깊은 바닷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보석.
난 행복해지기를 선택하지.
너와 나 너와 내가!]
[인톤]만의 노래가 도경만의 스타일로 재해석되어 다르게 불리고 있었다.
흥겨운 댄스곡이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발라드로 변해있었는데 신나던 분위기만 가지고 있던 노래 덕분에 가볍게만 느껴졌던 노래가사가 묵직한 무게감을 띠며 다른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다.
“우와!”
“우리 노래가 이렇게 좋았어?”
‘조그마한 차이인데... 직접 편곡한 건가?’
도경의 노래실력에 감탄하는 한편 작곡을 할 줄 아는 [인톤]의 리더는 편곡된 곡의 구성에 놀라며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도경을 보았다.
아예 다른 스타일로 노래가 들리지만, 도경이 한 편곡은 의외로 단순한 변화였다.
노래의 템포를 조금 늦추고 여유가 생긴 부분을 이용해 노래에 힘을 빼고 포인트 부분만 힘주어 부르는 간단한 편곡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 미세한 차이가 큰 차이가 만들었다.
자신들의 곡이 힘차게 달려가는 대신 가벼운 곡이었다면 도경이 부르는 곡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지만 발걸음에는 힘이 실려 있는 곡이었다.
[우린 하늘 위에 빛나는 보석과도 같아]
우린 별똥별이야.
황홀함으로 수놓는 보석들
빛을 발하고 있을 때 우리는 살 수 있어!
우린 하늘 위에 빛나는 보석도 같아!]
“하... 좋다!”
필요할 때마다 시원하게 내뻗어지는 도경의 고음에 모두 [인톤]멤버들이 자신들의 노래를 즐겁게 감상하기 시작했다.
예능방송에 어색했던 그들의 표정이 점차 자연스러워지고 모두가 편안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는데 한 멤버는 눈을 감고 도경의 노래를 따라 부를 정도로 모두가 도경의 노래에 흠뻑 빠져 있었다.
[처음 봤을 때 우리는 하나가 될 거라는 것을 바로 알았어.
처음 보자마자 난 너의 에너지를 느꼈어.
난 너의 눈 속에서 생기를 보았어.]
따다당!
[그러니 우리 너와 나. 보석처럼 밝게 빛나
우린 하늘 위에 빛나는 보석!
눈을 마주쳐 웃음 지어.
우린 하늘 위에서 빛나는 보석처럼 아름다워]
서서히 고조되는 반주에 맞춰서 조금씩 빨라지는 노래.
편곡을 하여 템포를 느리게 했다 해도 5명이 부르는 노래이다 보니 그리 틈이 많이 나 있지는 않았다.
리드미컬하게 도경이 노래를 부르고 있어 눈치채기 힘들지만 사실은 틈이 없이 꽉꽉 차 있는 노래인 것이다.
쉴 틈도 없이 이어 부르는 노래 속에 서서히 클라이맥스로 고조되는 상황.
이에 맞춰서 도경의 고음이 화려하게 허공을 수놓기 시작한다.
[보석처럼 밝게 빛나!
보석처럼 밝게 빛나!
보석처럼 밝게 빛이 나는!
우린 하늘위에서 빛나는 보석처럼 아름다워!]
짜리릿!
“아...!”
도경의 노래를 듣고 있는 [인톤] 멤버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잊고 오랜만에 노래를 즐길 수 있었다.
어떻게든 자신들의 그룹의 이름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숨 가삐 달려왔던 2년.
하지만 수많은 아이돌 경쟁은 연습생 시절을 뛰어넘을 정도로 상상 이상으로 치열했고 결과를 내지 못한 [인톤] 멤버들은 첫 출발 할 때의 꿈에 부풀어 자신감 있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 노래가 이렇게 좋았구나.”
이제는 두 번째 앨범의 성공 여부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에 시달리고 있었던 [인톤] 멤버들에게 도경이 불러주는 [보석처럼 빛나게]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자신들 이외에 이 노래를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은 도경이 유일했고 타인이 불러주는 만큼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많이 잊고 있었어...!”
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자신들이 많은 것을 잊고 있었구나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이 노래를 지은 것은 분명 자기들인데 이 노래를 지었던 자신들이 낯설게 만 느껴지는 것이다.
직접 작곡 작사하며 공들였던 노래.
[보석처럼 빛나게]
이 노래에 자신들의 꿈과 열정을 그리고 별처럼 영원히 빛나는 보석이 될 거라는 다짐을 담았었다.
이때의 노래를 즐기고 자신감 넘쳤던 자신들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씁쓸한 마음도 드는 한편 다시 한번 이때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손을 저 하늘 향해 올려
우리가 별에 취해 따뜻함을 느낄 때
우리의 순간은 영원할 거야.]
자신들의 노래가 도경의 노래가 끝이 났다.
“인피니티 스톤의 [보석처럼 빛나게]였습니다. 하하하! 좋은 노래죠? 차트 역주행 한번 갑시다!”
카메라를 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윙크하는 도경은 [인톤]멤버들에게 손을 들어 올려 보였다.
“자, 형한테 박수!”
와아아아!
짝짝짝!
“내가 누구라고?”
“박도경~!”
“그래! 형이 이 맛에 노래한다. 으하하하!”
꼬박꼬박 선배님이라 부르며 존칭을 썼던 도경이 말을 놓았는데도 [인톤] 멤버들은 신경 쓰지 않고 도경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도 그럴게 자신들의 노래를 직접 불러주고 덕담을 해주는데 그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처음에 도경을 바라보던 [인톤]멤버들의 어색했던 표정은 사라지고 도경에 대한 감탄과 호감을 들어내고 있는 [인톤] 멤버들이었다.
‘분위기도 좋고!’
자신의 노래에 경직된 분위기가 풀린 것을 느낀 도경은 인톤 멤버들을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역시 바짝 쫄아있는 모습보다 그 나이 때의 밝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자! 이 분위기를 몰아 인피니티 2집 신곡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이쪽으로 와서 준비하세요.”
도경의 말에 화들짝 놀란 [인톤]멤버들은 도경이 손을 내뻗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서둘러 자신들의 위치를 잡는다.
후다닥.
“자 준비됐어?”
끄덕.
도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리더는 자신의 양옆에 서 있는 멤버들을 보며 눈으로 무언의 응원을 보내었다.
오랜만에 활기가 돋는 것이 느껴진다.
양옆에 자리 잡던 동생들도 그것을 느끼는 지. 자신을 마주하는 눈빛에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준비 됐다고 하네요. 노래 틀어 주세요!”
끄덕.
‘분위기가 좋다.’
도경의 말에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정진석 PD는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던 스태프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줬다.
그 신호에 맞춰 스태프는 [인톤]멤버들의 신곡의 노래를 틀었다
쿠웅!
탕탕탕!
휘익!
묵직한 사운드에 강렬한 비트가 흘러나오고 자리에 서 있던 다섯의 아이돌들은 자신들의 노래에 재빠르게 움직이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야! 우리 선배님들 잘 한다!”
씨익.
도경의 깨방정스러운 응원에 [인톤]멤버들이 춤을 추면서 웃음을 터트린다.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컨셉의 노래인데 쉴 새 없이 들려오는 도경의 응원에 웃음이 나온다.
‘되게 웃긴 사람이네!’
보통이면 노래에 몰입을 방해해 짜증 내야 할 상황인데 신기하게도 도경의 응원에는 더욱 기운이 솟구친다.
수십 수백 번 연습하고 췄던 춤인데 즐거운 것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멤버들 모두 그리 느끼는지 움직이는 동작에 흥이 담겨있다.
‘컨디션이 좋아!’
웃는 가운데에서도 서로 한 몸처럼 움직이는 춤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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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바로 저거야!”
이 모습을 카메라로 보고 있던 정진석PD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화들짝!
그의 주변에 있던 작가들이 멍하니 [인톤]멤버들의 춤을 보고 있다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정진석 PD를 바라보았다.
“좋아 아주 좋아!”
[아이돌 현장]을 하면서 그가 저리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인 까닭이다.
즐겁게 웃으며 자신의 신곡에 맞춰 춤추는 어린 청년들을 가리키는 정진석 PD는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자신이 아이돌을 소재로 예능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인가? 바로 저 즐기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였다.
“봐봐! 내가 원하는 게 저런 거였다고 보기만 해도 즐겁잖아!?”
그의 말에 주변에 있던 작가들도 느끼는 게 있던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예능경력이 없는 중소 돌(중소기업 아이돌) 특징상. 카메라와 낯선 분위기 때문에 어색해하던가 마지못해 억지웃음을 짓는 경우가 많이 보였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억지로 진행하지 않아도 웃을 수 있잖아. 저런 게 진짜 즐거운 거라고.”
그의 말대로 억지로 게임을 하거나 벌칙수행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춤과 노래를 즐기고 있는 젊은 애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었다.
‘역시 저 녀석을 뽑은 게 정답이었어!’
꽈악!
정진석은 중국집에서 보았던 오디션을 떠올리며 도경을 선택한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요즘 예능 대세인 연예인을 걷어찬 만큼 내심 부담이 되었는데 제대로 터졌다는 것을 예감했다.
‘저 친화력이면 이미 게임 끝이야.’
척이면 척이다.
예능에는 흐름이라는 게 있는데 이 분위기 흐름대로라면 재미있는 장면은 뭘 하지 않아도 알아서 터져 나올 것이다.
[한방!]
“한방~!”
신곡을 따라 부르며 외치는 도경과 [인톤] 멤버들에게서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며 케미가 드러나고 있었는데 MC와 게스트들 둘 사이에 있는 거리가 좁혀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모습이었다.
게스트가 MC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호감을 들어낸 순간 예능은 끝이라는 게. 정진석 그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정진석의 말대로 [아이돌 현장]은 인톤 멤버들의 신곡이 끝나서도 뻥뻥 터지는 상황을 만들며 즐거운 촬영을 이어간다.
[대성공]
도경의 첫 방송 그리고 MC로서의 첫 데뷔는 [아이돌 현장]을 2% 시청률에서 3%로 돌입하는 기염을 터트리며 모두에게 함박웃음을 선사하며 성공적으로 끝이 난다.
[파일럿 아이돌 현장 정규방송 확정!]
[아현 13명의 MC. 정식 MC는 과연 누가 될까?]
파일럿 방송은 정규방송으로 확정되었고 이제 남은 문제는 정규 방송에 나타날 [MC]가 누군가 하는 문제만 남아 있었다.
다음 주에 있을 [아이돌 현장]에 나타나는 [MC]가 누가 될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