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04화 (104/357)

104화

“그래 결과가 나왔다고?”

“네. 그런데 저기...!”

“응?”

[아현]팀 회의실.

방송국 안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제작진과 정진석PD와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어두웠다.

분명 방송은 성공적으로 끝을 맞이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시청자 투표수가 최승환군이 1등입니다.”

“뭐?”

제작진의 말에 정진석PD는 그가 건네는 서류를 건네받으며 결과를 살피기 시작했다.

“뭐야! 이 엉터리 결과는?”

아현의 고정 MC를 고르기 위해 거행했던 투표.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1등을 받아 버렸다.

“아마도 [트리니타스] 팬덤이 몰린 게 아닌지...”

“알아보니까 최승환군이 팬 사인회랑 SnS에서도 여러 가지로 은연중에 많이 홍보했더라고요.”

“하아, 그래서 내가 아이돌은 안 받으려 했던 건데...!”

쾅!

아무리 스타 PD라도 이해득실이 설킨 세상사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매화 때마다 다른 MC와 알려지지 않은 아이돌을 방송 게스트로 내보내는 실험적인 시도를 위해서 정진석 PD는 방송사에 많은 양보를 해줘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최승환이라는 아이돌이었다.

“......”

“저, 그래도 최승환군도 도경씨에 비해서 그리 나쁘지 않았고 팬덤도 이 정도 화력이라면 그리 나쁜..”

꿈틀!

“팬덤? 지금 팬덤이라고 했어?”

“헙...!”

“내가 팬덤 효과 보려고 이 방송을 기획한 줄 알아!?”

사실[트리니타스]의 숨겨진 팬이었던 여성 막내작가는 최승환을 옹호하려다가 본전도 찾지 못하고 정진석PD에게 호된 질책을 받았다.

‘맘에 걸렸는데 역시나...’

작년에 데뷔해 올해 신성처럼 부상하고 있는 3인조 아이돌 그룹 [트리니타스].

그 그룹의 서브 보컬을 맡고 있는 최승환을 떠올리며 정진석 PD는 표정을 찡그렸다.

“하필 그 약아빠진 놈이 1위를 하다니.”

게스트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요리조리 이용하는 그의 진행을 떠올린 정진석PD는 얼굴을 찌푸렸다.

13명의 MC들 중에 도경과 비견되게 좋은 결과물을 뽑으며 아현의 시청률 2%를 진입시켰던 당사자. 어떻게 보면 정진석 PD는 그에게 고마워해야 하지만 정진석은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실력이 좋은건 인정하지만...!”

한국에서 올해로 1년 차지만 해외에서 데뷔하여 활동한 것까지 합치면 6년 차 출신의 아이돌인 정진석은 17살 어린 나이 때부터 데뷔해서 그런지 화려한 언변과 탁월한 진행을 하는 훌륭한 MC의 모습을 보였다.

도경이 본능적으로 하는 감각파 MC라면 최승환은 오랜 방송 활동 경험을 통해 내공을 쌓은 정석적인 MC였던 것이다.

이 다른 두 가지 타입 가지고 뭐가 좋고 나쁜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 하지만 정진석 PD는 도경과 최승환 두 사람에게는 큰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 프로그램의 MC는 박도경이 돼야 해.”

“네? PD님 그렇게 되면... 형평성의 문제가”

“형평성이라면 최승환의 팬덤이 유입되는 순간부터 무너졌어.”

“그건...”

“거의무명이나 다름없는 녀석이 투표수 2위라는 얘기는 실질적인 1위라는 건데 형평성을 찾는다면 도경에게 MC자리를 주는 게 맞는 거지.”

도경의 이름은 알려졌지만, 화자만 될 뿐 팬덤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다른 30-40대 나이의 MC들은 연예인으로서 연예계에 활동하지만, 인터넷에 힘을 발휘하는 연령층의 팬들은 많이 없었다.

반면 최승환은 팬의 연령은 10, 20대로 온라인 활동에 적극적인 젊은 층이다.

자신의 스타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엄청난 단합력을 보여주는 존재가 아이돌 팬이었고 결국 최승환을 투표 1위로 만들었다.

정진석 PD의 말대로 형평성 문제는 이미 무너져 있던 것이다.

“.......”

제작진들과 정진석PD 사이에서 긴 정적이 흐르기 시작하고 눈치를 보던 중.

정진석 PD와 손발을 많이 맞췄던 촬영 팀의 감독이 총대를 메고 정진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선 큰 결정은 정진석 PD에게 맡겨야 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후...”

그의 말에 정진석PD는 눈을 질끈 감았다.

‘빌어먹을 이런 당연한 걸 가지고 고민을 해야 하다니... ’

처음에 도경의 오디션을 보고 자신이 원하는 화면을 담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촬영 당일. 도경과 [인톤] 아이들을 자기 생각대로 제대로 잭팟을 터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인톤]이 실시간 검색으로 간간히 떠오르고 있었고 도경이 불렀던 노래와 [인톤]의 신곡이 나란히 차트를 역주행하며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리 능숙히 MC를 진행한 최승환이라 하더라도 도경과 같은 결과는 뽑아내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하나.

‘최승환은 방송에 게스트를 입맛대로 부려먹었지만, 박도경은 같이 방송을 만들어 나갔다.’

게스트 뒤에서 그들을 부추기며 힘내라는 MC가 아니라 직접 자신인 먼저 달려나가 상황을 만드는 MC. 그런 도경이기에 이러한 결과물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것이 정진석 PD가 생각한 둘의 차이였다.

'원래대로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했는데...'

초기에 재미만 보고 방송만을 생각하는 시청자들의 특성을 떠올리면 당연히 투표수는 도경이 압도적으로 받을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아이돌 팬이라는 요소가 개입하면 상황을 요상하게 바꾸어 놓았다.

“오랜만에 욕을 제대로 먹겠군...”

자신의 선택한 결과에 대한 미래가 그려진다.

형평성 문제를 시작해서 대기업 엔터테인먼트의 횡포라며 [JY]에도 많은 욕이 갈 것이었다.

그런데도 정진석 PD는 도경과 함께 일을 하고 싶었다.

꿈과 열정을 가진 아이들의 입장을 이용해 억지웃음을 요구하며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기고 나아가는 방송을 만들고 싶었다.

단 1화뿐이지만 [인톤]과 도경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보여 주었다.

“나는 PD지.,.”

많은 의미가 복합되어있는 정진석의 말이었다.

형평성? 물론 형평성은 중요하다.

자신들이 기획하고 만든 규칙(Rule)은 지켜야 하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형평성 있는 균등한 기회는 받아야 했다.

하지만 정진석의 직업과 존재는 법정에서 법과 형평성을 지키는 판사가 아니다.

그는 PD라는 존재였다.

‘나는 PD다 그걸 잊지 말자...!’

이렇게 얽히고설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더듬어야 했다.

그러면 희미하지만, 답이 보이기 시작한다.

‘PD로서 제일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시청자에게 질 좋은 방송을 보여주는 거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제작진들과 눈을 마주친 장진석 PD는 결정을 내린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우리 다들 오랜만에 욕 좀 먹자고? 소주 안주 삼아서 말이야.”

“후우...!”

“에휴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대체 회의는 그럼 왜 하는 겁니까? PD님. 너무하십니다...!”

“오랜만에 술 좀 마시겠네요.”

모두가 정진석을 향해 푸념을 내뱉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정진석 PD에 대한 원망이나 불만스러운 표정은 떠올리지 않았다.

분명 방송이 고된 반응을 겪을 것을 그들도 모르진 않을 텐데도 서로들 농을 꺼낼 정도로 분위기는 돈독했다.

[정진석 사단]

괜히 정진석 사단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 모두 정진석 PD로서의 결정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었다.

다년간 정진석 PD와 방송 일을 함께한 그들은 정진석이란 사람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진석PD라는 사람은 방송에 대해 그릇된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21세기 헬 조선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그것도 갑질과 심한 수직관계 속에 짠 임금으로 이루어지는 고된 노동이 당연시 여겨지는 방송가에서 이 정도의 신뢰를 받다니 정진석PD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

“네네.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PD님. 최대한 빨리 회사에 이야기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네네. 바로 결정이 나는 대로 연락하겠습니다.”

뚝.

“.......”

털석.

전화를 받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던 사내는 통화가 끝나자 일어났던 자신의 자리에 앉아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어! 설마 최승환을 꺾을 줄이야.”

전화를 받았던 사내. 차도한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분명 방송에서 도경이 신인이라 믿기지 않는 활약을 한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고정MC까지는 무리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이 차도한이었다.

도경의 임시매니저지만 도경의 주변에 흘러가는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일이긴 한데...”

올해 무섭게 뜨고 있는 아이돌 [트리니타스]인 멤버 최승환을 도경이 꺾고 정진석PD가 맡은 프로그램의 고정MC자리에 앉은 것은 분명 회사 내에서는 축하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껄끄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하필 [ED]엔터테인먼트라니...!”

욱신욱신.

2년 전의 일을 떠올린 차도한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JY]엔터테인먼트와 [ED]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차도한과 [Ed]엔터테인먼트는 사이에서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신의 선에서 모든 게 끝났지만, 그 일 덕분에 [JY]엔터테인먼트의 타격이 많이 받은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건 분명 시끄러워진다.”

[ED]에서 핫한 아이돌의 멤버가 신인에게 MC자리를 빼앗겼다. 자신이 아는 그들은 절대로 이 결과를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것을 잘 아는 차도한은 서늘한 눈빛을 빛내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악연이라는 건가.....”

덥석.

띠딕!

앞에 있는 흰 전화를 붙잡은 차도한은 회사 내 회선번호를 입력해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네 사장님 할 말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도경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잠깐의 통화가 이루어지고 차도한은 여러 서류들과 자료들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걸음을 옮긴다.

저벅저벅.

“......”

엘리베이터 앞에서 자리를 지키며 서 있는 그의 무뚝뚝한 얼굴은 평소와 다른 바 없지만, 그의 눈빛에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좋지 않은 감정임이 분명 했지만 차도한은 오랜만에 자신에게 생긴 의욕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

[아이돌 현장 정진석PD 이해 못 할 선택!]

[무명의 신인 MC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뒤 배후로 [JY]소속사로 밝혀져!]

[트리니타스 리더 김강운 스타그램으로 자신의 형을 위로하다.]

[대기업 엔터테인먼트 횡포!?]

[트리니타스 팬클럽 성명개시! 하루 만에 4만 명 돌파!]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약속도 어기는 스타PD 이대로 괜찮은가?]

우수수 쏟아지는 [JY]엔터테인먼트와 정진석PD에 대한 비판이 담긴 기사들이 포탈에서 올라왔다.

보통 파일럿 조그마한 케이블 방송 하나 때문에 이런 기사들이 터져 나오는 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모두들 자극적인 소재에 별 의심 없이 흥미진진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작예능으로 승승장구하는 정진석 PD와 3인조 아이돌로 10대들의 인기몰이 중인 [트리니타스]의 재간둥이 최승환. 그리고 그에 대조되는 도경이란 소재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박도경 듣보잡인 새끼는 뭔데 우리 오빠 자리를 빼앗는 것임? 자진으로 나서서 하차하길!]

┗[11111]

┗[22222]

┗[솔직히 듣보잡은 아니다 3년 전 K스타 기억 안남?]

┗[지성준 발굴해낸 사람이 박도경임.]

┗[ㅇㅇ. 솔직히 듣보잡은 아니다.]

┗[K스타 탑10도 못 들어간 사람이 뭐가 대단하다고 난리임?]

┗[ㅋㅋㅋㅋ. 윗분 방송 못 보신 듯.]

┗[하긴. 10대들 3년 전이면 초딩인데 아는게 더 이상함.]

[박도경 신인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미친 거 아님?]

┗[신인이면 좋은 기회 걷어차도 되는구나...]

┗[그 말이 아니잖아. 대가리에 핫도그 박아 났냐?]

┗[ㄴㄴ. 우동사리임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뭔 큰일이라고... 이러려고 다들 대형기획사 가려는 거지.]

┗[뭐래? 이 한남 왜 이리 빻았노?]

┗[요즘 10대들도 메갈 하냐?]

┗[이러니 개돼지라는 말을 듣습니다.]

[정진석PD 좋게 봤는데 조금 실망이네.]

┗[글세? 정진석PD가 바보도 아니고 지금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을 텐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생각해 보길. 솔직히 13화 중에 도경이 제일 재밌었다.]

┗[뭐래? 우리 오빠 편이 제일 재밌었거든요?]

┗[솔직히 그건 오바다. 지금 [인톤] 그것 때문에 터진 거 모름? 옹호를 해도 팩트에 기반으로 하자.]

┗[누가 뭐래도 MC자리는 최승환. 승환오빠 사랑해요!]

[인톤 오빠 팬입니다. 저희는 도경 오빠 응원합니다.]

┗[돼지 오크 빻은 것들이 듣보잡들끼리 끼리끼리 어울리네. ㅋㅋㅋ]

┗[ㅇㅇ. 솔직히 인톤 한철이다. 노래도 개 별로고 이번 앨범도 회사에서 사재기 하는 거다.]

┗[지금 말 다 하셨음? [트리니타스]팬이라고 막말 쩌시게 하네. 그리고 회사 사재기 이거 증거 있어요? 지금 댓글 캐쳐 해놓았으니까 사과하셈.]

[도경아 꽃길만 가자! 형은 도경이 응원한다!]

┗[XX냄새. 트롤새끼들은 개소리 말고 얌전히 잠이나 자셈. 이 남자 100퍼 모태솔로.]

┗[X발 너는 오크 같은 손가락으로 키보드 힘들게 하지 말고 꿀꿀거리기나 해라 돼지 년아.]

트리니타스의 열성스러운 팬들로 인해 SNS에서는 도경과[JY]에 대한 과격한 욕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온갖 욕설들로 가득해지는 온라인 공간.

도경과 최승환의 둘러싼 형평성 문제는 끝이 날 줄 모르고 갑롭을박이 이뤄지고 있었다.

[개판이네 케이블 방송 하나 가지고 말들 좋나 많네. 솔직히 방송 재밌게 하는 놈이 MC되는 게 당연한 거지. 말들 참 많다.]

┗[재미를 위해선 형편성 문제를 깨도 되나요?]

┗[ㄴㄴ 형평성 문제는 열성 팬이 투표에 개입하는 순간 게임 끝난 거임. 애초 정진석PD가 이 상황을 예측하고 아이돌을 MC로 기용했으면 안됐음.]

┗[결국 아이돌 망친 건 팬이라는 거네 ㅋㅋㅋㅋㅋ. 개 웃기다 팬들 ㅂㄷㅂㄷ할만도 하네.]

[솔직히 난 최승환 음흉해 보여서 싫던데 왜 이리 인기 많은 줄 모르겠음.]

┗[응. 네 아빠 보고 와서 다시 한번 이야기 하셈.]

┗[ㅋㅋㅋㅋ 씨바. 요즘 애들 좋나 개념 찰지네.]

[그러고 보니 [ED]엔터테인먼트랑 [JY]. 예전에도 무슨 일 있지 않았 음요?]

┗[ㅇㅇ. 정용환 사건 있잖음.]

┗[영화배우 정용환?]

┗[그 [ED]쪽에서 자꾸 [JY]에 소속되어 있던 정용환이 자신들과 계약할거라 소문내서 [JY]측에서 그런 일 없다면서 계속 사실무근 이야기하면 소송한다 했는데 결국 병크 터졌음.]

┗[아, 이거 기억난다. 결국은 정용환이 [ED]로 가고 [JY]는 배우들한테 무덤이라는 명언 남기고 갔잖아.]

┗[야 나 배우연습생인데 이거 은근 우리 쪽에 유명함. 원래는 정용환이 매니저의 착취를 못 버티고 떠난 건데 매니저가 소속사에 자신의 실수를 숨기려다 터진 일이라고 함. 덕분에 JY는 갑질로 찍히고 배우연습생들은 오디션 보는 날 시험을 치러 온 응시자가 0명이라는 전설이 있었음.]

.

.

.

---

멈칫

스마트폰으로 SNS상에 댓글을 읽고 있던 손가락이 한 화면에 멈춰 머물러 있었는데 자신의 옆자리에서 묵묵한 표정으로 운전을 하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부우우웅.

“...”

힐끔.

혹시나 하는 심정에 그는 옆 사람을 불렀다.

“매니저님.”

“네 뭡니까.”

“정용환라는 사람 알아요?”

움찔.

“...예전 저희 소속사에 있던 배우입니다만... 혹시 지금 댓글 읽고 있으십니까 도경씨?”

“네. 최승환을 검색하니까 댓글에 별개 다 있네요.”

차도한이 자신이 말한 이름에 심하게 동요하는 것을 눈치챘지만, 도경은 티를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지금 방송하러 가는데 그런 거 읽으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왜요. 화제도 되고 좋구만. 걱정 마시고 안전한 운전이나 해주세요. 하하!”

“네......”

힐끔.

정진석PD 앞에 오디션을 봤을 때부터 느낀 거였는데 정말 보통이 아니다.

‘정말 강심장이야.’

자신에 악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오히려 댓글을 즐기는 도경을 보며 차도한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훔쳐보았다.

‘하긴 그러니까 [라디오 수다]를 나가겠다 했겠지.’

이번에는 게스트로 참가하는 도경의 2번째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수다].

‘잘해야 할 텐데...’

도경을 바라보는 차도한에 눈에 처음으로 걱정이라는 감정이 머무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게 도경이 가는 목적지에 하필 처음부터 좋지 못한 인연을 맺은 [트리니타스]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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