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05화 (105/357)

105화

[MBN]

(라디오 수다 대기실.)

[아현]과 달리 도경의 첫 공중파 예능 입성 프로그램 [라디오 수다].

공중파의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B급 감성으로 케이블 예능에 지지 않을 정도로 타 방송보다 자극적이고 수위가 훨씬 세기로 유명한 라디오수다.

“이름들은 다 외우셨죠?”

“김국신,윤종진.김구한,규영 선배님 맞죠?”

“다행이 다 외우셨군요.”

“매니저님도 참... 제 처음 모습은 잊으라니까요? 저 그리 개념이 없는 녀석은 아니라니까요..,”

“아직은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말했다시피...”

“아아, 트리니타스 애들 말하는 거죠? 알고 있다니까요. 조심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소속사끼리 별로 안 좋은 사이인 거지 의외로 괜찮을지 어떻게 알아요? 우선 대기실에 계신 선배님들에게나 인사하러 가죠? 그게 예의라면서요.”

“후우... 그러시죠.”

따박따박 자신이 전달해준 유의사항을 외우다시피 읊는 도경이 왠지 모르게 차도한의 눈에는 길가에 내놓는 아이처럼 비쳐졌다.

[MC 대기실]

두 남자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MC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대기실 앞에 서 있었다.

“우선은 제가 도경씨가 왔다 안내 하고...!”

똑똑똑!

“도경씨?”

“뭘 그리 조심해요? 제가 얘도 아니고 제가 직접 인사하는 게 더 보기 좋을 테니 제가 알아서 하게 두세요.”

자신의 지시사항 없이 바로 노크하는 도경을 보는 차도한에게 도경은 웃음 지으며 문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누구세요?]

“네! 안녕하세요. 이번 라디오 수다 촬영하게 된 신인 박도경이라고 합니다. 인사드리려 하는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들어와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평소 알던 도경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예의 바른 모습.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도경의 눈빛은 언제나 다름없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철컥!

문을 열고 들어간 대기실의 풍경은 생각 의외로 평범했다.

4인의 MC들이 머물러야 하기에 조금 넓은 것 빼고는 보통 대기실과 다를 게 없었다.

힐끔.

‘저, 사람들이 MC들인가?’

대기실 안에 있던 4명의MC들은 서로 각자 볼일을 보고 있었는데 윤종진과 김국신은 대본을 검토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옆에 김구한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자신의 기름진 얼굴에 분가루를 묻히며 분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MC 중 가장 막내인 규영은 도경을 바라보며 짓궂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하하. 신인이라고? 많이 긴장했겠네. 다들 여기 좀 관심 좀 가져줘요. 우리 귀여운 신인이 인사하러 왔는데 통성명 정도는 해야죠.”

“뭐, 신인이 하루 이틀이야?”

“그래도 구한 형. 여기 얘 그래도 [JY]소속사에 속한 신인이에요.”

멈칫.

“JY? 이번 JY에서 낸 신인이면...!”

규영의 말에 분칠을하며 심드렁한 태도를 취하고 있던 김구한이 [JY]라는 말에 분칠하던 손을 멈추고 드디어 도경을 바라보았다.

“아아! 요즘 시끌벅적한 얘잖아. 박도경이라고 했나?”

“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JY]에 박도경이라고 합니다.”

“박도경?”

움찔.

옆에서 큰 소리로 말한 김구한의 말에 둥근 안경을 쓰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한 MC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본에 시선을 떼고 도경을 쳐다보았다.

벌떡.

“야! 네가 박도경이야?”

“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제가 박도경입니다. 유명한 자곡가를...”

젠틀한 이미지와 다르게 약간은 하이톤에 조금은 얍삽한 목소리의 소유자는 라디오 수다의 터줏대감 캐릭터 윤종진이었다.

“너 내가 만든 곡 받지 않을래?”

“네?”

무언가 훅 치고 들어오는 타이밍에 도경은 잠깐 당황하다.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차도한이 건네주었던 윤종진의 정보를 떠올리며 속으로 웃음 지었다.

(*자신의 작곡한 노래 비즈니스를 시도 때도 하는 인물)

“하하하! 선배님 제 소속사에 지금 제 컨셉을 짜고 있었어요. 가수 활동은 못하고 당분간은 예능이나 다른 활동에만 전념해야 할 듯싶습니다.”

“뭐? 너 지금 가수로 데뷔한 거 아니었어?”

“네. 아직 앨범도 없습니다.”

“하하하~! 종진이 형 지금 신인한테 까인 거야?”

“시끄러워 조용해 봐. 도경이 그럼 너는 지금 예능으로 먼저 데뷔를 한 거니?”

놀라는 윤종진을 보며 김구한은 그가 도경에게 까여서 당황하고 있다는 생각에 쌤통이다. 비웃었지만, 윤종진이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지은 표정이었다.

“아니! 왜? 너 정도 실력이면 바로 가수로 데뷔를 해야지. 무슨 예능부터 시작해?”

“하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그렇지만 제 잘못도 있는지라... 그, 작가 인터뷰에 대답한 문제라 여기에서 말씀드리기는 그렇고 촬영 중에 꼭 물어봐 주세요. 아주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어어. 그래...”

물끄러미.

‘허? 이것 봐라 얘가 아주 당돌하네.’

종진의 옆에 자리 잡고 있던 김국신이 도경을 조용히 살피며 그가 일반적인 신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젊은 애들이면 규영이와 구한이를 보면 얼기 바쁜데 말이야. 아주 여유가 있네.’

보통신인이라면 4명의 MC가 자리 잡은 이곳에서 인사를 올리기도 버거워하는 게 정상인데 도경은 여유로운 모습에 김국신의 호기심이 동했다.

“눈빛이 좋아.”

“네? 형 뭐라고 했어요?”

“아! 칭찬 감사합니다. 김국신 선배님. 이번 촬영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허허허.”

도경의 인사에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이내 다시 대본으로 시선을 돌렸다.

‘파동도 독특하고 특이한 분위기를 지닌 사람이네.’

“선배님들 좀 있다 촬영에 뵀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쇼.”

도경은 그런 김국신을 보며 오래 산 바다 거북이를 보는 것처럼 신묘하다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네며 대기실로 빠져나왔다.

철컥.

쿵.

---

“오늘 게스트들은 다들 기가 세네. 아주 재미나 지겠어.”

“응? 오늘 게스트들이 기가 세다고? 다들 아직 파릇파릇한 애들인데?”

“후후후. 보면 알거다. 그건 그렇고 저 도경이란 청년. 소문대로 낙하산이 맞아?”

“글쎄 나도 모르겠어. 그건 그렇고 진용이 녀석 소문대로 감이 진짜 죽었나? 가수할 놈을 예능으로 데뷔시키다니 무슨 생각인지...”

“......

‘글쎄다. 그건 봐야 알겠지.’

윤종진의 투덜거림을 들었던 김국신은 미묘한 웃음 지으며 도경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무리 봐도 보통 놈은 아닌 거 같은데 말이야.’

도경이 그를 알아봤듯 김국신 또한 도경을 눈여겨 보았다.

주변의 평판과 소문들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단순하게 사람을 판단하기엔 그가 살아왔던 세월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국신]

왜소한 체구와 마른 몸으로 항시 부들부들 떠는 치와와같이 약한 이미지와 다르게 그는 한 시대의 최고를 풍미했던 코미디언 중 한명이었으며 전성기가 끝난 시기에도 수많은 우여곡절에도 꺾이지 않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예계에 살아남은 위인 같은 인물이었다.

“재미는 일이 벌어 질 거야.”

전성기에 못 미치지만, 지금의 김국신에게는 여태 겪었던 수많은 경험과 그를 토대로 쌓인 내공과 감이라는 게 있었는데 그런 그의 감이 이번 촬영에 무언가 재미난 일이 생길 거라 신호를 보내왔다.

---

“후우~. 잘 하셨습니다.”

“뭘요 다들 그래도 괜찮은 사람 같던데요? 근데 매니저님. 처음과 달리 저 좀 괘 신경 쓰시네요?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생겼어요?”

“저는 원래 그대로입니다만... 심경의 변화라기보다는 가치가 생긴 연예인에게는 매니저의 태도가 바뀌었다 생각하시는 게 맞겠지요.”

“흐음~.”

‘거짓말이군.’

처음에는 자신이 MC가 되는 것 때문에 그런 줄 알았다만, 지금 향하는 대기실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차도한의 파동이 들끓고 있는 것을 보곤 도경은 차도한에게 다른 이유가 있음을 확신했다.

‘쩝. 아마도 [ED]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듯싶은데...’

차도한이라는 인물이 은근히 신경 쓰이는 도경이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

도경과 차도한의 관계는 예전에도 언급했다시피 임시적인 관계로 묶여있는 예매한 관계.

그렇기에 도경은 이내 신경을 끄고 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문 앞에 있는 대기실의 문을 두드렸다.

[트리니타스] 대기실.

똑똑똑.

[누구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이번 촬영을 같이하게 된 [JY]엔터 신인 박도경이라 합니다. 선배님들에게 인사드리러 왔는데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

도경의 말에 대기실 안에 느껴지던 인기척이 멈추었다. 좀 시간이 지난 뒤 문 안에서 도경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JY]와 [ED]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박도경과 트리니타스의 최승환.

온라인에서 네티즌들끼리 서로들 불붙이고 싸우게 만드는 당사자들이 지금 현실에서 만나는 순간이었다.

철컥

[들어오세요.]

“네. 실례하겠습니다. 선배님.”

끼이이익.

유독 크게 들리는 문 소음을 느끼며 도경은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을 느끼었다.

“안녕하십니까! [JY]신인 박도경이라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보통 신인이 인사를 하면 선배들은 짧지만 어떻게든 인사에 대한 대답을 해주는데 지금 이 대기실에 있는 [트리니타스]멤버들은 도경을 빤히 바라볼 뿐. 그 어떠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

스윽.

“아직 선배가 인사를 받지 않았는데 고개를 들어 올리네...”

“아? 죄송합니다.”

꾸벅.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는 도경을 향해 곧바로 적의적인 말이 쏘아졌다.

그러자 도경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말을 건네었던 남자를 보며 고개를 깊게 다시 숙이며 들어 올렸다.

휘익.

“제가 아직 신인이라 아직 연예계 예의가 어설픕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선배님. 하하하!”

“웃어?”

“......”

도경이 서둘러 사과하며 사람 좋은 웃음으로 상황을 모면해 보려 했지만 남자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싶었다.

‘이 자식 봐라...? 이름이 한준우라고 했나?’

도경은 고개를 갸웃 이며 자신을 살벌하게 쳐다보고 있는 한준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가 드러내는 기질이 아주 폭력적이어서 지금 당장이라도 살풀이 하고 싶은 도경이었다.

한준우(25)

[트리니타스]에 랩과 퍼포먼스 부분을 맡고 있는 그는 아역 배우 연기자 출신으로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주목받았던 뛰어난 하이틴 배우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이돌로 전향한 특이한 인물이었는데 현재 그가 도경에게 보이고 있는 태도는 조금 너무한 감이 있지 않았다.

분명 자신을 처음 보는 게 분명한데 폭력성을 내보이다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에이 형. 또 오버한다. 하하하. 도경 씨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형들이 저 때문에 너무 예민해져서 그래요.”

“아, 네...”

“그도 그럴게 제가 도경 씨에게 MC자를 빼앗겼잖아요. 이해하세요. 하하하.”

도경과 [아이돌 현장]의 MC 자리를 경쟁했던 최승환이 한준우를 말리며 도경에게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도경을 향해 사과의 손 제스쳐 모양을 취해 보였다.

[최승환(23)]

트리니타스 서브보컬로 팀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이자 직접 자신의 그룹에 MC를 맡아 각종 활동을 맡아 주도해 나가거나 예능에서 활약하며 블루칩이라 불리는 그는 도경에게 적의를 보였던 한준우와 달리 의외로 도경에게 별로 악감정이 없어 보였다.

“...!”

발끈!

그러자 가운데서 묵묵히 앉아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미소년이 자리에 벌떡 일어나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최승환을 나무랐다.

“형 성격도 좋다! 지금 웃음이 나와? 솔직히 양심이 있으면 알아서 하차해야지. 아니면 최소한 사과라도 하던가. 인사는 무슨...! [JY]비해 우리 소속사가 작다고 우리까지 호구로 보는 거라고요.”

“...”

“자자. 강운아 그만해. 다들 정말 나는 괜찮다니까...”

씁쓸한 미소를 내보이며 자기 그룹의 막내를 바라보며 다독이기 시작했다.

“형도 참사람이 너무 좋아요. 어떻게 이게 괜찮을 수 있어요?”

“하하하 우리 리더님. 자자 진정 라하고.”

“후...”

[김강운(21)]

트리니타스의 그룹의 중심인 메인보컬을 맡으며 막내임에도 팀의 리더로 활약하는 미소년으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인기와 사랑을 독차지하며 제2의 지성준이라고 듣고 있는 청년은 도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

누가 봐도 이 상황에 악역은 도경인 상황이었다.

선배에게 후배로서 인사를 건네러 왔던 자리는 지금 살얼음판처럼 얼어붙어 엉망이 되어버렸다.

피식.

그렇지만 도경은 자신의 앞에 있는 3명을 바라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같잖은 짓을...!’

이 분위기 도경의 입장이라면 그 누구라도 부담감과 죄책감에 휘말려야 하는 상황인데 도경은 오히려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산전수전 겪은 도경은 자신의 앞에 있는 녀석들이 얼마나 말 같지 않은 소리를 지껄이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빼앗았다고? 알아서 하차했어야 했다고? 제멋대로 지껄이는군.’

애초에 [아이돌 현장] 예능 MC의 자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고 이 모든 결정을 내리고 자신을 선택한 것은 정진석 PD였다.

막말로 도경이 양심의 가책을 느낄 짓은 그 무엇 하나 없었다.

‘게다가 이 녀석들...’

무엇보다 도경은 자신의 앞에 있는 [트리니타스] 정체가 매우 구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분노].[흥미],[무관심]

자신을 향해 난감한 웃음을 짓고 있는 최승환은 겉보기와 달리 도경에게 [분노]란 감정을 지니고 있었고 자신에게 폭력적인 적의를 내뿜었던 한준우는 반대로 자신에게 [흥미]를 가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관인 건 자기 형의 억울함에 대신 화내고 있던 김강운 이었는데 그가 지닌 진짜 감정은 귀찮음에 가까운 [무관심] 이었다.

‘전부 다 가짜다.’

3인조 그룹 [트리니타스].

소름 끼칠 정도로 겉과 속이 다른 멤버들의 알 수 없는 눈빛과 끈적끈적한 분위기가 도경을 휘감기 시작한다.

스르륵.

끈적한 분위기 속 도경은 그들을 바라보며 이들이 독사와 닮았다는 생각 문득 떠올랐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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