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이젠 전화 끊어 나 방송해야 해.”
[우와. 다 털어먹었다 이거죠? 인성 봐...!]-김찬미
[뿌드득. 형 나중에 두고 봐요.]-성준
[하하하. 그래도 나는 재밌었어. 그럼 연습하러 갈게.]-김우진.
[다들 나중에 한번 봐요. 정말 고생하셨어요.]-이지원
“끊는다!”
뚝!
“아 괜히 전화했어.”
통화를 끝내야 하는 마지막 까지 티격대격 되는 것을 잊지 않는 멤버들을 향해 도경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끊었고 MC들은 그의 모습을 재밌게 바라보았다.
“왜요? 저희는 아주 재밌었는데. 지성준씨 생각보다 인간미가 있었네요? 잔소리가 그렇게 심할 줄이야.”
“그렇죠? 누가 보면 걔가 제 형인 줄 알겠어요. 예전에는 그래도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하하하하.”
“진짜로 이게 설정이 아니라 정말로 모두들 친하게 티가 나네.”
은하수 멤버 태반이 도경에 관한 이야기로 스스럼없이 도경에게 막말과 그의 인성을 폭로하는 등 기존에 알았던 스타 이미지와 동떨어진 인간적인 모습을 보아 MC들의 표정이 좋았다.
보통 연예인들은 전화통화에서까지도 이미지 관리를 하는데 반면 도경이 전화통화로 소환한 멤버들은 전혀 그러한 모습이 없었다.
그들 나이 또래 때의 장난스럽고 활기가 가득한 에너지에 촬영장 분위기에까지 활력을 돋게 만들었다.
“황금 인맥 인정. 아주 칭찬해.”-구한
“자 그럼 낙하산 도경씨에 대해 한 번 제대로 파헤쳐 볼까요?”-김국신
“푸하하하!”-윤종진
“형 왜 갑자기 웃어요?”-규영
전화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도경이란 게스트를 파헤쳐볼 시간을 가지려는 때.
대본을 미리읽고 있던 윤종진은 난데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대본 봐봐 진짜 골 때려. 야! 도경이 너 정말로 이거 다 얘기해도 돼?”
“왜요? 작가님들이 물어본 거 대답했을 뿐인데...? 뭐 잘못 됐어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우. 이거 너무 센데?”
“뭔데 그래?”
윤종진의 말에 김구한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도경의 인터뷰가 적힌 대본을 읽다 기가 막힌 눈으로 도경을 바라 보며 딱 한마디 하였다.
“얘 진짜 순도 100% 또라이 네. 올해 가수 데뷔가 엎어진 게 정말로 여자문제 때문이야?”
“문제는 아니고 그게 어찌 된 거냐면...”
도경은 자신의 동생 소희의 응원인터뷰 때. 남미의 미인들과 즐겁게 시간을 지냈던 장면이 방송에 포착되어 화제가 된 걸 설명하며 자신의 데뷔프로젝트가 엎어진 것을 차근히 설명했다.
“제가 그때 준비했던 앨범이 봄 시즌에 맞춰서 만든 순정 발라드였거든요.”
“아하 그것 참...!”
“진짜 좋은 앨범들 이었는데 저도 아깝다니까요.”
“야! 뭘 아쉬워 해! 엎어지는 게 당연하지. 외국인 미녀 옆구리에 끼는 발라드 가수가 말이나 돼?”
“그건 그렇고 그 남미 미녀들하고는 어떤 관계에요?”
“...”
물끄러미.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무언가 기대에 찬 눈빛을 지으며 물어보는 규영을 보며 도경이 그를 물끄러미 눈을 마주치며 바라보았다.
피식!
“그, 형이 생각하는 거 그대로?”
“정말!? 우와 너 대박이다.”
움찔!
“야! 규영이 너 지금 무슨 생각 한 거야?”
움찔!
“네!? 아니, 외국인 친구가 많아서 대박이라고요...”
“푸하하. 거짓말 치지 마. 친구가 많아서 부러운 표정이 아니었는데? 알고 보면 발라더들이 더 밝힌다니까.”
“아,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형도 발라드 부르는 사람이잖아요!”
“당연히 나는 아니지.”
자신과 눈을 마주치면 도경이 전하는 눈빛에 방송도 잊고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진심을 내뱉은 규영은 아차 한 표정을 지으며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수습했지만, 남이 흘린 것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 윤종진이 끈질기게 그의 실수를 물어뜯자 규영이 참지 못하고 맞불 작전을 놓았다.
“웃기시네. 저번에 저 클럽에 놀러 간다고 하니까 자기도 따라가면 안 되냐고 그랬잖아요!”
“이게 남의 가정 파탄 낼 일 있냐? 이거 우리 애들도 본단 말이야. PD님. 이거는 자르고 갑시다. 규영이가 군대 가기 전에 너무 방송욕심 낸다.”
“와... 진짜 뻔뻔하다.”
“참 내 사람들 한심하기는...! 그건 그렇고 도경 씨 너무 멘트 센데? 괜찮겠어?”
“뭐, 제가 부끄러운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들 아는 거 찌질하게 숨기는 것보다 훨씬 낫죠. 다 큰 성인이 만나서 합의하에 즐겁게 지낸다는 게 뭐 어때서요. 저 당당합니다.”
“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닌데...”
남을 몰아세우며 골탕을 먹였던 천하에 김구한이 놀랍게도 도경을 향해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어우. 애 너무 세다. 신인인데 진짜 상 또라이야...!’
도경의 말 따라 다 큰 성인들이 서로 합의하에 즐기는 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공중파에서 저런 발언을 당당히 하다니 너무 거침없는 캐릭터였다.
“그래도 도경 씨. 우리나라에서 연예인 활동을 하려면 이미지 관리라는 것도 필요한 데 정말 괜찮아요? 소속사에서는 뭐라고 안 해요?”
“괜찮습니다.”
“괜찮다고요? 소속사에서 도경 씨를 노 터치한다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이미지 관리 같은 거 안 해도 저는 성공할 자신 있었어요.”
“와...”
너무나도 당당한 도경의 발언에 MC들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전대미문의 신인이 자신들의 방송에 찾아왔다.
여태 수많은 신인들을 만났지만, 저 정도의 자신감을 표출하는 인물은 처음 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콘셉트인가 했는데 정말로 자신은 성공할 자신에 가득 차 있는 도경의 모습에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는 것을 알았다.
“도경이 너 진짜 캐릭터 대박이다. 대본에 보면 자신을 최고라 생각한다고 적혀있는데 진짜였구나. 컨셉이 아니라 진짜 성격이었네.”
“이거 조금 너무 [JY]에서 무리수 하는 거 아닌가요? [JY]가 소속아티스트에게 강조하는 게 겸손과 성실함인데 제가 봤을 때. 도경 씨 이거 방송 나가면 인성교육 받으러 끌려갈 것 같은데...”
규영의 말에 도경은 자신감에 가득 찬웃음을 지었다.
“저 박도경입니다. 아직 계약 5년 남았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아! 하하하!”
“내가 보니까 도경씨는 우리나라 정서와 안 맞네. 보니까 3년 동안 버스킹으로만 배낭여행도 갖다 왔고 좀 자유로운 영혼인 기질이 있어요.”
“아, 그러고 보니까 자기는 어디 가도 살 자신 있다고 하더니 정말로 무일푼으로 3년 동안 해외여행을 갔다왔어요?”
도경의 오픈된 마인드가 해외여행을 많이 갔다 온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한 김구한은 자신의 아들은 절대로 해외로 보내지 않을거라 속으로 다짐했다.
“네. 기타 하나랑 가방 하나 챙겨서 바로 떠났죠. 되게 재밌었는데 쩝.”
“무일푼으로 여행 다니는 거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생활했어요?”
“버스킹으로 번 돈으로 밥 사 먹고 남은 돈으로 온갖 내기를 하면서 돈을 부풀려서 생활했었죠.”
“네? 내기요?”
“예. 낮에는 길거리 농구나 팔씨름 내기를 많이 했고 밤에는 술집에서 술 내기 또는 다트로 내기를 많이 했었죠.”
“이거 완전 막장이었구만!”
“말도 안 통하는데 돈 벌 방법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나마 저 위의 것들이 스포츠맨십이 있어서 탈도 안 나고 깔끔해요.”
“하하하!”
“도경 씨. 그런데 정말 버스킹과 내기로만 3년 동안 여행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번 거예요?”
“네. 뭐 친구들이 데려다주기도 하고 돈도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제가 다 벌었죠.”
별로 기대 안 했는데 까면 깔수록 굵직하게 나오는 도경의 여행담에 MC들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도경의 이야기에 빠져 들고있던 도중 규영이 눈빛을 빛내며 한 가지 의문을 제시하기 시작한다.
“버스킹으로 버는 돈이야 거기서 거기 일 거고 꽤나 내기 실력이 좋았나 봐요?”
“저는 그래도 버스킹에서 꽤 많이 벌었는데... 그건 그렇고 내기야 제가 좀 실력이 좋아야죠. 제 별명이 철인(아이언 맨)이었습니다. 아주 날아 다녔죠.”
“윽. 저놈의 허세.”
“야 진짜라니까?”
“네네.”
콧대를 올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도경의 옆에 이지원이 그의 허세 눈살을 찌푸렸고 이를 목격한 도경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도경씨!”
“네!?”
이때 규영이 눈을 반짝이며 회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갑자기 도경을 향해 외쳤다.
“사실. 도경 씨가 해외에서 버스킹과 내기로만 돈을 벌어 생활했다고 말했지만, 그걸로 3년 동안 세계여행을 다닐 돈을 마련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었거든요. 그래서 거짓인지 아닌지 확인점검 해야겠습니다. 제작진들 준비해 주세요.”
규영의 말에 제작진들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농구 골대와 다트, 팔씨름판과 500cc 맥주잔이 카메라 앞에 마련되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도경을 보며 규영이 부가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저희 제작진도 넘어가려 했는데 도경씨가 인터뷰에 말한 것들이 너무 허무맹랑해서 말이죠.”
“아하! 그럼 확인점검 들어가야죠.”
“그래. 도경아. 뻥을 쳐도 작작 쳐야지. 사람 넘어서 덩크를 할 수 있다고 하지 않나 1초 만에 500cc 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오죽하면 제작진이 저걸 준비했을까.”
“하하! 낙하산에 허세까지 장착하는 건가요?”
“참m 나 진짜라니까요 뭘 저런걸......”
도경을 골통 먹였다는 생각에 MC들이 신나서 도경을 도발하기 시작했고 도경이 어이없다는 기색을 보이자 옆에 조용히 있던 이지원이 묵직한 훅을 내 꽂았다.
“그러게 작작하지 그랬어요.”
발끈.
“진짜 라니까!?”
“남자는 죽어도 허세를 부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끄덕.
하하하하.
도경의 발끈한 말에 실실거리며 이어 이지원의 도발이 이어졌다.
MC들이야 참을 수 있다만 지인이 이지원까지 합세하자 도경의 자존심이 꿈틀거렸다.
벌떡!
“자! 뭐부터 할까요?”
오오오!
호응은 하지만 비웃음과도 같은 호응에 도경은 기가 찼다. 진실만을 말하는데도 이리도 믿지 않는 분위기라니 통탄할 따름이었다.
도경은 카메라를 보며 자신을 가리미켜 선언했다.
“저 박도경 낙하산에 듣보잡 신인이지만 이런 쪼잔한 거로 거짓말 안 합니다. 오늘 제대로 거짓에 맞서 싸워 진실을 증명하는 정의구현 가도록 하겠습니다.”
불끈 주먹 쥐는 도경의 모습은 진지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워서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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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제일 간단한 난이도인 맥주부터 가볼까요?”-김국신
“그런데 맥주 먹여도 괜찮은 거 맞아?”-윤종진
“이보세요. 술 내기 하면서 살았던 얘인데 500cc인데 취하겠어?”-김구한
“맛있겠다...”-규영
“시작하겠습니다.”
MC들의 긴 잡담이 시작되려는 기미가 보이자 도경이 그들의 흐름을 끊고 진행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참,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어떤 걸 보여드릴까요?”
“두 가지 버전?”
“일반적으로 벌컥 마시는 게 있고 술 내기 할 때 상대방의 의지를 꺽을 때 쓰는 방법 이렇게 두 개 있거든요.”
“아! 그럼 술 내기 할 때 마시는 방법이 재밌겠네.”
“알았습니다. 자, 봐 봐요.”
털썩.
김구한의 말에 도경의 500cc 잔을 자신의 자리에 가져와 앉으며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보통 돈이 걸린 이상 술이라고 해도 사람이 쉽게 안 뻗는단 말이에요? 그리고 진짜 독한사람은 정신력으로 버티는데 이때쯤 되면 얼마나 많이 마시냐가 아니라 저 사람의 정신을 어떻게 꺾을 것인가가 승리의 관건이거든요. 아! 잠시만요.”
“!?”
후다닥.
도경이 갑자기 제작진들에게 가서 무언가를 부탁해 받아가지고 온다. 그의 손안에는 2000cc의 맥주잔이 들여 있었다.
“그건? 왜 가져왔어요?”
“아, 이게 말보단 확실하게 딱 그대로 보여 줄게요.”
쿵.
“이게 서로들 취했다 싶을 때가 있잖아요. 서로들 막 이렇게 흐느적거리면 꺼억 트림하고 말이에요.”
흐느적.
“아 딱 저 순간이 있죠. 갈지 안 갈지 고비 같은 순간.”
“근데 재현 잘 한다...!”
도경의 실제 같은 재현에 MC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이 말하는 상황을 단박에 이해했다.
“이때 쓰러지는 척 맥주잔에 얼굴을 떨어트립니다.”
툭!
“오오! 진짜 리얼해.”
“크크큭!”
“재현을 뭐 이리 쓸데없이 잘해.”
말을 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만취해서 맥주잔 위로 쓰러진 것 같은 도경의 진짜 같은 모습에 감탄 성이 터져나왔다.
“딱 제가 쓰러졌다 생각할 때. 상대가 긴장을 놓는단 말이에요. 그때 이렇게 잔에 입구에 입을 조준하고...!”
휘익!
수우우욱!
도경이 쓰러진 반원을 그리며 순식간에 격하게 고개를 젖혀 올렸다.
꺄악!
옆에 있던 이지원은 맥주가 자신에게 튈까 봐 비명을 질렀는데 놀랍게도 도경이 들은 맥주잔에는 노란색의 물은 사라지고 없었다.
“!!!!?”
“뭐, 뭐야?”
“맥주 어디 갔어?”
“버린 거 아니에요?”
“딱! 이렇게 모두가 상황을 이해 못하고 놀랄 때 옆에 있는 맥주를 다시 집어 듭니다. 그리고 테이블 아니면 자리 위에 딱 올라가서 굳히기 한판 들어가면 됩니다.”
“에?”
털썩!
원형의 테이블 위로 올라선 도경은 2000cc 맥주의 잔을 자신의 입가에 대고 무식하게 들이붓기 시작한다.
꿀걱꿀걱!
거침없이 움직이는 목울대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도경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맥주에 모두가 경악하기 시작했다.
하나둘 셋.
3초 만에 그 가득했던 맥주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크아아아!”
모두의 청각을 자극하는 시원한 소리가 도경에게서 흘러나왔다.
꺼억!
“딱! 이렇게 다 마시고 상대방을 볼 땐 다들 뻗어 쓰러져 있더라고요.”
“우와......”
휘익
툭!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을 때 도경은 자신을 비웃었던 그들에게 고대로 비웃음을 돌려주었다.
“자! 이 기세를 몰아서 가겠습니다. 김구한 선배님 앞으로 나와 주세요.”
“어어? 왜?”
“덩크 가야죠.”
“뭐, 뭐라고!?”
도경의 말에 김구한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덩크라는 단어에 도경이 말했던 수식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람을 뛰어넘는 덩크]
농구공을 들며 자신을 이끌고 나오는 도경의 손길에 어떻게든 반항해 보려 했지만 믿을 수 없게도 김구한은 도경의 손길에 질질질 골대 앞으로 끌려 나왔다.
‘뭐, 뭔 놈의 힘이!? 얘 왜 이리 힘이 세?’
질질질.
“자, 잠깐만! 내가 왜 다른 사람들도 많잖아?”
“이 중에 외국인처럼 떡대랑 키가 크잖아요. 잔말 말고 등 돌리고 여기에 서 있으세요.”
“아, 이건 아니야! 이거 위험하다고 내가 방송 이것만 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말려봐. 쟤 지금 얼굴도 붉잖아! 말려 봐!”
“갑니다!”
“뭐?”
타다닥!
휙~!
김구한은 MC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다른 MC들도 김구한의 말에 일리가 있다 싶어 도경을 말리려 했는데 말릴 틈도 없이 도경의 몸이 구한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구한형 가만히 있어요!”
“꺄악!”
“으악!”
모두가 놀라는 표정에 구한은 무언가 잘못됐다 싶었지만, 어느새 무언가가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콰앙!
체면도 불고하고 비명을 지는 구한의 음성과 동시에 무언가 터지듯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투 퉁.
데구루루.
“저 사나이 도경 한 입으로 두말 안 한다 했죠?”
“......”
농구공은 바닥에 떨어져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던 제작진에게 굴러가기 시작한다.
씨이익!
“자, 이제 검증까지 2개 남았나요?”
어딘가 묘하게 들떠 보이는 도경의 싱그러운 미소에 아무도 말을 내뱉지 못했다.
폭풍이 휩쓸 듯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에 팔씨름 갈까요? 자! 준비됐습니다. 어여, 아무나 들어와요!”
‘취했네.’
‘쟤 취했다.’
‘취했잖아?’
‘저거 어쩌냐....’
어느새 붉어진 얼굴로 신난 표정을 지으며 혼자서 팔씨름 판에 상대를 기다리는 도경의 모습은 누가 봐도 취해서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드루와~. 드루와~.”
지상파 방송 MBN 라디오 수다.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여러 사람을 겪어보고 게스트로 받았지만 4명의MC 앞에서 저렇게 깽판 치는 게스트는 단언컨대 도경이 처음이었다.
‘근데 재밌다!’
“야야야! 우리 제작진도 자존심이 있지! 게스트지만 기가 너무 살았네. 다들 나와 봐. 원 펀치 쓰리 강냉이가 나설 차례다.”
“에예?”
“형. 그러다 팔 부러진다.”
평소 보지 못한 김국신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MC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오래만 에 제대로 예능을 하는 느낌이야!’
장기방송을 하면 권태감이랄까 형식적인 매너리즘에 빠지는 데 오래 만에 라수를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활기가 돈다.
도경이 깽판 치며 한껏 올린 흥은 방송 경력26년 차 베테랑 방송인 김국신을 오랜만에 자리에서 일어서게 만들었다.
‘이거는 무조건 2부 편성이다!’
빵빵 터져도 이렇게 정신없이 터진 적은 초창기 라디오 수다 전성기 이후로 오랜만 이다.
무엇하나 벌릴 것 없이 재밌는 화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잘 부탁할게. 국신이 형!”
라수 PD는 도경에게 걸어가는 김국신을 보며 기대감을 실어 그가 이번 촬영을 MC로서 잘 이끌어 주기를 빌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