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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12화 (112/357)

112화

“추가로 선택된 마지막 10번째 멤버는...!”

두구두구!

무대를 지켜보는 많은 관객들은 숨죽이며 박진용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드림걸즈]가 끝을 맞이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19명의 [JY]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소녀들이 이제는 14명만이 남았고 이제는 8명의 멤버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근두근.

마지막 고비를 앞두고 데뷔를 놓친 탈락자와 정식데뷔에 확정된 합격자들 모두 울음을 터트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2명의 추가 합격자의 발표.

한 명은 발표 되었고 마지막 남은 한 자리에 희망을 거는 소녀들의 모습에 다들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

[마지막 추가 멤버는요?]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던 일본 출신 연습생 하나입니다.”

와아아아아!

모두가 놀라며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랐지만 환호성을 지른다.

그리고 관객석에서 자신의 친구들을 응원하고 있던 하나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깜짝 놀라 충격에 입을 가리며 주변을 살피었다.

[축하드립니다. 하나 씨.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글썽.

“으허허허헝!”

“하나야~!”

“축하해!!!”

꽃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과 달리 의외로 시원하게 대성통곡을 하는 그녀의 곁으로 합격자들이 그녀를 감싸며 울음 섞인 축하를 건네었다.

짝짝짝짝.

“박소희 못 생긴 주제에 뭘 대성통곡 앉아있냐? 흐흐흐! 움짤 떠가지고 놀려야겠다.”

짝!

“이게! 동생한테 축하하지 못할망정!”

“아, 엄마. 언제 오셨어요?”

10명의 소녀들의 우애 섞인 아름다운 장면에 울고있는 소희를 보며 도경은 실실 웃고 있을 때.

그의 뒤로 서여사가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의 아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젠, 네가 소희 소속사 선배도 되는 건데 잘 좀 대해줘. 쓸데없이 술만 먹으러 다니지 말고...!”

“네...”

‘요즘 나한테 너무 박하신데? 이래서 방송이란...’

가족들과 잠깐의 통화 말고는 연락도 안 되는 긴 시간 동안 서여사가 자신의 딸 소희를 볼 방법은 [드림걸즈]를 시청하는 것이었고 매주 본방 사수한 서여사는 자신의 딸이 이리도 고생한 것을 뒤늦게 깨달으며 자신의 딸을 응원했다.

그리고 이내 [드림걸즈]에 홀딱 빠지게 되어 자신의 딸 소희의 첫 번째 팬이 되고 말았다.

‘아, 예능 괜히 나갔어...’

아들 바보에서 이제는 딸 바보로 갈아탄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도경은 조금은 서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서여사가 도경에 대한 모정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송에서 그렇게 망나니처럼 휘젓고 다니는 아들의 모습을 목격한 서여사로서는 옛날처럼 도경을 애지중지하지 않았다.

“예능이 내 이미지 다 망쳐났어!”

전과 다른 서여사의 취급에 괜스레 예능을 원망해 보았지만, 도경을 아는 사람들이면 코웃음을 칠 이야기였다.

[팔자 좋은 신인.]

[한량]

[사고뭉치]

[또라이]

그의 주변인이 도경을 보며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들이다.

그도 그럴게 도경에게 신인이 지녀야 할 초조함이나 불안함은 없었고 오히려 방송 일이 없으면 팔자 좋게 늘어져 있기만 하는 그 모습은 백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옆에서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인 서여사로서는 도경을 다루는 취급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고 보면 당연한 거였다.

“꺄아악! 우리 딸 장하다!”

“어휴, 아주 제대로 빠지셨네...”

소희가 무대 위에서 인터뷰를 할 때. 서여사는 도경을 잡고 방방 뛰며 소희를 향해 소리 질렀다.

다행이 관객들의 호응소리에 묻혀 창피함을 당하진 않았지만, 도경은 쓰고 있던 모자를 더욱 깊숙이 눌러 쓰며 주변을 눈치를 보았다.

“엄마. 이젠 슬슬 집으로 갈까요?”

“안 돼. 오늘 저기 합격한 애들하고 부모님들끼리 모여서 외식가기로 했어.”

“네? 갑자기요?”

“호호호. 저기 너희 사장님이 마련해줬다고 하던데?”

“아...”

‘저 쓸데없는 오지랖!’

자신의 소속사 사장님의 쓸데없는 배려에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을 느낀 도경의 얼굴은 누가 봐도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왜? 가기 싫니?”

찌릿.

“가. 가야죠. 하나뿐인 동생 경삿날인데 제가 안 갈 리 없잖아요.”

“그래 그렇지? 호호호. 참 누구 딸인지 몰라도 이쁘다.”

“하하하! 엄마 닮아 소희가 예쁜 거죠.”

“호호호! 어머 얘는 누가 들으면 욕하겠다.”

“하하...!”

세상을 견문하고 싶다며 3년간 여행을 떠나놓고는 한량이 되어 돌아온 아들과 힘든 연습생활에도 Y명문대에 입학하고 땀과 눈물 섞인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아 아이돌로 데뷔까지 이뤄낸 기특한 딸.

너무나도 쉽게 기울어진 서여사의 마음속의 저울추에 도경은 서글픈 따름이었다.

“후... 드라마 봐야하는데.”

“도경아 가자구나. 다른 부모님들 모두 밖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네 서둘러 가자.”

“네...”

어제 철야하며 새벽까지 봤던 드라마를 떠올린 도경.

그의 머릿속에는 좀비로 가득한 곳에서 주인공 일행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함으로 가득했지만, 이내 무대 위에 있는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며 생각들을 지웠다.

힐끔.

“그래. 그래도 내가 명색이 오빠인데 내조 정도는 해야겠지.”

끄덕.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도경은 맡겨달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동생을 향해 싱그로운 미소를 지었다.

1시간 후.

와아아!

“이, 이게...!”

데뷔확정인 멤버들과 박진용 사장이 예약된 식당의 방에 들어서자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자, 자! 갑니다!”

탕!

좌르르르르! 퐁당!

솨아아!

일렬로 세워둔 맥주잔에 소주잔이 떨어지며 노란 기포를 만들어 내었다.

“폭탄주 한잔! 추억의 명곡 한 곡! 아버님! 어머님! 이번에도 옛날로 돌아가실 준비들 됐나요?”

와와아!

짝짝짝짝!

왁자지껄!

한국어, 일어, 중국어 3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도경의 말에 모두가 웃음 지으며 박수를 쳤다.

[어떤 부름에 귀 기울일 때가 왔습니다.

세계가 하나로 뭉쳐야 할 때입니다.]

“와아...!”

“이 노래는 모를 수 없지!”

“여보 저 청년 노래 잘 부르네요.”-중국어

“그러게요. 역시 [JY]가 실력파로 유명한 아티스트가 많다 하더니 명불허전이오.”

첫 소절을 듣자마자 도경이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단박에 알아들은 몇몇은 도경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이 노래는 그들 세대에게 있어 바이블이나 다름없는 노래였다.

지금도, 앞으로도 보기 드물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송에 부모님들은 표정에 부드러운 미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 서먹한 것보다는 좋기는 한데...’

무반주지만 아카펠라로 쓸데없이 고퀄리티로 노래를 부르는 도경을 보며 박진용은 뒷골이 당기는 것을 느꼈다.

지금의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물론 앞으로 활동할 멤버들과 부모님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기에 당연히 서먹한 것보다는 저게 좋을 것이다.

‘다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아이돌로 데뷔할 10명의 소녀들.

앞으로 험난한 생활을 이겨나가기 위해선 서로들 힘을 모아야 했고 그녀들을 지탱하는 부모님들도 힘을 모아 서포터 해야 했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했던 자리였던 것인데 저 분위기에선 도저히 그런 설명을 할 수 없었다.

“이걸 어쩌냐...? 박도경 저 꼴통 새끼!”

다들 어느 정도 술을 들이켰는지 얼굴들이 불그스름했다.

아버님들은 이미 셔츠의 단추 위를 풀며 편히 술을 따라 마시고 있었고 어머니들은 서로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도경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문 하나를 경계를 두고 있을 뿐인데 딴 세상 같았다.

“사장님 왜 안 들어가세요? 여기가 아니에요...? 응!?”

“이게 뭐야?”

“헐....!”

“우리 아빠 술 안 마시는데...?”-일어

“파파.”-중국어

“......”

박진용이 안 들어가자 뒤에 기다리고 있던 소녀들이 하나둘 방 안의 풍경을 바라보았고 이내 자신들의 부모님을 발견하고는 어이없는 눈으로 자신의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명절 시골집에서나 볼 수 있는 훈훈함이 풍기는 방안에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관이야...’

모두가 취해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도경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매일 매일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어디에선가 곧 변화가 일어날거라 모른 체할 것입니다.

신의 위대함 앞에서 우리는 하나의 가족입니다.

당신이 진실을 알고 있듯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뿐이랍니다.]

[WE Are the World]-1985

빌보드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음악차트 1위를 달성한 평화와 화합을 대표한 아름다운 곡.

도경은 그러한 노래를 술자리 회식에 쓰고 있는 거였다.

그것도 아주 맛깔나고 기가 막히게 불러 이 자리에 있는 부모님들 모두는 도경에게 매료되어 옛 추억에 잠겨 아련한 표정을 짓는다.

“자 같이 불러볼까요? 다들 이 부분은 아시죠?”

끄덕!

“그럼 시작합니다! 하나둘 셋!”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We are the ones who make a brighter day

so let's start giving]

“.......”

하나 되어 부르는 [WE Are the World].

왠지 저 분위기를 깨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박진용과 10명의 소녀들은 문 앞에서 노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아, 너무 쪽팔려”

빠드득.

그중 한 사람이 도경을 바라보며 이를 갈다가 너무나 창피해서 자신의 옆에 있는 멤버 하나를 붙잡고 고개를 푹 박으며 앞의 풍경에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으으, 친구들도 보고 있는데... 망할 오빠!”

도경은 한다고 한 내조.

하지만 그의 오빠로서의 내조에 소희의 멘탈이 박살이 나버렸다.

---

뒤늦은 박진용과 10명의 소녀의 합류에 부모들은 자신의 딸들을 향해 축하를 건네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미 도경으로 인해서 부모들끼리는 서먹함이 없어진 상태여서 정겨운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호호호 다들 단톡방에서 봐요.”

“하하하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사장님 저희 애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타지에 맡길 땐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마음 놓였습니다.”

“통금 부분은 꼭 부탁드립니다. 제 딸에 놈팽이가 안 붙게...!”

“어휴. 그만하고 가요 여보. 참, 우리 이이가 이렇게 딸 바보라니까요.”

“하하하! 아닙니다. 모두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아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지루해하는 표정이 보이자 식사자리는 곧바로 파하기 시작했다.

즐거운 자리지만 오랜만에 만난 딸인 만큼 가족들끼리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자신들의 딸들을 이끌고 사라지는 부모들을 향해 박진용은 일일이 악수하며 공손히 마중하며 남은 가족을 향해 뒤돌아섰다.

“.......”

“.......”

“.......”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텅 빈방안에 아직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남아있는 가족들은 박진용을 바라보며 묘한 정적을 이루며 그를 눈치 보고 있었다.

눈치 없는 단 한명만 빼고 말이다.

“하하하! 사장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도록...”

덥석!

“어딜 가려고? 넌 안 돼.”

“예!?”

“어머님. 오늘 하루 이 녀석 좀 빌리겠습니다.”

화르륵.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두 모녀는 현재 박진용이 많이 열 받아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심정 또한 이해가 갔다.

“얼마든지 부려먹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안녕히 계세요. 엄마, 그럼 우린 얼른 가요.”

“그러자꾸나.”

“뭐? 잠깐!”

도경이 애타게 서여사와 소희를 불렀지만 두 모녀는 도경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도경을 두고 방 밖으로 나섰다.

매정해 보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자기관리로 유명한 박진용이 자신의 못난 혈육 때문에 그 많은 폭탄주를 들이킨 걸 생각하니 말릴 염치가 없는 것이다.

아니 말리고 싶지도 않은 것이 그녀들의 솔직한 심정이리라..

딸꾹!

“후후후후.”

“......”

오싹.

붉게 상기된 얼굴로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박진용의 눈빛에 도경은 소름이 돋았다.

‘지금 보니까 맛이 갔잖아!?’

뒤늦게 도경은 박진용이 상당히 상태가 이상하든 것을 깨달았다.

“후후! 도경아.”

움찔.

“네, 넵!”

“우리 집에 라면 먹으러 가자.”

“네!?”

“오랜만에 술 먹었는데 끝은 봐야지. 넌 저기 맥주도 챙겨라.”

주섬주섬.

“아 그 말이었구나...”

테이블 위에 남은 소주들을 챙기며 품속에 끌어안은 박진용을 보며 도경은 그 몰래 주먹 쥐었던 손에 힘을 풀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와, 하마터면 초상 치를 뻔했네.’

외국에도 간혹 그런 친구들이 있었기에 이런 부분에선 상당히 과민반응을 보이는 도경이었다.

“맥주 챙겼니?”

“네, 네. 이 정도면 됐나요?”

“적어. 2개 더 챙겨. 나 먼저 내려가서 계산하고 대리기사 부르고 있을 테니 얼른 와라.”

“네...”

품속에 있는 소주병들을 애지중지하고 내려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도경은 그가 정말로 오늘 하루는 끝을 볼 거라는 것을 알았다.

“아, 텄다. 괜히 술 먹였어...”

뒤늦은 후회 속에 도경은 울상을 지으며 맥주를 챙겨 방 밖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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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헤!”

한편. 도경과 박진용이 오늘 하루를 술을 마시며 끝을 보기로 했던 날.

누군가도 술을 먹고 예기치 못한 일을 벌이기 시작한다.

다음 날.

[술 취한 다비드! 주사 또한 우아하게!]

포털사이트에 특이한 제목의 재밌는 기사들이 뜨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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