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타다다닥!
“자, 잠깐!”
“잠깐은 개뿔!”
전력으로 달려오는 도경을 향해 박진용이 애원하듯이 빌었지만, 도경은 코웃음 치며 날아올랐다.
콰앙!
“이 자식아! 너는 동정심도 없냐!?”
“그러게 왜 여기에 저를 불렀어요? 승부의 세계에는 사장이고 직원이고 관계없습니다.”
“저 자식이...!”
빠득!
도경의 으스대는 소리에 박진용이 이를 갈며 도경을 노려보았다.
승부의 세계에 어설픈 동정심은 오히려 결례된다고 하지만 지금 도경의 처사는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럴 거면 모두에게 그러지 왜 나한테만 유독 가혹한데!?”
“에이 기분 탓이겠죠.”
“기분 탓... 일리 없잖아!?”
스코어 9대 0.
반응으로 봐서 당연히 9점은 도경이고 굴욕적이지만 0점은 박진용의 점수였다.
‘이게 웬 개망신이야?’
도경은 기분 탓이라고 했지만, 기분 탓일 리가 없었다.
다른 멤버와 1 ON 1을 할 때에는 자신과 하는 것과 달리 설설하면서 점수를 내주는 등 선배로서 대우하는 반면 자신과 할 때는 각 잡고 수비에 진심전력을 쏟고 있었다.
“으으으...!”
파리채 블로킹부터 포스트업 공격기술에 벌러덩 넘어지는 것까지 농구에서 겪을 수 있는 굴욕이란 굴욕은 다 겪은 박진용은 이미 멘탈이 금이 가 있었다.
“으흐흐!”
‘아, 속 시원하네. 이게 웬 꿀 잼이냐. 진작 농구 한판 하자고 할 걸 그랬어.’
(연예인 특례로 들어갈 수 있는 대학교가...!)
(서여사님 전화번호가 xxx-xxxx-xxxx였지?)
(작업실 기껏 차려줬더니 안 나오더라? 네 동생 소희는 열심히 하는데 말이야. 서 여사님 번호가...!)
(도경아 네 아버님하고 술 한잔하면서 네 얘기 나눴다. 열심히 해야겠더라. 아버님이 너에 대한 기대가 크시더라.)
(작곡료 다 쓴 거 가족들은 모르지? 그러면 카일인거 밝히면 안 되겠네. 응 그걸 왜 묻냐고? 그냥...!)
박진용에게 당해왔던 것을 떠올리며 도경은 앞에 눈이 반쯤 풀려있는 박진용을 보며 고소 지었다.
“사장님. 그래도 1점 정도는 따야죠. 노오력 몰라요 노오력!?”
“크윽!”
퉁퉁.
도경의 이죽거림에도 박진용은 공을 바닥에 세차게 튕길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무작정 시도하다간 순식간에 공을 빼앗길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젠장!’
농구를 잘한다고 큰소리치기에 어느 정도 할 줄은 알았지만, 도경이 저렇게 괴물처럼 잘할지는 상상도 못 했다.
‘괴물 같은 놈.’
밖에서 봤을 때는 그저 기본만 하네 했는데 막상 붙어보니 이건 피지컬 괴물이다.
드리블이 뛰어나거나 무슨 특별한 기술을 쓰는 것도 아닌데 도경이 공을 잡으면 속속히 점수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순발력으로 갑작스레 안으로 들어오는 도경의 드라이빙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보통은 공간을 내줘 유도해 미리 진로를 예상해 사이드 스텝으로 따라가 공격을 방해하겠지만. 도경의 첫 도움닫기는 믿을 수 없게도 상대방과 거리를 멀찌막이 떨어트려 사이드 스텝은커녕 크로스 스텝으로도 따라가기도 버거웠다.
스윽...
슥!
“크크!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아...’
“시선이 너무 정직한 거 아닙니까? 사장님. 으하하하! 너무 티 난다.”
“이런.. 개x...!”
“으하하! 사장님 릴렉스~! 릴렉스~!”
도경의 수비는 그야말로 끔찍했다.
방송에서 그렇게 근면 성실을 말하며 고운 말을 바른말을 쓰도록 인품을 강조했던 박진용이 방송도 잊고 욕설을 내뱉고 말 정도로 말이다.
공격이야 순식간에 끝나니 허탈함으로 끝났지만, 도경의 수비는 상대를 메말려 죽였다.
“도경아 너 진짜 사장인 나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최우의 수단으로 사장이라는 위치를 어필하며 박진용은 도경의 행동에 불만을 토해냈지만 안타깝게도 도경에게는 공허한 메아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이엠 아이론 맨. 아이 캔트 스피크 코리안. 아 이엠 스트롱~맨!!”
“이...!”
빠지직!
“그만해라..!”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중 세 손가락에 뽑히는 기획사의 사장 자리에 오르고 나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굴욕감이었다.
“컴온 컴온! 마이 보스. 마이 체스트 오션.(드루와 드루와! 사장님 내 품은 바다처럼 넓다요.)”
“으아아아!”
숨이 갑갑할 정도로 조여오는 수비에 시도 때도 없이 이죽거리는 도경의 정신공격은 박진용이 쌓아왔던 수십 년의 수양을 한순간에 무너트렸다.
지기 싫어하는 남자라는 동물의 자존심은 분노와 함께 박진용에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해주었다.
퉁퉁퉁!
공을 드리블하며 과감하게 도경을 향해 들어오는 박진용. 도경은 그를 향해 몸을 숙이고 디펜스 자세를 취하였다.
‘피지컬이 안 된다면 기술이다. 내가 기필코 뚫는다!’
저 몰상식한 괴물을 뚫기 위해선 자신의 아는 모든 기술을 다 써야 가능하다 생각한 박진용은 도경과 거리가 좁혀지자 왼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흐흐흐! 다 보인다니까요.”
스슥.
비둘기가 모이 쫓듯이 자신의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왼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기분 나쁜 미소를 보이는 도경을 보며 박진용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라고 본 거다 이 자식아!’
끼익!
“어?”
분명 왼쪽으로 숙여 달려오고 있던 박진용의 몸이 오른쪽으로 급선회하며 도경의 빈틈을 찌르고 들어왔다.
있는 힘 없는 힘 쥐어 짜낸 박진용의 회심의 한 수답게 매우 민첩한 몸놀림이어서 처음으로 도경의 얼굴에서 당황함이 서렸다.
씨익!
“사장님 나이 생각하셔야죠. 관절 다 나갑니다!”
끼이익
탁!
휘이익!
시선까지 페인트를 주는 것은 처음이라 당했지만, 도경은 재빨리 오른발에 힘을 주고 몸을 튕겨 크로스 스텝으로 박진용을 따라잡았다.
“이야! 그걸 또 따라잡네. 이번엔 되게 빨리 들어갔는데...!”
“몸놀림 저거 뭔데?”
“5게임 연속으로 뛰는 건데 지치지도 않나?”
예체능 농구팀 멤버들이 탄식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떨어트릴 수가 없다니까 저렇게 금방 쫓아와. 공격보다 수비가 더 무서워.”
격이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도경과 시합했던 모두는 그의 육체적인 능력에 경악할 따름이었다.
지치지 않는 체력에 어떻게든 떨어트리려고 드리블을 뛰어도 순식간에 따라오는 그의 기동력은 가히 괴물 같았다.
멀리서 봐서 도경이 어떻게 따라잡는지 보이는 것이지 박진용처럼 직접 시합해보면 정말로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처럼 느껴질 것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
끼긱!
“백스텝!?”
“그래 자식아!”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 도경의 괴물 같은 능력을 가장 통감하는 사람은 바로 박진용 자기 자신.
따라잡힐 것을 전제하에 돌파하는 척 페이크 모션을 주고 재빨리 뒤로 회수한 앞발에 박진용과 도경의 거리가 제법 떨어졌다.
“이건 너라도 안 될 거다!”
이미 한 번 무리해서 가속을 낸 뒤이기에 아무리 도경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슛을 막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꾸욱
팟!
휘이익!
‘들어간다!’
최고조의 이른 자신의 집중력에 박진용은 이번에 던지는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간다고 강하게 확신했다.
이런 느낌이 들 때면 어김없이 공이 들어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흥!”
의기양양한 표정.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박진용을 보며 도경은 코웃음 쳤다.
노력한 공이 있어 한점 정도는 내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저 만족하는 미소를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흐아압!”
파앗!
“뭐!?”
도경은 무릎과 상체를 숙이며 기합성을 내며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박진영이 쏘아낸 공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슈우욱! 팟!
“으랏차!”
툭!
공을 땅바닥으로 내리꽂는 블락은 하지 못했지만, 손끝으로 공을 건드리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쉽게 이야기했지만 도경의 초인적인 반사신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파앙!
도경의 손끝을 맞은 공은 나아가는 힘을 잃고 허공 위로 튕겨 떠올랐다.
“저게...!”
“믿을 수 없군.”
모두 그 장면에 경악하고 심지어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정용감독과 박대준 코치가 놀란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신체 능력이 좋은 건 알았지만 까면 깔수록 드러나는 도경의 신체 능력에 계속해서 놀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쿵!
“으샤!!”
끼익!
파바밧!
모두의 놀람 속에도 도경의 기행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박진용의 슛을 막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점프해 올라 공을 향해 손을 내뻗은 것이다.
덥석!
“스트롱 맨 리바운드! 그리고 그냥 슛.”
철썩!
튕겨 나간 공을 다시 점프해 잡은 도경은 우스꽝스러운 말을 내뱉으며 곧바로 몸을 회전시켜 공을 골대로 던졌다.
불안정하고 그리 맥 빠지는 슛 폼이었지만 허무하게도 도경이 던진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퉁퉁! 퉁. 데구루루.
삐익!
“박도경 승리!”
“예스!”
자신의 승리 선언에 도경은 숙였던 몸을 일으키고 박진용을 바라보며 웃었다.
“정의는 승리한다!”
“허어, 진짜로 한 점도 못 따고 끝났네. 대박.”
“그래도 명색이 사장님인데 좀 봐주지. 쟤는 후일은 생각 안 하나?”
“그러게. 진짜 하루만 사는 듯. 진심 좋아하는 표정 봐라.”
“진짜 사악하다.”
10대0의 충격적인 스코어와 패배에 아연실색하고 있는 박진용의 모습을 보며 웃고 있는 도경을 보며 사람들은 그가 한순간 악마로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참! 원동선배님 5명 연속으로 이겼으니까 딱 밤이 어디보자...! 딱 310대네요?”
박진용 말고도 시합 결과에 안색이 창백하진 자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국민 MC 강원동이었다.
“독한 놈 지 기획사 사장을...”
“으하하하! 승부의 세계에 사장이고 직원이고 어디 있습니까?”
“.....”
상태를 보아하니 도경은 이미 박진용을 쓰러트리고 기분이 하늘 높이 솟아있는 상태였다.
쉽게 말해 지금 눈에 뵈는 게 없는 것이다.
“상황이 어째 요상하게 흘러 가노...!”
310대의 딱밤 내기. 이는 더 이상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스케일이 너무 커져 버렸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강원동이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강원동의 오른팔이 이동근이 그에게 다가와 깐족거렸다.
“원동이형 이거 어쩌실 거예요? 310대면 오늘 하루로도 모자를 텐데 방송국에 마주칠 때마다 분할 납부하셔야겠어요. 껄껄껄.”
찌릿.
옆에서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 이동근이 너무 얄미워서 강원동은 그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퍽!
“시끄럽다 마! 네가 옆에서 바람 집어넣었잖아.”
“아악! 내기에 제 말을 믿으면 안 됐죠! 그리고 딜을 너무 무작정...!”
“시끄럽다. 가만있지 말고 너도 머리 좀 굴려 봐라!”
“음... 한 가지 있긴 한데...!”
“뭣? 뭔데?
수군수군
강원동과 이동근의 대화에 주변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강원동이 과연 도경에게 딱밤을 순순히 맞을지 아닐지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독불장군인 강원동이 오랜만에 크게 골탕을 먹을 수 있는 사건이다.
도경의 실력에 놀라는 한편 모두가 이 재밌는 상황에 기대감에 물들어 상황을 지켜보았다.
“자, 원동선배님. 슬슬 딱밤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어요? 310대면...”
“코~올(Call)!!!”
“응? 뭔 콜이요?”
지금쯤이면 예체능 농구팀이 자신의 상대가 없다는 것을 감을 잡았을 텐데도 무언가 내기를 걸려는 강원동을 향해 도경이 의아한 시선으로 강원동을 쳐다보았다.
“도경아. 한 판만 더 하자! 320대 걸고 진짜 딱 마지막 한 판!”
“진짜 이러다 1000대까지 가겠어요. 그만 하시죠?”
“1000대? 그거 가지고 되나?”
“네?”
피식!
“고마! 무한대 평생 때리기로 가자~! 때리고 싶을 때마다 때려라.”
“어? 진짜요? 국민 MC의 명예를 걸고?”
“걸고! 나는 다건 다~!”
“그래요 그럼 한번 해보죠. 콜!”
‘뭐지? 너무 나가는데?’
말도 안 되는 내기가 성사되었다.
10대의 딱 밤이 무한대가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도대체 이런 터무니없는 내기 조건을 건 강원동의 의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원동이형! 박대준 코치님 준비 됐어요!”
“설마!?”
웅성웅성.
이 동근이 팔을 크게 휘저으며 누군가와 걸어오자 제작진들도 예체능 농구팀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설마설마했는데 도경의 다음 상대로 코치를 맡고 있던 인물인 박대준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에이, 원동이형 이건 아니다!”
“진짜 다 걸긴 했구나. 양심까지도...!”
“박대준 코치는 좀...”
우우우!
박대준 코치의 등장에 모두가 강원동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다만 이 상황이 무엇인지 모른 도경은 박대준을 보며 저 코치에게 무언가 있다는 짐작만 하였다.
“뭐지?”
“흐흐 도경이 너 쌤통이다.”
“네? 왜요?”
“아... 너 혹시 대준 코치님이 누군지 몰라?”
“알 리 없잖아요. 유명하신 분이에요?”
“그럼~!”
[박대준]
은퇴한 지 5년.
듀얼가드로서 KBL에서 슈퍼스타 플레이어 중 손에 꼽히는 선수.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듀얼가드이면서도 동시에 수비력까지 갖추어 공수 능력에 있어 최상급의 플레이어였던 사람이었다.
최상급의 슈팅력에 수비력까지 갖춘 박대준 코치는 1 ON 1에 있어 그야말로 최악의 상대였다.
“하하하... 그래서 그런 무모한 내기를 했나?”
“그럼~. 도경이 너는 이제 끝이야!”
“너무 확신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도 은퇴하신 지 꽤 되셨잖아요.”
“한 번 같이 농구 해봤는데 괜히 프로가 아니다. 네가 아무리 피지컬이 좋아도 기술가지고는 박대준 코치님한테는 안 될걸? 아이고 우리 [JY] 낙하산 어쩌나? 오늘 제대로 찢어지겠네~? 하하하!”
“아 유치하게 굴지 말고 저리 가요.”
“하하하! 그래. 그래 얼른 가야지. 박대준 코치님 들어오시게 흐흐흐.”
어느새 멘탈을 회복하고 원래대로 돌아온 박진용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도경을 지나쳐 자신의 자리로 찾아간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도경을 향해 쌤통이라는 눈빛을 던지는 것은 잊지 않고 말이다.
“흐음...!”
박진용이 가고 의기양양하게 걸어오는 강원동과 박대준 코치가 도경을 향해 걸어왔다.
“도경이라 했나? 잘 부탁한다.”
“네 저야말로...!”
멀리서 서 있었을 때는 그저 인상 좋은 사람이었는데 코트 위로 올라오자 묵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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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여곡절 끝에 도경과 박대준 코치의 1 ON 1시합이 성사 되었다.
퉁퉁!
“......”
‘흐음. 역시 다르네...!’
동전의 튕겨 선공을 획득한 도경은 자신의 앞에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박대준 코치를 보며 신음성을 흘렸다.
양발 무게중심을 고르게 분배하고 시선은 자신의 눈을 고정하며 자신의 오른쪽을 선점하는 수비 자세는 현역이 아님에도 군더더기도 없었다.
무작정 파고들다간 소모전만 일어날 뿐이었다.
“뭐해 안 들어오고? 부담 없이 들어 와봐.”
도경이 박대준 코치에 대해서 견적을 뽑고 있을 때.
박대준 코치가 도경을 보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그를 향해 도발적인 시선을 보내며 말을 걸었다.
“봐줄 테니까 그리 너무 얼지 않아도 돼.”
‘성격이 그렇게 참을성 있어 보이지 않으니까 살짝 도발하면 금방 넘어오겠지.’
박대준 코치가 봤을 때 도경은 감각적으로 농구하는 파였다.
길거리 농구를 했던 사람답게 전략과 전술보다는 몸이 움직이는 대로 피지컬로 승부하는 농구성향을 보여 왔었기 때문이다.
피식.
‘얕보고 있군.’
“그럼 갑니다!”
퉁! 퉁!!!
“응?”
시선을 잠깐 마주쳤을 뿐인데 박대준 코치가 자신을 얕보고 있다는 것을 도경은 단박에 알아 차렸다.
도발과 동시에 자신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빈틈까지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이 왔다.
씨익.
‘그리 내가 단순한 놈이 아닌데 말이야.’
박대준 코치는 도경을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았다.
도경은 그의 분석과 달리 오히려 영악한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휙!
“어!?”
도경의 갑작스러운 슈팅에 박대준 코치는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갑자기 슈팅을 한다고?’
드리블로 상대를 돌파해 골대 가까이 가서 골밑슛과 레이업을 했던 도경이 무슨 베짱인지 자신을 상대로 슈팅을 던졌다.
일단은 수년간 해왔던 연습본능대로 리바운드하기 위해 먼저 골 밑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박대준 코치는 이내 발걸음을 멈추었다.
끼긱.
‘저건 들어갔다.’
포인트 가드로서 몇 년을 뛰었는데 모를까.
도경이 던진 농구공은 아름다운 궤적 선을 그리며 골대로 날아가는 것을 보며 박대준 코치는 저 농구공이 골대로 들어갈 것을 직감했다.
슥!
와아아아!
농구 링 그물에 스치지도 않는 도경의 완벽한 클린 샷. 모두가 전과 다른 환호성을 지르며 도경의 슛에 찬사를 보내었다.
박대준 코치를 앞에 두고 도경이 저런 과감한 3점 슛을 쏠 줄이야 모두들 도경의 그 행동에서 짜릿함을 맛보았다.
“......”
‘전에 센터라인을 넘어서 공을 넣은 건 우연이 아니었구나.’
한 번은 우연이라 쳐도 2번은 우연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장거리 슛이었다.
‘게다가 방금 전의 슈팅 폼을 보면 분명해.’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
전에 성의 없이 슛했던 폼과 달리 슈팅 교과서에 실릴만한 정석 같은 완벽한 폼.
박대준 코치는 도경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보를 재빨리 수정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다.
“어...! 저, 저게......!”
씨익!
공이 들어가는 동시에 도경은 놀란 박진용과 눈을 마주치며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제가 피지컬로만 승부하다뇨. 그럴 리 없잖아요. 사장님.’
도경이 해외여행 가서 제일 많이 한 운동 중 하나가 바로 길거리 농구다.
젊고 어린아이들이 가득한 농구 코트장.
격투 게임을 하면 필살기를 익히듯 그곳의 아이들은 자신이 동경하는 농구선수의 기술을 따라 하며 어떻게든 익히려고 한다.
그런 족속들이 있는 곳에서 도경이 농구기술을 익히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난센스인 것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