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23화 (123/357)

123화

10명의 소녀들이 회의실에서 들뜬 기색으로 서로들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오늘 자신들의 그룹 드림걸즈의 데뷔곡을 만들어준 작곡가를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사장님이 기대할 만하다고 하셨다며?”

“응응! 이번 우리를 맡아주실 작곡가님이 이쪽 업계에 되게 유명하신 분이시래.”

“되게 젊다던데 어떤 사람일까?”

“철수.. 아니 로이드 작곡가님이 말해주셨는데 괴물 같은 놈이라고 말씀하셨어.”

“진짜? 괴물이라고? 아, 갑자기 심장 떨린다.”

“심장이 떨려? 심장이 어떻게 떨려?”

“헐 노잼.”

“애들아 작곡가님 오면 일어서 인사하는 거 잊지 말자.”

“네~.”

‘진짜 누굴까?’

멤버들 사이에 소희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남들 모르게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토닥였다.

아침에는 큰소리쳤지만 자신의 오빠 말대로 그 작곡가가 까다로운 사람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체불명의 작곡가.]

유명한 실력자라고 들었지 그 작곡가의 정체에 대해선 하나도 자신들은 하나도 아는 게 없었다.

심지어 회의실에 오기 전에 그에 대한 정체를 함구한다는 익수치 않은 서약서까지 쓰기도 했다. 사회경험이 없는 소녀로서 떨리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소희야. 많이 떨려?”

“네? 뭐, 조금요.”

“이 언니가 위로해 줄까? 내 넓은 가슴에..”

“됐어요. 언니야 말로 떨리죠? 다리 좀 그만 떠세요.”

“칫.”

달달달.

팀에서 제일 연장자이면서도 가장 막내스러운 귀여운 언니를 바라보며 소희는 웃음을 터트렸다.

“어휴. 우리 나현씨는 언니인데 이렇게 귀여우실까?”

풀썩.

“악! 이거 놔. 머리 망가지잖아.”

“싫은데? 완전 시싫데? 누가 이렇게 귀여우랬어요?”

조물조물.

“아악! 이 변태...!”

말랑말랑한 볼 살을 조물조물 거리는 소희는 음흉한 웃음을 지었고 나현이란 소녀는 소희의 손길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기 시작했고 주변에 있던 멤버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낄낄 거리면서도 말리지는 않았다.

자신들의 맏언니가 골탕 먹는 모습은 해피바이러스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똑똑똑!

“!?”

화들짝!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을 때 회의실 문밖으로 낯선 이의 방문을 알리는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웅성웅성.

“작곡가님 오셨나 보다!”

“어쩌지 문 열어드려야 하나?”

“어쩌지? 어쩌지?”

끼익익!

“.......!”

꿀꺽!

모두 당황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모두들 자신들을 데뷔곡을 제작할 작곡가를 기대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문을 열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오는 인물에 대해서 모두의 시선에 집중되었다.

질질질.

“어...”

‘슬리퍼에 맨발?’

요즘 유행하는 저지 바지 위에 늑대가 프린트되어 있는 검은 후드 티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등장한 남성을 보며 멤버들 모두 그를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봐도 이곳 장소와 전혀 무관계한 사람의 등장이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을 때 한 소녀가 자리에 벌떡 일어나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저기... 잘못 오신...!”

탕!

“오빠! 그거 내 옷이잖아!”

“어어. 나한테 딱 맞더라. 어때 내 옷 같지? 흐~!”

“야! 이 변태야 왜 옷 냄새를 맡아?”

“너 열 받으라고 크크큭!”

“아아..! 진짜 짜증나!”

소희를 보며 이죽거리는 도경은 바람 새는 웃음을 지으며 소희를 보란 듯이 약 올리고 있었다.

“그러네 소희 옷이네.”

“잠깐 소희 오빠라면... 그...!”

“박도경 선배님?”

도경과 소희 두 남매의 모습을 지켜보던 멤버는 지금 이곳에 등장한 남자가 소희의 오빠인 도경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 모두들 일어나. 선배님께 인사해야지.”

“아! 맞다.”

우르르.

뒤늦게 도경이 자신들의 선배라는 것을 깨달은 드림걸즈 리더를 맡은 시호는 자신들의 팀원들을 향해 눈치를 주고서는 도경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저희는 꿈꾸는 소녀 드림걸즈라 합니다.”

“와. 미소녀들한테 이렇게 한꺼번에 인사받으니 기분 좋네. 안녕 나는 박도경이라고 해.”

“뭘 태연히 인사하고 있어 오빠 얼른 나가! 좀 있으면 작곡가님 오기로 했단 말이야.”

“오셨어.”

“뭐?”

“그 작곡가 여기 왔다고.”

“뭐? 작곡가님 오셨다고? 어디어디?”

“그쪽이 아니라...”

덥석!

도경의 말에 문 밖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바라보는 소희를 향해 도경은 그녀의 얼굴을 억지로 잡아 돌려 자신에게로 고정 시켰다.

“윽! 뭐하는 거야?”

“이쪽이라고.”

“뭐? 지금 뭐하자는 거...”

피식.

“안녕하십니까. 박소희 씨.”

황당함에 물들 자신의 동생의 멍청한 표정을 본 도경은 절로 자기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는 것을 느끼며 그녀를 향해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을 꺼내었다.

“카일이란 예명으로 작곡가 활동하고 있는 박도경입니다.”

“에엑!!!? 선배님이 카일 이라고요?”

“넵. 그 카일이 저 맞습니다.”

“아 설마!? 카일이란 이름이...”

“그래 이 멍청한 동생아. 이제야 사태 파악이 되냐?”

자신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도경의 눈빛에 소희는 말을 잊지 못했다.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요즘 굵직한 히트곡을 내며 가요계의 화제 받고 있는 정체불명의 신인 작곡가 카일.

이상하게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도경을 보고나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의 주인공의 이름이 분명 카일인걸 뒤늦게 떠올렸기 때문이다.

“어떡하나? 쪼잔한 작곡가 만나서 말이야 우리 동생님?”

꾸우욱!

“으...으. 이거 놔!”

벙찐 자신의 동생의 볼살을 집어 올린 도경은 실실거리기 시작했다.

“어허 어디 감히 프로듀싱을 봐주는 작곡가님한테? 내가 말했지. 그 작곡가 뒤끝 길다고 말이야.”

“으으으... 집에 가서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제1항! 데뷔 전까지 카일에 대한 정보는 일설 발설하지 않는다. 분명 그렇게 서약했을 텐데?”

“맞다. 그랬지. 서, 설마!? 이걸 노리고...!”

“그래 맞어. 너를 위해 친히 내가 작성한 서약서지!”

도경이 오기 전 작성했던 서약서를 떠올린 소희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데뷔앨범을 위해 참고 인내해야 하는 조항들이 사실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겨냥된 도경의 술수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비겁한...!”

“으헤헤헤. 인생은 갑과 을 그리고 실전이란다. 자! 얌전히 볼살이나 내놓거라.”

“이건 꿈이야...”

완벽한 패배를 맞이한 소희의 눈동자는 탁하게 흐려지기 시작하고 도경은 사악하게 웃으면서 동생을 괴롭히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저게... 그 카일이라고?”

“.......”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뒤끝을 넘어서 지독할 정도로 졸렬함을 보여주는 도경이란 존재에 드림걸즈 멤버들은 소희를 괴롭히고 있는 저 행동들을 말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장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못 미 더운데 진짜 카일?’

‘맨발에 슬리퍼는 진짜 아니다...’

‘대단해! 역시 소희의 오빠구나. 저 소희를...!’

‘불안해...’

‘시끄러운 사람.’

누군가는 도경에게 선망의 눈초리를 보내었고, 누군가는 의심을 품으며 도경을 향해 떨떠름한 시선을 보내기도 하였다.

여러 생각을 지닌 가운데 모두들 도경을 보며 공통으로 한 가지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너무... 너무 깬다.”

끄덕.

이래저래 신비주의 작곡자와의 만남을 기대했던 드림걸즈의 멤버들의 첫 설레임을 완벽하게 박살내버리는 도경이었다.

---

잠시의 소란이 있고 나서 본격적으로 도경과 드림걸즈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첫 만남인 만큼 무언가를 하기보다 앞으로 드림걸즈가 어떻게 프로듀싱할지에 대한 도경의 설명이 이어졌다.

“나는 반대야! 내 이미지가 왜 크러쉬야?”

“저도요!”

“응. 아냐 너희는 절대로 크러쉬야.”

“어째서...!”

[C.S.Cr]

큐티(C),섹시(S),크러쉬(Cr) 드림걸즈에게 내놓은 도경의 3가지 컨셉.

그 컨셉에 납득을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소희,채연,정현 3명이 도경을 노려보았다.

드림걸즈의 다른 멤버들은 만족해하고 있었는데 유독 크러쉬에 속한 이 세 명만이 도경의 뜻에 반기를 들었다.

“쯧. 그리 납득을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너희들이 지금 여기서 내 테스트를 통과하면 원하는 컨셉으로 보내줄게.”

이에 도경은 주제 파악도 못하는 3명의 소녀들을 향해 자신의 분수가 무엇인지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테스트?”

“테스트는 간단해. 내가 하는 행동을 너희가 따라할수 있다면 원하는 데로 해줄게.”

“콜!”

‘걸려 들었군.’

씨익.

못 먹어도 콜 하는 버릇은 자신뿐만 아니라 소희에게도 있는 것을 짐작한 도경은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시작한다.”

꿀꺽.

3명의 소녀들은 도경이 어떤 시험을 내도 통과하리라 마음먹었다.

자신들이 상상하고 꿈꿨던 걸 그룹를 데뷔를 위해서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있었다.

“후읍”

한 번의 심호흡 도경의 기세가 바뀌었다.

“뭐하려는 거지?”

“쉿. 집중해!”

“응. 아자!”

무언가 만만치 않은 걸 시작하려는 그 행동에 3명의 소녀들은 긴장하며 도경을 향해 집중했다.

“오늘 도경이가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는뎅♥ 오늘 요로케 보니 도경이 심쿵♥ 내거님 내 볼에다 뽀보를 해주세용 아님 케이가 확~마 덮친다. 봉봉봉~! 우리, 여봉 아이러브유 봉봉!”

“.......”

꽈드드득.

어디선가 시공간이 갈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차마 눈 뜨고 못 봐줄 도경의 끝날 줄 모르는 혀를 꼬는 애교 퍼레이드에 모두가 경악하기도 하면서 경이롭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저렇게 기계적으로 나오면서 맛깔 나게 생동감을 유지하며 포인트를 주는 그의 애교는 장인의 경지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자, 해봐...!”

좀 전의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여 놓고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돌아와 자신이 한 것을 시연해 보라고 종용하는 도경을 보며 3명의 소녀들은 아무 말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었다.

‘채연이 성격에 부끄러워서 못하지...’시호

‘소희가 저걸 하면 내가 장을 지진다.’-나현

‘정현언니.. 못한다.’-팡 웨이

그런 자신들의 동료를 보던 다른 드림걸즈 멤버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젖고 있을 때 도경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왜? 애교 못하겠어? 그럼 섹시에 도전해 볼래? 무반주에 섹시 춤 보여줘?”

꿀꺽.

“....”

묘한 색기를 띤 눈빛으로 도발적인 미소를 짓는 도경을 보며 3명의 소녀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 이상 버팅 기다간 무언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감각에 그녀들은 서둘러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흔들며 태도를 빠르게 바꿔 나갔다.

“해. 그냥 오빠 나 그냥 크러쉬 할게...”-소희

“저도요...”-채연

“큼큼. 저도 지금 생각해보니까 크러쉬가 저한테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정현

“그래?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거 아니야? 난 조금 아쉽네... 쩝.”

‘휴우 다행이다.’

그녀들의 대답에 도경이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3명의 소녀들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도경의 도발에 응했다면 못 볼 걸 봤을 것이 분명하다 생각이 들자 절로 안도감이 드는 것이다.

“저기요...”

“응? 그래 이름이...”

“하나요. 카와이 하나”

“그래 뭐 물어볼 거라도 있니?”

“어차피 모두 저희 드림걸즈로 데뷔하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컨셉을 팀으로 나눌 필요가 있나 해서요.”

아직은 서툰 한국어 실력임에도 또박또박 도경의 눈을 바라보며 질문하는 그녀를 보며 도경이 기특하단 눈빛을 보내며 미소 지었다.

“아, 그걸 설명 안 해줬구나. 좋은 질문이었어. 하나야.”

“헤헤헤.”

귀여운 웃음을 짓는 하나를 뒤로하고 도경은 자신이 드림걸즈의 10명의 소녀들을 [C.S.Cr] 세 가지 타입으로 분류한데에는 이유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사실 컨셉이 정해졌다고 무작정 너희들이 거기에 묶여 행동하라는 것은 아니야. 다만, 아직은 경험이 미숙한 너희들이 자신의 강점인 매력이 무엇인지 빠르게 알았으면 해서 크게 나눈 거란다. 지금처럼 털털한 성격인 소희나,정현이 그리고...”

“채연이요.”

“하하! 이름 못 외워서 미안 채연아.”

“칫...”

아직은 이름을 다 못 외운 도경은 서둘러 채연에게 사과하고는 부연설명을 해 나갔다.

“그래. 소희,정현,채연 이렇게 이 3명은 중성적인 매력이 강해서 방금 전 같이 여성 스러운 애교나 섹시함을 억지로 하려 하면 어색하지. 조금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너희들을 그렇게 나눈 이유가 있으니까. 서로들에 대해서 물어보면 잘 알 수 있을 거야.”

“그렇군요...!”

초롱초롱

도경의 설명에 10명의 소녀들이 조금은 도경에게 신뢰감을 보내는 눈빛을 띠었다.

‘이번 말은 맞는 듯...’

‘그래도 나름 우리에 대해서 많이 조사했구나.’

‘조금은 믿음이 갈지도...?’

가벼워 보여 신용이 가지 않았지만, 자신들을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데도 나름 구체적인 분류로 자신들을 파악한 도경의 통찰력에 조금 믿은이 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유가 있어요?”

“그럼~.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지.”

“그게 뭔데요?”

“물량 공세.”

“네?”

10명의 소녀들을 3분류로 나눈 결정적인 이유가 도경의 입 밖에 튀어나왔다.

피식.

“듣고 놀라지 마라. 너희들의 데뷔 타이틀 곡은 4곡이다.”

“네에~?”

그의 폭탄선언에 드림걸즈멤버 전원이 두 눈을 크게 휘둥그레 떴고 도경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룹이면 그룹답게 제대로 뽕을 뽑아야지.’

솔로는 솔로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이 그룹은 그룹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는 법.

도경이 생각하는 그룹의 강점은 바로 인해전술에서 기인하는 물량 공세였다.

(다음 화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