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첫 번째 상황극을 위한 세트가 설치되고 모두가 벼르고 벼르던 연기대결이 시작되었다.
도경 VS [드림걸즈]CR.ver
#1 장녀인 정현이 전교 1등 한 기념으로 축하하기 위해 가족들은 호사를 부리며 중국집 음식들을 시켜 축하 파티를 연다.
오랜만의 맛있는 식사에 화기애애 하는 분위기 속에 도경은 숨겨왔던 자신의 진로희망을 말하고 가족은 이에 반대를 한다.
미션: 가족의 지원을 받아내라(도경) VS 도경의 요구를 저지하라(드림걸즈)
“자, 먹자!”-소희(엄마)
“와~. 맛있겠다.”-채연(막내)
“잘 먹겠습니다.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고마워요. 엄마.”-정현(첫째)
“자식이 전교 1등을 했는데 어느 부모가 축하를 안 하니. 쓸데없는 생각 말고 먹어.”소희(엄마)
“........”-도경(둘째)
첫 번째 상황극의 주어진 설정 안에서 서로들 준비해온 연기를 펼치기 시작하는 도경과 세 명의 소녀.
둥근 밥상에서 옹기종기모여서 식사를 하는 모습은 어느 가정집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달그락달그락.
‘어색하긴 하지만 못 봐줄 정도는 아닌데? 많이 연습했다고 하더니 의외로 제대로 연기하잖아?’
꿈소사 PD는 생각이상으로 자신들의 배역을 그럴듯하게 연기하는 도경과 드림걸즈를 보면서 의외라 생각하며 그녀들을 살피었다.
“채연아 천천히 먹어. 칠칠치 못하게... 입가에 이런 거나 묻히고”
스윽.
“헤헤헤.”
“정현이 너도 그만 채연이 챙기고 어서 밥 먹어.”
“네.”
“참 누구 딸인지 몰라도 이쁘다.”
“엄마도 참...”
단순히 식사를 하는 모습이지만 드림걸즈 멤버들은 각자의 배역의 역할을 표현하고 있었다.
정현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어린 막내의 채연의 입가를 닦아주는 모습을 연출하며 장녀로서 의젓함을 표현하고 있었고 엄마의 역할을 맡은 소희는 그런 자신들의 딸을 보며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어머니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 쪽은...”
꺠작깨작.
‘.......’
유독 가족들 사이에서 이질적으로 튀는 도경의 행동에 그가 현재 가족들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기 엄마...”
“많이 먹으렴. 애들아.”
“엄마!”
“깜짝이야! 귀청 떨어지겠다. 왜 불렀어?”
도경을 향해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 소희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또 용돈 떨어졌어? 돈 없다. 안 돼!”
자신의 엄마인 소희의 말에 정현이 도끼눈을 뜨며 도경을 노려 보았다.
“박도경! 너 또 돈 벌써 다 썼어? 진짜 아껴서 안 쓸래? 너 혼난다?”
“1주일에 5만 원으로 아껴야 얼마나 아낀다고...”
“저게...!”
“아! 누나는 가만히 있어 봐. 엄마한테 할 말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 아들 할 말이 뭔데?”
“그게...!”
여기까지가 준비된 콩트 대본에 적혀있는 대사.
이후에 도경이 자신의 진로희망을 꺼내는 순간부터는 서로들 즉흥적인 연기로 자신들이 원하는 상황극을 이끌어 가야 했다.
‘이 녀석들 콩트 말고 정극으로 준비했네?’
장난기 쏙 빼고 진지하게 연기를 펼치며 자기들 나름대로 캐릭터 구현에 충실하게 연기하는 녀석들을 보며 도경이 웃고 말았다.
피식.
‘하긴. 이 녀석들 노잼 브라더스였지.’
소희, 정현, 채연 이 세 소녀들 모두 의외로 낯을 많이 가리고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는 성격인 것을 떠올리며 도경은 피식 웃었다.
‘재미를 과감히 포기하고 캐릭터를 얻겠다는 건가? 역시 이재순 선생님. 좋은 선택입니다.’
콩트같이 과장하고 활발하게 자신의 끼를 드러내게 하는 것보다 오히려 준비한대로 캐릭터에 충실하게 만들어 정극으로 상황극을 이끌어 가게 하려는 이재순의 의도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센스에 살짝 감탄했다.
자신이 보기에도 이 녀석들에게는 그 방법이 맞았다.
‘예능에서 처음부터 진지한 건 그렇지만 어쩔 수 없나?’
사실 정극을 준비해 온 녀석들에게 도경이 콩트로 부딪혀 온다면 앞에 있는 녀석들은 당황해서 순식간에 박살 날게 분명했지만, 도경은 굳이 그런 방법은 쓰지 않기로 했다.
묘한 신경전이 느껴질 정도로 자신에게 감각을 날 세워 집중하는 그녀들의 집중력을 그런 방법으로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력한 게 기특한데 연기의 맛이 뭔지 보여주마.’
그녀들은 행운인 줄 알아야 했다.
처음 연기를 펼치면서 자신 같은 상대를 만났으니 말이다.
스으윽.
--
‘눈빛이 변했다.’
순식간에 돌변해서 알아차리기 힘든 도경의 변화를 이재순만은 감지하며 도경을 향해 눈빛을 빛내었다.
‘몰입과 변화가 빨라. 저건...!’
도경의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에 이재순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재순은 자기가 도경을 잘못 판단 한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천성적인 것 따위가 아니 였어...”
들숨과 날숨을 이용한 호흡조절로 빠르게 감정을 잡아가고 자신의 몸의 중심을 의도적으로 이동시켜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몸짓에 가깝게 구사하는 기술들은 절대로 선천적인 것들로 얻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만의 연기기술을 가지고 있는 거다.’
연기를 배우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 달리 영문을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도경은 분명 자신을 표현할 연기에 대한 기술들을 지니고 있었다.
“차 매니저... 자네가 틀렸어. 도경이는 연기 경험이 있는 게 확실하다네..”
도경이 연기경험이 없을 거라 이야기 했던 차 매니저를 떠올리며 이재순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야...!”
현재 자신의 눈앞에서 펼치는 도경의 연기를 주시한 이재순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말에 확신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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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하고 싶어요.”
떨리는 눈동자 하지만 굳은 그의 목소리가 소극장 위로 또렷하게 울려 퍼진다.
멈칫.
“뭐? 가수?”
“네. 가수요. 학교 자퇴하고 오디션 준비 할 거예요. 여기 자퇴 동의서 에요.”
“자, 자퇴? 도경이 너...!”
“오빠 진심이야?”
즉흥 상황극의 서막을 알리는 도경의 폭탄 발언에 3명의 소녀들은 기민하게 도경의 말에 반응을 보여 왔다.
“안 돼. 자퇴라니 허락할 수 없어.”
“왜요?”
“왜라니...!”
도경의 꺼낸 말에 소희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서둘러서 도경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되었든 자신들은 도경의 뜻을 막아야만 했다.
‘당황할 필요가 없어 이건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야. 우리가 유리해.’
가수가 되려는 것을 반대하려는 집안의 이야기는 자신들에게 흔했다. 무엇보다 소희도 사실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자신의 아버지 박호찬에게 많은 반대를 받아왔지 않던가.
“자퇴하고 가수를 준비한다니? 철없는 소리하지 마렴. 가수는 아무나 하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렴. 대학가서도 가수하는 것은 늦지 않아.”
“...대학이요?”
“그래. 가수를 준비해도 될지 안 될지 모르는데 보험은 들어 놔야지. 도경이 넌 아직 와 닿지 않겠지만 학력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가방 끈 짧으면 제대로 사람 구실 하기 힘들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가장 많이 들어왔던 정론들이 소희의 입 밖으로 술술 튀어나오고 도경은 그 말을 듣고는 자조 서린 미소를 지었다.
“저... 대학교 갈수 있어요?”
“뭐?”
“찢어지게 가난한 집구석 형편에 저 대학교 보낼 수 있냐고요.”
“그건...!”
예상치 못한 낭패.
소희는 자신이 맡은 배역의 배경설정을 간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라리 가정형편이 어려운걸 이용해 가수 말고 기술이나 배우라고 했어야 했어... 그건 그렇고...!’
왈칵!
‘이 기분은 뭐지?’
자신의 실수를 깨달으면서도 가슴이 미어 찢어지는 감각에 소희는 말을 잇지 못했고 그녀의 옆에 있던 정현이 도경을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
“야, 박도경! 너 엄마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내가 뭐? 누나는 뭔데 나서?”
“이게 뭘 잘했다고!?”
따악!
도경의 철없는 모습에 정현은 연기를 떠나 진심으로 화나 도경의 머리를 후려쳤다.
맞은 도경의 고개가 아래로 푹 꺾일 정도로 강한 딱밤이었다.
“...!”
깜작.
‘이, 이게...!’
정현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소희도,채연도 그리고 정작 자신 본인도 매우 놀라고 말았다.
“박도경. 너 제발 철 좀 들어라!”
의도하지 않게 나온 자신의 행동에 놀람도 잠시 정현은 뭐에 홀린 것 처 도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자신 가슴속 안에서 휘감으며 맴돌고 있는 복잡한 감정을 한시라도 터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유야 만들면 돼.’
어차피 대사나 지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즉흥 상황극이었다.
자신이 이러한 행동을 한 이유는 그녀가 마음대로 만들면 되었다. 평소와 달리 기민하게 돌아가는 두뇌 회전을 느끼며 정현은 도경을 향해 대사를 내뱉었다.
“너 예전에도 운동 배우고 싶다고 태권도랑 야구하고 싶다고 했을 때도 힘들다고 얼마 못 버티고 관둔 거는 기억 안 나? 그런데 이번에 학교 관두고 가수를 준비한다고? 그게 얼마나 책임감 없는 소리인지 알아? 제발 철 없는 행동으로 가족들 속 좀 썩이지 마”
“정현아...”-소희
“언니...!”-채연
눈물을 글썽이면서 도경을 향해 호통치는 정현을 보면서 덩달아 울컥한 소희와 채연은 눈시울을 붉히었다.
--
“.......”
정적이 흐르는 소극장 무대 위.
뜻밖의 정현의 열연에 무대 밖에 있던 제작진들과 드림걸즈 멤버들은 숨을 죽이며 놀란 시선으로 정현을 보았다.
수근수근
“에? 에? 정말로 정현이야?”-하나
“와... 정현 언니 언제 저렇게 연기가 늘었 습니까?”-다연
“어떻게 나, 눈물 날 거 같아.”-하루
“정현이 언니가 배우잖아.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보다...”-나현
“선생님 이거, 우리가 이긴 건가요?”-시호
“아니. 아쉽지만 아니란다...!”
“네?”
씩씩거리면서 도경을 노려보고 있는 정현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도경.
그 두 사람의 대치 속에 시호가 조심스레 옆에 있던 이재순에게 승패를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끝나지 않았단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란다.”
“!?”
이재순은 눈가에 힘을 주며 도경을 노려보았다.
‘영악한 녀석! 판을 제대로 짰구나. 그만 뜸 들이고 얼른 본색을 보여 봐라.’
이재순은 도경의 행동가 대사 하나하나가 우연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가수를 하고 싶다고 도와 달라고만 말해도 되는데 자퇴라는 장치를 꺼내 들어 상황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아이들에게 익숙한 가수란 소재를 꺼내며 자연스럽게 연기에 몰입시킨 후. 상황극의 설정을 이용해 가난한 집안사를 들먹이며 가정적이고 성실한 성격의 정현의 감정을 격동시켰다.
하나부터 열까지 저 소극장 위는 도경의 손안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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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녀석 재능 있는걸? 감응력이 좋네.’
선머슴처럼 행동하며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멤버들 중 가장 여리고 섬세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게 연기에서 장점으로 발휘되자 꽤 무시 못 할 연기 튀어나온 것은 도경으로서도 조금의외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감정을 터트리고 표현하는 게 완급 없이 조금 빨랐어. 터트릴 때는...!’
스으윽.
기특한 연기를 보여준 만큼 도경은 보답으로 그녀에게 감정이란 어떻게 터트리는지 알려주기로 했다.
“...왜 때려?...”
움찔.
“뭐? 너 아직도 정신을...!”
도경의 반항심 어린 목소리에 정현은 다시 한번 화를 내려 했지만 이번에는 도경이 더욱 빨랐다.
“왜 때리냐고!!!!?”
듣기 싫게 갈라지는 목소리.
하지만 그 누구하나 인상을 쓰지 않고 도경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올리면서 소리 질렀던 도경의 두 눈이 붉게 물들어 눈물을 흘려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빠?”
“씨이, 쪽 팔리게...!”
스슥!
황급히 자신의 눈물을 훔쳐낸 도경은 창피한 마음을 빨리 떨쳐내기 위해 자신의 누나인 정현을 바라보며 볼멘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누나가 뭘 안다고? 아는 것은 쥐뿔도 없으면서 나한테 막말하지 말란 말이야!”
“뭐, 뭐?”
도경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정현은 동생을 쳐다 보지만 도경은 더욱더 눈에 힘을 실어 그녀를 노려봐 주었다.
“내가 정말로 운동이 힘들어서 관뒀다는 그 말을 믿어? 공부만 할지 알지 진짜 멍청해...! 내가 너 같은걸 누나라고..!”
“너, 그게 무슨...?”
“돈이 없으니까 관둔 게 당연할 거 아니야!!!”
“아...”
눈물을 다시 흘리고 있는 도경의 두 눈을 바라본 정현은 말을 잃고 말았다.
그의 눈에 서러움과 자신에 대한 질투와 미움이 공존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학? 내가 대학교를 가면 뭐하는데? 학교에 낼 학비는 한 푼도 없는데...! 그리고 내가 대학교 가면 채연이는? 채연이는 어쩔 거야? 너야말로 생각 좀 하고 살라고 이 멍청아!”
“도경이, 너...! 너 그래서 학교를 자퇴한다고 한 거야?
주륵.
자신을 멍청이라 부르는 도경을 보며 정현의 두 눈이 쉴 새 없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눈물을 보였다.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멍울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어차피 흥미도 없는 대학교 가려고 빚내서 공돈 꼬라박을 바에 알바하면서 돈 모아서 내가 하고 싶은 거 준비하는 게 나한테는 백배 낫다고! 그러니까... 제발! 제발!!! 참견 좀 하지 마!”
“.......”
“내가 노래를 왜 한다고 하는지 알아?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 중에 돈이 들지 않는 게 노래 라서야. 누나 말대로 집에 피해 안 줄 테니까 제발 나한테 신경 좀 꺼줘. 도움 주지 못 할 거면 방해라도 하지 말라고! 제발! 아아아아악!!!”
소극장을 가득 울려 퍼지는 도경의 절규하는 목소리에 모두는 가슴이 찢어지는 감정을 맛보았다.
도경이 내뱉는 서러움과 한이 그대로 여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도경아... 도경아!”
와락.
“!?”
도경의 절규에 저절로 이끌리는 자신의 몸을 느끼는 정현은 그를 향해 몸을 던져 안았다.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안... 미안해...!”
주르륵.
“누나가 많이 미안해...!”
“오빠!”-채연
“오빠!”-소희
“........”
정현을 선두로 두 소녀도 합세하여 눈시울을 붉히며 도경을 와락 껴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모두가 대성통곡을 하고 있을 때 얌전히 있던 도경은 넌지 자신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소희야...”
“응?”
“아들에게 오빠라니?”
씨익.
“어, 어!?”
도경의 말에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깨달은 소희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도경은 그녀가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지 않았다.
“아, 비켜 돼지들아 무겁잖아!”
벌떡!
자신의 승리를 확인하자마자 배역에 벗어나 자신을 안고 있는 소녀들을 뿌리친 도경은 자리에 벌떡 일어나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봤냐? 이게 박도경표 명품 연기다!”
“.......”
“헐...!”
“에, 에? 에~~?”
“최악이야... 내 감동 돌려줘.”
도경의 행동 때문에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곧바로 현실에 돌아온 모두는 뒤통수를 맞은 충격을 맛보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휙휙 바뀔 수 있는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정현이 녀석.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피식.
자신의 발아래에 벙 쩌 있는 정현을 발견한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 위로 손을 내뻗었다.
정현이 덕분에 더욱더 자신의 연기가 잘 되었기에 이 정도의 위로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툭!
토닥토닥.
“아..!?”
자신의 머리를 토닥이는 감촉에 정현의 풀렸던 눈이 초점을 되찾고는 자신의 머리를 토닥이는 주인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다 놀랜 표정을 지었다.
“고생했어. 얼른 정신 차려야지.”
“.......”
울컥.
단언컨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자신에게 평소 장난만 쳤던 도경이 자상하고 따스한 눈빛을 보내는 것은 말이다.
그러자 정현은 자신의 가슴속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글썽.
“응?”
그를 멍하니 바라보던 정현의 두 눈이 어느새 투명한 물방울이 고이기 시작한다.
도경은 대경하며 서둘러 이어질 정현의 행동을 막으려 했지만, 그것은 이미 늦고 만 후였다.
“흐아아아앙!”
“야! 울지마! 왜 울어?”
“몰라! 이 나쁜 놈아! 흐어어어엉!”
--
“허허허. 많이 놀랐나 보구나.”
눈물 콧물 흘리며 대성통곡하는 정현의 모습을 바라보는 이재순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정현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유망한 후배가 하나가 생겼구나.”
이재순은 빠르든 늦든 정현이 연기자로서 활동할 것을 확신했다.
그도 그럴게 저 정도로 연기의 맛을 알아버리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것을 본인 자신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정말 어처구니없는 녀석이구나.”
도경을 바라보는 이재순의 두 눈은 자신도 모르게 쉴 새 없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도경이 마지막에 내질렀던 절규가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