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기이잉.
현재 도경의 머릿속에 새로운 캐릭터가 재창조되고 있었다.
자식의 불치병에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의 아들은 어떤 아들일까를 생각하며 캐릭터에 대해서 떠올리고 있었다.
‘나이는? 성격은? 이재순이란 아버지와 사이는? 왜 아버지는 자식의 불치병에 자살을 선택해야 해야 했지?’
이재순의 연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선은 생동감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 도경은 하나둘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의 설정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그 자신이 작가가 된 것처럼 자살한 아버지 아들의 설정을 써 내려가는 것이었다.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보통의 아버지라면 어떻게든 아들을 살리려고 할 텐데 자살을 선택했다. 분명 평범한 이유에서는 아님이 분명해... 과연 이런 아버지의 아들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연기의 일부분이었지만 이재순이 연기한 아버지는 그렇게 요령이 좋은 아버지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친 언동에서부터 술을 마시며 절규하는 그의 모습은 이성적인 사람보다 감성적이고 투박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부자리를 쓴다는 건 침대를 안 쓰는 집안이라는 거고 저 투박한 이불의 사정상 그리 좋지 못한 형편임이 분명한 게 올바른 설정이겠지... 여기에다 편부모의 설정을 붙이는 게 더욱 느낌이 살 거야.”
도경이 하는 추측이 설정이 맞을지 틀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도경은 이재순이 보여준 아버지의 모습과 무대 위에 준비된 소품을 보며 자신의 경험과 상식선에서의 납득이 가는 설정을 찾아가며 자신이 연기할 아들에 생명을 불어 넣어갔다.
그러한 설정 하나하나가 이어지고 맞춰지며 어느새 도경이 원하는 아들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촤르르륵.
동시에 형편 좋지 못한 집안에 투박하고 감정표현에 서툰 아버지 아래에서 홀로 자라난 아들의 인생이 도경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간다.
‘서투른 아버지 그와 똑 닮은 서투른 아들. 서로 욕하지만 이 둘만큼 서로에 대한 애증과 미안함을 품은 관계도 없을 거다. 그런... 아버지와 아들관계 일거야.’
요령 없는 갑갑한 아버지 아래에서 지독한 사춘기와 방황을 겪고, 젊음이란 혈기에 온갖 사건 사고를 부단히도 쳤던 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덕분에 많이들 싸웠을 것이고 서로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의 공존에 서로에 대해 진심을 제대로 표현도 못 하는 바보 같은 부자가 도경이 정립한 그 둘의 관계였다.
끼이익.
(밥 먹었냐?)
(아니 안 먹었는데...)
(나도 아직 안 먹었다. 라면 사 와라 같이 먹자.)
(어...)
그럼에도 아버지와 아들이다.
집밖에 나돌며 수많은 사고를 치고 거지 같은 집구석에 돌아가지 않겠다. 외쳐보지만 결국 아들이 돌아올 곳은 가파른 달동네있는 아버지의 쉰내 나는 집구석이었다.
‘정말 바보 같은 두 부자다...’
무신경하게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아들이 전부인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애정을 알고 보답하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 때문에 짜증만 내는 아들.
두 부자의 관계에 도경은 정말 그 둘이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알고 보면 서로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는 두 부자였기 때문이다.
(도경이가 건강히 잘 살았으면...)
(아빠가 자식 걱정 안 하고 자신의 인생을 즐겼으면...)
아버지는 그저 자식이 나쁜 일만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을 하던 자기에게 사랑스럽고 고마운 아들이었고 아들은 아버지가 자기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즐겁게 남은 인생을 살았으면 했다.
결국, 두 부자는 서로에게 행복을 빌고 있던 것인데 이 서투른 두 부자는 자신들의 진심을 얘기 못 하고 상처만 준다.
서로를 위하는데 고운 말 하나 내뱉지 못하는 정말 서투름에 극치를 달리는 바보들이었다.
‘그러니 저런 비극이 일어나지...!’
도경은 마지막으로 이재순이 자살한 이유를 떠올리기 시작한다.
(어떻게! 네가 뇌종양이야? 너가 가진 유일한 장점이 그 튼튼한 몸인데...! 그 병원은 돌팔이 병원 일거야. 검사결과가 잘못 나온 게 분명해!)
(.....)
덥석!
(가자 다른 병원 가보자.)
탁!
(싫어.)
(뭐!?)
믿을 수 없는 말에 자기 자식을 병원으로 데려가려는 아버지의 손길을 뿌리친 도경이었다.
(에이...! 아빠 이거부터 놔 아들 손 아프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나 병원 안 갈 거라고...)
(이 녀석이! 너, 대체 제정신이야? 뇌종양이라는 사실도 애비한테 숨기고 이제는 병원까지 안 간다고?)
자신의 목숨이 걸린 큰일에도 무신경한 태도로 객기를 부리는 아들의 태도가 기가 막혀 하는 이재순은 도경의 어깨와 등을 후려치며 그에게 화를 내었다.
(이 녀석아 이게 자존심을 세울 일이야? 어떻게든 살 방도를 찾아야지. 이 녀석아!!)
퍽!퍽!퍽!퍽!
(......)
감정이 격하여서 흥분하며 자신을 때리는 아버지에게 도경은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가 짓고 있는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놈아 고집부리지 말고 아비 말 들어...!)
퍽. 퍽.
꾸욱.
예전에 그렇게 매서웠던 손찌검이 이제는 솜방망이보다 못한 것에 도경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번에 제대로 살아보려고 했는데... 제대로 아들 노릇 해보려고 했는데!’
오랜 방황 끝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자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 잔혹한 세상은 자신이 행복한 길을 나아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싶지 않았나 보다.
(이놈아...)
(아! 그만 좀 하라고!!! 뭐 어차피 내 목숨.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데 뭐가 대수야? 아빠가 이럴까 봐 내가 말하지 않았던 거라고!)
(뭐...?)
(아빠! 30프로래! 수술 받으면 아들이 살 확률이 30프로. 그것도 살아도 평생 장애를 얻을 확률이 높다고 그런다고 근데 내가 그런 수술을 받아 살아야 겠어? 아빠~!!!)
(...!?)
도경은 참아야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자신의 울분을 아버지에게 터트렸다.
(수술비도 우리한테 억~. 소리 나게 어마무시하게 들어! 그리고 장애를 얻고 살 바에 차라리 깔끔하게 죽는 게 나아. 아빠! 아빠도 나이가 60다 되어 가는데 아들 똥오줌이나 치우면서 살래?)
(너...!)
(잘 된 거야! 평생을 아버지 속 썩였는데 아들이 한번 효도하는 셈 치지...)
짜악!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이익..!)
자신의 뺨을 후려치는 손길에 도경은 무언가를 말하려다 꾹 삼키었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큰 소리로 울분을 토해내고 싶었지만, 도경은 아들을 잃어야 하는 자신의 불쌍한 아버지에게 대못을 박고 싶지 않았다.
(에이 씨!)
그래서 도경은 평생을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을 붙잡은 이재순을 뿌리치며 집 밖으로 나섰다. 이 이상 이 곳에 있다간 쪽팔리게 눈물을 보일 것 같아서다.
타다다닥!
(도경아!!!)
자신의 뒤에 다급한 음성이 들렸지만, 도경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파른 달동네를 빠르게 뛰어내려왔다.
(씨..발! 씨발!!!)
항상 그래 왔듯이 거친 욕설을 내뱉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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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밤.
결국, 도경은 다시 집 앞으로 돌아왔다. 불치병을 얻었음에도 배는 고프고, 마렵고, 졸리기까지 평소와 다른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평소대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진작 빨리 돌아오지 멍청한 놈아...!’
설정과 전황상황을 알아보는 것은 끝이 났다.
온전히 이재순 아들의 캐릭터를 만든 도경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캐릭터에 안타까운 말을 건네었다.
조금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면, 조금만 일찍 집에 들어왔다면 그의 아버지는 저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로 불쌍한 놈이야...”
스윽.
이재순이 누워있는 자리에 시선을 옮긴 도경은 자신의 캐릭터를 마지막으로 동정하며 자신의 자아를 한 구석에 몰아세운다.
이제는 자신이란 자아는 온전히 사라질 차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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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들 왔어. 어제 일은... 미안해. 아버지랑 잘 이야기 나눠야 했는데 말이야. 하하하...”
“......”
머쓱함을 없애기 위해서 큰소리로 자신의 아빠를 외쳐보며 말을 걸어보지만 들려오는 대답이 없다.
도경은 건들건들 걸음을 옮기면서 집안을 살핀다.
피식.
“어휴... 아들이 아프다고 술 마신거야? 참 미련하다니까.”
이재순이 앉았던 자리를 응시한 도경은 슬픈 눈빛을 빛내며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속만 썩히는 아들이 뭐 그리 좋다고...! 참 미련한 양반이라니까. 이러다 아들보다 아빠가 빨리 죽겠어.”
“아...”
술병들이 놓여있을 자리로 가서 술병을 치우는 시늉을 하는 도경을 보며 모두가 먹먹한 음성을 내뱉었다.
이재순이 죽었다는 상황을 아는 관객으로서 도경의 행동은 안까움을 자아내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아빠! 미경이 알지? 그 저번에 아빠가 감기몸살 났을 때 죽 주고 간. 착한 애 말이야.”
“......”
“걔가 나랑 결혼하자네? 크크큭! 웃기지? 내가 뇌종양인 걸 알아서 울며불며 찾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결혼하자는 거네?”
도경의 독백에 모두가 귀를 기울여 도경이 전해다 주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들이 정말 다른 건 더럽게 다 운이 없어도 여복은 있었나 봐. 그런 아쉬울 거 없는 애가 나한테 목매달고 말이야. 세상에 그런 멍청한 애가 어딨겠어? 안 그래?”
“.......”
미경이란 여성을 떠올리며 웃음 짓는 도경의 얼굴에서 도경이 진심으로 미경이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뇌종양에 걸린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게 쑥스러운 미소를 도경이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 나 살려고. 아니, 살 거야! 내가, 내가 이 박도경이 왜 죽어!!! 저런 멍청한 여자를 두고 아깝게 왜 죽어! 죽어도 저렇게 착한 여자를 두고 죽으면 불안해서 관짝을 걷어차고 일어날 게 분명하다니까. 크크큭! 아빠 듣고 있어!?”
휙!
“아빠! 아들이 살고 싶다니까. 듣고 있냐고?”
저벅저벅.
“아빠!”
관객들은 사랑하는 여성을 떠올리며 하늘을 향해 살 각오를 다지며 소리치는 도경을 넋 넣고 바라보고 있다가 도경이 자신의 뒤에 있는 이재순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걸음을 옮기자 화들짝 놀라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안돼..!?”
“언니 어떻게....!”
훌쩍.
“아... 제발. 어떻게 계속 눈물 나잖아.”
결국, 드림걸즈 멤버 중 몇몇은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뒤늦게 병마와 싸우며 살 각오를 다진 아들. 그리고 그것을 못 듣고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
이 비극이나 다름없는 상황 속에 모두들 자신들도 모르게 도경이 이재순에게 가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좀 전에는 이재순의 연기에 압도되어 숨을 쉬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도경이 만든 비극적인 상황에 모두가 발을 동동 굴리며 고개를 도리질 치고 있었다.
훌쩍훌쩍.
치밀한 연출 장치였다.
아들에게 사랑하는 여인의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써 살 의지를 다지게 만들고 앞으로 맞이할 비극을 더욱 증폭시켰다.
아직 본격적인 연기를 펼치지 않았음에도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드는 게 그 증거였다.
“아빠!”
“......”
씨익.
“어휴 우리 재순 씨. 다소 곳 하게 자고 있네...?”
문을 열고 들어선 도경은 이재순을 발견하다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에 누워 이불 안으로 들어가 그의 몸에 자신의 몸을 포개었다.
“어휴 차갑다..! 우리 재순 씨. 이불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구나? 슬슬 보일러 때야 되나봐. 그래도 오늘은 내가 체온으로 우리 아빠 데워줄게. 자..! 어때 따뜻해? 흐흐흐.”
“......”
“으아앙. 너무 슬프잖아.”
“쉿! 하루야 조용해.”
“히끗. 으응...!”
이리저리 이불 속에서 몸을 신나게 흔들며 장난치는 도경의 연기에 결국 심성이 가장 어린 하루가 울음을 터트렸고 이에 깜짝 놀란 멤버들이 다급히 그녀에게 주의를 시켰다.
“아빠. 이상하지?”
꽤나 큰 울음소리를 들렸음에도 도경의 연기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은 자신과 이재순밖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해.”
“.......”
도경은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아버지인 이재순에게 말을 건네었다.
“나 지금 되게 행복하고.”
“.......”
“머릿속에 죽을병이 자라고 있는데 행복하다니까? 믿어져?”
애처로울 만큼 서툴렀던 아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뱉는 진심 어린 말은 소극장에 가득 울려 퍼졌다.
“세상이 따듯하게 느껴지는 적은 처음이야.”
“......”
“이렇게 못난 자식을 위해 술 먹어주는 아버지도 있고 못난 나를 알고도 평생을 지켜주겠다고 결혼하자는 바보같이 착한 여자도 있고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흐흐흐.”
“......”
“듣고 있어 재순 씨? 아들 행복하다니까?”
흑...
훌쩍훌쩍.
끄으...!
정말로 행복해하는 도경의 모습에 반비례해서 도경을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은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빠?”
“...!”
그리고 이내 도경도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았는지 장난치는 몸짓을 멈추고 굳은 번데기처럼 이재순의 몸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아빠...?”
“.......”
“왜... 왜 이리 몸이 차가워...? 응?”
“.......”
“아, 아빠!?”
펄럭!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저 멀리 던진 도경은 정말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아버지 이재순을 지켜본다.
“...”
“아, 아니지?”
덥석!
미동도 하지 않는 이재순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본 도경은 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어...!”
“.......”
“어으...!”
처음에 이재순의 손을 붙잡던 도경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세상에서 가장 절망한 남자의 얼굴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어으으...!! 아...! 아....!!”
“.......”
“끄흑, 아아학!!”
“.......”
“흐흐흐흐흐....! 아니지? 아빠! 아빠! 아빠!!!!!”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마주한 도경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다가 다시 거부하다가를 반복하다 이내 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아빠! 아빠가 왜!!!? 대체 왜!? 아으으..!”
훌쩍!훌쩍!
으으으앙.!!!
“끄으으억...................!”
숨도 제대로 못 쉬어서 울음소리조차도 제대로 못 내는 도경의 연기를 보고 있던 모두가 그를 대신해 울어주기 시작하고 숨소리밖에 나지 않는 도경의 오열은 절정을 맞이하며 끝을 맞이한다.
“아빠!!!!!!!!!!!!”
이재순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으며 도경은 미친 듯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으아아!”
소극장 가득히 울려 퍼지는 절규하는 아들의 울음소리에 모두가 그의 울음소리를 따라 하며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조그마한 소극장에 있을 거라 생각 못 했던 관객들의 반응들이었다.
으아아앙!
훌쩍!
흐어엉!
“......”
고개를 파묻은 도경은 이미 울음을 멈추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계속해서 오열을 터트리고 있었다.
씨익.
자신의 순수한 힘으로 불러일으킨 반응에 도경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반응으로 보아 이재순에게 빼앗긴 관객들의 마음을 자신이 도로 빼앗아 왔음을 알기 때문이다.
물끄러미.
‘이 녀석은...’
오싹.
도경이 연기를 멈췄음을 깨달은 이재순은 자신도 연기를 멈추고 눈을 떴고 그는 뒤늦게 도경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전율을 잇는 것을 느끼었다.
‘괴물이다.’
사람의 감정을 집어삼키는 괴물.
그것이 도경의 연기를 본 이재순의 평가였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