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아이돌 리얼리트 프로그램 [꿈꾸는 소녀들의 사생활]이 케이블에 방송이 된 지 2주가 되었다.
방송은 시청률 2%대의 선방을 하며 천천히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을 때. 드림걸즈 소녀들이 연기에 도전하는 제3화 [연기 편]이 방송되는 날 대박을 터트렸다.
방송이 끝나고 뜨거운 화제에 오르며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는 기염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꿈꾸는 소녀들의 사생활.],[드림걸즈 상황극],[이재순],[박도경]
도경과 상황극을 겨루며 연기면 연기 웃음이면 웃음을 잡았던 이번 편이 결국 제대로 터진 것이다.
[꿈소사 순간 시청률 4% 돌파.]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온몸을 던져 콩트로 웃음을 얻었고 이재순과 정현의 정극 연기에 감동까지 얻는 데 성공하며 상황극을 통해 연기라는 소재를 진지하게 겪은 소녀들의 체험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소사에 입덕하게 만든 계기를 만들었다.
덕분에 1집 앨범으로[Puppy love]로만 알려졌던 드림걸즈는 대중에게 자신들 개인의 매력과 얼굴을 제대로 알리는 수혜를 입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만든 도경에 대해서 현재 많은 말들이 또 다시 온라인에 돌고 있었다.
[박도경 부럽다. 드림이들하고 엄청 친해 보이네...]
┗[ㅋㅋㅋ. 너무 친해서 문제 아님? 애들한테 탈탈털리다 이재순하고 연기 빡시게 겨뤄서 2:2 상황 만들었는데 결국 가위, 바위. 보로 져서 지는 거 보고 진짜 개 불쌍했음.]
┗[드림걸즈 애들도 도경 못지않게 진짜 똘기 충만한 듯. 벌칙을 위해서 멜로드라마 오글거리는 대사들 가지고 왔을 줄이야.]
┗[도경이 죽은 눈 봤음? 진짜 레알 꿀 재미.]
┗[근데 또 할때는 퀄러티 놓게 하던걸? 토한 표정 짓다가 각오했는지 망설이지 않고 신들리듯이 하더라.]
┗[맞아요. 그래서 순진한 드림걸즈 애들이 다 얼굴 붉히고 난리 났음. 지금 우리 팬 카페에 고백받은 멤버별 반응이라고 조회 수 ㅎㄷㄷ함]
┗[나도 그거 봤는데 진짜 심쿵 하더라. 크! 이번에도 아이돌혜자인 도경이 진짜 제대로 하드 캐리함.]
아이돌 혜자란 타이틀을 성취한 자답게 드림걸즈 팬들 그 누구도 도경을 질투하거나 욕하기보다 자신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준 도경의 존재에 감사하며 그의 능력에 감탄하는 등 호평 일색이었다.
이제는 믿고 보는 도경이라는 소리가 생길 정도로 모두들 도경의 끼와 실력에 대해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예전에 [아현]이나 [라수]에서 낙하산이라고 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 큰 차이었다.
[연기까지 미쳤네. 꽃길을 걸으랬지. 누가 무쌍을 찍으랬나? 솔직히 저 정도면 우리 응원 없어도 잘 될 거 아니었나?]
┗[누가 보면 님이 박도경 키운 줄. 님 말처럼 알아서 컸지 고추들 응원 어디다 쓴다고 ㅋ]
┗[하긴 무쌍 찍으면 뭐함? 팬덤이 없는데... 그러고 보면 진짜 신기한 캐릭터다. 암묵적으로 남자들한테 지지받는 남자 연예인이라니 동정한다 도경아.]
┗[아니에요. 요즘 팬클럽 생겼던데요? 남중남(남자중에남자)라고?]
┗[으으... 듣기만 해도 고추밭느낌.]
┗[ㄴㄴㄴㄴ! 나 여기 회원인데 여자들 은근 있음. 그런데... 대부분 도경이 몸 사진들 올리는데 혈안임... -_-;;]
┗[하긴 몸 죽이던데...]
┗[ㅇㅇ 라틴 미녀들이 인정한 몸이다. 사실 도경이 진짜 넘사벽 귀족이나 다름없다.]
┗[아 나 그 스샷 봤는데 진짜 개 부럽... ㅎㄷㄷ. 진짜 만나면 형님이라 부를 거임.]
이제는 네티즌들도 도경의 능력을 인정하다 못해 도경이니까 하고 그냥 넘어가는 현상들을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꿈소사에서 도경이 보여준 연기는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와...! 연기도 미쳤네. 진짜 쟤 뭐지... 아 계속 눈물 남.]
┗[맞아요. 저도 방안에서 보다가 울컥해서 울다 밖에 나가서 엄마아빠한테 가서 끌어안다가 등짝 맞음]
┗[ㅋㅋㅋㅋ. 글보고 감동하다가 개 뿜음]
┗[솔직히 저 정도 연기력이면 연기돌 한다는 애들 솔직히 도경이 다 씹어 먹지 않냐?]
┗[그렇긴 한데 솔직히 님들 저거 즉흥연기라고 믿어요? 박도경 띄우려고 미리 준비한 거 아님? 즉흥으로 연기한 것 치고는 설정들이 너무 치밀함.]
┗[나도 그런 생각 하긴 했는데... 솔직히 미리 준비해도 저 정도 연기면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한다.]
┗[맞아요. 띄우기라고 해도 저 정도 능력 갖추고 있으면 띄우는 게 맞죠. 아무리 예능에서 뜨고 있다고 해도 저 정도 연기력을 지닌 얘 놀리는 게 손해.]
┗[예능? 님들 그거 알아요? 박도경 원래 노래 부르는 출신임. 아직 앨범 안 나왔지만... 여튼 이게 말이 된다 생각함?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음 ㅋㅋㅋㅋ. 진짜 못 하는 게 뭔지 모르겠음. 춤, 노래, 운동, 예능 다 되고 작곡까지 히트곡 메이커인데 연기까지 지금 우린 전무후무한 재능 충을 보고 있는 겁니다.]
┗[제발 앨범 좀 내줬으면 진짜 박도경 K 스타 때부터 팬인데 노래 좀 제대로 들어보자 [아현]가지고는 너무 감질맛 나서 미치겠다.]
┗[1111]
┗[22222]
┗[3333333]
파면 팔수록 끝을 모르는 도경의 능력에 모두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각자 도경에게 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 제일 많은 의견들이 도경이 연기하는 것을 더 보고 싶다는 것과 도경의 노래를 듣고 싶다는 것으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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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불 질러놓은 것도 모르는 도경은 현재 제대로 땀을 빼고 있는 중이었다.
“으라차차!”
콰쾅!
우오오오!
“진짜로 저걸 볼 줄이야.”
탕탕탕!
모두가 도경이 보여주는 기예에 열광하고 촬영현장의 분위기는 식을 줄 모르고 도경을 향해 열광을 보내오고 있었다.
“여기 뭔데......?”
주목받고 사람들의 열광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도경이라도 지금의 상황은 조금 당혹 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진짜 이거 CF 맞아?”
현재 도경은 [스트릿 예체능]에서 활약하고 나서 스포츠 브랜드 음료 포리 스위트의 CF를 촬영 중이었다.
보통이라면 기뻐하다 못해 자신에 대해서 뿌듯해야 할 상황이다. 광고에 미소녀만 출현시키는 음료 브랜드에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남성 신인이 이례적으로 광고를 찍고 있으니 말이다.
타다닥!
“도경 씨 좋았어. 그럼 다음에...!”
“저기...”
“응?”
도경은 자신에게 달려와 침을 튀기는 감독을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계속 아까부터 덩크만 하는데 괜찮아요?”
“아아! 꽨찮아. 괜찮아! That’s Okay.”
‘아니 내가 안 괜찮은데...’
촬영에 오자마자 준비한 세트장에 마련한 농구 골대에 덩크만 한 지 1시간 째였다.
체력이야 도경이니까 문제는 없지만 서도 무슨 CF가 덩크만 한 시간 내리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진짜로 저 혼자만 농구만 하고 끝나는 거예요?”
“그럼~! 아까 전에 설명 다 들었잖아. 왜? 안 믿겨?”
“그것보단 정말 광고가 나올지 조금 걱정이 돼서요.”
“하하하! 걱정하지 말라도? 이미 이런 비슷한 분위기의 컨셉의 영상을 찍어 본적도 있고 내가 장담하는데 영상 정말 잘 나올 거야. 그런데 어쩜 그렇게 농구를 잘해? 진짜 놀답다니까 설마 다 시연이 가능하다니 프로보다 농구선수보다 더 잘하는 거 아닌지 몰라. 덩크는 어느 정도 뽑았고 이젠 슛을 볼까?”
“하하하...”
‘눈빛을 보니 작정하고 뽕을 뽑을 생각이구나.’
자신을 이 광고에 발탁한 사람처럼 이 사람도 그 농구만화 팬인지 도경을 보는 두 눈에 열의가 넘치다 못해 광적이었다.
NBA 온갖 농구 영상을 가져와서 자신에게 보여주고 할 수 있냐고 물어봤을 때부터 조금은 불안했지만 설마 작정하고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건 그렇고 이게 블루 스크린이라는 건가...’
모래해변의 세트장 주변으로 가득 차있는 파란색의 벽을 보면서 도경은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신기하단 말이야...”
저 파란색의 벽이 바닷가가 되고 노을 진 하늘이 된다고 설명을 들었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에 온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도경에게 있어 현대문물을 기술력은 항상 접할 때마다 신기함과 놀람이 컸다.
“드라마도 이런 걸 쓸까?”
“응? 아아. 블루 스크린 말이야? 그럼 당연히 쓰지. 영상에서 그래픽 작업이 들어간다면 필수로 쓰지. 일반 사람들은 모르지만 요즘 영상의 태반이 그래픽으로 가공된 영상이야.”
“처음 보는데 너무 신기하네요. 저 파란천막 하나가 시공간을 뛰어넘게 해주는 거잖아요?”
“뭐라고? 하하하! 도경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되게 표현을 시적으로 하네? 역시 작곡가라 서 그런가? 감수성이 달라.”
“하하.. 아니에요.”
도경은 현대의 기술에 진심으로 감탄한 거였지만 CF 촬영 감독은 도경이 독특하다고 생각하며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그나저나 드라마라니? 드라마는 갑자기 왜? 뭐 어디 출연해?”
“네? 아, 그냥...”
“응?”
“요즘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어요.”
“관심?”
“하하하 뭐, 그런 게 있어요. 그럼 다시 촬영 시작할까요!? 힘차게 농구해드리겠습니다. 진짜로 영상 잘 뽑아주셔야 해요?”
“뭐? 하하하! 진짜 도경 씨 성격 마음에 든다.”
도경의 우스갯소리에 감독은 웃음을 터트렸고 농구공을 집어 올리며 공을 튕기는 도경을 보며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나 훌륭하게 해주는데 영상을 못 뽑으면 말이 안 되지.’
NBA에서 사용되는 농구 기술을 영상 한 번 보고 단번에 모두 시연하는 저런 인재를 두고 광고영상을 대충 찍고 싶어도 대충 찍을 수 없었다.
프로선수들을 데려와도 저 정도로 할지 의문일 지경이었다.
“자! 그럼 다시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레디~액션!”
오랜만에 힘차게 촬영하는 기분에 감독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옛날 방식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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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힘들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거 드십시오.”
광고 촬영은 성황리에 끝이 나고 도경은 자신의 몸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촬영세트장을 벗어나자 차도한이 나타나 그에게 텀블러에 담긴 물과 수건을 건네 온다.
꿀꺽꿀꺽!
“푸하! 어우 시원하다.”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여기 근처에 편의점도 없던데 꽤 멀리 나가 얼음 구해 온 거죠? 고마워요. 차 매니저님.”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이 정도는 해야죠.”
“하하하 역시 그렇게 얘기할 줄 알았어요.”
자신의 준비한 얼음물을 시원하게 마시고 해맑은 미소를 짓는 도경의 모습에 차도한의 눈이 부드럽게 풀렸다.
“그나저나 힘드시지 않습니까?”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이 정도 해야 하지 않겠어요?”
피식.
“그렇군요.”
“하하하. 이젠 갈까요?”
‘대단해...’
자신이 했던 말을 고대로 돌려주며 먼저 걸어가는 도경을 보며 차도한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년간 매니저 경험을 한 자신이 봐도 이번 광고촬영은 정말 하드한 촬영현장이었다.
아침부터 뜨거운 조명아래에서 쉴 새 없이 7시간 내내 홀로 격하게 움직이며 농구를 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을 게 분명한데도 불평불만을 보이지 않는 도경이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떠도 태도들이 바뀌는 녀석들이 천지인데 말이야...’
차도한은 이젠 도경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평범한 신인이 아니었다.
도경은 현재 [JY]에 속해있는 톱스타에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가치를 가진 인물이었다.
‘덕분에 사장님이 요즘 살판나셨지.’
항상 박진용의 무리한 기획하고 도경을 특별대우 한 것에 딴 지를 걸어왔던 임원들도 요즘 들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얌전히 회의한다고 들었다.
그도 그럴게 [JY]엔터테인먼트 3세대 걸그룹 [드림걸즈]가 소위 말해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었고 도경은 이미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다 못해 어디에서든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니 그들이 불평 불만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제2의 박진용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지....”
차세대 걸그룹을 대박으로 만드는 스타메이커 능력과 예능과 연기 그리고 노래까지 이미 보증되어 있는 재능들은 도경을 현재 회사 내에서 엄청난 기대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이게 데뷔한 지 반년도 안 된 신인이 이루어낸 일이라니 옆에 있으면서도 쉬이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삐빅!
“이야! 역시 노력한 보람이 있네요. 흐뭇하네요. 흐흐흐!”
“그리 좋습니까?”
“그럼요. 제가 인정받았다는 건데 좋지요. 저도 듣는 귀가 있는데 ”
기획사 내부에서 말이 많았던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묵직한 존재감을 내뿜는 흰색의 벤을 보면서 도경은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4인용 평범한 자가용차를 타다가 오늘 광고촬영 가는 타이밍에 맞춰서 오늘 받은 밴을 보면서 도경은 회사 내의 임원들의 바뀐 태도를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조금 활약했다고 다 큰 어른들이 억 소리 나는 차를 내밀며 태세전환 하는 게 참 귀엽지 않아요?”
“그런 말을 하는 신인은 정말로 도경 씨 밖에 없을 겁니다.”
“하하하하! 제가 그냥 신인인가요? 그럼 시승하겠습니다.”
드르륵.
풀썩.
밴의 문을 힘차게 열고 의자위로 몸을 던지는 도경을 보면서 차도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그의 입에서도 오랜만에 진한 미소가 맺혔다.
“그나저나 나도 이런 차를 오랜만에 몰아보는군.”
다들 연예인은 이런 차를 탄다고 한다. 생각을 하겠지만 실상은 그리 쉽게 받는 차가 아니었다. 보통 신인이라면 자신의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꿈도 꿀 수 없는 차가 바로 밴이란 차였다.
이 차가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회사에서 쉽게 내줄리 없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 스타로 인정받아야만 받을 수 있는 차가 바로 밴이라는 차였다. 그리고 이차를 받은 도경은 연예인으로서 회사에 존중을 받고 있다는 의미를 띠기도 했고 말이다.
피식.
“그 말대로 귀여 울지도...”
요령 없이 이렇게 나 확 바뀐 태도는 도경의 말대로 조금은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였다.
드륵 탁!
앞문을 열고 운전석을 잡은 차도한은 주변을 살피다 거울로 비치는 도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또 보고 있는 겁니까?”
끄덕.
“네. 그도 그럴게 재밌잖아요.”
“재미라...”
도경이 읽고 있는 책자를 보는 차도한은 한숨을 내쉬며 차에 시동을 걸면서 중얼거렸다.
“재미로 오디션을 보는 것은 정말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것도 주연 자리라니 터무니 없다는 거 아십니까?”
“하하하! 젊음이 좋다는 게 뭐겠어요. 못 먹어도 고하는 거죠.”
“다음 주까지 합치면 1달밖에 준비 못 한 건데 자신 있습니까?”
“자신이요?”
슥.
“솔직히 말할까요?”
도경은 책자에 집중하고 있던 신선을 떼고 자신을 바라보는 차도한의 눈을 보며 진한 미소를 피어 올렸다.
“이거만큼 저에게 맞는 배역은 없을걸요?”
자신감이 아니라 확신에 가까운 말을 내뱉은 도경은 다시 책자에 시선을 옮기며 작품의 세계로 빠지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사람의 매혹하는 힘이 있었다.
[임꺽정]
도경이 들어 올린 하얀 책자에는 굵직한 글자로 군더더기 없이 딱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세상 제일 천한 놈으로 태어나! 태산을 울리고! 하늘을 울릴! 임꺽정이시다!]
찌리릿.
그가 세상의 내뱉는 대사를 떠올린 도경은 자신도 모를 전율에 몸을 떨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도경은 이재순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그에게 감사함을 표하였다.
배우의 존재를 알려주고 그들과 연기하는 맛을 알려준 것도 고마운 데 이런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건네주었으니 말이다.
‘임꺽정 너는 내거다.’
도경의 다짐.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