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41화 (141/357)

141화

[뜨거운 드라마 제작 발표회.]

[산도적의 몸이란 이런 것이다. 그가 임꺽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차가운 토포사와 뜨거운 도적. 두 배역의 앙상블을 기대하다.]

[박도경은 노출증? 그의 황당한 오디션 일화]

[박도경 시작도 안 한 드라마 시청률에 엉뚱한 공약을 걸다.]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울리는 [천지를 울려라.]

[JY엔터테인먼트의 심상치 않은 신인 박도경 이번에도 기이한 행동을 벌이다!]

정용환과 더불어 [트리니타스] 와[러블리] 팬에게도 이목이 집중되어 있던 드라마 [임꺽정] 제작 발표회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사람은 다름이 아닌 바로 도경이었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도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예능에서 보지 못한 성숙한 모습을 선보이며 배우에게 지지 않는 존재감을 내뿜는 도경은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기기 충분했다.

[조명발이 무섭긴 하네...]

┗[특이하긴 하다. 뭔가 스타일링에 따라 분위기가 휙휙 바뀌네]

┗[그래 봤자 거지임..! (링크)-왕자와 거지.]

┗[악! ㅋㅋㅋㅋㅋ.]

┗[이거 지성준하고 박도경임? 대박 이런 사진이 있었구나.]

[그래도 비율 하나는 끝내주지 않냐? 전신 보니까 8등신이던데? 생각보다 큰 키라 놀랬음.]

┗[소희한테 유전자 몰빵 당했어도 그래도 찌꺼기 정도는 간 거겠지ㅋㄷㅋㄷ.]

┗[ㅋㅋㅋ. 유전자 몰빵이래.]

┗[ㅇㅈ. 소희가 도경보다 여자한테 인기 많을걸?]

┗[그래도 박도경은 미친 재능있잖슴. 하드웨어는 소희한테 소프트웨어는 박도경한테 간 듯 ㅋ]

┗[소희 노래 제대로 들어보셨음? 춤하고 노래 가창력 장난 아님.]

[모두들 우리 도경 오빠한테 뭐래요? 웃통들 까서 거울로 자신들 몸 보고 주제나 파악하셔요. 자기들은 호빗 몸통가지고 있으면서 무슨 하드웨어 타령들이에요. 솔직히 도경 오빠 얼굴 외모도 깔끔한 편이라 평타이상이거든요?]

┗[여자!!!!!!!!? 여자냐?]

┗[대박 도경오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ㄹㅇ임?]

┗[도경아 보고 있냐?]

┗[에헤야 디야! 풍악을 올려라!!! 드디어 도경에게도 꽃길이 열리는구나!]

┗[뭐, 뭐야...? 여기 이상해...]

┗[소녀여 그래도 네가 남자 보는 눈이 있구나. 우리 동생 잘 부탁한다. 드라마제작 발표회에 도경만 쌀하고 화환 못 받았다 하더라. 그말 듣고 짠해가지고... 크흑!]

수수한 덕분에 꾸미면 꾸밀수록 티가 나는 그의 바뀐 분위기에 모두가 놀라움을 표하고 있을 때 도경의 웃긴 짤들을 대량 방출하는 계시글부터 도경에 대한 외모를 옹호하는 여성 팬의 생소한 등장까지 도경의 인기에 평소 볼 수 없는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 도경을 둘러싼 일들이 그가 모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K.아뜨리에]

아직은 도경의 가치가 예능과 웃긴 이미지에 맞춰져 있을 때.

[임꺽정] 드라마 발표회 소식과 기사를 접한 몇몇 업계관계자는 도경을 향해 주목하고 있었다.

그들의 감각이 도경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 죽이네...! 한 번만 만져봤으면 좋겠다.”

꿀꺽!

“사장님 체면 좀...”

“정비서. 저 얘 아직 신인이라고 했지?”

“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 여자가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포리 스위트]

“아아!!!”

“몸이 좋은 줄 알았지만 저 정도일 줄이야...”

“한 번 벗겨 볼걸...!”

“젠장!”

“우선은 CF 반응을 보도록 하자고...”

도경과 하루종일 촬영했던 CF 영상을 보면서 제대로 뽕을 뽑았다고 흡족한 미소를 짓던 기획 팀은 도경의 기사를 보고 나서 땅을 치고 후회했다.

저렇게 훌륭한 자원을 두고 못 캐낸 자신들을 어이없는 실책에 자책을 하는 것이었다.

“반응만 좋다면... 시리즈다!”

꿀꺽.

무언가 대박 냄새에 기획팀은 서둘러 [JY]엔터테인먼트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

[TG 드림콘서트]

피식.

“상의를 찢고 노래를 불렀다고? 하하하! 드라마 제작 발표회가 무슨 콘서트장인 줄 아나?”

도경의 기사를 눈빛을 빛내며 흥미롭게 읽고 있던 미청년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임꺽정 제작 발표회에서 날뛰는 도경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자신의 형은 여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짜 못 말린다니까? 좀 평범하게 가도 되는걸...!”

“응? 성준아 뭐 보고 그렇게 웃어?”

“그러게 성준이가 저렇게 크게 웃다니 별일이네..”

“야! 진짜 왜 웃는지 모르는 거야? 성준이 저렇게 웃게 만드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잖아”

“아...!”

도경의 기사를 보고 웃고 있던 미청년의 정체는 [Go High]의 보컬을 맡고 있는 리더 지성준 이었다.

내성적이고 쌀쌀한 성준의 평소 성격을 아는 [Go High]의 멤버들은 자신의 동료의 말에 납득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너의 도경 형님이 한 건 하셨니?”

“네. 사상 초유일걸요?”

“허...”

“진짜 너희 형은 대단하다. 뭐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니.”

“예능뿐만 아니라 걸그룹 프로듀서를 맡아서 히트까지 치게 만들어 놓고 또 사고 칠 게 남았어?”

씨익.

“이번엔 주인공이라네요.”

“뭐?”

웅성.

항상 바쁜 해외콘서트 일정과 작업실에서 작곡 아니면 기량을 닦는 지독한 연습을 하기로 유명한 [GO High] 멤버들은 뒤늦게 접한 도경의 소식에 혀를 내둘렀다.

“진짜 너희 형 정체가 뭐냐?”

“대박! 정용환을 꺾고 배역을 차지했다고?”

“근데 기자발표회 사진에 왜 너희 형 윗옷을 벗고 있냐? 합성인가?”

“헐...! 기자 질문 잘못하다 제대로 엿 먹었네.”

“말끝마다 파란 일보 기자한테 더 물어볼 거 없냐고 1시간 동안 괴롭혔다는데?”

“너희 형 뒤끝 제대로구나...”

“컨셉 제대로다. 기자들이 너희 형 똘기 무서워서 건들지도 못 하겠다.”

도경이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한 행동들을 보며 [Go High] 멤버들은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재미있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항상 소식을 접해올 때마다 이렇게나 쇼킹한 일들만 벌이다니 어느새 [Go High]에게 있어 도경은 남이 아니게 가깝게 느껴졌다.

피식.

“컨셉이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성준아 진짜 한 번 한국 가면 우리 한번 소개 시켜달라니까? 우리에게도 이젠 도경이라는 사람은 남도 아니잖아. 바로 그 카일인데...”

“그래 맞어. 성준아 너한테도 중요한 형이지만 우리한테도 은인이자 정신적인 지주니까 말이야.”

“정신적인 지주는 개뿔. 그 사람 때문에 우리가 지금 정신병 걸려서 고생하는 거라고요. 정신들 차려요 형들.”

“뭐래? 성준이 다음으로 제일 작업량 많잖아. 1주일마다 한 곡 작곡하는 게 말이 되냐? 테리 선생님이 혀를 차더라.”

“윽...! 그래도 어떻게요. 가만히 있으면 불안한걸...”

“...하긴 우리가 이렇게 될 줄 알았냐?”

“하하하...”

한탄하는 자신들의 멤버 형들을 보면서 성준이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하긴... 나야 몰라도 형들한테는 조금 미안하긴 하네.’

[Go high]의 1집 앨범[Wind] 수록곡 10곡 전부 작곡한 카일이란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 은인이기도 하면서 낙인같은 존재이기도 하였다.

데뷔하고 3년의 동안 [GO High] 멤버들은 1집 앨범의 망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날을 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건네준 앨범 [Wind]는 명반이어도 너무나 훌륭한 명반이었기 때문이다.

첫 신인 밴드를 빌보드 차트에 입성시키고 반년도 지나지 않아 [Go High]를 세계가 주목하는 밴드로 주목시켰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나 볼 벗한 꿈만 같던 상황.

모두들 처음에는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즐거워했지만. 나중에는 멤버 전원이 이게 마냥 기뻐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직도 1집을 뛰어넘은 앨범을 만든 게 없으니 말이야...’

자신들의 스타로 만들어 줬지만 [Go High]의 멤버들 전원은 [Wind]의 그늘 아래에서 항상 비교당하며 허우적거려야 했다. 덕분에 [Go High]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지독한 연습벌레가 되어야 했다.

모두가 작곡과 보컬을 배우고 연습실에 처박혀 자신들의 창작열을 올리는 기량을 닦은 이유에는 다 그러한 이유가 깔려있던 것이다.

“인사보다 슬슬 준비해야 할 거예요.”

“뭐?”

“설마...?”

“헐. 벌써!?”

자신들의 피땀 어린 과거를 떠올리며 지성준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멤버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설마 에요. 드라마 끝나고 형이 가수로 정식 데뷔한다고 하네요.”

“........”

“8주... 앞으로 2달...!”

꿀꺽.

“우리는 그날 도경이 형이랑 붙게 되는 거예요.”

[Go High] 멤버들이 도경의 존재가 카일 임을 알았을 때.

성준이 모두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였고 멤버들은 성준의 제안을 받아들였었다.

그리고 현재 그들에게는 D-day가 떨어졌다.

“큼큼! 나는 그런 연습 하러 가봐야겠군.”

“그래 이제 좀 제대로 기 좀 피고 살아보자! 아자!!!”

“성준아 내가 그제 편곡한 곡이 있는데...!”

성준의 말에 [Go High]의 멤버들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가 각자의 할 일을 하기 시작한다.

마치 마왕의 타도를 앞두기 전의 용사 일행과도 같은 모습을 보며 성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기다리고 있어요. 도경이 형. 우리 제대로 칼 갈 갈았으니 각오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쩝 그나저나 형이 부른 노래 음원은 언제 나오는 거야?”

비장한 표정을 짓는 것도 이내 잠시 성준은 도경의 노래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동영상을 보며 도경이 불렀던 노래가 계속해서 귀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결국 참지 못하고 도경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성준은 임꺽정 OST [천지를 울려라]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타도의 대상이면서도 선망의 대상 그게 성준에게 있어 도경의 존재였다.

--

ED 엔터테인먼트.

[불꽃처럼 바람처럼 내 목소리를 천지를 물들인다.

나의 목소리를 들어다오. 천지의 있는 모든 이들아~.]]

“후우!. 조금 골치 아프겠어. 가을 중순...! 하필 네 솔로 데뷔와 겹치다니 말이야.”

“........”

어두운 작업실 빔프로젝터로 도경이 무반주로 부르는 [천지를 울려라]를 보는 두 사람은 조용히 그의 노래를 들었다.

그중 담배를 피던 중년이 짙은 담배 연기를 코로 뿜으며 턱을 쓸었다.

“천재라는 녀석이다.”

“그런가요?”

“아아. 너는 잘 모르겠지.”

끄덕.

“별로 감흥 없으니까 말이에요.”

무미건조한 미소년을 바라보며 중년인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피식.

“나는 강운이 네 녀석이 그래서 좋다.”

“...”

‘정말로 이만큼 훌륭한 악기가 없어.’

아무런 동요 없이 무미건조한 눈으로 도경의 노래를 듣고 있는 김강운을 바라보며 그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저 녀석이 천재라면 이 녀석은 AI로봇이지.’

트리니타스 리드보컬 [김강운].

사람이라면 지닐 성향, 버릇, 목소리 톤 차이 하나 없이 그 어떠한 노래도 한 치의 틈도 없이 모든 것을 구현해 내는 그의 보컬은 사람의 것을 넘어 기계가 마찬가지였다.

‘정말 미친 노인네야. 이런 물건을 만들어 내다니 말이야. 클클!’

“저기...”

“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가래 끓는 소리로 웃음 짓고 있는 중년인을 보며 도경의 노래에 시선을 돌린 김강운은 그에게 용건을 물었다.

“차현식 프로듀서님. 노래를 들으라고 부른 것 같지 않고 저를 부른 용건이 뭡니까?”

“연주자가 악기를 부른 이유가 뭐가 있을까?”

“앨범 나왔습니까?”

“그래. 부스 안으로 들어가거라.”

끄덕.

차현식의 말에 김강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부스에 들어가 해드셋을 자신의 귀에 뀌고 노래 부를 자세를 취한다.

“앨범 제목이 뭡니까?”

“White...”

“?”

[White lie]-하얀 거짓말. 어때? 너와 딱 어울린다 생각 들지 않느냐?”

씩.

자신의 앞에 섞이지 않는 고고한 순백의 물감으로 그려낼 거짓말에 차현식 PD의 입가에선 악의가 서린 웃음이 피어올랐다.

“이번에는 전번에 강소영 때처럼 쉽지는 않을 거다...!”

클클.

차현식은 빔 프로젝트에 비추는 도경을 바라보며 끈적끈적한 미소를 지었다.

“기대돼. 너는 어떻게 재능이 망가지게 될까?”

부르르.

수많은 스타의 자질을 지닌 가수들이 가요계에 발을 들이지만 재능을 잃고 빛이 바래 사라지는 가수들이 부지기수인 마굴(魔窟)이 바로 이곳이다.

그런 마굴 속에 오랫동안 살아 숨 쉬며 생존한 악(惡)은 새로운 재능을 망칠 생각에 희열에 떨고 있었다.

“천재를 망가트리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이 범인(凡人)들의 몫이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는 그의 두 눈은 도경이 망가질 미래를 바라보며 마주 웃는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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