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쉬이익!
풍덩!
높은 절벽에서 떨어진 임꺽정.
물웅덩이에 빠진 임꺽정을 바라보는 붉은 머리색을 지닌 검은 인영은 말없이 몸을 던지며 그를 건져내기 시작했다.
[으으음.]
[.......]
천만다행으로 구사일생한 임꺽정은 그렇게 질긴 목숨을 이어나가며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시작한다.
[꺄악!]
[응? 너 계집아이였어?]
[그래. 그러니 얼른 옷부터 제대로 입어라! 백정도 아니고 남사스럽게...!]
풀썩!
피식.
[백정 맞다 만?]
자신의 몸을 보더니 얼굴을 붉히고는 얼굴을 향해 옷을 던지는 소녀의 반응을 본 임꺽정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옷을 끄집어 내리며 자신이 백정임을 밝혔다.
[뭐? 정말로 백정이었어?]
[그래. 나는 백정이다. 왜 깜짝 놀랐느냐? 붉은 머리 귀신아(紅鬼).]
그냥 임꺽정의 몸을 보고 우스갯소리로 말한 것이었는데 정말로 그가 백정인지 몰랐던 양홍아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는데 이를 본 임꺽정이 장난기 돋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렸다.
[윽! 네놈도 내 머리색 가지고 놀리는구나.]
[하하하. 그렇게 눈에 띄는데 안 놀리긴 어려울 거다.]
[으... 역시 아버지의 말이 맞았어.]
그러자 홍운총은 자신의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지며 분한 표정으로 임꺽정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이런 산골짜기에 백정과 홍귀(紅鬼)라니. 참으로 기막힌 인연이구나.]
[아, 으...! 이, 인연?]
[하하하. 그래 인연! 어쩌면 우리 둘은 천생연분일지도 모른다. 어때 생각 있느냐?]
[뭐, 뭐?]
화끈.
산골짜기 속에서 평생을 아버지와 살아서 남자에 대한 면역이 없던 그녀는 이내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임꺽정은 그것을 보고는 이때다 싶어 일부러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농일게 당연하지 않느냐. 혹시 기대했느냐?]
[뭐, 뭐 뭐라고? 농? 이익! 못돼먹은 놈! 아버지는 왜 이런 놈을 주어와서...! 돌부리에 넘어져 콱하고 뒈져버려라!]
[하하하하!]
귀여운 그녀의 반응에 임꺽정은 아픈 몸인데도 불구하고 웃음을 터트리다 결국 상처가 찢어져 인상을 찡그렸다.
[고놈 참 귀엽구나...]
[클클클. 네 놈도 참 취향이 특이하구나. 홍아 보고 귀엽다고 한 놈은 네 녀석이 처음이다.]
[어르신!]
꾸벅.
한 중년남성의 등장에 임꺽정은 공손히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아무리 그가 배워먹은 것이 없는 놈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는 공손해야 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 들었다. 백정이라고?]
[네... 송구하지만 그렇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대로 이곳을 떠날 테니 며칠의 말미를 좀 더 주십시오.]
[.......]
신분을 물어보는 그의 물음에 임꺽정은 고개를 숙이며 익숙한 듯 사과를 올렸다.
은인이 비천한 백정의 목숨을 구한 것을 실망하지 않을까 임꺽정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클클클. 그리 서두를 필요 없으니 천천히 머물다 가거라.]
[...어찌. 어째서 저 같은 천한 놈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겁니까?]
자신의 능력을 떨치며 입신양명을 하기 위해 조선 팔도를 돌아다녔지만 이렇게까지 호의를 받아본 적은 처음인 임꺽정은 이러한 선의에 대해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천한 놈이라... 백정은 천한 놈이 아닐세. 그저 외국인 일뿐일세.]
[네?]
의외의 중년남성의 말에 임꺽정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중년남성은 그를
[내 이름은 양주팔일세. 지금은 야인이지만 한때는 ‘만통자’로서 불렸던 몸이지. 자네는 백정의 뿌리가 어디에서 왔는 줄 아는가?]
‘만통자’라고 불릴 만큼 세상 물정에 통달한 양주팔과 붉은색의 산발을 한 사냥꾼 소녀 양홍아. 그렇게 임꺽정은 몸이 회복할 때까지 산골짜기 속에서 기묘한 인연들과 동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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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고 임꺽정과 두 부녀의 거리는 가까워지고 임꺽정은 양주팔에게 자신도 몰랐던 백정에 대한 연유와 세상에 대해 배우며 학식을 쌓았고 양홍아와 함께 사냥하러 다니며 티격태격 되다가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연정을 품고 만다.
[흥흥 흥!]
철퍽철퍽.
[이, 이쁘다.]
꿀꺽.
평상시처럼 사냥하다 항상 들리는 계곡에서 서로에게 물장난을 치며 즐거운 휴식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임꺽정은 바위에 앉아 새하얀 발로 물장구를 치고 있는 홍아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미친 게 분명하지...!]
햇살에 비쳐 붉은색 머리가 노을처럼 물들어 있었고 새하얀 살결을 드러내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홍아의 모습에 꺽정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그녀에게 성큼 다가섰다.
[홍귀... 아니, 홍아야!]
[응? 왜 그러느냐 백정 놈아?]
꿀꺽.
[이, 이거 받아라.]
[이게...]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투박하게 무언가를 건네는 것을 본 홍아는 그것이 가락지임을 알아보았다. 나무로 만들었지만 제법 공들인 티가 나는 가락지였다.
물끄러미.
[......]
아무리 그녀가 세상 물정 모른다고 하지만 이 물건이 의미하는 것은 한 가지라는 것을 안다.
피식.
[또 나를 놀리려고 그러는 게지? 그러나 너 나한테 혼쭐 날 줄 알아라. 이 활이 보이지 않는...]
[홍아야.]
움찔.
[나는 진심이다.]
[......]
스윽.
임꺽정의 진심 어린 연심의 고백에 홍아의 얼굴은 기쁨이 아닌 우울한 기색으로 물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도경이 건네는 가락지를 들어 올리며 그에게 등을 돌렸다.
만지작만지작.
나무 가락지를 하늘을 향해 이리저리 돌려보는 그녀는 자신의 뒤에 있는 임꺽정에게게 나지막이 말을 건네었다.
평소의 천진난만하고 기운찬 목소리가 아닌 의기소침한 목소리였다.
[네가 놀렸다시피 내 머리는 귀신처럼 붉다.]
[알아.]
[그리고 너는 백정이고.]
[그 또한 알고 있어.]
[그런데 우리 둘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해?]
[......]
[나쁜 놈...]
[미안하다...]
뒷모습이지만 나무줄기를 헝클이면서 임꺽정에게 원망의 소리를 내뱉는 홍아의 행동에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꺽정이 또한 왜 그녀의 마음을 모르겠는가?
백정의 아내가 이곳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아버지와 돌아가신 어머니를 봐서 잘 알고 있는 것이 그인데 말이다.
[네 말대로 이곳 조선에서는 행복하기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나와 이 비좁은 조선을 같이 떠나자.]
[뭐?]
휙.
임꺽정의 말에 놀란 홍아는 고개를 돌리며 임꺽정을 바라보았다. 설마 그가 저런 말을 꺼내올지는 상상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어르신에게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으로 가득한 곳이라고 들었다. 분명 고난한 길이 될 테지만 분명 우리 둘이 행복하게 지낼 곳은 있을 것이다. 너처럼 머리가 붉고 다양한 머리색을 지닌 이들이 있고 나처럼 도축 일을 해도 천대받지 않은 장소가 있을 만큼 넓은 세상이라 말이야. 나와 같이 떠나자. 홍아! 너도 내게 마음이 있다는 걸 나는 안다!]
[너...!]
[부디 용기 내 다오. 홍아야.]
저벅저벅
[네가 용기를 내준다면...]
서로를 바라보며 떨리는 두 남녀의 눈빛.
붉게 상기 된 두 남녀는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그대로 정지하는 것을 느낀다.
[내 모든 것을 너에게 주도록 하마.]
한 발자국 남은 거리 도경은 고개를 숙이며 홍아와 눈높이를 마주치며 속삭였고 홍하는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백정 놈이 줄 거는 있고?]
씨익.
[네 생각보다는 많을걸?]
[뭐?]
[읍!]
칭얼거려오는 자신의 반려에 임꺽정은 웃음 지으며 그대로 자신의 입술을 홍아의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기나긴 두 남녀의 입맞춤.
이 모든 상황을 TV 브라운관으로 통해 모두 지켜보고 있던 시청자들을 의미 불명의 비명을 질렀다.
“안돼!! 첫 화부터 키스신이냐!?”
우당탕!
“꺄아아아!”
저번 화에서 화려한 액션신과 사투를 벌이며 절벽에 떨어졌던 긴박한 상황은 어디로 가고 예상치 못한 도경(임꺽정)과 김주리(양홍아)의 분홍빛 기류에 시청자들은 잠시 의문을 제시 할 만했으나 산골짜기 속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이 연분을 맺는 아름다운 모습은 그런 의문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도경의 임꺽정과 김주리의 양홍아 두 사람의 캐릭터 연기가 시청자들의 혼을 쏙 빼앗았기 때문이다.
사극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붉은 색 머리로 산발을 하면서 산속을 누비는데도 때 묻지 않는 천지 난만함과 건강미를 겸비한 홍아의 모습을 연기하는 김주리의 모습은 그야말로 생기가 넘치도록 아름다웠고 그녀의 곁에서 짓궂은 장난을 치면서도 곁을 듬직하게 지키는 상남자의 표본을 보여주는 임꺽정을 연기하는 도경의 행동은 남녀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하하하하!]
번쩍!
[꺄악! 뭐 하는 거야?]
[어쩔 수 없잖으냐. 좋아 미치겠는데 이렇게라도 표현해야지.]
피식.
자신을 들어 올린 빙글빙글 도경을 향해 김주리가 고혹스러운 미소를 도경에게 내보였다. 그가 행복해하고 들뜬 마음이 자신에게도 여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참 내! 그리 좋으냐 백정아?]
[좋다!]
[얼마만큼?]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상에게 고맙다고 할 만큼 좋다!]
[......!]
찌리릿.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두 눈시울을 붉히고는 주리에게 담담히 내뱉는 도경의 그 말이 모두의 가슴을 먹먹케 하였다.
이에 양홍아의 역할을 열연하던 김주리도 결국 눈물을 흘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주르륵.
[내가 뭐라고.]
[뭐긴 내 평생을 같이할 반려지.]
꼬옥!
[정말로 나 같은 거와 평생을 해도 되겠어?]
[너야말로 내가 백정이라고 나한테서 도망갈 생각 하지 마라.]
씨익.
씩!
눈물을 흘리던 둘은 서로에게 웃음을 내보이며 다시 한번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깊은 입맞춤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단순하게 마음만 맞는다고 쉬이 이루어지는 달달한 사랑이 아니었다. 백정이란 신분과 혼혈이란 문제를 지녔기에 자신의 나라를 떠나기를 마음먹은 두 사람의 애달프고 씁쓰름한 사랑인 것이다.
“비주얼 들이 둘 다 미쳤네. 내가 미쳤나? 박도경이 자꾸 멋있어져 보이네.”
“로미오 줄리엣 저리가라다... 훌쩍.”
“아씨. 박도경 자식 진짜 우리 주리 꽃길만 걷게 해라! 무슨 4화밖에 안 됐는데 저리 애절해....!”
“이야. 임꺽정 역대급 상남자다. 고백을 뭐 저리 박력 있게 하냐. 진짜 남자가 봐도 멋있다. 그런데 헤피엔딩 가기엔 결말이...”
어리지만 어려운 환경 속 모든 것을 건 두 사람의 사랑은 남녀노소 나이를 떠나서 모두의 마음을 울리게 충분했다.
주연들은 서로를 향해 행복한 웃음을 짓는데 시청자들은 역사적인 인물인 임꺽정의 결론을 알고 있었기에 저 둘의 웃음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탄성을 터트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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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 안무 연습실]
“끄윽! 끄윽! 너무 불쌍해. 행복했으면 좋겠다.”
“으어어엉! 도경아 이거 뭐야 너무 슬프잖아?”
“그래요? 이건 슬픈 축에도 못 끼는데...”
“응?”
“주리 쟤 다음 주에 죽어요.”
처음 보는 드라마에 1시간을 강탈한 두 사람은 울음을 터트리며 예고편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고 도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드라마의 충격적인 사실을 무미건조하게 밝힌다.
“에에!!!!!”
“뭐라고?”
도경의 말에 고개를 홱 돌린 두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비명을 질렀다.
“귓청 떨어지겠네...”
“지금 홍아가 죽는다는 거야?”
“네 죽어요. 그것도 임꺽정 눈앞에서 화살에 맞아 죽어요. 그리고 제 얼굴을 붙잡고...”
“안 돼! 그만!”
“아.아.아! 안 들려. 하나 귀에 하나도 안 들려!”
“하하하!”
두 사람의 순진한 반응에 도경은 웃음을 터트리며 그 둘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어조로 쏘아주었다.
“나 원, 참. 그럼 임꺽정이 홍아랑 조선을 벗어나서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 줄 알았어요? 그럼 드라마는 어쩌고?”
“으윽. 역시 도경이 넌 잔인한 남자야.”
“형님은 거기 멈춰요. 그 조물거리는 손으로 나한테 다가오지 말고.”
“으어어. 홍하 언니... 어떻게, 죽다니 너무 불쌍하다.”
씨익.
‘하긴 촬영장도 울음바다였지... 다음 주면 더 난리 나겠네.’
16부작 드라마 4화가 끝나고 4분지의 1이 끝난 시점.
한참 극의 내용이 진행하는 시점에서 도경은 현재 8화 분량의 녹화를 맞췄고 다음 주에 대한 반응을 예상하며 고소 지었다.
톡톡!
[시청률 20프로 돌파했더군요. 축하드립니다.]-차도한
[훗.(썩소)]-도경.
[......(썩은 표정)]-차도한
[후헤헤헤헤(폭소)]-도경
[고생하십시오()]
차도한과 이모티콘을 써가면서 의외로 귀여운 카톡을 주고받는 도경은 실실거리며 웃으며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아무리 종점을 찍은 도경이라도 지금 이루어낸 일은 그에게 있었어도 크나큰 일이었기 때문이다.
“20프로라 5명 중 한 명은 나를 봤다는 건가?”
단순 계산하면 5천만 인구에서 1천만이 자신의 펼친 연기를 봤다는 사실에 도경은 티를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전율이 일고 있는 상태였다.
“여긴 정말 최고야.”
가르드에서 자신이 아무리 날고뛰어도 1천만이란 사람 앞에서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거나 재주를 뽐내는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 헌데 이곳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손쉽게 이뤄낸다.
‘좀 더, 좀 더 나를 보여주고 싶다.’
정말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도경의 마음속 깊은 곳에선 희열과 타오르는 야망으로 가득하다.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다 이용한다...”
20프로란 시청률은 도경에게 있어 서막을 알리는 첫걸음이나 다름없었다. 사전에 방송가에 적응하는 기간을 보냈다면 이제는 날아오를 때인 것이다.
그 길이 무엇이 되었든 도경은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하여 그 누구보다 높이 날아오를 것을 다짐했다.
“꺽정이가 말한 것처럼 세계는 넓지.”
여행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인종과 수많은 종교. 그리고 거기서 맺었던 수많은 인연을 떠올리며 도경은 웃음 지었다.
도경은 그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싶었다.
1천만이 1억이 되고 1억이 10억이 되는 그날을 떠올리며 도경은 제자리에서 힘차게 일어났다.
“자, 그럼 다시 연습 재개해 볼까요? 이젠 내가 뭘 표현하고 싶은 지 두 사람 다 알겠죠?”
끄덕.
“네 오빠.”
“그래 도경이 네가 왜 드라마를 보자고 했는지 알겠다. 무슨 정서를 표현하고 싶은지 알겠어.”
피식.
‘역시 최고라니까...’
노래, 춤, 영상 모든 것이 하나의 콘텐츠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
서로 보기만 해도 말과 뜻이 통하는 인재들이 별처럼 수놓아진 세상 속 도경이 날아오를 방법은 그야말로 무한 그 자체였다.
스윽.
“그럼 시작해 봅시다.”
부우웅!
구석에든 목검을 들어 올린 도경은 진한 미소를 피어 올리며 자세를 잡고 이내 구슬땀을 흘리며 모두를 놀라게 할 재주를 준비한다.
“도경 오빠는 생각보다 노력파?”
“노력?”
피식.
“저게 노력 파인거 같아?”
“아니에요?”
“응. 조금 다르지.”
하나는 도경이 추는 칼춤을 보면서 그리 중얼거렸고 그의 옆에 있던 신명하는 그 말을 부정한다.
“노력은 결과를 내기 위해 하는 건데 도경은 그런 게 아니거든. 쟤는 자기가 뭘 해도 자기가 결과 낼 것을 스스로 잘 아는 녀석이야. 정말 대단한 거지.”
“네? 그럼 저건 뭔데요?”
“저거는...!”
하나와 자신이 떠들고 있음에도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자신의 춤에 몰입해서 칼춤을 추는 도경의 눈을 바라보며 신명하는 너털웃음 지었다.
“그냥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거야.”
“에?”
부우웅.
도경이 휘두르는 경쾌한 목검 소리가 안무실 가득 울려 퍼지고 하나와 신명하는 넋 넣고 도경이 펼치는 검무 속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익히 수십 번을 보았는데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계속하여 빠져든다.
그것을 보며 신명하는 도경의 새로운 진가가 얼마 안 있어 세상에 드러날 것이라 확신하였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