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스테이지(I)]
연예계에 활동하는 아이돌 중에서 춤 잘 추기로 소문난 연예인을 가지고 기획한 댄싱경연배틀. 한 화마다 춤출 주제를 선정해주며 참가자들은 주제에 맞게 자신의 무대를 꾸밀 크루와 게스트를 구하여 춤을 선보인다.
자신의 원하는 춤을 추지 못하고 자신의 특기인 춤을 마음껏 선보이지 못했던 아이돌의 특성을 이용하면서 아이돌들에게 춤에대한 욕구를 해소하는 무대와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 [스테이지(I)]였다.
‘다만...!’
하하하하!
[이소주씨. 오늘도 춤 준비해 오셨나요?]
[그럼요! 갑니다~.]
[이야. 오늘은 또 어떤 충격을 줄지 기대가 되네요~.]
[저한테 출연료 더 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MC들과 패널로 온 연예인들이 웃음꽃으로 꽃을 피우는 무대를 보면서 도경은 인상을 구겼다.
꿈틀.
‘개판이네...!’
“이 프로그램 만든 제작진들 마음에 안 드네...”
이곳에 오면서 차도한에게 대충 프로그램의 취지에 들은 한편 그 이면에 대한 실상도 들었는데 직접 보니 생각보다 더욱 심했다.
춤에 대한 지식이 없는 예능감만 충만한 2명의 MC와 개그맨과 요즘 춤에는 관심 없는 옛 시대의 연예인들로 이루어진 패널들.
그나마 춤에 대한 관련자들은 예능에 익숙한 연예인들에게 밀려 자리만 채우고 앉아 있었다.
“이거는 성의가 없다고 봐야지.”
춤이 주제인데 춤에 대한 존중은 없음에 도경은 단막에 이곳이 어떤 곳인지 파악했다.
무대만 던져주고 재롱을 피우는 자리.
그것이 [스테이지(I)]였다.
도경의 불편한 기색을 알아차렸는지 옆에 있던 신명하가 연유를 물어온다.
“도경아 왜? 뭐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어?”
“조금요. 여기 원래 MC랑 패널이 떠드는 시간이 이렇게 많아요? 춤추러 온 주인공들을 두고 저게 뭐 하는 짓인지...”
“뭐.. 조금 그렇지?”
주객이 전도된 자리. 오늘 무대를 춤출 아이돌을 1시간 넘게 병풍으로 세워두는 MC들과 패널들에게 도경이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분량이 나와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
“흐음. 새삼스레 정진석 Pd 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네요.”
“야. 비교할 걸 비교해라 너가 너무 기준이 높은 거야.”
“그런가...”
자신의 아이돌 현장을 담당하는 정진석Pd와 그의 사단을 떠올리며 도경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가 만약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했다면 이렇게 형식적이고 주객이 전도되는 부자연스러운 구조의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경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을 바라보며 인상을 구겼다.
“그것보다 이거 투표할 방청객들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음... 그러게 오늘따라 유독 심하네.”
“야 하나야. 드림걸즈 팬들은 왜 안 보이냐?”
“그러게요. 모르겠어요. 헤헤. 그나저나 MC분들 너무 웃기지 않아요? 오빠?”
“...그래. 너는 그런 애였지... 하나는 하나였어... 에휴.”
“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모르고 순수하게 방송을 즐기고 있는 하나의 모습에 도경은 그의 옆에 있던 신명하는 이해한다는 웃음을 지었다.
“도경아 네 맘 이해한다. 하나가 저게 매력이긴 한데 갑갑하기도 하다니까. 무대를 준비하거나 춤출 때는 그렇게 똑 부러지는 얘가 다른 부분에는 어떻게 저리 빈틈투성이인지... 이제 왜 내가 너 부른 건지 알겠니?”
“그러게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명하형...”
“에? 내가 왜요~?”
두 남자의 한숨에 하나는 고개를 좌우로 이리저리 돌리며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도경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무시하는 한편 방청석에 있는 소녀 팬들을 보며 짜증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노골적이어도 너무 노골적이잖아. 출연자들이 호구로 보이나?’
오늘 [스테이지(I)] 처음으로 출연하는 아이돌인 [트리니타스]의 최승환과 방청객을 가득 채운 소녀들을 보며 도경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또, 저 녀석인가? 계속해서 엮기네. 마음에 안 들어.”
[아이돌 현장]의 MC 자리를 두고 겨뤘던 최승환을 보며 도경이 미간을 구겼다.
저 자신감에 가득 찬 미소가 실력이 아닌 저 방청객들에게서 오는 것을 안 도경은 자신의 가슴속에 짜증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짜고 치는 고스톱.
[스테이지(I)]는 인기 아이돌을 출연시켜 주목과 화제를 받을 수 있었고 저기 최승환은 자신의 팬덤을 이용하여 이곳에서 높은 성적을 거둘 것이었다.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나 다름없는 것을 알기에 도경은 짜증을 내는 것이었다.
“짜증나...”
도경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놈은 아니지만, 무대를 가지고 엄한 놈들의 이해득실에 자신들이 이용당하는 것은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이렇게 나오면 나도 어쩔 수 없잖아.”
무대에 춤추는 것에만 만족하는 하나는 모르더라도 도경은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차피 하나도 이번이 마지막 출연이라고 했지...!”
무대만 제공하고 출연자들에 존중과 형평성이 없는 프로그램.
도경은 그들이 바람대로 무대만 취하기로 결정 내리며 받은 대로 돌려 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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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패널 들과 MC들의 시끌벅적한 시간이 지나가고 MC들은 출연진들이 앉아있는 자리로 고개를 돌리며 뒤늦게 그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야! 오늘은 대박 출연자들의 대거 등장입니다.]
[그러게요. 스테이지(I)가 화제가 되기는 하나 봅니다. 우선 새로 출연 한 출연진들부터 소개해 볼까요?]
[그러도록 하죠. 이거 여성분들이 좋아 비명을 지르겠는데요. 트리니타스의 최승환군이 오늘 저희 무대를 빛내주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꺄아악!
두 MC의 말에 방청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고 최승환은 싱그러운 미소를 보이며 인사를 하며 MC들과 재미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를 지켜보던 출연진들은 박수를 치는 가운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결과가 보이네.”
“괜찮아요. 형. 어차피 욕심 부리지 말고 좋은 무대만 보여요.”
“맞아요. 이런 무대가 있다는 게 어디에요.”
“그래 괜히 기운 빠지는 소리 해서 미안하다.”
“쯧...”
자신들의 파트너와 수군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출연진들의 말을 들으며 도경의 얼굴이 더욱더 굳기 시작했다.
“이깟 무대가 뭐라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 누구보다 저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도경이었다.
배우에게 작품이 중요하듯이 가수와 춤꾼들에게는 춤을 보일 수 있는 무대가 정말로 중요했다.
좁은 연습실에서 수 시간 수십 시간을 땀을 흘리며 연습해도 제대로 된 무대가 없다면 그저 지랄발광 그 이상 그 이하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형평성이 무너지고 출연진에 대한 존중이 없다 하더라도 이들에게 있어 이 프로그램의 무대는 하나의 기회이자 절실한 무대인 것은 변치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대박 출연진을 소개합니다. 정말 의외의 인물이 이곳에 오셨습니다.]
[그러게요. 한창 연기하느라 바쁠 텐데 출연한다는 소리에 많이 놀랬습니다.]
[사실 조금 전 대기실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지금 제 눈앞에 주인공이 떡하니 있네요. 기분이 정말 이상합니다.]
[그렇습니다. 작곡이면 작곡, 노래면 노래, 예능이면 예능 그리고 현재는 임꺽정으로 드라마에 배우로 맹활약 중인 박도경 씨가 저희 스테이지(I)에 출연해 주셨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도경씨.]
MC들의 과장된 소개에 도경은 마이크를 집어 올렸다.
“안녕하세요. 요즘 임꺽정 활약 중인 박도경이라고 합니다.”
와아아아!
짝짝짝.
도경의 출연에 예전과 달리 많은 사람들로 부터 환호성이 나왔다. 최승환처럼 소녀들의 일색의 목소리가 아닌 다양한 함성이었다.
괜히 시청률 28%의 드라마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도경을 향한 반응은 이젠 어엿한 스타를 보는듯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십니까? 드라마 촬영 중에 연습할 시간이 없을 듯한데요?]
“아, 생각보다 그리 바쁘지 않습니다.”
[네?]
“저희 임꺽정 팀은 웬만한 것들은 한 큐에 촬영을 마치거든요. 그리 바쁘지 않았습니다.”
[......]
오오오!
[이야! 지금 저거 자기 자랑 맞죠? 자랑을 이렇게 스리슬쩍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은 처음입니다.]
[요즘 유명한 수식어 말 있죠. ‘박도경이니까 넘어가.’]
[아 그거 저도 들었어요. 하도 뛰어난 실력과 뻔뻔한 태도로 화제를 몰고 다니니까. 그런 수식어가 붙었다고요?]
[네. 그러니 넘어가세요. 저희가 도경 씨 건드리기엔 너무 커버렸습니다.]
하하하.
[하긴 아무것도 없는 신인에서 이제는 수목드라마 시청률 28% 드라마의 주인공이네요. 정말 그냥 넘어가야 하나 봅니다.]
도경을 다루는 MC들의 태도에서 그의 달라진 위치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보통이라면 으쓱해야겠지만 도경은 그들의 태도에 더욱더 기분이 다운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스트를 돋보이게 해주는 게 MC인데 인기에만 편승하려 하다니 최악이네...’
실력이 아닌 출연진들의 인기로 차별하는 그들의 태도에 솔직히 도경은 저 둘이 MC가 아니라 게스트의 인기에 기생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자신들의 힘이 아닌 인기 있는 게스트를 이용하여 방송을 진행하려는 그들의 태도는 솔직히 MC가 무슨 필요가 있는지 그들에 대한 존재가치에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나저나 복장이 저만 눈이 익은 거 아니겠죠?]
[그렇죠. 현재 도경 씨가 입고 있는 의상은 누가 봐도 드라마에 나오는 임꺽정이죠. 그리고 하나 씨의 복장은...!]
[이야! 김주리 씨가 열연했던 홍아의 복장이네요. 이거 무대를 보지 않아도 어떤 무대가 나올지 예상이 되네요.]
또다시 시작되려는 그들의 쓸데없는 소모적인 멘트가 시작되려는 조짐에 결국 도경은 참지 못하고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는 것도 아니고 출연자들에게 득을 주는 것도 아니고 무가치한 이야기를 나눌 바에 빠르게 생략하는 것이 나았다.
스윽.
“저기,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네. 뭐죠? 도경 씨.]
“저희 언제 춤추나요?
[네?]
“2시간 동안 앉아있더니 좀이 쑤셔 죽겠어요. 명색이 춤추는 프로그램인데 춤꾼들 모아놓고 앉혀만 놓다니 진행 너무 한 거 아니에요? MC 제가 볼까요? 저 진행도 되게 잘하는데...!”
“와아아아!”
움찔.
도경의 말에 방청객에 있는 사람들과 참가자들이 호응을 보내왔고 무대 중심에 서 있던 MC 둘은 움찔하며 당황하였다.
[이, 이런...!]
[하하하하. 이러다가 우리 밥줄까지 빼앗기겠어요.]
하하하하.
삐질.
MC들은 진땀을 빼며 도경의 멘트를 받아치며 웃음으로 상황을 무마했지만 그래도 도경이 내뱉은 멘트는 뼈 있는 멘트라 MC를 보는 두 사람의 표정은 살짝 굳었다.
‘진행 똑바로 안 하냐?’
도경이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했지만 결국 해석해 보면 그의 말은 자신들의 진행에 대한 불만을 담은 이야기였다.
‘성깔이 대단하다고 하더니. 진짜 보통이 아니네.’
‘저 자식이?’
울컥.
MC들은 살짝 빈정이 상했다.
중견 베테랑인 MC들인 자신들의 진행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는 까마득한 후배의 말을 듣기엔 그들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보통 저렇게 멘트치면 골탕 먹어보라고 MC 해보라 할 테지만 도경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그는 MC 또한 기가 막히게 잘했다.
“하하하! 도경씨 이미 MC하면서 너무 욕심내는 거 아니에요?”
“응?”
오히려 도경이 진짜 진행을 맡아 잘해버리면 자신들이 곤란하기에 MC둘은 서로에게 눈치를 주며 얼른 이 상황을 넘어가려 했지만 누군가의 개입으로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이미 [아이돌 현장] MC자리 빼앗아 가놓고 너무 욕심쟁이시다.”
[어? 그러네! 도경 씨 그러면 안 돼~. 이미 승환 씨 MC 자리도 빼앗아 가 놓고 우리한테 빼앗는 거야?]
[그래그래! 이거 진짜 욕심쟁이 후배네. 그렇게 혼나놓고 정신 못 차렸네. 그래도 우리도 꽤 팬 많다고?]
빼앗았다는 말에 포인트를 주며 뱀처럼 교활하게 멘트치는 최승한의 저열한 멘트에 두 MC가 잘됐구나 싶은 기색으로 도경을 몰아붙였다.
최승환과 도경의 껄끄러운 관계를 생각하면 중재를 해야 할 두 MC가 오히려 불을 붙이고 있는 것이었다.
피식.
“아, 농담이었는데 너무 진담으로 받아들이시면 어떻게요? 특히나 [아현]의 MC 자리를 두고 겨뤘던 선배님이 그러시면 어떡해요...!”
“하하하하! [아현]이 잘나가서 제가 심술 좀 부려봤어요. 그나저나 진짜 MC 잘하더라고요. 아주 날아다니시던데요?”
“하하. 낙하산 소리 안 들으려고 제가 좀 열심히 했죠. 그나저나 선배님 제가 후폭풍이 두려워서 그런데 팬분 들에게 저 좀 좋게 얘기해주시면 안 될까요? 개념 없다고 100% 욕먹을 거 같은데...”
하하하하.
도경의 울상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고 최승환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거 어떡하죠? 제가 뒤끝이 길어 서요.”
“아.. 선배님 너무해.”
하하하.
주변은 웃고 있지만, 카메라 앞에 서있는 출연진들과 MC는 웃으면서도 최승환과 도경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웃으며 얘기하지만 두 사람이 꺼내는 내용들이 조금은 민감한 것들로 수위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 해보자는 거지?’
도경은 집요하게 자신을 무는 최승환의 멘트에 속으로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전이야 아무것도 없는 신인이니까 조용히 숙이며 넘겼지 현재의 자신은 그때와 달랐다.
적도 아군도 없는 이쪽 비즈니스 판에서 계속해서 적으로 남겠다면 도경 또한 제대로 선을 그어 줄 수밖에 없었다.
“트리니타스 팬분들 저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저 말고 정진석 PD님 욕해주세요. 실력이 아닌 인기로 투표 받아서 1위 한 건 쓸모없다고 하는데 어쩌겠어요.”
“!?”
꿈틀
술렁술렁.
손을 모아 울상을 짓는 도경의 말에 순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도경이 내뱉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최승환이 그때 받았던 투표 1위가 실력이 아닌 인기로 받은 것을 지적한 것인 까닭이다.
“아차차! 지금 제가 말실수 한 거죠? 아... 오늘 죽어나겠다...! 트리니타스 팬분들! 오해 마세요. 정진석 PD님이 최승환 선배님 진행 실력 좋다고 인정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거기서 좀 나아 보여서 뽑힌 거래요.”
“음... 도경 오빠. 그거 결국 자기 자랑 하는 거 아니에요?”
“어, 그게 또 그렇게 되나? 허... 망했네.”
“바보...!”
“윽! 하아...! 트리니타스 팬분들 저 포기했습니다. 그냥 욕해주세요. 포기하는 게 편할 것 같아요.”
하하하.
싸늘.
하나의 말에 체념의 표정을 짓는 도경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고 그 모습에 몇몇은 웃음을 터트렸지만, 촬영장 안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
‘팬들도 있는데 저거 일부러 그런 거지? 진짜 꼴통이네.’
‘벌집을 쑤셔도 아주 제대로 쑤시네..’
두 MC는 도경의 어그로에 혀를 내둘렀고 방청객의 분위기는 도경의 장난스러운 태도 덕분에 더욱더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방청 객석에 앉은 절반이 트리니타스 팬들이다. 당연히 최승환을 응원하러 온 소녀팬들에게 도경이 곱게 보일 리 만무했다.
자신들의 오빠보다 실력이 좋다고 면전에 대고 이야기하는 도경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빠드득.
“대박 소속사 빨로 들어온 주제에... 뭐라고?”
“재수 없어.”
“못생긴 주제에...!”
웅성웅성.
‘이런..!’
[하하하하! 도경 씨 오늘 인터넷 하면 안 되겠네요.]
[자, 다음 출연자 텐텐 씨.]
“네, 네?”
[하하하. 오늘은 게스트로 소속사 아름다운 선배분을 모셔왔는데요. 저번 주에 1위를 해놓고 2연속 1위를 노리는 건가요?]
“그게...!”
도경과 최승환을 중재하지 않고 불붙인 MC들은 뒤늦게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감을 깨닫고는 자신들의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상황을 정리하며 서둘러 다음 출연진을 향해 화제를 돌리며 방송을 진행에 나가지만 그들의 의도대로 상황은 흘러가지 않았다.
“.......”
이미 트리니타스의 소녀 팬들의 신경은 도경과 최승환에게 쏠려 있었고 그 둘이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을 알았다.
빠드득!
‘저 새끼 진짜 뒈지고 싶나...!?’
피식.
‘비빌 걸 비벼라.’
서로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치며 상반된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의 모습은 누가 봐도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오빠...!”
물끄러미.
꽈악!
“저만 믿으세요.”
스윽.
타다닥.
그리고 이 둘을 지켜보던 한 소녀는 분함과 애타는 눈빛으로 최승환을 바라보며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눈빛을 빛내며 무언가를 빠르게 써 내려 간다.
[트리니 타스 팬클럽 단톡방]
-공지-
[투표 때 박도경하고 하나 무대 절대 찍지 말기!
찍는 회원 적발 시. 팬클럽에서 탈퇴시킴.
박도경 인성 빻음이 확실함 오늘 정의구현 가도록 해요.]
부우웅. 띠링. 톡톡. 딩동.
짤막한 내용을 올리자마자 동시다발적으로 스마트폰 알림음이 울리기 시작하고 소녀들이 도경과 하나를 바라보며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었다.
묘한 긴장감이 그녀들을 중심으로 생성되기 시작하고 도경은 그녀들을 따가운 눈초리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에게도 받아야 할 빚이 있지.”
적의에 가득 찬 소녀들의 시선을 보면서 도경은 그녀들에게 받을 채무를 떠올렸다.
자신을 향한 욕설로 시작해 가족과 주변 사람들까지 건드리며 갖가지의 말도 안 되는 루머를 꾸며대며 자신의 이미지를 망치는데 사력을 다했던 존재가 바로 저들이었다.
피식.
‘그래 열심히 자기 무덤 파고 있어라...’
도경은 웃었다.
이 쓰레기 같은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같잖게 시비 붙어오는 최승환도, 그의 철없는 팬들까지 모두 자신에게 제대로 엿 먹을 미래가 보였기에 그는 웃음 지었다.
“너희가 자초한 거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