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52화 (152/357)

152화

도경의 예상대로 최승환은 1등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었다.

자신들의 존재가 발각되었음에도 최승환이 원치 않았음에도 자신들의 오빠를 생각하는 그녀들의 갸륵한 마음이 그를 1등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

푸슈슉.

[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

“하하..하....!”

꿈틀.

꽃가루가 허공으로 흩날리는 가운데 최승환은 MC들이 건네는 트로피를 받으며 감사의 인사를 올리지만, 그의 옆에 있는 크루의 대표는 수치심에 모자를 푹 눌러쓰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뒤에 있던 참가자들은 짜게 식은 눈으로 무성의하게 박수를 치며 최승환의 우승을 축하한다.

파르르.

‘크으윽!’

그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 최승환은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자신의 안면근육이 엇나가려 하는 것을 느끼며 표정관리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멍청한 것들 적당히 눈치 봐서 투표를 했어 야지. 1등으로 만들면 어떻게? 대가리에 든 게 없는 건가?

모두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1등.

가지느니만 못한 것을 얻은 최승환은 애꿎은 대상을 향해 이를 갈았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그의 머릿속엔 골치 아픈 일로 가득해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았다.

‘박도경...!’

빠직.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 찾는 그는 자기 뒤에서 실실거리고 있을 박도경을 떠올리며 트로피에 거머쥔 손에 힘을 주며 분노를 표출하였다.

“제기랄!”

--

1주일 후.

[우승자는...! 최승환군입니다!]

꺄아악.

와아.

도경이 출연한 스테이지(I).

문제도 탈도 많아 과연 방송될까 싶었던 그 날의 촬영 영상은 놀라울 정도로 탈바꿈되어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편집에 편집을 당한 아예 다르게 날조된 영상이었다.

피식.

“혼을 쏟아부었네. 정말 저렇게 보니까 감쪽같네.”

드라마 촬영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스테이지(I)]를 본 도경은 감탄성을 흘렸다.

자신이란 폭탄을 완벽하게 제거한 그 영상은 자기가 보더라도 너무나 감쪽같았기 때문이다.

“멍청이들 제대로 사과문이나 올리지. 무대까지 건드리다니... 악수를 두는구나.”

얼핏 예견한 일이었다.

촬영이 끝나고 최승환이 세트장에 남아 PD와 무언가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참 희한하게도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사과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려 한다.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리네...”

얌전히 방송을 내보냈다면 사과를 하든 욕을 먹으며 제 갈 길을 가든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미 어느 정도 그들이 대가를 치렀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에서 자신을 편집한 것도 모자라 땀의 결정체인 무대까지 훼손하다니 그들은 자신의 정한 선을 넘어서고 말았다.

뿌드득!

“자, 그럼 시작해 볼까나?”

씨익.

누누이 얘기하지만. 도경은 착한 놈은 아니었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야 직성이 풀리며 자신에게 적의를 품거나 거슬리는 사람들에게는 도발을 밥 먹듯이 하며 걸리는 대상에게는 망신을 주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그들이 보복해오면 박살 내는데 희열을 느끼는 악취미에 가까울 정도로 성격이 나빴다.

[단톡방]

(은하수 스타),(7)

[야. 나 SNS 시작함. 친구 추가랑 팔로우 해줘. 여기 링크 걸어둠.]

[링크]

톡,톡,톡,톡,톡!

위잉!

무성의하게 단 도경의 톡에 모두가 실시간으로 글이 달리기 시작하더니 긴 잠을 자고 있던 단톡방이 깨어나 쉴 새 없이 알림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오빠 SnS 하는거 반대요...]-김찬미

[헐..!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건가요?]-이지원

[어? 도경이 귀찮아서 SNS 안 한다 하지 않았어?]-최정훈.

[오빠 진짜로 하게? 안 하면 안 돼? 하더라도 우리 회사에서 교육부터 먼저 받고 하자! 응!?]-박소희

[하하하! 도경아 나도 그걸 추천할게. 왠지 너는 SNS 하면 안될 거 같은데... 그나저나 [JY]는 SNS도 교육받는구나...]-김우진

[톡도 제대로 않는 형이 그 귀찮은 SNS를 할 리 없을 텐데 갑자기 무슨 변덕이에요?]-지성준

[남자랑 톡해서 뭐하냐?(피식) 뭐, 별거 아니고 언플에 좀 이용하게.]

[언플이요?]

[그게 그러니까...!]

톡톡!

톡!

손이 뜨끈해질 정도로 본격적으로 썰을 풀어내는 도경의 톡에 하나같이 모두들 분통을 토해내기 시작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거라면 오빠 SNS 하는 거 찬성! 모두들 어떻게 생각해?]-김찬미

[헐...! 어쩐지 아까 하나 표정이 안 좋았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우리 하나 어떻게 ㅠㅠ]-소희

[미쳤네요. 무대까지 건드리다니. 그쪽 PD 이름이 뭐라 구요?]-이지원

[그쪽 판도 더럽긴 마찬가지구나...]-최정훈

[하필 건드려도 형을 건드리냐. ㅋㅋㅋㅋ 아 너무 불쌍하다.]-지성준

[인정. K 스타 때가 떠오르지 않냐 성준아? 그쪽 PD 제대로 욕먹겠는 걸?]-김우진

[욕이요? 욕으로 끝낼 생각 없는데 말이죠. 여튼 다들 부탁할게요.]

[알았어!&맡겨줘!]-은하수 멤버

도경의 부탁에 모두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고 도경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스마트폰에 있는 다른 방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현장]

(골칫덩이),(32)

여태까지 아이돌 현장에서 만나 번호를 교환한 아이돌들이 모여 있는 단톡 방.

작곡 문제로 수시로 연락 오는 녀석들 때문에 귀찮아서 방을 판 것이었는데 개똥도 쓸모가 있다고 하더니 오늘 그날이었다.

“은혜를 갚을 때다 이 녀석들아.”

도경은 농사를 지으며 농작물을 추수하는 농부의 뿌듯한 마음을 느끼며 무언가를 빠르게 쓰기 시작했다.

타다닥

[*공지*]

[고추들아 은혜 갚아라!]-도경

[링크-언플하게 팔로우 친추들 부탁. 부끄러운 일에 쓰지 않겠음.]

안부인사 없이 본론만 꺼내는 도경의 톡에 또 다시 빠르게 알림음이 스마트폰에서 터져 나오지만, 도경은 글을 읽지 않고 어플을 껐다.

실례일 수 있지만, 작곡이나 자신의 관심사 이야기 이외에는 철저하게 읽씹만 하는 마이페이스인 도경에게 이미 익숙해져 있는 단톡방의 골칫덩이들중에 감정이 상하거나 아쉬워하는 멤버들은 없었다.

피식.

“이거 의외로 재밌잖아.”

개인의 힘으로만 일을 돌파했던 때와 달리 다수의 사람들을 동원해 일을 짜는 것은 오랜만이었기에 도경은 웃음 짓는다.

게다가 전서구를 이용하며 시간이 걸렸던 가르드 대륙과 달리 실시간으로 여럿에서 판을 짤 수 있다니 이건 꽤나 즐거운 경험이라 생각하는 도경이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하지. 마지막으로...!”

판은 짜졌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 도경은 마지막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Rrrr. Rrrr.!

딸칵!

[무슨 일입니까?]

“거 너무 쌀쌀하네. 생사와 그 이상을 오고 간 우리 사이에...!”

[일하는 중입니다.]

퍼억!

[크아악!]

피식.

“쉬엄쉬엄하지~. 우리 아현이는 너무 일 중독이라니까.”

[이상한 컨셉 잡지 마시죠. 용건 없음 끊습니다.]

“기다려! 진짜, 말만 VIP라니까... 다름 아니라 내가 출현했던 스테이지(I)란 프로그램이 있거든? 그쪽 PD 좀 털어줬으면 좋겠어.”

[수위는 저번 그 작곡가처럼 해결 보면 됩니까?]

“어. 털어서 나오는 것들 있으면 알아서 처벌받게 해줘. 없으면 말고.”

[알겠습니다.]

뚝.

띠띠띠...!

“어휴. 찬바람이 여기까지 느껴지네. 함께한 지가 얼마인데 진짜 정 없는 여자라니까.”

피식.

3년간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 이 두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은 도경은 처음과 달리 김강한과 자신을 담당하는 백아현이라는 유용한 파트너에 도경은 이제는 그들을 향해 신뢰감이 담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그 둘과 겪었던 일이 많았고 그렇기에 그 둘이 이번에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 처리를 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도경이었다.

“박살나 버려라...!”

씨익.

양지와 음지를 넘나들어 판을 짠 도경의 미소는 그야말로 싸늘함 그 자체였다.

욕먹는 데서 그친다?

도경은 절대 그렇게 가볍게 끝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경의 목표는 [스테이지(I)]를 산산조각낼 생각이었다.

그만큼 도경의 분노는 진심이었다.

“무대를 가지고 논 벌이다.”

정말로 사적이고 그만의 개인적인 이유였다.

같잖은 수작을 부린 최승환보다 무대를 가지고 아티스트들을 농락한 스테이지(I)에게 더 분노하는 도경이었다.

똑똑.

“도경 씨. 시간 다 되었습니다. 슬슬 준비하시죠.”

“네, 차 매니저님 지금 나가요!”

드르륵!

촬영을 알리는 말에 도경은 문을 열고 밴 안에서 내리자. 그를 보고 있던 차도한 매니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디 컨디션이라도 나쁜 겁니까?”

“네?”

“대본 외울 시간을 달라고 하다니 이런 적은 처음이지 않습니까. 어디 문제라도...?”

“하하하. 그러네요. 조금 ?”

“이런, 그런 건 저한테 미리 말씀을 해주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나중에 촬영에 지장을 미치면 어쩌려고...!”

“에이, 에이! 또 오버하신다. 조금이라고 말했잖아요. 이미 다 해결했으니까 걱정 마세요.”

“...정말 입니까?”

“정말로요.”

씨익.

미심쩍었지만 정말로 괜찮다는 듯 상쾌한 미소를 짓는 도경을 보며 차도한은 그의 옆에 서서 촬영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1시간 남짓 밴 안에서 도경이 무엇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그는 뒤늦게 도경이 한 일을 깨닫고 비명 성을 내지른다.

--

[박도경 SNS]

[스테이지(I)-박도경&하나 (편집본)] & [스테이지(I) 박도경&하나 (무편집본)]

[편집이고, 형평성이고 뭐고 다 참는데 무대는 건드리지 마셨어야죠. 팬 없다고 무시합니까? 무대가지고 장난치지 마시길...]

도경의 이름과 사진으로 올라온 짤막한 글과 하나의 영상.

조회수도 공유된 횟수도 0으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존재감 없는 계시 물. 하긴 친구추가도 없고 홍보도 안 한 개인계정에 누가 관심을 가져다줄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띠링!

[GO High(June)]님이 Rt를 하셨습니다.

[Dream Girls]님이 게시물을 공유합니다.

[JiN]님이 댓글을 남깁니다.

[I.지원]님이 ‘좋아요’를 누릅니다.

[김찬미]님이 RT를 하셨습니다.

도경의 가장 가까운 은하수 멤버들이 제일로 먼저 도경의 개인 계정에 방문을 하며 도경의 기재한 영상을 보고 나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이게 최하표 받은 무대라고? 형이 화낼만하네요.]-지성준

[헐... 우리 하나 불쌍하다. 언니가 오늘 고기 사줄게]-박소희

[편집 왜 이렇게 했대? 진짜 이건 아니다. -_-;;]-이지원

[조금 화날지도......]-김찬미

[그러게 진짜 아니다. 왜 저런 무대를 망쳤지? 이해가 안간다.]-김우진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도경의 영상을 보고 진심으로 화난 은하수 멤버들은 댓글들을 달며 도경의 영상을 자신의 개인 SNS 계정으로 가져와 기재하며 보란 듯이 [스테이지(I)]에 대한 겨냥한 글을 남겼다.

보통이라면 이 정도까지 하지 않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 또한 그럴게 다름 아닌 자신들의 도경의 일 아닌가? 은하수 멤버들은 자신들의 지인들까지 태그하면서 도경이 기재한 게시글과 동영상을 널리 퍼트리는 데 힘쓰기 시작한다.

[우리도 퍼 갈게요! 아이돌 혜자님 파이팅!]-골칫덩이 일동

띠디디디딩!

은하수 멤버들의 지원 사격이 끝나고 이어서 도경과 친분을 가진 아이돌들이 도경의 계정에 들려 댓글을 남기며 그의 영상을 자신의 개인 SNS로 가져간다.

딸칵.

[조회수 0회...!]

딸칵.

[조회수 123회...!]

딸칵.

[조회수 3213회...!]

딸칵.

[조회수 1만회...!]

딸칵.

[조회수 23만회...!]

30분 남짓도 안 된 시간.

미친 듯이 재생되는 도경의 동영상의 조회수는 가히 경악스러울 지경 이었다.

도경은 그저 손가락을 튕기며 몇 글자를 쓰며 주변 지인을 동원했을 뿐인데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띠리리리링!

부우웅-!

촬영을 위해 밴 안에 두고 간 도경의 스마트폰이 쉴 새 없이 알림음과 진동으로 미친 듯이 울렸다.

35분경과.

위잉.

띠리리~!.

[OFF]

고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친 듯이 울렸던 도경의 스마트폰은 방전으로 인해 마지막으로 몸을 한 번 떨더니 차 안에 죽은 듯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도경이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땐 도경 본인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Korean Sword Master.]

도경이 그저 마음에 안 드는 프로그램을 박살 내려던 일이 엉뚱한 결과를 일으키고 있었다.

국내용으로만 생각했던 그의 의도와 달리 도경의 동영상은 이상한 제목으로 미친 듯이 해외로 뻗어 나가며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천만 조회수.]

하루 만에 어마무시한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에 모두가 놀랐고 이날 국내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는 도경과 하나의 이름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모두가 [스테이지(I)]의 진정한 1위를 뒤늦게 아는 순간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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