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3주 후.
부웅!
퉁! 퉁!
파지지직!
[Korean Swordmaste] (Galaxy war.ver)
도경이 휘두른 검은 광선 검으로 둔갑 되어있고 그에게 던져진 구슬은 광선 빔이 되어 도경이 휘두른 광선 검에 베이며 불똥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덕중에 덕은 서양 덕후 라더니 도경의 검술에 매료된 한 능력자가 그를 가지고 동영상을 가공하여 이곳저곳에 뿌렸다.
[미친 퀄리티 봐라. ㅋㅋㅋㅋㅋ]
[도경이가 나라 위상 제대로 높이네.]
[이 형은 조용한 날이 없어? 뭐만 하면 다 싸잡아 먹네.]
┖[도경이니까 넘어가]
┖[ㅇㅈ]
┖[누가 ㅇㅈ씀? 아재 요즘은 동의어 보감으로 바뀌었음요.]
┖[헐... 실하냐? 개극혐 이다.]
┖[오지구요. 지리구요.]
의도치 않게 해외까지 뻗어 나간 도경과 하나의 동영상.
포털 사이트에 1위를 기록 이제 와선 하나와 도경의 춤이 담긴 무대 영상은 SNS에서 간간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였다.
그와 비례해 스테이지(I)는 욕을 바가지로 먹다 못해 대역 죄인이 되고 있었다.
쉬쉬했던 형평성 문제와 [스테이지(I)]를 벼루고 별렀던 아이돌 팬들이 들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쾅!!
“하...! 씨발. 진짜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냐고?”
스테이지(I)의 PD 김승민은 자신의 프로그램 사이트 게시판에 있는 글을 읽으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솔직히 비판 여론이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점화가 되어서 대형 산불처럼 여론이 악화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방송국에 불려서 대판 깨지고 시즌제로 정규 확정되려 했던 [스테이지(I)]는 폐지하기로 결정 되었다.
“박도경...!”
빠드득.
사람은 자신에게 불행이 찾아오면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김승민 PD는 자신의 불행의 원인을 찾다 도경의 이름을 읊조렸다.
“그 자식은 대체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가지고...!”
이 모든 사태는 믿기지 않았지만, 도경의 SNS 손장난에서 시작된 것을 아는 김승민 PD는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나한테 욕을 하던가. 이런 식으로 비열하게 엿을 먹여?”
말로만 들었던 은하수 멤버 [황금인맥]을 직접 겪어보니 치가 떨려왔다.
국내 팬은 물론 해외 팬에게까지 뻗어 나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김승민은 PD로서 현재 자신의 커리어에 크나큰 타격을 받고 말았다.
커리어 뿐 만인가? 예전에 자신에게 아양 떨거나 쩔쩔맸던 주변 사람들이 이제는 그가 지나갈 때마다 그를 모른 체하거나 심하면 그를 향해 비웃음을 던졌다.
(저 사람은 이젠 퇴물이야.)
(단단히 찍힌 저 사람에게 누가 출연을 흔쾌히 결정하겠어?)
(주류 예능에 들어서려면 퇴직 준비해야 할걸?)
도경 때문에 황금 인맥으로 알려진 은하수 멤버는 물론 도경과 친분을 맺었던 아이돌들과 카일이란 작곡가를 중요시 여기는 아이돌기획사 쪽에서 김승민 PD를 블랙리스트로 올리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거 도경이 형이 일부러 한 거예요.)
(앞뒤 안 가리는 거 봤죠? 근데 저 정도로 될 줄은...!)
(도경이 형 뒤끝 진짜 상상 초월하니까. 곡 받으려면 진짜 조심들 하세요.)
(황금 인맥, 황금 인맥 하는데 말 들어보니까 지성준이 도경이 형한테 껌뻑 죽는데요.)
별것도 아닌 일에 소속사까지 나서서 오버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아이돌 현장에서 도경과 작곡으로 만남을 가지는 [골칫덩이] 멤버들에게 이번 사태가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전해들은 소속사들은 도경이란 인물을 요주의 인물로 선정하고 그리 대처한 것이었다.
[박도경을 건드리면 좆 된다.]
한 방송국의 PD의 존재를 손가락 하나만으로 박살 낸 도경의 이번 업적은 연예계에 널리 퍼지면서 도경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예전에는 무서운 게 없는 앞뒤 안 가리는 또라이 능력자 신인이었다면, 이제는 건드려서 안 되는 괴물 같은 신인으로 등극한 것이었다.
“끝났어...!”
그런 괴물의 희생양이 된 김승민 PD는 자신의 앞날은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나름 인재로 인정받아 헤드헌팅 당했던 영광과 자신의 가능성은 저녁노을처럼 저버리고 이제는 방송국에 조그만 프로그램을 맡으며 흔하디흔한 PD가 되어야 하는 게 그의 미래였다.
“내가 대체 뭘 그리 잘못했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알고 보면 다 최승환 그놈이...!”
뻐금뻐금.
뭉게뭉게~.
방송국 특성상 한번 낙인찍히고 몰락하면 다시 올라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아는 김승민 PD는 줄담배를 연신 피우며 흡연실 부스 안을 뿌연 연기로 가득 채우며 이번에는 최승환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꽈직!
“개자식. 자기만 쏙 빠지다니...!”
원래라면 그를 팔아 넘어가며 압박받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명하려 했지만, 김승민 보다 최승환이 한발 빠르게 선수를 치고 말았다.
[저도 뒤늦게 팬분들이 투표개입을 깨닫고는 형평성이 어긋나는 걸 잡고 싶었지만... 결국, 부끄러운 1등을 받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아쉬움이 많은 프로그램이란 생각에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물의를 일으켜 드려 정말로 죄송합니다. 더욱더 노력하는 트리니타스의 멤버 최승환이 될 테니 모두들 지켜봐 주십시오.]
“독사 같은 놈.”
방청객도 편집도 모두 그에게 로비를 받아서 이루어진 일. 한데 자신만 쏙 빠지는 그의 행보에 김승민 PD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빠드드득.
“둘 다 가만히 안 두겠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희들에게...!”
띠리리리.
“?”
김승민이 지독한 분노와 증오를 도경과 최승환에게 품으며 어떻게든 복수를 다짐하려고 할 때. 그의 품속에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누구지? 지금 나한테 연락 올 사람이 없을 텐데...?”
꿀꺽.
스마트폰 액정에 이름 없는 낯선 번호만 뜨는 것을 바라본 김승민 Pd는 순간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한창 분노를 끌어 올리는데 무언가 이 분노가 단밖에 식을 것 같은 예감이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강동구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강철진 순경입니다.]
“경찰? 여성청소년과?”
[네.]
주륵.
‘무, 무슨 일이지?’
“경찰이 무슨 일이시죠?”
그 말에 머릿속에 주르륵 스쳐 지나가는 영상에 그는 식은땀을 흘렸다.
워낙에 로비를 많이 받아와서 찔리는 게 많은 김승민 PD에게 있어 전화를 걸어온 경찰의 목소리는 그에게 있어 저승사자나 마찬가지였다.
[이주일 전 성매매 관련 아청법 위반으로 경찰서에 출두 하셔서 조사받으셔야 겠습니다.]
“뭐라고요...?”
오싹.
[오시는 날짜는...]
김승민 PD의 불길한 예감대로 스마트폰으로 전해오는 단 한마디에 그가 태우고 있던 분노와 증오의 불길은 금새 진압되었다.
“네.. 네...! 소환장은 어디로... 설마 집으로 오나요?”
제자리에서 서서 얼음 동상이 된 김승민 PD는 스마트폰 속. 순경이 전해오는 통화내용을 굽신굽신 듣다가 이내 통화를 끊고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
파르르.
끝났다고 했는데 사실은 더욱더 떨어지고 있는 자신의 현실에 그의 머릿속은 결국 하얘지고 말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불행이란 불행이 모두 한꺼번에 몰려와서 자신을 덮치는 감각에 그의 정신이 버텨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 모든 게 자신의 엇갈린 선택과 한 사람의 존재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
“그래? 역시나 구린 부분이 많았네.”
까닥까닥.
“응. 응. 그럼 PD로서는 끝나게 되는 거지?”
김승민 PD의 경찰서 출두 소식을 백아현의 통화로 접하고 있던 도경은 별 감흥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사람의 몰락을 듣고 있었다.
“오케이 굳굳! 마음에 드는 결말이야. 고생했어. 우리 귀여...”
뚝!
“야...! 드립은 치게 해줘라!”
뚜 뚜 뚜...
“참 내! 이젠 드립치는 걸 귀신같이 알아차린단 말이야. 쩝! 그나저나 역시나 너무 허무하네.”
반전 없는 드라마에 도경은 입맛을 다셨다.
역시나 구린 부분이 많았던지 자신의 잘못에 발목 잡혀 순식간에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김승민 PD의 결과는 그리 재미없던 것이다.
좀 무너트려도 강해야 재미가 있는데 너무나 손쉬운 상대에 싱겁기 그지없었다.
“뭐, 그만큼 내가 덩치가 커진 거지.”
생각해보면 도경이 비정상이었다.
예능 MC 에다가 히트곡 메이커에, 뒤로는 든든한 뒷배까지 가지고 있는 신인이 어디에 있으랴?
덩치가 커진 만큼 송사리는 간에 기별도 안 오는 것은 당연했다. 이미 도경의 머릿속에 김승민 PD의 존재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지 오래였다.
“와하하하! 마시자! 죽자! 마시자!!!”
“와아아!!!”
짝짝짝짝!
하하하!
시끌벅적!
밖에 나와 통화를 끊은 도경은 자신의 뒤에 터져 나오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 웃음을 터트렸다.
피식.
“아주 난리가 났구나.”
지상파 KBN 시청률 42%
16부작 중 12화를 달려와 앞으로 4화를 남긴 임꺽정 현재 말도 안 되는 인기를 누리며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었다.
덕분에 임꺽정 드라마 팀은 시청률 40%로 돌파기념으로 고급 일식집에 자리 잡아 기쁨의 회식을 가지고 있었다.
가게 하나를 통째로 빌려 제대로 한턱내는 회식에 모두가 맛있는 음식과 술을 곁들이며 맹렬하게 하루를 불사르고 있었다.
“바로 들어가지 말고 좀 있다 들어가자.”
뜨겁게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 문을 열고 들어와 이목을 끈다면 분명 미친 듯이 술 세례를 받을 것이 분명했기에 도경은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을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영차.”
털썩.
도경은 잠시 걸음을 옮겨 가게 내부의 정원이 보이는 빈자리에 앉아 꽤나 바쁘게 달려왔던 일정을 떠올렸다.
“꽤나 바빴지...”
예능에 드라마 촬영에 하나와 함께 댄스 무대 준비까지. 예전에 게으름을 부리며 누렸던 여유가 거짓말인 것처럼 느껴졌다.
도경이니까 태연하게 이 모든 일정을 완벽하게 소화했지 보통 연예인이라면 골백번 쓰러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도경의 얼굴에는 피곤함은 서려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얼굴엔 뿌듯함과 미소만이 가득하다.
“후후후! 나 너무 잘나가는 듯?”
괴물 [박도경].
별별 여러 가지 별명들이 있는 도경이지만 연예계에선 도경을 괴물로 부른다.
뭐만 하면 완벽하게 해내고 터트리는 도경의 존재는 연예계에서 가히 마이다스의 손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찰칵!
그리고 현재 그런 괴물은 요상한 포즈를 취하더니 자신의 셀카를 찍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타다다닥.
[하나 멱살 잡고 캐리한 동영상이 1억뷰 돌파.
아이돌 현장 모지리들 가지고 10프로 돌파.
임꺽정 시청률 40프로 돌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란 놈. 너무 잘나가는 놈.
수고했어요. 내 자신♥]
띠링.
눈을 감고 그윽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의 사진과 말도 안 되는 자뻑글을 작성한 도경은 자신의 SNS 스타 그램에 게시글을 올리었다.
“흐흐흐. 일단 팔로우 100만 채운다. 그런 드림걸즈 애들한텐 질 수 없지.”
씨익.
[스테이지(I)]를 시작하려고 잡았던 SNS.
별로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처음과 달리 도경은 현재 SNS에 홀딱 빠져 있었다.
그게 어느 정도로 빠져 있냐고 설명한다면 조금 심각할 정도로 빠져 있다 말할수 있겠다.
[다비드 조각상도 내 몸엔 명함도 못 내밀 것이다.]
[소속사가 나보고 이미지 좀 챙기라 한다.
내가 이미지까지 챙기면 사기 캐릭터 되어 인간미가 없어 보이는데 왜 몰라줄까? 천재는 고독하다.]
[급식들아! 그만 꺽정, 꺽정 거려라.
진짜 박도가 손에 들려 있으면 너희들 뚝배기 깼을 텐데 아쉽다.
너희들 얼굴 기억했다. 만나면 뚝배기 깬다.]
[욕해도 돼. 나 같이 잘나가는 놈은 욕먹어 줘야 돼.
그래야 겸손해 질 수 있으니까. 훗.]
[드림걸즈 애들이 내 SNS 꼬질렀다. 덕분에 사장님한테 가야 한다.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너희들 두고 보자.]
[소속사에서 SNS 계정 뺏겼다. 그래도 실망하지 마. 스타 그램은 지켰어.]
이 모든 게 단 하루 만에 올린 게시물.
현재 도경의 스타 그램에는 박진용 사장이 도경의 SNS를 뺏지 못한 원성으로 가득했는데 도경의 일방적인 소통 법에 그들의 댓글은 도경에게 닿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마다 10개가 넘는 게시물을 올리는데 이제는 모두들 그러려니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어우. 이건 마약이야. 세상이 내게 허락해준 유일한 마약. 흐흐흐.”
위이 위잉!
“어이쿠야.”
[츤데레 차 매니저님]
010-xxx-xxxx
현재 올린 게시글의 댓글 반응들을 보며 즐기고 있을 때. 차도한의 전화번호가 자신의 스마트폰 액정에 뜨자 도경은 살포시 수신거절에다 손가락을 퉁기며 미소 지었다.
분명 자신의 스타그램 글에 대한 잔소리를 위함에 연락한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사장님이 허락한 건데 말이야. 진짜 포기를 모른다니까. 오늘 회식자리에 안 데려 오길 신의 한수였어.”
“뭐가 재밌나 보네.”
“음?”
도경은 분통을 터트릴 차 매니저를 떠올리며 키득거리고 있을 때.
낯선 인영이 도경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고 도경은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용환 선배님?”
저벅저벅.
“선배라... 그래. 난 네 선배였지.”
“......”
피식.
정원에서 걸어 나오는 도경을 바라보는 인물은 도경과 명연기를 펼치고 있는 정용환.
꽤 술을 마셨는지 그의 얼굴은 조금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이. 후배님.”
“네...”
“어디 조용한 곳 가서 술 한잔하지 않겠어?”
“!?”
예상치 못한 제의.
밤이지만 맑고 선명한 달빛에 밝았던 정원이 잠시였지만 구름에 어두워진다.
“한잔하자고?”
항상 냉철함과 차분함을 겸비하고 있던 정용환의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
씨익.
“.......”
도경을 바라보며 짓는 정용환의 웃음은 묘하게 일그러져 보였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