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58화 (158/357)

158화

뒤끝이 뭔지를 보여주는 3시간짜리 동영상.

도경은 경찰서에서 가서도 도경이었다. 자신의 무고함을 시청자들과 함께 밝힘과 동시에 녹음본까지 드러내며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 했던 남녀들을 무고죄로 고소하려 했으나 무고죄는 불가능한 것을 알고 분통 스러워하는 했다.

그리고 여성들이 딸 벌 같다고 웬만하면 합의로 끝내라는 경찰의 말에 도경의 성깔은 경찰서에서도 폭발하고 말았다.

[저게 말이야 방귀여...!?]

┕[그러게 인생 좆 될뻔 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네.]

┕[딸뻘 같다는 말 좀 안 쓰면 안 되냐? 성추행범 새끼들이 쓰는 것도 짜증 나는데 경찰이 쓰는 것도 짜증 나네.]

[근데 박도경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말을 좀 이쁘게 했으면 저런 일도 없었을 텐데...]

┕[아... 말 좀 더럽게 하면 상대 성범죄자로 낙인찍어도 되는구나.]

┕[이거 백퍼 여자.]

┕[뭐, 틀린 말도 아닌데 차라리 침 뱉거나 싸대기를 때리지. 성추행했다고 하면서 낙인찍는 거는 거의 인격살인 정도입니다.]

┕[ㄴㄴ. 서로 싸울 필요 없어요. 나중에 변호사 오고 달달 터는 도중에 밝혀짐. 쟤네들 꽃뱀 일당임.]

┕[아 진짜요?]

┕[ㅇㅇ. 박도경이 쟤들 애인 관계 아닌 것 같다고 스마트폰 사진첩하고 SNS 까보라고 난리 쳐서 밝혀짐.]

┕[ㅎㄷㄷ 박도경 클라스 오진다.]

[이거 근데 진짜 레전드다. 연예인 중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경찰서 가서까지 실시간 중계한 연예인 박도경밖에 없을걸?]

┕[관종 이잖아.]

┕[ㅆㅇㅈ 진짜 관종 중에 관종.]

┕[그 와중에 시청자 수 1만 명 넘김 ㅋㅋㅋㅋㅋ 괜히 연예인이 아니다 싶더라.]

┕[ㄲㄲ 쟤들도 재수 오졌지. 하필 방송 키자마자 와서 수작 걸리다 터지냐.]

┕[근데 솔직히 나는 박도경이 여자애들한테 넘어갈 줄 알았는데 꺼지라고 할 때 놀랬다.]

┕[그냥 방송이니까 센 척 해보려고 허세 부린 거 아님?]

┕[ㅇㅇ. 나도 그렇게 생각함. 솔직히 여자들 개졸 이쁨. 고자 아니면 100퍼 넘어간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시청자들이 도경이 구한 거네? 꽃뱀 일당에게 넘어갔으면 연예인계에서 영정각 될 뻔한 건데 말이야.]

┕[이게 또 그렇게 해석되냐?]

[변호사도 오졌다. 경찰까지 탈탈 터네.]

┕[아 이거 되게 웃긴 게 변호사도 도경이 경찰서에서 라이브한 동영상에서 아까 한 행동 봤다고 그러면 안 된다면서 경찰아저씨 탈탈 털었음.]

┕[라이브 방송 순기능 발견되나? 경찰서에 라이브 방송 나쁘지 않은 거 같음.]

┕[ㅇㅇㅇ 이거 생각보다 꿀잼 이더라.]

┕[아니 꿀잼을 얘기한 게 아니잖아 -_-;;]

남초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는 도경의 사건 동영상은 나중에는 다음날 기자들에게 의해서 뜨겁게 다뤄지면서 연예계 이슈로 떠올랐고 검색어 1위를 하는 기염을 터트렸다.

물론 좋은 일로 터진 것은 아니어서 도경에 대한 태도 지적도 일었지만, 도경이란 캐릭터가 워낙 도경이라 그러한 태도 지적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히려 경찰서에서 라이브 방송의 시청자들을 증인으로 데려가는 기지와 당당하게 할 말 하고 사는 도경의 화끈한 성격을 사람들은 마음에 들어 했다.

[또라이 박도경]

변함없는 마이웨이의 도경의 모습에 다들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

“시청자 수가 1만 2천이었다고?”

도경의 기사를 접하고 있던 정용환은 참을 수 없는 유쾌함에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하! 진짜 미친놈이구나.”

도경에 대한 기사를 접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함정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는데도 경찰서에 갔다는 도경의 일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하는 걱정도 이내 도경이 현명하게 일을 처리한 것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라이브 방송이라니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녀석이야.”

얼핏 별것도 아닌 일인 것 같지만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녹음이나 동영상 녹화라면 조용히 끝낼 수 있는 것을 라이브 방송으로 일을 오히려 더욱 키울 줄이야.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 녀석이었다.

“진짜 아이러니 하지...”

하면 안 될 것을 다 하는데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는 도경의 기이한 상황을 보면 정말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보통 연예인이면 피해자 상황이 되었다 하더라도 온갖 소문과 날조로 몸을 움츠리며 조심히 지냈어야 하는데 도경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불공평한 세상이라니까.”

정용환은 무엇을 해도 될 놈인 도경을 떠올리며 피식 웃으며 다시 손에 놓았던 대본을 집었다. 앞으로 남은 4화의 대본을 정용환은 자신의 쥐어진 낡은 대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올해 작품은 이걸로 마지막이겠구나. 정말 이 작품을 해서 다행이야.”

[임꺽정]

이제는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4화를 남겨두자 시도 때도 없이 쓸데없는 감상적인 마음에 사로잡히는 것을 느낀 정용환은 대본을 쓰다듬으며 길고 짧았던 촬영 기간을 떠올렸다.

주변을 살피지 않고 앞만 달려가던 그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만큼 정용환에게 있어서 임꺽정은 많은 것을 안겨다준 작품이었다.

“영화보다 더 혹독했지.”

영화를 촬영할 때보다 더욱더 혹독했던 이번 작품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미친 듯이 열연을 펼쳤고 촬영한 후에는 액션스쿨에 살다시피 액션씬을 위해 온몸이 피 멍들어 가며 땀내 나는 훈련을 받아왔다.

덕분에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이고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피식.

‘고맙다고 말은 안 한다.’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자신의 한계를 마주 보고 깨트리는데 계기가 되어 준 도경을 떠올리며 정용환은 속으로 웃음 지으며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떠올렸다.

비워야 채운다고 죄책감에 성공을 위해 무작정 앞을 달렸던 것과 달리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그리기 시작하는 정용환이었다.

“재계약 조정까지 앞으로 4달 뒤인가?”

중얼.

[ED]와 숨 가쁘게 달려왔던 시간이 지나 이제는 3년 재계약 만료일까지 앞으로 3달 남은 시점.

정용환의 얼굴에 어두운 기색이 떠오른다.

‘나가야 되는데 말이야...’

정용환은 [ED]와 재계약의 연장을 할 생각은 없었다.

[ED]의 혜택을 보았지만, 이곳이 정상적인 기획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우할 땐 전폭적인 지지를 하지만, 한 번이라도 삐끗하다간 태도를 바꾸어 돈 되는 곳에 뺑뺑이 보내어 입었던 손해를 어떻게든 메꾸려고 들었다.

능력제라고 포장하지만, 정용환이 보기에 아티스트를 소모품처럼 이용하는 곳이 [ED] 엔터테인먼트였다.

“이곳에선 더 클 수 없다.”

능력은 좋았지만 아티스트에 대한 개념이나 배려가 있지 않았던 것이다. 철저한 이득관계와 돈만을 쫓는 곳이 [ED]엔터테인먼트의 정체였다.

처음에는 이 회사가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진정한 정체를 몰랐었다.

하지만 1년 전부터 회사의 분위기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느낀 정용환은 몰래 회사의 뒷조사를 하게 되었고 2년 전 [ED]가 자신에게 접근하고 그런 시나리오를 건넨 이유가 사실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JY]의 주식에 타격을 주고 주식을 매입하려던 시도였다는 진실은 그를 경악하기에 충분했다.

[위험한 곳]

회사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회사 안에서 어두운 이면이 한둘씩 눈에 띄기 시작하고 정용환은 이곳에 벗어나지 않으면 자신의 미래가 없음을 깨닫고 많은 것들을 준비하며 계약 만료일을 기다려 왔다.

(회사는 자네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네.)

하지만 차현식 PD가 건네 오는 말에 자신이 조금은 쉽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하니 회사가 자신의 이적하려는 움직임을 깨닫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언제부터 회사가 그 사실을 알았는 지 많이 신경 쓰였다.

“옮기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접촉을 안 해왔단 말이지...”

툭툭.

간판 배우인 자신이 재계약을 하지 않고 회사를 떠나려 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회사의 반응에 더욱 찜찜한 정용환은 표정을 굳혔다.

“하아 소름끼치는 군...”

이 회사가 멍청이가 아닌 것은 정용환 그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거부 할 수 없는 달콤한 미끼를 준비해 오던, 벗어날 수 없는 술수를 쓰든 간에 무언가를 준비할 것이 분명했다.

이적에 대해서 일이 복잡해질게 분명했다.

‘대체 언제? 어디에서 정보가 샌 걸까?’

정말로 조심히 은밀하게 움직였는데 자신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던 회사의 능력에 절로 소름이 돋는 한편 차현식 PD가 지었던 음흉한 미소를 떠올릴수록 정용환의 불길함은 가중되었다.

부우웅.

“저기 용환아.”

“응?”

“차현식 PD님이 너 촬영 끝나고 시간 있으면 보자고 톡 왔는데 어떻게 할까?”

“볼일 없다고 전해줘요. 말장난하는 사람 질색이라 만날 생각 없다고 전해주세요.”

“용환아... 내가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리 없잖아.”

“하하. 농담이에요. 그냥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한다고 답장만 해 주세요.”

“으응. 알았어.”

‘믿을 수 없는 작자!’

도경을 술집에 유인하는 조건으로 회사가 자신을 향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정보를 알려주기로 했던 차현식 PD.

하지만 그는 도경의 발 빠른 대처에 정용환을 의심하며 결과를 트집 잡았고 반쪽짜리 정보만을 알려주었다.

(그냥 회사와 재계약 하는 게 좋을 걸세. 꽤나 많이 준비했더라고. 클클클!)

“그 사람은 만나지 않는 게 가장 좋아.”

딱 한 번 만나 봤지만, 정용환은 차현식 PD는 만나면 안 되는 유형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속을 짐작할 수 없는 분위기와 타인의 곤란한 상황을 붙잡아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그의 언행은 사람의 불안한 마음을 능숙하게 건드려 왔다.

‘Give & Take’란 단어 뒤에서 사람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정해 드려는 인물이 차현식 PD였다.

꾹.

“준비는 그쪽만 한 게 아닙니다...!”

재계약 당일 까지 그와 만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 정용환은 입술을 꾹 깨물며 대본을 펼쳐보기 시작했다.

안 좋은 것을 생각하기보다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어서 였다.

물끄러미.

“......”

정용환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매니저는 알 수 없는 모호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운전대를 붙잡고는 임꺽정 촬영현장으로 차를 몰기 시작한다.

부우웅.

---

씰룩.

“알아서 한다고?”

정용환의 매니저에게 답장을 받은 차현식 PD의 이마에 작은 핏줄이 뽈록 올라섰다.

그가 평소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나오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게 정용환이 자신이 만나자는 제의를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시. 박도경을 도운 것은 정용환 이었나?”

자신의 함정을 너무나도 유유하게 피한 도경의 행동에 조금의 의구심을 품고 있었는데 정용환의 행동을 보니 그가 몹시 의심되었다.

“하지만 왜? 왜 그런 선택을 한 거지?”

자신의 미래의 지대한 영향을 미칠 재계약 문제와 관련된 정보 대신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도경을 도운 정용환의 행동은 솔직히 차현식 PD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나마 도경을 도운 이유를 생각하면 차도한 매니저와의 관계가 이유로 떠오르는 데 그렇다면 더욱이 정용환의 행동을 이해 못 하는 차현식 PD였다.

“야망이 있는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내가 사람을 잘 못 본 것인가?”

[ED] 엔터테인먼트에서 일반적인 사람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금욕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배우로서 자신의 커리어와 성공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왔던 정용환의 행보를 떠올려 보면 이는 명백히 부자연스러운 선택과 행동이었다.

“뭘까...”

차현식은 정용환이 그런 선택을 멍청한 선택을 한 이유를 찾으며 그의 심리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그의 완벽주의 성격상. 계획이 틀어진 것과 납득이 가지 않는 사람 심리만큼 짜증 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슥.

“자존심? 인제 와서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건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결여 되게 만드는 감정은 몇 가지 없다.

특히나 지금처럼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를 지니고 있는 사람의 부름을 거부하게 만들 정도의 감정은 몇 개 없었다. 이에 차현식은 정용환의 행동에 결론을 내렸다.

“이제는 조금 먹고살 만하다는 건가?”

피식.

“꽤나 건방지군.”

스타가 되기 위해 성공을 위해서 자신의 매니저를 버릴 정도로 비정하고 필사적이었던 그는 어디로 가고 이제 와서 이렇게 행동을 바꾸다니 차현식이 봤을 땐 정용환의 행동은 뒷간에 갈 때 마음 다르고 올 때 마음 다른 것과 같이 다름없는 일이었다.

빠득.

“건방져...”

어제의 자신보다 오늘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려는 사람이 되기 위해 했던 한 사람의 힘든 선택을 뒷간 보는 일로 치부하는 차현식의 가치관은 그가 얼마나 세상을 삐뚤어지게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타다닥!

Rrr. Rrr.

차현식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손안에든 스마트폰을 누르며 어디론가 연락하기 시작한다.

딸칵.

“어. 차 대표. 나야. 다름 아니라... 정용환이 재계약 플랜 말이야 어떻게 된다고 했지?”

Give & Take가 확실한 차현식 PD.

그는 정용환이 자신에게 준 만큼 그에게 무언가를 베풀려 하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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