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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59화 (159/357)

159화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던 막바지에 온 임꺽정 드라마는 정신없는 스케줄 속에서 최고의 장면들을 얻어내기 위해서 함께 달려가고 있었다.

[도적 임꺽정.]

임꺽정은 자신의 연인을 남치근에게 잃고 복수심을 다지며 세상이 원하는 대로 백정이 되기로 한다. 다만 그 백정이라는 것이 세상을 향해 칼을 들이밀고 도적이 된 백정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지만 말이다.

무능력한 탐관오리들과 질 나쁜 양반들을 징치하고 아무런 의문 없이 당연시하게 양반들을 따르는 평민과 양인들을 호통치고 각성시키며 세상에 부조리를 바꾸려던 움직임을 보이는 청석골 도적 패거리. 그들 중심에는 끝없이 타오르는 임꺽정이 있었고 그들의 질주는 어느새 전역을 뒤덮으며 천지를 뒤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한 녀석은 아니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토포사 남치근]

전국을 돌아다니며 도적들을 소탕하고 임꺽정과 끊임없이 반목을 벌이는 인물 토포사 남치근. 뛰어난 능력과 심계로 항상 청석골의 숨통을 조이며 위기를 가져 왔던 자.

임꺽정과 청석골 패거리가 세상에 부조리한 시스템에 분노하며 세상을 바꿔보려 했다면 토포사 남치근은 반대로 그 시스템을 지키면서 자신을 위해 부조리를 적극 이용하는 입장으로 끝없는 야욕과 권력욕을 보여주는 비정한 인물이었다.

가문을 위해서 자신이 서자라는 약점을 없애기 위해서 친구의 우정도 사랑도 저버리고 이용해야 했던 한없이 냉혹해져야 했던 자.

쫓고 쫓기며 반목하는 관계에서 이제는 생사 대적이 된 임꺽정과 남치근.

항상 부딪히면서 이념적 충돌을 보여 왔던 두 사람의 향연은 매화 지날 때마다 점점 고조되며 심화 되어 왔고 이제 와선 자신의 주변인들을 계속해 희생해 나갈 지경까지 이르러 끝부분에 이르는 절정까지 치 닿았다.

[14화 S#89 청석골/밤]

[청석골 패거리의 두뇌의 역할을 하는 책사 서림을 잡은 남치근은 서림의 동료들을 잔인하게 고문하는 한편. 그가 과거에 양반 생활을 했던 것을 이용하여 그와 천한 청석골 패거리는 뼛속부터 다르다 설득하며 자신을 도와주면 옛 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 약조하며 그를 변절 시키는 데 성공한다.

서림은 자신과 몇몇의 동료들이 무사히 탈출했다며 청석골 패리거리에게 서신을 보내 유인하고 그들이 일행이 빠져나온 때를 틈타 남치근은 서림을 앞세워 청석골로 향하는데...]

푸욱!

“크아악!”

댕댕댕댕!

깊은 산골.

천연의 요새를 찾아 다시 세운 청석골.

천한 자들끼리 모여 있는 장소였지만 세상을 바꿀 꿈과 희망에 젖어있는 자들의 장소는 짙은 살기와 피비린내 나는 장소로 변모하고 있었다.

서걱!

“크아아아!”

“꺄아!”

“돌석아 도, 도망가!”

푹!

“컥!”

털썩.

“벌레 같은 것들 어딜 너희들이 갈 곳은 죽음뿐이다...”

서림을 앞세워 청석골에 들어오는 데 성공한 남치근과 관군들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여유롭게 청석골에 있는 사람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무력을 전담하는 대부분의 사내가 나간 이곳에 그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 있는 자는 그 아무도 없었다.

“아아... 아부지...!”

덜덜덜

툭.

“응? 서책? 이건 무어더냐? 이걸 네가 왜 들고 있는 것이냐?”

그와 중에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한 소년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의 곁에 다가왔고 남치근은 소년이 흘린 책을 주워 올려 소년을 노려보았다.

“설마? 글을 배웠던 것이냐? 감히 너희들 같은 도적패거리가?”

“아부지...! 으으 아부지 일어나 봐. 아부지?”

아버지를 잃었음에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소년을 바라보는 남치근의 눈에는 측은지심이 아닌 노기와 살기만이 머무르고 있었다.

부르르.

“네 녀석들...”

척 보기에도 지능이 모자라 보이는 돌석이라는 소년. 그런 소년이 도망을 치던 와중에 챙긴 것이 책자라는 사실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놈들은 살려둬선 안 되겠구나.”

남치근은 자신의 가슴속에 서늘함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목숨에 경각심을 느끼면 금은보화부터 챙기는 누구들보다 고귀해 보이는 소년의 행동은 충격이자 그에게 있어 소름 끼치는 행동과 다름없었다.

“천한 놈은 천하게 행동해야 한단다. 꼬마야...!”

휘이익!

타다닥!

“멈추거라!”

“음?”

남치근은 더러운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소년에게 환도를 휘둘렀지만, 갑자기 난입하는 불청객에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챙!

자신의 검을 막은 주인을 바라보는 남치근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지어졌다.

“설마! 살아계셨습니까?”

밀거래 현장에 함정을 파고 서림을 잡았던 그 혹독한 함정 속에서 분명 화살을 맞고 차가운 물살에 휘말린 것을 보았건만 살아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덕분에 남치근의 얼굴에서 미묘한 표정이 지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앞에 있는 상대는 자신의 애증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어린아이에게까지 칼을 휘두르다니. 정녕 네가 사람이더냐!?”

“그건...”

“할부지!”

덥석.

그래도 죽었다고 생각한 친부가 살아 돌아오자 감정의 동요를 숨길 수 없는 남치근은 입술을 꾹 다물며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난입한 한 소년의 의해서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돌석아. 괜찮으냐?”

“으으... 노야 할아부지. 아부지가 안 움직인다.”

“돌석아 아버지는 내가 데려갈 테니 어서 여길 벗어 나거라! 항상 아침마다 전쟁놀이했던 곳 알지?”

“할아부지... 그래도 아부지가...!”

“어여 가래도!! 할아버지 말 안 들을 거야? 할아버지 말 안 들으면 뭐라고 했지?”

“윽! 나쁜 아이랬다! 하지만 석이는 착한 아이니까 할부지 말 들을 거다.”

“그래그래 어여 가렴.”

주춤주춤.

타다닥!

“......”

무노야의 호통에 소년은 눈물을 보이면서도 이를 악다물고 무노야의 말에 따라 그 자리를 벗어나 어디론가 달려가며 사라진다.

그리고 남은 두 부자는 서로를 응시하며 바라보기 시작했다.

피식.

“말 안 들으면 나쁜 아이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군요.”

“......”

남치근은 자신의 아버지 남치현을 바라보며 비릿한 웃음을 내보였다.

죽었던 아버지가 다시 살아와서 순간 감상적인 감정에 사로 잡혔었지만, 돌석이라는 천한 소년을 바라보던 그의 따스한 태도에 현실로 다시 돌아왔다.

“그럼 묻겠습니다. 저는 아버지에게 있어 착한 아이입니까?”

“모든 게 내 업보로다.”

“업보라...”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그 물음에 남치현을 연기하고 있는 이재순의 눈빛이 침통한 기색을 내비치며 짧은 말 한마디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남치근이란 괴물을 만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그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후회하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 남치현의 모습을 보며 남치근은 입가를 비틀었다.

피식.

“그 말이 제게 얼마나 실망 스럽 게 들릴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미안하구나.”

“사과 따위야.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인들 있겠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

철컥!

슥.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리며 자세를 취하는 남치현의 모습에 남치근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참, 하늘 이라는 게 이리도...”

스파아앗!

“고약합니다!”

채 앵-!

두 부자의 검이 부딪히며 맑게 울리는 쇳소리.

파밧!

챙 챙 챙!

타다다닥!

이미 둘에게는 매울 수 없는 깊고 넓은 간극 속.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휘두르는 검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며 청석골을 메꾸기 시작한다.

---

“와아-!”

“대박이다.”

“이재순 선생님. 진짜 존경스럽다.”

두 부자가 휘두르는 검술에 촬영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은 감탄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남치현을 연기하는 이재순과 그의 아들 남치근을 연기하는 정용환의 결투신은 그야말로 예술이었기 때문이다.

타다닥!

부웅!

챙!

슥!

챙챙챙!

노쇠한 몸이지만 학처럼 날아올라 정용환에게 검을 휘두르는 이재순은 그야말로 검술의 달인 그 자체였다.

남치근 이전의 조선제일검객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무신이란 캐릭터답게 검술을 수려하게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흐흐흐! 진짜 이번만큼 만족스러운 액션씬을 찍은 드라마는 없을 거다.”

“저는 정말 이번 작품은 인생작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인생작이다! 죽을 때까지도 누구한테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자랑할 수 있는 인생작!”

퍽퍽!!

“평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배우들이다! 눈 떼지 말고 지켜봐”

“네!”

액션감독 기파랑 감독은 자신의 옆에 중얼거리고 있던 말을 들으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자부하였다. 그도 그럴게 지금 두 배우가 펼치고 있는 액션씬은 장담하는데 두고두고 화자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선생님! 정말 존경합니다.’

울컥.

(내게도 액션씬을 만들어 주게.)

(네? 선생님 진심이십니까?)

(그렇다네. 늙은이는 물러나는 게 순리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젊은 애들한테 지고 싶지 않구만...!)

기파랑 감독은 자신에게 찾아와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는 이재순을 떠올리며 울컥이는 감정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아직은 액션씬에 집중해야 할 때.

무언가 있을 상황도 대비해야 하며 저렇게 고생하는 두 배우보다 그 자신이 먼저 벅차오르는 감정을 맛보아선 안 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나는 행운아다.”

믿을 수 없는 재능과 운동신경으로 자신의 머릿속에 구상한 액션들을 완벽하게 펼치는 [박도경].

대세 배우임에도 제일로 노력하며 왜 배우가 직접 액션을 해야하는 지 멋을 품은 액션을 보여주는 [정용환].

그리고 노쇠한 몸으로도 젊은이들에게 지고 싶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모든 것을 짜내는 액션 열연보이며 대한민국 상상 초유의 액션신을 보이는 [이재순].

뭉클.

“모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세 사람 모두 액션 감독 의로서는 정말 꿈에서나 그리는 배우들이었다.

“......”

기파랑 감독의 마음을 아는 듯.

모두들 물기 띤 눈빛으로 혼신의 연기를 하고 있는 이재순의 열연에 집중하고 있었다.

챙챙챙!

---

“선생님 너무하시네요...”

이재순과 정용환이 고난이도의 액션씬을 펼친다는 소리에 오늘 스케줄이 아님에도 촬영장에 찾아온 배우들 몇몇 보였는데 있었는데 그 중 드라마 주연을 차지하고 있는 도경 또한 이곳 촬영장에 와 있었다.

“너무 멋있잖아요.”

여든에 가까운 몸으로 정용환을 향해 흔들림 없이 검을 휘두르는 이재순의 모습은 도경으로서도 가히 경이로울 정도였다.

(허허허. 냄새 많이 나지? 미안 허구먼.)

얼마나 힘든 훈련을 소화했는지 짐작되는 움직임 들이었다.

언제부턴가 온몸에서 풍겨 나오는 파스냄새로 촬영장을 가득 채웠던 이재순.

그의 고됨이 짐작되었지만, 그는 항상 인자한 웃음을 입가에 띄고 있었으며 그 누구보다 촬영장에 와서 연기 준비를 하였다.

‘같이 연기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도경은 이재순이 펼치는 열연을 지켜보며 진심을 다해 존경을 표현했다.

연기에 대한 재미를 알려주며 임꺽정이라는 작품의 초대장을 건네주었던 이재순에게 고마웠고 첫 작품이 저런 존경스러운 인물과 함께하는 작품이라 한없이 행운이라 생각하는 도경이었다.

“부럽다...”

혼신을 짜내는 연기 속에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이재순과 정용환을 보며 도경은 조용히 그리 중얼 거린다.

--

도경의 부러움 대로 이재순과 직접 연기를 맞추고 있던 정용환의 가슴은 벅참으로 가득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선생님.’

감탄과 경이로움.

꿋꿋이 한평생을 연기 인생으로 살아온 이재순이란 배우와 함께 연기하고 있는 정용환은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는 당신에게 아직 발끝도 못 미치나 봅니다.’

보통이라면 캐릭터의 연기에 자신의 사적 감정을 넣는 것을 막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남치근과 정용환은 하나가 되어 감정을 섞어 합일시켰다.

무노야 남치현을 바라보는 남치근의 시선이나 배우 정용환이 이재순이란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다르지 않은 까닭이다.

기이잉.

그것은 그에게 새로운 연기의 인생을 여는 계기가 되게 해주었다.

‘음...! 점점 눈빛이 깊어지는 구나.’

이재순은 저 떨리는 눈빛 속에 많은 것이 담겼다는 것을 느끼며 저 젊은 청년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빛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나오는 내적 감정이 더욱더 성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도경이도 그렇고 정용환이도 그렇고 정말 대단하구나.’

두 명의 두 개의 빛나는 재능.

80년 넘은 긴 연기 인생 중에 이 정도로 눈에 띄는 재능은 정말 몇 없음을 이재순은 안다.

그리고 이 둘의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성장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

‘오래 살아야겠어.’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삶에 별로 집착이 될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용화과 도경을 본 이재순은 미래의 그들이 어떤 연기를 펼치며 어떤 작품에 출연할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너희들이 부럽구나.’

욱신욱신.

몸에서 비명을 지르는 감각을 느끼며 이재순은 쓴웃음 지었다.

평생을 갈고 닦은 기술과 마음을 꺼내도 이젠 자신의 노쇠한 몸은 이를 따라가 주지 못했다.

괜스레 서글펐다.

파앗!

챙챙챙!

탁!

하지만 서글펐기에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농밀이 느낄 수 있었다.

끝이 다가옴을 알기에 더욱더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꾸우욱!

파밧!

“합!”

끝을 향한 최선을 다한 마지막 연기.

이재순이 짧게 내뱉은 기합성에 많은 것들이 담겨 나와 모두의 심장을 울렸고 정용환도 그 기합성과 함께 눈빛을 번뜩이며 최선을 다한 연기를 펼치며 검을 들어 올렸다.

서거걱!

“큭!”

챙그랑.

정용환의 검에 베인 이재순은 꾹 쥐고 있던 검을 바닥에 떨어트리고는 몸을 크게 휘청 이더니. 이내 비틀거리면서 천천히 자신의 아들을 연기한 정용환에게 걸어간다.

“......”

저벅저벅.

“쿨럭! 쿨럭!”

한 발짝. 한 발짝. 무거운 발걸음.

자신을 벤 아들에게 걸음을 옮기는 무노야의 심정은 그 어는 누구도 헤아릴 수 없었다. 또한,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벤 남치근의 심정 또한 그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다.

알 수 없기에 사람들은 그 둘의 연기를 넋 넣고 감상해야만 했다. 그게 유일하게 그 둘의 연기를 보면서 할 수 있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아들아... 쿨럭! 너는 나에게...! 쿨럭쿨럭!”

움찔.

“...!”

뻐끔뻐끔.

마지막을 앞두고 자기 아들에게 무언가를 내뱉으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노야의 입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의 말을 전하기엔 무노야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털썩.

결국, 무노야는 자신의 아들에게 그 무엇도 남기지 못하고 바스러지고 만다.

[착한 아이다.]

남치근에게 들리지 않고 시청자들에게만 들리는 무노야의 독백이 있을 부분에 침묵이 흐르기 시작한다.

투툭!

툭!

툭툭툭툭!

쏴아아아아!

자신의 아버지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긴 침묵을 지키는 남치근의 얼굴에 투명한 물방울이 떨어지고 그와 동시에 준비해둔 살수차가 물을 내 뿜어져 비를 만들기 시작한다.

때에 걸맞게 쏟아지는 비는 이 비정하면서 안타까운 상황을 더욱더 극적으로 만들었다.

“......”

그 모두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카메라에 담고 있던 임완식 감독은 카메라 화면에 눈을 떼놓지 않으며 정용환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며 그의 시선 속에 있는 짧지만 긴 여운을 모두 담아내기 시작한다.

털썩.

“후우... 끝났다...!”

카메라가 혼을 담아내는 듯한 작업공정이 몇 초간 이루어지고 임완식 감독은 조심스럽게 참았던 숨을 내뱉은 다음 손을 들어 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끝났습니다! 훌륭합니다!”

“컷~트!!!!”

와아아아아!

짝짝짝!

그의 촬영을 끝을 알림과 동시에 모두가 환호성을 터트리며 존경과 찬사를 담아 박수를 치기 시작하고 모두들 서둘러 정용환과 이재순을 향해 달려가 그들을 보살피기 시작한다.

임꺽정에서 여든이 넘는 배우와 이십 대 배우의 숨 막히는 이 액션씬은 시청률 50%를 넘기며 두고두고 화자 되는 액션씬으로 남고 정용환이란 배우 인생의 첫 터닝 포인트로서 화자가 되기도 한다.

다만...!

부우웅!

[비상사태 입니다!]

부우웅!

[정용환이 스캔들 떴습니다. 임꺽정 팀들은 서둘러 사태파악 부탁드립니다.]

그 터닝 포인트 명예와 달콤한 성공이 아닌 혹독함을 동반하는 것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지금 그 혹독함을 알리는 신호음은 누군가의 스마트폰 진동으로 시작을 알려오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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