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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62화 (162/357)

162화

정용환의 스캔들에 결방되었던 임꺽정이 방송되었다.

모두들 높아진 시청률만큼 정용환에 대한 실망과 진실 규명을 요구했음에도 말 한마디 없이 드라마를 촬영하는 정용환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자 모두들 드라마를 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만큼 50% 시청률의 드라마의 위력은 무서웠다.

화르르륵.

천한 사람들의 낙원이었던 청석골이 화마에 휩쓸려 바스라지고 있을 때 남치근은 그 풍경을 무표정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 돌석이라고 불렸던 소년이 주검으로 놓여있는 곳에 시선을 주며 그는 입을 열었다.

[임꺽정은?]

[놓쳤다고 합니다. 오히려 피해가 막심하다고 지원을 요청하셨습니다.]

피식.

[그래. 그렇게 쉽게 끝날 리 없지. 무능한 자들에게 꺼지기엔 녀석은 쉽게 꺼질 불이 아니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던 남치근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밥상을 차려줬음에도 떠먹지 못하는 자신의 정적들에 대한 경멸의 담으며 말이다.

말위에 올라선 남치근은 고삐를 들어 올리며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가자.]

[충!]

두두두두!

따그닥 따그닥.

말을 재촉하며 달리는 와중 뒤를 바라보며 불타는 청석골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응시한 남치근은 자신의 옆구리에 매여 있는 검을 쓰다듬었다.

그와 어울리지 않는 낡은 검.

슥.

[......]

무노야의 검.

남치근이 쓸어 담고 있는 검은 그의 아버지인 남치현의 검이었다.

“이럇!”

---

화르륵!

저번 화에 함정을 빠진 것을 깨닫고 관군에 부딪히는 모습을 끝으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던 청석골 패거리들이 산 중턱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석골이...!]

[크흐흑! 화순이 엄마!]

[젠장! 저 육시럴 놈들!]

[서림!!!]

저 멀리 불타오르는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바라보는 청석골 패거리들의 얼굴에는 절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상상도 못 했던 서림의 배신과 자신들의 식솔이 있는 청석골이 불타오르는 풍경은 그들이 견딜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저 안에서 무슨 참상이 벌어졌을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주륵.

그중 맨 선두에 서서 청석골을 바라보는 피칠한 임꺽정의 눈빛은 분노와 증오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꺽정아...!]

이봉학은 자신의 친우 임꺽정을 보며 안타까움에 말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 참 지랄 맞구나. 지랄 맞아!]

자신의 얼굴의 피를 소매로 닦으며 임꺽정은 흐릿한 미소로 광소를 내뱉었다.

“어찌 이리 잔인하단 말이냐!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것이 이리도 잘못이란 말이냐!!!”

연인을 잃고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도적이 되었던 나날. 단순히 울분을 푸는 화풀이가 조그마한 불씨가 되더니 어느새 한나라를 뒤덮는 거대한 화마가 되었음을 알았을 때. 임꺽정은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사는 세상을 꿈꿨다.

조그마한 마을이었지만 자신만의 대도(大道)를 세우며 희망을 키워왔다. 그런데 그것이 하룻밤 사이에 그 모든 게 무너졌다.

[으아아아아아!]

힘들게 세웠던 자신의 꿈과 이상향이 무너짐에 임꺽정은 하늘 높이 소리 지를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관군이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행동임에도 개의치 않고 절규하는 임꺽정의 모습에 모두들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뚝.

[......]

휙.

[오늘부터 살 생각을 버린다.]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두목.]

[우리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서림이 배신 한 이상. 우리 중 태반은 살아 나가기 힘들 것이다. 죽는다면 내가 갈 곳은 한 군데다.]

임꺽정의 말에 모두들 그가 무언가 결단을 내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꿀꺽.

[거기가 어딥니까? 두목?]

[하늘을 보러 간다.]

[그게 무슨?]

[왕(王). 이환을 친다.]

[!!?]

웅성웅성.

[꺽정아! 그건 미친 짓이다. 그건 사지로 제 발로 가는 길이다. 서림이 우리에 대해 잘 안다 하더라도 무언가 수를 내면...]

[봉학아. 나는 만에 하나인 가능성에 기대기보다 죽더라도 나는 이런 개똥 같은 세상을 만든 자의 얼굴에 한방 정도는 먹여주고 죽으련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기대어 도망가기보다 목숨을 버리고 싸우려는 의지가 담긴 굳센 어조로 말하는 임꺽정은 고개를 돌려 이글거리는 눈으로 자신들의 동료를 담으며 나지막이 묻는다.

[너희들은 보고 싶지 않으냐? 이딴 세상을 만든 녀석이 어떻게 생긴 놈인지? ]

움찔.

[.....!]

[죽어 하늘에서 가족을 만날 때 어떻게 말하고 싶으냐? 도망가다 죽었다고 말할래? 아니면 나라님 모가지 따고 죽었다 말할래?]

임꺽정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의 가슴속에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울컥!

웅변이라고 해야 하나 도경이 연기하는 임꺽정은 단순한 말로도 사람을 움직일 줄 아는 말을 내뱉을 줄 알았다.

[맞아! 두목 말이 맞수다. 나라님에게 칼침 정도 새겨줘야 죽어서도 면목이 서겠소.]

[퉤! 그래 가족들도 다 죽었는데 살아봤자 뭐하겠어? 나같이 성격 더러운 놈을 받아주는 여자는 순복이 밖에 없는데 평생 홀아비를 살 바에 죽는 게 낫다.]

[하하하하!]

[젠장!!! 이 멍청한 녀석들아 웃음이 나오냐? 다 죽게 생겼는데 말이다.]

[하하. 성님은 얼굴값 좀 하시오. 대호도 삶아 먹을 양반이 간이 그리 조그매서야. 그래서 안 가시게?]

[시끄러 누가 안간데?]

[하하하.]

비통함과 분함을 띄고 있던 분위기가 죽음을 각오하는 사내들의 끈끈한 전우애로 흐르는 가운데 임꺽정은 그들을 바라보며 어디론가 시선을 던졌다.

[기다려라...!]

비천한 자신들과 달리 태어나자마자 세상 꼭대기에 앉아있는 존재가 있는 곳이었다.

자신들의 최후를 유흥으로 즐기기 위해 이곳에 당도한 명종 이환.

이글이글.

임꺽정은 자신들의 왕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줄 생각이었다.

--

[15화 S#67 ]

[산속의 능선을 타고 관군들의 추적을 뚫는 임꺽정 패거리들이 명종 이환에게로 발걸음을 옮길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한 남치근과 서림은 청석골 패거리들의 은신처들과 퇴로들을 선점하며 매복하여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 이상함을 감지한 남치근은 자신의 심복들과 서림을 대동한 채 주변을 돌며 임꺽정 일행이 머물렀던 산 중턱의 흔적을 발견한다.]

[설마!]

벌떡.

임꺽정 패거리들이 머무르고 있던 산 중턱에 낯선 손님 중 한 명이 말에서 내려 땅을 쓸고 있던 남치근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그러십니까? 나리?]

[녀석이 이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네? 그럴 리가요? 이쪽이 분명 관군의 포위망이 느슨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임금님하고 대군이 있는 방향이라서가 아닙니까? 아무리 녀석들이 미천하다 하더라도 멍청이가 아닙니다.]

짝!

[...!]

[그러니 까다. 멍청한 놈...]

한때 자신의 수장이었던 자를 너무도 모르는 서림의 말에 욕지기가 치미는 남치근은 그를 향해 욕을 내뱉어 주었다.

[임꺽정이란 놈은 그런 미친놈이 아니더냐.]

[아...]

멍하니 벙쪄 있던 서림을 두고 남치근은 자신들의 수하를 재촉하며 서둘러 자신이 있는 왕으로 향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건 위험하다!]

목숨을 도외시한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지 남치근은 잘 알고 있었다.

무능력한 녀석들은 그들을 향해 미쳤다고 분수도 모른다고 비웃고 무시하며 얕잡아 볼 테지만 그것이 그들의 약점이 되어 스스로의 목을 조일 것이다.

쫓겨야 하는 존재가 쫓아야 하는 존재로 변모한 것을 느끼며 그의 눈에는 뜨거운 귀화가 피어오른다.

[임꺽정 너는 내 손에 잡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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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의 시청률.

처음을 감안하더라도 평소와 비교하면 분명 저조했던 시청률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드라마 중반에 들어서며 기하급수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35%... 44%.... 51%..... 54%....!]

[마지막을 향한 질주.]

임꺽정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될 줄 알았지만 설마하니 왕을 노리며 제 발로 사지를 걸어갈 줄이야. 그 아무도 상상도 못한 전개였다.

정다영 작가의 기발한 스토리 전개를 토대로 임꺽정 제작팀은 내공이 무엇인 지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기파랑 감독은 임꺽정 패거리를 이용해 산속에 이골이 난 산적들의 리얼한 액션을 만들어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전투 속에서 동료의 죽음에도 마지막을 불사르는 청석골 패거리들의 독기어린 모습을 담은 임완식 감독의 연출은 시청자들의 혼을 빼앗았다.

꿀꺽.

빠른 전개 속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처와 피로 뒤덮여 있는 청석골 패거리들의 독기 서린 모습은 시청자들을 긴장케 했다. 여러 가지 수위에 관대했던 옛날과 달리 현재는 방통위에서 많은 제재를 거친 작품만 보다가 이런 날것의 리얼한 액션을 볼 줄 상상도 못 했던 모두는 이것이 공중파 방송도 잊고 임꺽정을 시청하고 있었다.

[뭐라? 제 발로 이곳에 찾아오고 있단 말이냐?]

[네. 그러하옵니다.]

[하하하! 그놈들 참 어이가 없군. 사지인 줄 알면서 이곳을 오다니 말이야. 무슨 속셈이 있는 것인가? 그나저나...]

[...?]

마지막을 불사 지르며 자신에게 오고 있다는 말을 들은 명종 이환은 웃음을 터트리며 서늘한 눈빛을 터트리며 자신의 앞에 신하를 바라보았다.

[과인은 산적 놈들이 뛰어난 것인지. 그대들이 무능한 건지 알 수 없구려.]

[그건...]

[그래 토포사 남치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임꺽정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린 남치근을 향해 고개를 돌린 명종 이환은 미소 지으며 그에게 물음을 건넸고 그 말에 남치근은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며 명종 이환의 앞에 옆에 신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신의 늘어나는 권세를 견제하기 위해서 혓바닥과 붓을 놀리며 엉뚱한 자에게 체계를 넘긴 신하였다.

그에게 시선을 고정한 남치근은 서릿장 같은 어조로 자신의

[송구하지만 전하의 말씀이 맞사옵니다.]

[전하의 앞에서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군. 자신의 무능력함을 주변에게 돌리다니 그대는 부끄러움도 모르오!?]

[소신. 틀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사옵니다.]

[!?]

[붓을 만진 손으로 칼을 들으려 드니 이런 사단이 벌어지지 않습니까?]

남치근의 말에 이환의 옆에 서 있던 신하가 얼굴을 붉히었다.

[뭐, 뭐라? 감히...!]

문관 출신인 문신(文臣)과 무관 출신인 무신(武臣)인 두 사람의 대립 속 자신을 앞에 두고 목소리를 높인 신하의 모습에 명종 이환의 얼굴이 굳었다.

[시끄럽다. 과인이 앞에 있는데 어디서 목소리를 높이느냐?]

[페, 페하! 송구하옵니다.]

[쯧!]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기는 명종 이환은 남치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대는 과인 앞에 신하를 무능하다는 말을 망설이지 않고 꺼냈다. 그렇지?]

[그러하옵니다.]

[무능력한 신하가 왕에게 다른 신하를 무능력하다 이야기하는 것은 모함이자 자신의 무능력을 감추려는 간신이지만 유능한 신하가 말을 한다면 위험을 무릅쓴 충언을 한 충신이다. 그대는 무엇이냐?]

[신은 간신도 충신도 아니옵니다. 신은 그저 전하가 휘두르는 데로 움직이는 검이옵니다.]

[뭐라?]

남치근의 말에 명종 이환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 대답만큼 자신의 마음에 드는 대답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하하하! 그대는 간신이 분명하다. 이렇게 나 듣기 좋은 소리를 과인에게 말 하다니 말이다.]

[송구하옵니다.]

[아니야. 모두가 과인을 어머니의 치마폭에 쌓인 무능한 군주로 여기는데 그대만큼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하는 자는 없었다.]

꾸벅.

[자, 그럼 내 검이 얼마나 잘 드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구나.]

[...?]

[때마침 과인을 향해 손님이 찾아오고 있으니 잘 되었어.]

[그 말씀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명종 이환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남치근을 바라보다 자신의 뒤에 있는 신하를 향해 하명했다.

[길을 열어라.]

[페하! 그것은...!]

[시끄럽다. 아까부터 도 넘는 행동을 하는구나. 네놈도 도적놈들처럼 나를 우습게 보는 것이더냐?]

[폐,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쯧.]

그의 반응에 명종 이환은 못마땅한 눈빛을 띠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임꺽정이라 했나? 과인을 대신해 백성들에게 칭송받는 대도적이라...]

피식.

[기대 되는구나.]

죽음을 불사른 남자들의 행동이 기적을 만들어 하늘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저곳이 하늘이 정해준 자가 있는 곳...!]

드라마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명종 이환의 등장.

무능력한 왕으로 설명되는 명종 이환 선입견을 깨는 신선한 연기를 펼치는 무명 배우의 등장은 충분히 놀라웠으나 그것보다 이환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등장한 도경의 모습은 더욱더 놀라운 등장이었다.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급 전개에 시청자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두둥!

[천지를 울려라 임꺽정-OST]

“아아악!!”

그리고 어느새 끝을 고하는 드라마의 OST에 탄식 성을 내뱉으며 비명을 지른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명종 이환의 등장과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떡밥을 가져온 도경의 마지막 등장은 다음 날이 길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정신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임꺽정 마지막 화 끝으로 곧 이어지는 정용환 공식 기자회견.]

[소문으로 나돌고 있는 정용환의 은퇴설.]

[정용환! 자신의 팬 카페에 의미심장한 손편지를 남기다.]

아무런 해명 없이 촬영을 감행하고 비판을 받으며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정용환.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첫 발표에 연예계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연예인 특성상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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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군...!”

달그락.

자신의 작업실 안에서 태블릿을 보며 술을 마시고 있던 차현식 PD가 웃음 지으며 화면을 주시하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반짝.

그의 태블릿 옆에는 조그마한 USB가 빛에 반짝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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