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보통 타이틀 곡 MV를 발표할 때. 기획사들은 다른 가수와 겹치지 않기 위해 사전에 많은 노력을 한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앨범 작업과 동시에 몇천, 몇억씩 들어가며 MV를 제작하는데 서로 경쟁해서 손해 보는 짓을 하는 것만큼 멍청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짓을 도경은 저지르고 말았다. 아니, 저질렀다기보다는 들이받았다는 것이 더욱 올바른 표현이었다.
[특이한 행보 One Step! Kyle의 소녀들!]
[소녀들의 진격! 팬들은 즐거움에 비명을 질러!]
[카일 박도경의 새로운 신인 수혜자 플라워즈 김주희!]
[난데없는 싱글앨범의 홍수. made From - kyle!]
[박도경 아이돌 혜자는 이런 것이다.]
서정적이고 슬픈 멜로디의 발라드 노래를 부르는 [러블리]의 하린, 발랄한 흥과 끼를 보여주며 어리지만 확실히 자신들의 스웨그를 보여준 [드림걸즈] 다연과 채연.
재즈 리듬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짠 춤과 노래를 부르는 [플라워즈] 김주희.
평소 난이도 높은 곡과 고음을 소화했던 것과 달리 통기타 하나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컨트리풍의 노래를 부르는 [I] 이지원.
One Step이란 같은 제목의 노래를 부르지만 (발라드),(힙합).(컨트리),(R&B) 다른 장르의 노래를 부르는 소녀들의 새로운 모습들에 팬들은 열광하였고 모두들 하나같이 입을 모아 도경이 제작한 [one Step]을 향해 칭송하였다.
띵곡 [One Step]이라고 말이다.
완성도 높은 것은 물론이고 팬들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녀들의 새로운 면모와 매력들을 확실하게 끌어낸 도경의 작곡 능력에 팬들은 감탄하였다.
[러블리]의 엄마라고 불리며 뒤에만 있던 하린은 단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아름다움과 성숙한 분위기를 마음껏 뽐내었고 아이돌이란 타이틀에 가려져 있던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였고 [드림걸즈]의 랩을 담당하고 있었던 다연과 채연은 항상 노래의 짧은 분량에 맡았던 것에 벗어나 랩퍼로서의 마음껏 기량을 뽐내며 급상승한 인기 덕분에 실력논란에 대해 일침을 가라앉혔다.
평소 세련되고 고차원적인 아티스트 적인 면모를 많이 선보였던 [I]의 이지원은 이번 노래로 여타와 다른 편안한 이미지를 얻어내며 새로이 도약할 수 있는 여유를 얻어냈다.
도경과 함께 K스타에서 춤을 췄던 김주희는 자신의 실력으로 화제를 이끌어내며 신인으로서 가장 필요한 인지도를 얻었다.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두가 이득을 톡톡히 본 상황 속. 세로 라이브의 영상공개와 동시에 발표한 소녀들의 디지털 음원 [One Step]은 나오자마자 음원 사이트들 차트에선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위로 주행하는 One Step!]
[팬들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 싸움! 최고의 One Step은 누구!?]
처음에는 자신들의 애정하는 스타들의 좋은 노래에 즐거워했던 팬들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들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신속하게 벌인 것이다.
다양하게 나온 [One Step]은 하나같이 인정할 만큼 좋은 노래들이었지만 같은 시일에 똑같은 제목을 지닌 노래들의 존재는 팬들의 경쟁심에 불을 지르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고의 One Step은 우리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최고가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바로 팬들이란 특성.
결국, 그런 팬들의 팬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나나 뮤직차트]
3위 One Step - [하린(러블리)]
4위 One Step - [I 이지원]
6위 One Step - [김주희(플라워즈)]
8위 One Step - [다연, 채연(드림걸즈)]
음원 사이트 첫 집계부터 도경의 노래들이 상위권 차트를 점령한 것이다. 좋은 성적을 걷을 것은 예상했지만 첫 집계를 하자마자 너무나도 손쉽게 상위권에 진입한 [One Step]에 노래를 불렀던 당사자들조차 얼떨결 해할 정도였다.
노래를 홍보한 것도 아니고 화려한 MV를 만든 것이 아닌 상황에 이러한 결과를 얻어낸다는 것이 결코 정상적인 일은 아닌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제성, 양질의 작품, 팬들의 팬심. 황당한 도경의 행보는 연예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위의 요소들을 충족시켜 벌어진 일이었다.
한 개의 One step을 들으면 비교를 위해 다른 곡의 One Step을 듣고 결국은 어느새 모두가 다섯 곡의 One Step을 듣고 마는 시너지 효과는 그야말로 돌고 도는 회전문의 선순환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선순환 속에 최대 수혜자의 혜택은 다름 아닌 도경에게로 돌아왔다.
[나나 뮤직차트]
1위 One Step - [카일 박도경]
2위 Snow lie - [트리니타스 김강운]
아직 불안정한 초반에 이뤄낸 일이지만 팬덤이 두터운 아이돌인 김강운을 제치고 국내 대형음원사이트인 나나뮤직에서 1위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는 가요계 관계자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이례적인 일일 수밖에 없었다.
[진정한 본업으로 돌아온 가수 카일 화려한 첫 발자국!]
[예능, 연기, 가요계까지! 그의 끝을 알 수 없는 저력. 어디까지?]
[가요계 Kyel의 데뷔에 숨죽이다!]
[의외의 컨셉! 퍼포먼스 위주의 아이돌 컨셉?]
정말로 도경이란 존재의 데뷔는 하나부터 열까지 예상된 것이 하나 없었다.
도경의 작곡 실력과 노래 실력은 이미 대중에게 인정받은바 모두들 도경이 가을 계절에 감성에 맞춰서 가창력을 앞세운 노래를 들 거라 예상했지만 도경은 모두를 비웃듯 자신의 데뷔곡에 발랄하고 가벼운 자유분방한 아이돌다운 댄스 음악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신인이지만 모든 것을 능숙하게 해내는 신인 같지 않은 면모를 지닌 도경이 설마하니 스스로에게 풋풋한 아이돌 컨셉을 자신에게 입힐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인 까닭이다.
하지만 역시나 도경이랄까. 도경이 내민 의외의 카드는 매우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도경의 One Step!]
(K 스타 에서부터 매번 예측 불가능한 모습으로 의외의 선택을 하였던 도경은 이번에도 독특한 행보를 선보였다.
자신의 데뷔를 앞두고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같은 제목의 자작곡을 선물한 것부터 시작해 솔로 데뷔임에도 노래와 랩 심지어 후렴까지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하는 등 한 곡 안에 다양한 스타일이 필요한 음악 스타일을 꺼내든 그의 선택은 필자로서는 고개가 갸우뚱 해질만한 선택이었다.
이미 뛰어난 실력을 지닌 그에게 가벼운 아이돌 풍의 댄스 음악은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도경의 MV와 세로 라이브 영상을 직접 보고 듣는 순간 의미가 없어짐을 알 수 있었다.
노래를 듣는 순간 귀를 뗄 수 없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누구의 노래를 듣고 있는지 말이다.
그야말로 번데기 앞에 주름잡는 격이나 다름없던 것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음악 평론가로서 일을 해왔지만, 지금처럼 부끄러운 적이 없을 만큼 말이다.
‘박도경’ 그는 진정 ‘Kyle’이었다.)-음악 포털 매거진 [Rookie] 정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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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글 되게 영양가 없게 쓰네...! 노래 좋다는 말을 뭐 이렇게 돌려 말해. 할 거면 제대로 팍팍 홍보하란 말이다.”
노래 좋다는 말을 그냥 좋다고 하면 되는 것을 쓸데없는 사족을 붙여 말하는 기사를 읽으며 도경은 투덜거렸다. 그래도 나름 자신에 대한 기사를 써줄 것 같아서 기대하며 읽었는데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글쓴이의 시선이 반영된 말투에 빈정만 상하고 말았다.
툭.
도경은 스마트폰을 던지면서 무심한 어조로 툭 내뱉었다.
“평론가란 족속들하고는 친해지지 못할 거 같네.”
지루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자신에 대한 노래의 평을 읽고 있던 도경은 상대방을 판단하고 잣대를 들이미는 평론가들의 말투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자신들의 지적 허영심을 위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멋대로 지껄이는 귀족 놈들과 다를 바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아 너무 갑갑해...!”
뒤척뒤척.
도경이 있는 곳은 방송 대기실. 지상파 MBN에서 하는 음악방송인 「음악센터」에서 자신의 One Step의 첫 무대를 갖기 위해 와 있었다.
“말로만 들었지 진짜 지루하네.”
오전 6시에 일어나 메이크업을 받고 이른 아침에 방송국에 도착해 무대의 리허설 마치고 나서부터는 10시간 이상 넘게 무조건적으로 대기해야 하는 음악방송 시스템에 도경은 질린 표정을 지으며 누웠던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나가서 놀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가자니 부담스럽고... 골치 아파.”
가수란 본업으로 돌아온 도경은 현재 음악방송 활동이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는 중이었다.
신인으로서 후배로서 선배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대기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는 거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너무나 피곤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름이 아니라 도경이 찾아뵙는 선배 가수들 모두가 도경에게 작곡의뢰를 맡기려 들려고 한 까닭이다. 히트곡 메이커인 카일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그들은 도경을 자신들의 대기실 밖으로 쉬이 보내주려 하지 않았고 덕분에 도경은 화장실 이외에는 자신의 대기실 밖으로 서성일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벌컥.
“응? 일어나셨습니까?”
“어. 등에 이러다 종기가 생길 것 같아서 말이야. 그나저나 밥 먹으러 나간 거 아니었어?”
도경이 지루해해서 죽으려던 찰나에 대기실로 그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백아현이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조금 전 밥 먹으러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일행들과 함께 나섰던 백아현이 너무나도 빨리 자신의 대기실로 들어오자 도경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게...”
“응? 무슨 일 있었어?”
“밥을 편히 먹을 수 없어서 말입니다.”
“왜?”
“왜겠습니까? 다 도경 님 때문이죠.”
부스럭. 부스럭.
툭!
백아현이 검은색 봉투에서 자신의 도시락을 꺼내면서 그의 앞에 무언가를 던졌는데 수십장의 명함과 USB가 도경의 앞에 있는 테이블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
그것을 보자마자 도경은 백아현이 밖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깨달았다. 분명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백아현도 사람들에게 시달렸을 게 분명했다.
“...고생 많았겠네.”
“매니저란 족속들이 그렇게 끈질길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하하하.”
동변상련이랄까? 도경은 백아현에게 평소처럼 장난을 치지 못하고 웃을 뿐이었다.
날렵한 생김새와 달리 의외로 먹는 것에 집착하며 식도락을 즐기는 취미가 있는 그녀가 편의점 도시락 하나만 달랑 사 온 상황 속에 그녀의 기분이 얼마나 저조할지를 알기에 도경은 조용히 입을 다물 뿐이었다.
으적으적.
‘터프하게도 먹네.’
자신을 쳐다도 보지 않고 말없이 도시락을 까먹는 백아현을 보며 도경은 내심 감탄하며 그녀의 먹는 모습을 감상하였다. 꽤나 큰 도시락인데도 1분도 되지 않아 반절이 사라지는 백아현의 빠른 식사속도에 도경은 문득 [드림걸즈] 일본인 멤버인 하나에게 받았던 성인남성의 주먹보다 큰 무식한 주먹밥 3덩어리를 떠올렸다.
“저기 하나가 싸준 주먹밥도 있는데 가져다줄까?”
멈칫.
“진심이십니까...?”
“응?”
그 말에 백아현의 쾌속하게 움직이던 젓가락질이 멈추었다. 그녀는 도시락에 시선을 떼고는 도경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안에 들어있던 음식을 마저 씹으며 짜게 식은 시선을 도경에게 보냈다.
우물우물.
꿀꺽.
“소녀가 싸준 음식을 남한테 주려 하다니 대체 얼마나 무신경하신 겁니까?”
“무신경...?”
“본인은 아직 자각하지 못하는 듯싶지만 서툴러서 티가 나던데요. 하나야 그렇다 하더라도 그쪽이 모르지 않을 것 아닙니까?”
피식.
“아아. 난 또 뭐라고. 오지랖을 부리다니 진짜 매니저 다됐나 봐? 별걸 다 신경 쓰고 말이야. 됐고 이거나 받아.”
스윽.
요즘 시대에 선물도 아니고 대기실에 식사하라고 직접 주먹밥을 만들어주는 것은 누가 봐도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 분명하건만 도경은 소녀의 순정이 담긴 그 주먹밥을 손쉽게 꺼내 들어 백아현에게 내밀었다.
“얘가 순박한 거니까 그러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식겠지. 게다가 아이돌이 연애라니? 쯧쯧쯧 사치지. 사치.”
“글쎄요. 그렇기엔 하나가 그렇게 가벼운 애는 아닌데...”
“뭐야? 드림이들하고 친하게 지내더니 그새 정들었다고 챙기는 거야?”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참내...”
세로라이브 촬영현장에서 다연이와 채연이하고 친해지는 것을 계기로 회사 내에서 드림걸즈 멤버들과 얼굴을 익히며 안부 정도 물어볼 사이까지 발전한 백아현은 티는 많이 내지 않았지만, 현재 드림걸즈 숨은 팬을 자처할 정도로 그녀들에게 빠져든 상태였다.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어떤 놈인지 잘 알 거 아니야. 서로 즐기는 건 좋지만 연애할 생각은 없는 놈이라는 거.”
끄덕.
“그건 제가 잘 알고 있죠...!”
도경의 말에 백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과거를 떠올리며 자연스레 눈살을 찌푸렸다. 해외에서 도경이 사고 치는 것을 뒷수습할 때마다 항상 그의 옆에는 다른 여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유심히 관찰한바 백아현은 자신이 도경에게 처음에 체리보이라 놀렸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가 여자에게 있어 최악의 남자임을 알 수 있었다.
‘여성의 적이지...’
처음에는 항상 남녀가 서로 가볍게 즐기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나중에 보면 꼭 여성 쪽에서 도경에게 연정을 품었는데 문제는 그녀들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도 전에 도경은 홀연히 그녀들의 곁을 떠난다는 것이었다.
한 번이면 우연이겠거니 하겠지만 그것이 여러 번이 반복되니 백아현은 도경이 나쁜 남자임을 확신했다.
“휴. 이런 나쁜 남자가 첫 연정의 대상이라니 하나가 불쌍하군요.”
덥석.
“나쁜 남자라니 서운한걸? 그래도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낸...”
퍼억!
“쿠억!”
쿵!
묵직한 주먹밥이 자신의 얼굴을 강타하는 충격에 도경은 이상한 단말마를 내지르며 뒤로 벌러덩 쓰러졌고 천장을 향한 그의 시선에는 하늘로 흩날리는 하얀 밥알들이 보였다.
후두둑.
철퍽!
“나쁜 남자란 수식어는 도경 님에게 칭찬이었군요. 정정하도록 하지요. 축하드립니다. 도경님은 공식적으로 최악 중에 최악의 남자로 등급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 주먹밥 이건 제가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기가 풀풀 넘치다 못해 살기를 흘리는 와중에도 백아현은 하나의 주먹밥을 챙기며 도경의 대기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
스윽.
‘하나야 대체 주먹밥에 쌈장하고 족발을 왜 넣은 거니...’
주르륵.
그렇게 한 소녀의 순정이 담긴 주먹밥은 무참히 부서지고 한 남자는 족발과 쌈장을 얼굴에 묻힌 채 최악의 남자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쩝. 그래도 맛은 있네.”
우물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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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음악 방송국에 대기하면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10시간 뒤에 올라선 무대에서 도경은 현재 웃고 있었다. 그런데 도경의 웃음은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아니, 웃음뿐만이 아니라 도경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이상한 풍경이 펼쳐졌다.
“하하하...!”
웅성웅성.
[띠잉!]!
[띠잉!!]
[띠잉!!]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울리는 가운데 무대 위에선 환호성이 아닌 정적이 흐른다.
“도경아...”
시끄러운 MR속에 도경의 주변에 있는 백댄서들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뒤늦게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 홀로 놓여있는 도경을 향해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었다.
“하...”
뿌득.
“어이가 없네...!”
찌이익!
최악의 남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날이라 그럴까? 아니면 백아현에게 저질스러운 장난을 쳐서 벌을 받은 것일까. 결국, 도경은 자신의 얼굴 옆에 붙어있는 마이크를 거칠게 떼어내며 무대를 포기하는 의사를 나타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노래를 포기하지 않는 도경에게 있어 그것은 가히 굴욕적이나 다름없는 행동. 그렇게 도경의 첫 데뷔는 최악의 방송사고로 끝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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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웅.
[1:1]
고요한 도경의 대기실 속.
한 통의 수신 불명의 문자가 그의 폰으로 도착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