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75화 (175/357)

175화

[오만한 신인 박도경 음방 PD 폭행?]

[인성교육과 엄격하기로 유명한 JY엔터 뜨는 스타에게는 프리패스?]

[화끈한 게 아니라 사실은 무개념?]

[도경 무대를 망친 분풀이하다!]

방송국 복도에 있었던 조그마한 불씨는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큰 화마로 번져 있었다.

급작스레 떠서 그럴까?

갑자기 상승세와 비례하여 도경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도경을 향한 비아냥과 헐뜯는 댓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오우! 패기 보소. PD를 건드리네. 박도경 미친 듯!]

┗[떴다 이거지. 아니면 소속사 믿던가.]

┗[아무리 그래도 신인인데 진짜 에바임. 연예계 활동오래한 사람도 피디한테 개기지 주먹은 못 휘두름 그러면 방송국에서 매장인데...]

┗[한방에 떴다 한 방에 가나?]

[박도경 정말 실망이다.]

┗[ㅋ. 나 애 이런 애인 줄 알았었음.]

┗[하긴 한 성격하는 것 같던데 꼭 이런 애가 나중에 사고 치더라.]

┗[원래 연예인들 태반이 양아치임.]

[도경아 ㅠㅠ 무대를 망친 건 안 되기는 했는데 이건 아니다. 이건 형이 커버 못 한다.]

┗[근데 아직 박도경 쪽에서는 입장 표명 하지 않지 않았음?]

┗[지금 열심히 변명거리 만들겠지.]

┗[우리 도경이형 그런 사람 아님!]

┗[글세...]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분명 도경이 신인으로서 음악방송 PD에게 개기는 일을 벌인 것은 분명하고 사건사고는 맞지만 이처럼 대형사건으로 번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경이 PD를 폭행하다니 그거야말로 어불성설인 일. 이게 과연 어찌 된 일일까?

“...”

위웅! 위웅!

“안 받으십니까?”

“받기 싫은데...”

“죄송합니다.”

“후...”

불이날 것처럼 미친 듯이 울리는 자신의 폰을 바라보며 도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 때문에 생긴 일인데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띡.

“여보세요?”

“********!”

전화를 받자마자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괴성에 도경은 폰을 자신의 귓가에 멀리 떼어 놓았다.

---

[은하수 별 카페]

“하아...!”

“......”

힐끔.

카페 안. 두 남녀가 마주 편의 남성의 눈치를 보며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명하게 이마에 구겨진 내 천(川)자 주름이 그가 얼마나 기분이 좋지 않은지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저기... 형!”

“습! 박도경. 지금은 사장님이라고 불러라.”

“네...”

평소에는 도경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왔던 박진용이 이번에는 정말로 화났는지 싸늘한 태도를 고수하였다.

“박도경 너 사회생활이 우스워? 비위에 거슬리면 다 들이박아도 되는 거야?”

“......”

“박진용 사장님. 이번 사태는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찌릿.

“이게 죄송하다고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백아현 씨도 정말 제정신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매니저가 PD를 폭행하다니. 사정은 알겠지만 꼭 그렇게 해야만 했어요?”

“죄송합니다...”

세상 무서울 거 없는 두 남녀는 박진용에게 쩔쩔매는 희귀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행동 때문에 회사에 피해가 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는지 도경은 백아현을 옹호하며 억울함을

“형. 폭행이라니 그냥 넘어진 정도 가지고 오버 하는 거라니까요. 시작도 그 PD가 먼저 손찌검을 해서 일이 벌어진 거고요.”

“그걸 누가 알아주는데?”

“그건...”

“기사에는 이미 네가 PD를 폭행 한 거라 글이 실렸다고 상황 파악이 안 돼? 그리고 나는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야. 굳이 일 처리를 그렇게 해야 했나 묻는 거지.”

“죄송해요...”

도경은 자신들의 입장을 항변했지만 박진용의 물음에 도경은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다. 박진용이 무엇을 지적하는 지 도경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 됐어. 사과를 받으려는 게 아니고 뭘 잘 못 했는지 알았으면 했던 거니까. 진짜 너는 어째 가수 데뷔가 제일 어려운 것 같냐? 일단은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할지 잠깐 생각 좀 해보자.”

“네...”

무작정 화를 내고 책임을 따지기 위해 찾아온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차현식 PD부터 시작해 좋지 않은 일들로부터 도경을 지키기 위해 박진용은 그의 앞에 와 있는 것이었다. 한 엔터테인먼트 사장이 그것도 바쁘기로 유명한 박진용 사장이 한 명의 아티스트를 위해 이 야밤에 직접 발걸음을 옮겨 그의 앞에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기에 도경이 순순히 박진용에게 순순히 사과를 한 것이고 말이다.

빠득.

‘기레기 새끼들...’

그렇기에 도경은 속으로 기자들을 향해 이를 갈고 있었다.

사실인 부분에 교묘하게 MSG를 쳐서 자신들의 입맛대로 사건을 날조하는 그들 덕분에 일이 이렇게 커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게 폭행 사건으로 둔갑하냐고?’

사건의 발단은 도경이 PD에게 개기는 순간에 일어났다.

예상치 못한 도경의 행동에 PD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권위가 손상 되었다 생각에 분노하며 곧바로 도경의 얼굴에 손을 휘둘렀다. 그로서는 나름의 명분도 있겠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엔 손찌검 만큼 편하고 쉬운 방법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도경의 옆에 있던 백아현에 의해서 제지당하였다.

탁!

(연예인은 얼굴이 생명인거 모릅니까? 그만 하십시오.)

(이익! 이 쌍년은 또 뭐야!? 내가 우습게 보여!!!?)

짜악!

(.....)

중년남성의 두터운 주먹을 한 손으로 붙잡은 백아현은 그야말로 걸 크러쉬였지만 여자에게 자신이 힘껏 휘두른 주먹이 잡힌 PD는 덕분에 2차로 멘탈이 나가버리게 되었다.

그는 더욱더 분노하며 백아현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그녀에게 곧바로 얼굴에 따귀를 올려붙였는데 PD의 행동은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정당방위라 아십니까?)

(뭐?)

(함부로 주먹 휘두르는 거 아닙니다.)

덥석!

(억!!?)

빙그르르.

콰당!!!

(......!)

체중 87KG의 건장한 중년남성에게 백아현의 깔끔한 외깃 업어치기가 작렬하였다. 그것이 도경이 PD를 폭행했다는 거짓된 기사에 가려진 진실 된 사건 전말이었다.

--

“일단 거짓 된 기사에 대한 해명부터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아현의 말에 박진용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쉽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반박기사야 내는 건 쉽지만 사람들이 믿어야지. 대중들은 소문은 쉽게 믿지만, 해명은 쉬이 믿지 않으니까 말이야.”

“으음...”

박진용의 말에 백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침음성을 삼켰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이렇게 커져 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의 행동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방송국 대기실에서 도경에게 자신이 일은 확실히 한다고 뻐겼던 말을 떠올린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후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건 내 실수가 가장 커. 도경님에게 피해를...’

슥.

조금은 도경에게 미안한 마음이든 그녀는 도경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도경이 보여주는 행태를 바라보고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쭉쭉쭉.

추르르륵!

“.....”

컵 안에 있는 음료를 이미 다 마셔놓고도 물기 한 방울조차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을 발휘하며 게걸스러운 소리를 내며 빨대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도경의 모습에 괜스레 힘이 빠졌기 때문이다.

“도경 님. 뭐 믿는 거라도 있습니까? 왜 이리 태평합니까? 제가 말하기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 조금 위험한 거 아닙니까?”

‘응? 위험?“

툭.

백아현의 말에 도경은 입에 물고 있던 빨대를 뱉으며 고개를 들어 올리며 그녀의 말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위험은 무슨. 그저 조금 시끌벅적한 거지.”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허위인 게 밝혀질 문제 가지고 뭘 그리 고민해? 적당히 해명하고 내 할 일 하면 되는 거지.”

“아 네......”

“어휴...!”

도경의 단순명료한 말에 내심 도경이 무언가를 믿는 게 있나 싶었지만, 별거 없는 그의 대답에 두 사람 모두 실망한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었다.

“아니. 왜요?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요?”

“그걸 누가 모른 답니까? 문제는 지금 상태로는 좋은 성적을 걷기 힘들다는 거 아닙니까. 차현식 PD와의 내기는 잊으셨습니까?”

“그래. 도경아 네 이미지만 걸린 문제가 아니라 성적도 걸린 문제잖니. 연말까지 김강운 보다 뛰어난 결과를 얻지 못하면 차현식 PD가 무엇을 요구할지 나는 생각하기도 싫다. 자신감 있는 건 좋은 데 좀 진지하게 고심 좀 해봐.”

“아, 알았어요. 기다려 봐요. 저도 좀 견적 뽑아 볼 시간이 필요할 거 아니에요.”

“그래 제발.”

“끄응.”

‘어디보자...’

당을 충전한 도경은 들쭉날쭉한 기분을 정리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상황을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것을 실감했다.

첫 출발은 그 누구보다 화려했으나 MBN에서 친 사고 때문에 이미지가 급격히 안 좋아 지고 있었고 덕분에 앨범홍보를 위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을 고사해야 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리니타스]의 팬덤의 화력으로 음원 사이트 1순위가 One Step에서 Snow lie로 뒤집어 졌다.

악화되는 여론과 방송 활동의 제약, 뒤집어진 음원 순위와 연말까지 2달이라는 짧은 시간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긁적긁적.

‘뭐 조금 난감하기는 하네.’

피식.

한 번의 충돌로 많은 것을 잃었다 생각하며 도경은 스스로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스스로 이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무대를 망친 이유가 차현식 PD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굳이 음악방송 PD의 개념 없는 말에 열 받을 이유도 쓸데없이 반응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스스로가 참지 못하고 질러 버렸다. 쓸데없는 일에 힘을 쓰고 손해를 보다니 이 세계에 있던 예전이었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지루함...”

중얼.

자각 못 하고 사소한 트러블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도경은 거기에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렇게 만든 이유를 찾아내었다.

‘지루해서 그런 거였어.’

「지루함」

자신이 멍청한 짓으로 스스로를 불리함에 빠트린 원인을 도경은 지루함에서 찾았다.

최악이라도 목숨을 잃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 자신의 능력에 최적화되어 있는 환경은 솔직히 말해 도경에게 너무나 쉬운 세상이었고 그 덕분에 도경은 치열함을 잃었다.

“재밌게 가야 되는 거야.”

“응?”

음악 방송? 예능프로그램? 음원 사이트? 모두가 만들어놓은 길.

그 길을 너무나 쉬운 게임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쉬운 게임은 재미가 없고 말이다.

원인을 찾자 답이 보였다.

“사장님. 아니, 형! 우리 재밌게 가봅시다.”

“뭐야? 갑자기 웬 헛소리야?”

‘무슨 좋은 생각이 떠올랐나?’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겁니까?”

‘저런 표정을 지을 때면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는데...!’

도경의 뜬금없는 말에 박진용은 당황하였지만, 혹시 그에게 좋은 생각이 있나 싶어 이내 기대감을 품었고 백아현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방송 다 때려치우죠.”

“뭐?”

“방송 버리자고요. 저 TV에 출연하지 않을래요. 아, 물론 아현은 나가야겠지만...!”

“잠, 잠깐 도경아 설명부터 제대로 해야지 또 먼저 앞서 나간다. 지금 네 말은 음원으로만 승부하고 싶다는 거야?”

“비슷하긴 한데 그건 아니에요.”

“대체...?”

더욱더 영문 모를 도경의 말에 박진용의 얼굴에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 앨범 활동을 한다? 물론 그렇게 활동하는 가수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도 음원만으로 승부하고 훌륭하게 성공하는 가수들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가수들이 처음부터 음원으로만 승부를 본 가수들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도경이가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게다가...’

“도경아 네가 댄스곡을 만들었는데 TV에 안 나오면 춤을 어떻게 보여...”

“우리 콘서트 가요.”

“......”

도경의 발언에 박진용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콘서트...?”

“네! 콘서트!”

“미쳤냐? 음방에 따라오는 팬덤도 없는 주제에 콘서트를 연다고?”

“하하하! 재밌겠죠?”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내뱉는 박진용의 말에도 도경은 뭐가 좋은지 오히려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너... 진심이냐?”

“네!”

“......”

원인을 찾고 답을 찾자 보인 길.

도경이 걸어가는 길이 어떤 길일지는 오로지 도경 본인만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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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JY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에 한 개의 공식 영상이 떠올랐다.

「JY 박도경 공식 사과 영상」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박도경은 지금 시점으로 음악 활동을 위해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첫 데뷔 시작부터 지상파에 방송 활동을 고사하는 전무후무한 가수의 탄생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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