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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78화 (178/357)

178화

[와 힘들다. 어때요 좋아요?]

와아아아!

“최고다!”

숨 가쁜 한 시간. 도경이 무대는 그야말로 폭주 기관차였다.

[천지가 울린다],[Wind],[소중했던 시간들],[지지 말아요],[구두]등 자신이 여태껏 작곡하고 불러 왔던 노래들을 불렀기 때문이다.

기존에 수다를 만회하려는 듯. 노래의 소개에 대한 짤막한 말 이외에는 곧바로 노래를 불러제끼는 도경의 무대에 사람들은 홀딱 빠지고 말았다.

“와... 대박.”

“우와. 진짜 저 오빠 진짜 날아다니네. 숨도 안 차나?”

“그것보다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획획 바뀌면서 노래 부를 수 있는 게 더 놀랍지 않아?”

“진짜요. 저게 정상인 거에요? 쉴 틈 없이 감정선을 저렇게 바꿔가면서 노래 부르는 게?”

“당연 아니지. 저건 따라 하라고 해도 못 하겠다.”

노래가 지닌 색에 맞춰 한계 없이 모습을 바꾸는 도경의 드림걸즈 멤버들을 혀를 내두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도경이 노래를 잘하는 것이야 다들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의 기량을 지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짜 체력 대박이다.”

“그런데 왜 1절만 부르지?”

“바보야. 저 많은 노래를 끝까지 부르면 목이 남아나겠어? 지금 것만 해도 엄청 많이 부른 것 같은데?”

“도경 오빠 목 괜찮을까?”

짧은 시간 이미 20곡에 가까운 곡에 노래를 부른 도경을 보며 하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솔로 가수 일반적인 콘서트에서 노래가 25~30곡 사이에서 끝나는 걸 감안하면 도경의 페이스는 오버페이스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중얼.

“매일 저런 식으로는 공연하다간 목에 피토하겠다.”

한 곡을 부르는 것과 여러 곡을 연달아 부르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차이의 체력소모가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는 드림걸즈 멤버들은 우려 섞인 걱정을 하였지만 이내 도경의 쌩쌩한 모습에 도경의 기량을 판단하는 것은 멈추었다.

[이야. 제가 생각하기에도 노래 많이도 만들었네요. 당연한 거지만 노래 괜찮았죠?]

“네!”

“도경이 네가 최고다!”

“도경이 형 힘들지 않아요?”

[최고인 거 알아요. 아, 그리고 당연히 힘들지. 그래서 이제부터 노래연습 안하려고 어차피 매일 여기 와서 노래 부를 텐데 안 그래?]

와하하하.

이제는 손발이 척척 도경과 관객들 모습.

도경은 그들의 호응을 즐기는 가운데 무대 위에 있던 생수를 집어 목을 축이기 시작했다. 연달아 부른 노래 목이 건조해진 것을 느끼며

꿀꺽꿀꺽!

[아, 그나저나 조금 쉴 겸 잠시 제 S-live 상황 좀 살펴볼까요? 뭐라 댓글 달렸는지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의자에 털썩 앉은 도경은 자신의 뒷주머니의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의 S-live 채널에 들어가 눈에 보이는 댓글들을 물 마시며 읽기 시작했다.

[분위기 대박. 재밌겠다.]

┗[응. 그래 내가 하는 건데 당연한 거지.]

우우우.

[재수 없어도 어떻게요? 사실인걸.]

우우우우!

[아아. 조용 해봐요. 재밌는 댓글들 많이 보이는데 읽지 말까요?]

뚝.

댓글을 읽으며 일문일답하는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 관객들을 향해 도경이 엄포를 놓자 사람들은 바로 야유를 곧바로 멈추었다.

재밌는 댓글이라는 말에 바로 반응하는 것이었다.

[와 조련술 보소. 관객들 이미 도경이 가축 됨.]

┗[너도 와라. 특별히 신경 써서 조련해줄 테니까. 그 많은 말들 중에 조련이 뭐냐 조련이? 안 그래요?]

“오! 말 예쁘게 잘 한다 도경아.”

“누구냐 너는!? 내가 아는 도경이는 그런 말 안한다. 이미지 관리하지 마라 박도경!”

[이 목소리 아까 6cm라 드립 친 사람 아니에요? 누구야 대체 어딨어!?]

와하하하.

관객들까지 참여하는 도경의 댓글에 대한 일문일답에 즐거운 시간이 흐르고 있을 때 도경은 어느 댓글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박도경 너무 잘난 척하는 듯. 솔직히 그렇게 노래 잘하는 거 아닌데 자기 잘한다고 너무 과시함. 이번 신곡도 보니까 다른 애들 버프 빨이고 음원 1위는 딱 한 번. 김강운 노래에 밀려서 계속 떨어질 거 같던데 따지고 보면 김강운이 박도경보다 더 잘 부르는 거 아닌가요?]

“......”

술렁.

[음...]

도경이 읽은 댓글에 관객들의 분위기가 술렁였다. 아무 말 없이 댓글들을 읽고 있는 모습에서 도경의 기분이 어떤지 실시간으로 느껴져 온 까닭이다.

“도경아 신경 쓰지 마. 그거 트리니타스 김강운 팬이 쓴 거다!”

“맞아! 어린 팬들이 쓰는 말에 열 받을 필요 없어.”

“네가 노래 더 잘하니까 신경 쓰지 마라!”

[아니. 여러분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웬 위로입니까? 저 괜찮아요. 하하! 그냥 댓글들이 많기에 읽어봤어요. 아... 갑자기 목이 타네.]

꿀꺽꿀꺽.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아까 전에도 목을 축였음에도 다시 1.25L 생수를 단숨에 들이켜는 도경의 모습은 누가 봐도 괜찮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굳이 그것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현재 도경에게서 묘하게 말 걸기 어려운 공기가 그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푸하! 그러고 보니 요즘 유명하죠? 백설왕자 김강운.]

“......”

뮤직비디오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으로 음방 활동과 음악 예능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트리니타스 메인보컬 김강운.

도경과 달리 시스템을 잘 편중하며 가요계에 압도적인 화력과 인기를 과시하는 그를 떠올리며 도경은 웃음 지었다.

[뭐, 김강운이 잘하긴 잘하죠. 조금 배가 아플지도?]

“하하하.”

[이야. 이게 참 뭐라고 해야 할지. 관객분들은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저는 트리니타스랑 만나면 부딪히는 일들이 많이 생겨요. 아현 MC부터 시작해서 [I] 스테이지까지 말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백설왕자 김강운 하고 데뷔일 까지 겹치기까지. 거의 이 정도면 트리니타스 팬분들한테 저는 눈에 가시 아니겠어요? 하하하.]

“...!”

도경은 스마트폰을 자신의 뒷주머니에 넣으며 마이크를 쥐고 자리에 일어났다.

[전에는 제가 한 번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너무 나를 미워하지 말라’고 말이에요. 그런데 오늘 제대로 정리해야 할 것 같네요.]

후읍.

[오늘부터 저를 마음껏 미워해도 된다고 말이에요.]

“!?”

“무슨 말이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좀 쌓인 게 많은가 본가 봐.”

오늘부터 미워해도 된다는 영문 모를 도경의 말에 혼란스러움도 잠시 관객들은 도경의 이어지는 말에 그가 무엇을 할지 깨달았다.

[PD님. 트리니타스 공연노래들 틀어주세요. 오늘 제가 제대로 보여주겠습니다. 원작초월이 뭔지 말입니다. 어딜 백설 왕자 따위와 비교해?]

와아아아-!

화끈하게 지르는 도경의 선언에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성을 내질렀다.

직접적으로 자신이 실력이 한수 위라고 증명해 보이려는 화끈한 그 행동에 모두가 열광 하는 것이었다.

---

[Run! Run! Run Away!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가 처음 보는 풍경!]

트리니타스의 공연 영상을 스크린에서 틀어 한번 슥 보더니 곧바로 시작한 도경의 노래. 관객들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10대들의 핫한 남 그룹 아이돌 [트리니타스]의 타이틀곡들이 도경의 입에서 지금 불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완벽 그 자체라고 할 정도로 멤버 3명이 소화하는 춤과 노래와 랩을 홀로 소화해내는 도경의 실력은 가히 경이로 울 정도였다.

“미쳤다...”

[원작초월]

트리니타스의 노래를 트리니타스 보다 더 자기 노래인 것처럼 부르는 도경의 공연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그것은 트리니타스의 최고의 히트곡 [Run]을 부를 때 더욱더 정점을 찍고 있었는데 도경의 공연에서 관객들이 트리니타스의 노래를 떼창하며 날뛰고 있는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쿵쿵쿵!

[자 여기서 뛰어!]

[Run! Run! Run! Jump!

심장이 터질 때까지 뛰어갈 거야!]

“와아아악!”

트리니타스의 모든 타이틀곡을 다 뱉어낸 도경은 숨을 헐떡이며 마이클 앞으로 들이밀며 외친다.

[누가 최고야?]

“박도경!!!”

[그래 자식들아 내가 최고다!]

와아-!

---

[후우. 후우...!]

저벅저벅.

[이야 오랜만에 열 냈네요. 춤까지 출 생각은 없었는데...!]

털썩.

[아! 형님들 누님들 나 망한 것 같아요. 생각해봤는데 저 지금 남의 노래로 정점 찍은 거죠?]

와하하하!

“맞아! 도경아 너 큰일 났다. 네 노래는 어떻게 할 거냐!”

“우리 도경이 One Step 시리즈 큰일 났네!?”

도경은 아까운 짓을 했다는 표정에 관객들이 도경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방금 전의 분위기가 거의 정점이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을 알았는지 장난기 서린 미소를 짓는 도경은 관객들을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는데 끝낼까요?]

“우우우! 언제부터 우리 도경이가 그렇게 쫄보였냐? 우-!”

[우리 도경이? 누가 보면 골수팬인지 아시겠네. 여기서 제 음방 때 오신 분 손?]

“......”

[형님 너무 뻔뻔하시다.]

“오늘부터 1일이다!!!”

하하하!

[참 내 1일은 무슨...! 그럼 잠깐 분위기 전환할 겸 10분간 휴식할까요? 다들 소리 지르느라 목 탈 텐데 밖에서 마실 거 사 오거나, 화장실이나 담배 타임 가지고 오세요.]

우르르.

도경의 말에 관객들은 내심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양떼 몰리듯이 우르르 소극장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피식.

“말 되게 잘 듣네.”

의자에 앉아있는 도경은 자신의 팔다리를 쫙 피며 오늘의 자신의 소극장을 찾아온 관객들을 생각하며 웃음 지었다.

‘생각보다 재밌는 사람들이 많았지.’

“응?”

힐끔.

‘저 아이는...’

끊임없이 드립 치는 삼촌 팬들이나 노골적으로 유혹해오는 도발적인 누님들이나 생각보다 자신은 연상에게 먹히는 타입인가 실없는 생각하는 와중 도경은 특이한 관객을 발견했다.

휴식시간은 모두들 제대로 휴식하자는 도경의 말에 대부분 관객들이 빠져나간 소극장 안.

관객석에는 몇 사람밖에 남아있질 않았는데 그중에 아까 전부터 도경의 신경을 건드렸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저벅저벅

“어이! 소년.”

도경은 그 인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인상을 굳히고는 걸음을 옮기며 신경 쓰이는 인물을 불렀다.

화들짝.

“네?”

고개를 숙이며 숨을 몰아쉬고 있던 소년은 갑작스러운 도경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 올렸는데 무대 끝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도경이 보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쿨럭! 저 부르신 거예요?”

“그래. 너. 괜찮겠어?”

“네?”

“너 많이 아프잖아? 보니까 금방 쓰러질 거 같은데 그만 돌아가는 게 좋지 않겠어?”

“헤헤. 괜찮아요. 조금 빈혈기가 있어서 그렇지 아무 문제없어요.”

“문제없기는...! 딱 봐도 곧 죽을 것 같은 모습이구만.”

“하하하.. 그럴지 도요.”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년의 모습에 도경은 혀를 차며 소년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파동이 미약해. 생각보다 상태 안 좋은데?’

창백한 피부와 피골이 상접한 모습의 소년은 누가 봐도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보였는데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미약한 파동에 도경은 소년이 꽤나 큰 병을 앓고 있는 것을 알았다.

“쯧. 너 이리 올라와 봐.”

“예?”

“이리 올라오라고.”

“네...”

‘형님. 생각보다 더 괴짜였구나...!’

스윽.

자신이 동경하는 스타는 생각보다 예측불허라고 생각하며 소년은 자리에 일어나 우물쭈물 움직이며 계단을 밟고 도경의 서 있는 무대 위로 올라왔다.

드르륵!

“앉아.”

의자를 하나 더 가져온 도경은 소년에게 내밀었고 소년은 도경이 마련한 의자에 앉아 영문 모를 눈빛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자신을 무대 위로 부른 도경의 의사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털썩.

“너 이름이 뭐야?”

“최민호요.”

“그래 민호야. 형 공연에 끝까지 있어 주려고 하는 건 고마운데 말이야.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있어 주는 것은 원하지 않거든?”

“아...”

도경의 말에 민호라는 소년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경이 꺼내는 말은 명백히 축객령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동경하는 자신의 스타를 보기 위해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에 왔는데 결말이 동경하는 이에게 쫓겨나는 것이라니. 민호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어허! 사내새끼가 눈물 보이는 거 아니다.”

“너무해요... 제가 여길 어떻게 왔는지 알긴 하세요?”

“모르지만 그래도 상태 좋을 때 다음에 와라. 너 이 이상 있다간 쓰러진다.”

울컥.

“저한테 다음은...!”

자신의 현재 어떤 상황이고 어떤 심정이 어떤지 모르는 도경의 야속한 태도에 소년은 울컥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내뱉으려 했지만 이내 자신의 입안으로 꾹 삼키며 고개를 숙이었다.

“다음은...!”

‘다음이 있을지 없을지 모른단 말이에요!’

주륵.

투명하게 떨어지는 투명한 물방울.

민호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올 거라는 다음 날은 자신에게는 얼마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도경의 말이 너무나 서럽고 야속했다.

띠링.

복잡하고 괴로운 마음속 민호의 귓가에 울리는 맑은 음이 들려왔다.

스윽.

‘이건 기타소리?’

“민호야.”

“!?”

“다음에 와.”

“......”

“건강해진 상태로 꼭 오는 거야.”

띠링. 띠리링. 띵~!

어느새 가지고 왔는지 어쿠스틱 기타가 도경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그가 튕기는 기타 현에서 울리는 소리가 민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시작한다.

씨익.

평소 볼 수 없었던 도경의 포근한 미소.

그 미소에 도경에게 서운했던 마음들이, 부정적인 생각들이 실타래 풀리듯 스르륵 풀어져 갔다.

띠링!

“걱정 안 해도 돼.”

우우웅!

“아...”

가까이서 마주한 도경의 반짝이는 두 눈을 바라본 민호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를 벌렸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눈에 그 내면 속으로 민호는 이끌려 들어간다.

“다음 날은 꼭 너에게 올 거다.”

우웅.

도경의 몸에서 옅은 빛이 새어 나왔지만, 그 빛은 조명 속에 가려져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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