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갑갑해 One Step
One step. step step.
One step. step step.
Don’ stop! 발을 멈추지 마.]
“이건...! One Step?”
귀에 낯설지 않은 멜로디.
민호는 도경이 자기의 데뷔곡 One Step을 자신에게 들려주려는 것을 알아차렸다. 병실에서 도경의 음원을 구매해 수없이 들었기에 단박에 알 수 있었던 민호였다.
둥둥둥둥! 띠링!
[힘겨워도 발을 멈추지 마.
One step. step step.
One step. step step.]
일렉트로닉을 기반에 신나는 댄스 비트의 스타일의 노래였던 도경의 폭발적인 One Step은 어쿠스틱 사운드로 차분하게 편곡되어 도경의 손안에 연주 되어가고 있었다.
띠리링.
흥겹고 신났던 노래가 부드럽고 편안한 노래로 탈바꿈하였다.
[발목 잡는 것들이 많아.
사소한 것 하나부터 전부다.
작은 것조차 내 맘대로 못 해.
무엇보다 짜증났 던 건
꾹꾹 참아왔던 나 자신이야.]
원곡에서는 가사 속에 담겨있는 갑갑함과 감성들을 떨치듯이 노래를 불렀다면 지금 도경의 어쿠스틱 풍 One step은 가사가 품고 있는 감성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아...”
울컥.
자신에 대한 후회와 자책.
One Step 같은 노래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감성의 노래가 되었다.
아직 노래의 전반부밖에 되지 않았는데 가슴이 울렁이는 것을 느낀 민호는 도경의 노래를 멍하니 들었다.
[이젠 타인의 시선에
발을 멈추지 않을 거야.
매일 가슴 뛰는 길을 걸음을 옮겨
남들은 예상치 못한 Step]
용기 낸 나의 첫 걸음.]
부드러운 선율 속에 울려 퍼지는 도경의 노랫소리.
마이크가 없이도 소극장 안을 가득 채우는 도경의 노래 울림에 민호는 순수하게 전율을 맛보았다.
‘이런 게 진짜 가수인가?’
민호는 지금 도경이 부르는 노래가 아까 전의 라이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것이라 생각했다.
특별한 고음도 기교를 뽐내는 것이 아님에도 실시간으로 전신이 울리는 듯한 감각을 선사하는 지금의 도경이 부르는 노래에 민호는 형용하지 못할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빛이 나는 것 같아.’
두근.
[힘차게 스텝.
누구보다 독특한 한 걸음.
용기 내는 스텝.
누구보다 특별한 한 걸음.]
띠리링!
도경이 빛이 난다는 민호의 표현은 틀리지 않은 표현이었다. 왜냐하면, 정말로 도경의 몸에서 미약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웅.
‘힘들다. 내일 공연할 수 있으려나?’
주륵.
도경은 현재 자신의 이능을 앞의 있는 소년에게 시전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유롭게 노래 부르는 모습 뒤에는 이미 그의 등은 이능을 사용하는 대가로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음의 파동(波動)
치유의 선율.]
파동에 치유의 의지를 실어 상대방의 기운을 북돋는 도경의 이능. 민호는 도경의 노래에 빠져 자각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의 몸은 도경의 노래에 무의식적으로 확연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파아앗.
메마른 사막 위에 물을 적시는 것처럼 민호의 몸은 도경의 기운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덕분에 민호의 몸속 안의 약해졌던 기운들이 힘을 되찾으며 육체의 면역력과 회복력을 높이기 시작한다.
[주변들은 다 말하지 안 될 거라고 말하지.
불가능할 거라 미소 지어 말하지.
가벼운 미소와 말로 나를 멈춰 세워.
Likey처럼 앙증맞고 새빨간 거짓말]
“아아!”
부르르...!
오랜만에 몸에 샘솟는 활력에 민호의 얼굴엔 감동을 넘어서 환희와 희열에 물든 표정이 지어졌다.
자신의 인생 중 가장 행복했을 때를 떠올리라면 단박에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린 만큼 민호은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맞이하고 있었다.
[근데 안 될 거야란 말은 뻔해.
내 맘 막는 표현으론 부족한걸.
할 수 있겠느냔 의심도 좋아.
어차피 하게 될 거니까.]
-힘내! 지지마!
민호의 감각은 도경의 노래에 온 신경을 집중하였고 도경이 자신에게 무엇을 외치는지 알 수 있었다.
땅!
[전진하는 스텝!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한 걸음.
멈추지 않는 스텝!
결국 도착하게 되는 한 걸음.
Yeah~!]
갑자기 예상할 수 없는 부분에서 도경의 고음이 터져 나왔다. 올곧게 뻗어가는 도경의 고음은 한 가지의 의지를 실어 민호하게 전달한다.
-병 따위에 지지마.
[Don’t stop! 발을 멈추지 마!
한 걸음을 내딛는 거야. 가자!
One step. step step.
One step. step step.]
다다다당!
-이길 수 있어.
리드미컬하게 고조되는 도경의 노래는 끊임없이 민호에게 그리고 소년의 육신을 향해 외친다.
[One Step!
심장 고동이 끝나지 않을 때까지 내딛는 발걸음!]
-아직 너는 끝나지 않았어!
[응원(應援)]
거창하게 파동이니 치유의 선율이라 불리지만 정작 노래를 부르는 당사자인 도경은 자신이 하는 것은 단순히 상대방을 향한 응원이라고 말한다.
[Yeah~.]
띠리리링!
뚝.
“......”
17세의 어린 소년의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고 전해주는 도경의 응원가(應援歌).
도경이 부르는 노래는 끝이 났지만, 이 노래는 소년의 기억 속, 마음속에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불러지고 있을 것이었다.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을 거야.”
“정말요?”
“정말”
주르륵.
턱!
“?”
울먹이는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도경의 손길을 느낀 소년은 고개를 들어 올려 도경을 바라보았다.
씨이익.
“너는 건강해질 거야. 내가 보증해.”
“뭐예요. 남의 일이라고 막 내뱉는 거 아니에요?”
“시꺼! 노래 끝났으니까 얼른 가라.”
“하하하. 진짜 너무해 애써 찾아온 관객인데 말이야.”
잠깐의 휴식시간 속에서 일어난 특별한 공연은 끝이 나고 민호는 도경의 소극장을 빠져나와 발걸음을 옮겼다.
탁!
“형님. 다음에 또 올게요.”
힘차게 내딛는 한 걸음.
그 한 걸음에는 소년의 굳은 의지와 마음이 서려 있었다.
--
[갑갑해~
One step. step step.
One step. step step.]
와아아아!
무대 위 자신의 데뷔 노래를 부르며 백댄서들과 미친 듯이 춤을 추는 도경의 모습에 사람들은 뜨거운 함성을 내지르는 중이었다.
[Don’ stop!]
우뚝!
[발을 멈추지 마~!]
쿵!
[뛰어!]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내지르던 소리와 응원하던 행동을 멈추며 도경을 바라보았고 이내 이어지는 도경의 목소리에 멈추었던 것에 보상받기 위한 것처럼 더욱더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한다.
[와아아아-!]
쿵쿵쿵쿵!
콰직!
“...!”
수근 수근.
300명이 관객이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날뛰는 것에 못 버틴 나무 바닥이 충격에 내려앉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노래를 부르기 전에 도경의 노래 제목처럼 모두들 발을 멈추지 않기로 도경과 약속한 까닭이다.
[미쳤다 공연...!]
[무슨 락페도 아니고 저게 뭐냐?]
[ㅎㄷㄷ 단체로 약 빨았나?]
[진짜 재밌어 보인다... 나도 갈걸.]
도경의 마지막을 향해가는 공연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던 S-live 시청자들은 도경의 현 공연을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그들 가슴속 한가운데 한 가지의 욕망이 꿈틀거린다.
‘가고 싶다!’
그렇게 도경의 첫 소극장 콘서트는 단체 기념촬영을 마지막으로 대(大)흥행으로 끝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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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연의 성공을 시작으로 이후로 2주가 되어간다.
매일 7시~11시까지 4시간의 도경의 공연은 지칠 줄 모르고 달려가고 있었다.
[음원 구매하신 분들?]
“....”
[스읍! 나 One Step 안 불러. 지금 스마트폰 뒀다 뭐합니까? 얼른 음원구매 합니다. 저 박도경입니다. 구매안하면 진짜 공연 안 합니다?]
털썩.
“하하하하.”
무대에 털썩 주저앉아 능숙하게 자신의 음원을 구매를 유도하는 도경의 진행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익히 듣고 보고 왔던 도경의 음원 강매는 기분이 나쁘기 보다는 웃음과 재밌다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도 그럴 게 하루가 빠짐없이 자신의 공연장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음원을 강매하는 도경의 행동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어 이미 저럴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매했다! 공연해라 박도경!”
“일해라!”
시끌시끌.
도경의 음원을 구입한 후. 인증하듯이 모두들 빛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도경을 향해 흔들며
그것을 바라본 도경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일어난다.
[좋아요. 일단은 자 오늘도 모두가 기다리던 도경의[주크박스] 시작 합니다! 시청자는 지금부터 댓글로 희망 선곡 달아 주시고 관객 분들은 제가 읽은 선곡을 듣고 마음에 드는 거에 함성을 지르시면 돼요. 다들 아시죠?]
“네-!”
도경의 설명에 익숙한 듯 관객들은 기대되는 표정을 지으며 도경이 읽어주는 희망 선곡들을 집중해서 듣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노래에 함성을 내지른다.
그리고 도경이 읽어주는 선곡 중 특별한 선곡에 사람들은 소극장 가득 소리 지른다.
와아아-!
[뭔데? 진짜로 이거 부르라고요? 장난치지 말고]
“장난 아닌데?”
와하하하!
[카드 캡터 XX를 지금 나보고 부르라고?]
“네! 노래해! 노래해! 노래해!”
[와... 진짜 돈 벌기 어렵네.]
뗴창 하며 자신을 몰아가는 관객에 도경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부여잡는다.
누가 봐도 자신을 곤란케 하려는 상황.
[그래도...]
헤벌쭉!
[안 빼는 게 저 박도경이죠! 노래 틀어주세요! Pd님!]
와아아아!
[프로가 뭔지 보여 주겠어~!!! 가자!]
추억의 반주가 흘러나오고 도경은 간간히 노래에 알맞은 앙증맞은 안무를 집어넣으며 노래를 하기 시작했고 그런 도경의 노래에 관객들은 환호하며 혀를 내두르며 도경은 역시 명불허전이란 생각을 하였다.
도경 Is 뭔들.
그 어떤 노래도 소화하는 도경의 미친 스펙트럼 앞에 모두들 이제는 소극장에 명물로 자리 잡은 도경의 [주크박스]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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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굵었던 2주.
도경과 함께하는 [Every Day Live] 소극장은 현재 미친 듯이 승승장구하다 못해 대성공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흥하고 있었다.
도경의 소극장은 항상 만석에 이제는 예약과 신분증 확인을 하지 못 하면 공연을 보기 힘들 정도로 대학로에서 제일가는 소극장으로 등극하고 있었고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S(star)-live에선 실시간 시청자 수 5~11만을 유지하며 현재 80만 팔로워를 넘기며 일간 인기 채널 1위라는 믿을 수없는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다른 가수들이 S-live를 홍보 목적의 수단으로 쓰는 것과 달리 정말로 방송을 하는 것처럼 매일 4시간의 영상을 올리는 도경의 [Every Day Live]는 당연히 인기를 구사할 수밖에 없었는데 자신의 아이돌들을 보러 왔던 팬들 사이에 S-live의 종착역은 도경의 [Every Day Live]란 말이 생길 정도로 현재 도경의 S-Live는 십 대들에게 화제의 채널 되고 있는 중이었다.
[박도경 새로운 길 개척!]
[가수들의 새로운 가능성 인터넷 방송 플랫폼!? 방송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오나?]
[음방 없어도 성공하는 가수]
[음원의 재발견. 카일 박도경 주크박스 효과.]
[Every Day Live 과연 어디까지 계속될까?]
새로운 방식의 새로운 성공은 가요 업계관계자들의 주목과 관심을 끌기 시작하는 것을 넘어서 대중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고 그것은 음원차트에도 훌륭하게 결과를 미치고 있었다.
10위 권 밖으로 떨어졌던 도경의 One Step이 다시 1위에 올라서며 김강운의 Snow lie와 경쟁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도경과 김강운의 대결 구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음원사이트 매시간 치열하게 1, 2위가 다투는 카일 박도경과 트리니타스 김강운.
방송 시스템 신식VS구식을 대표하는 싸움.]
현재 공중파 케이블 가리지 않고 음악방송과 음악 예능에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방송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김강운과 달리 방송 활동을 하지 않고 소극장과 인터넷 방송이란 매체를 가지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 박도경의 대결구도는 방송 관계자들에게 큰 이슈를 이끌어내며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었는 중이었다.
[방송가 시스템의 지각변동.]
단 한사람이 만들어낸 흐름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그것은 그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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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힘들다. 이거, 아무거나 받지 말고 컨셉을 잡아서 신청곡을 받아야 겠어요. 노래가 휙휙 바뀌니까 정신이 없어요. 이러다 주크박스 고장 나겠어요. 안 그래요?]
“하하하!”
그 말에 관객들은 즐겁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도경의 주크박스.
장르 불문 신청곡을 받으면 자신이 모르는 노래라도 어떻게도 부르는 도경에게서 저런 엄살이 나오다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오늘은 뭐 하고 놀까요? 재밌는 의견 있으면 받습니다.]
도경의 질문에 관객들은 하나 둘 고민하기 시작했다. 보통 공연의 구성은 공연을 하는 당사자인 도경이 직접 해야 했지만 그는 그러하지 않았다.
매일 열리는 공연 똑같은 구성으로 하면 사람들은 금방 질리기에 도경은 항상 공연의 구성을 관객들에게 맡기는 방법을 썼다.
명물 주크박스라는 코너도 한 관객의 의견에서 시작되어 탄생한 것이고 말이다.
“뭐하지?”
웅성웅성.
“댄스도 괜찮긴 한데... 그건 너무 평범하고”
300명의 사람이 자신들이 방송국의 Pd 작가가 된 듯 잠깐 고심하고 있을 때 맨 뒤에서 선글라스를 쓴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네 거기. 선글라스 끼신 분 의견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듀엣.”
[네?]
“관객들하고 듀엣 하는 건 어떨까요?”
척.
웅성웅성
“어....!?”
듣기 좋은 미성의 나른한 목소리가 소극장을 울리고 사람들은 뭐에 홀린 듯이 그를 바라보았고 이내 경악의 시선을 담아 소리 질렀다.
“지성준!? 지성준 아냐?”
“꺄아아악~! 지성준이다!!!!”
와아아아!
[너?]
“오랜만이야 형!”
[성준아...]
“응?”
관객들의 경악과 함성으로 가득 울리는 소극장 안.
선글라스를 벗으며 자신과 관객들에게 여유롭게 인사를 해오는 성준을 바라보며 도경은 첫인사를 건네었다.
[야! 극장 물 흐리지 말고 꺼져.]
“하하하. 싫은데?”
[쯧. 연락도 없이 여기 왜 온 거야?]
“형 오징어 만들려고?”
[이익!!]
“하하하하!”
이제는 다 커서 귀여운 맛도 다 사라진 징그러운 동생.
자기 대신 성준을 향해 눈길을 주는 관객들의 반응에 도경은 언짢기 그지없었지만, 현재 흘러가는 상황은 도경의 마음과 달리 절호조의 상태를 찍고 있었다.
S-live 실시간 시청자 수가 19만을 찍으며 20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터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래 한곡 하고 싶은데 어때요 형? 괜찮겠어요?”
발끈
[이익... 이게 자꾸 기어올라. 당장 무대 올라와!]
와아아아!
K Pop의 대형스타.
[Go High] 지성준과 도경의 만남에 사람들은 미친 듯이 환호성을 지르며 둘의 만남을 반기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