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소극장의 공연을 마친 도경과 성준은 대학로 근처에 있는 이자카야에 룸을 빌려 회포를 풀기 시작했는데 회포라기보다는 도경의 투덜거림이 주가 되는 술자리였다.
“야! 네가 거기서 튀어나오면 어떡하냐?”
“하하하. 형 진정해. 서프라이즈 몰라 서프라이즈?”
“아~. 그렇구나. 요즘은 서프라이즈가 남의 극장에 와서 자기 신곡 홍보구나!?”
철퍽철퍽!
“하하하. 형 국물 튄다.”
“흥!”
도경과 성준의 듀엣.
레전드라 칭해지기 부족함이 없는 둘의 미친 가창력에 소극장 안에 있던 관객들은 열광의 도가니 그 자체였지만 도경은 자신의 극장에서 성준에게 마지막 엔딩을 빼앗긴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꿍한 기분을 내뿜고 있었다.
“형. 그만 좀 투덜거려 솔직히 형도 즐겼잖아? 처음 들은 내 신곡에 후렴을 신나게 부르며 코러스 넣었던 사람은 누구더라?”
“그건...”
꿈틀.
성준의 말대로 도경은 자신의 무대 위에서 성준의 신곡에 코러스를 넣으며 그 노래를 즐기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분한 도경이었다.
“......”
‘노래가 좋았단 말이다...!’
성준의 노래에 홀딱 넘어간 자신을 인정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도경의 생각을 눈치챈 성준은 도경을 향해 실실 웃으며 약을 올리기 시작했다.
“어라? 천하의 도경이 형이 왜 말이 없으실까?”
헤실헤실.
“착각하지 마. 분위기에 맞춰준 거였을 뿐이야.”
“하하하. 거짓말!”
“흥. 좋을 대로 생각하시지.”
혼자서 맥주를 자작하는 도경을 보며 평소답지 않게 자꾸만 이완되는 자신의 안면근육을 느끼는 성준은 조금 전에 있었던 소극장 안에서의 공연을 떠올렸다.
도경의 소극장에 달아올랐던 분위기에 넘어가 이틀 뒤 발표할 신곡을 불러 버린 성준.
[Go High]의 멤버들과 기획 전략실의 사람들의 동의 없이 독단적인 일을 저질렀기에 곤란한 일이었지만 성준은 후회하지 않았다.
‘최고였지.’
씨익.
그 천하의 박도경이 자신의 노래에 푹 빠져서 따라 부르는 모습이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들이켠 맥주가 오늘따라 시원하게 느껴지는 성준이었다.
--
새벽 3시.
두 형제의 술자리는 1차로 시작해 최후의 3차까지 장렬하게 술로 불태웠다.
“헤헤헤. 형 두고 보라고 내가 얼마나 컸는지... 약속을...! 음냐음냐...!”
피식.
“녀석.”
예전에 현실에 절망하였던 소년이 이제는 의젓한 청년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훌륭한 아티스트로 성장한 성준의 모습에 도경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꼬맹이가 정말 많이 컸어.’
3년이란 세월 허송세월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도경의 무대 위에서 성준은 정말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전에는 에너지와 재능만 넘치는 꼬맹이였다면 지금은 자신만의 카리스마와 비주얼까지 겸비하여 자기만의 스타일과 멋을 완성한 성준의 성장은 도경의 마음을 흡족케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신곡은 정말 좋았지. 게다가 작곡까지 벌써 그렇게 성장할 줄이야. 솔직히 많이 놀랬다.”
“.....”
쿠울.
술에 뻗어 잠을 자고 있는 자신의 동생을 보면서 도경은 술잔을 기울이며 성준이 불렀던 신곡을 떠올렸다.
[Go High]의 지성준의 작곡 작사 새로운 신곡 [약속].
월드투어로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쁜 활동 속에서도 최고가 되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서 만든 성준의 결과물은 도경마저 놀라울 정도였지만 동생의 성장과 복귀가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도경이었다.
성준의 신곡을 들은 순간 도경은 자신에게 집중되었던 대중들의 관심이 곧바로 성준에게 돌아설 거라는 것을 직감한 까닭이다.
“근데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들어오는 거냐?”
방송 활동을 포기한 대신 소극장과 S-live로 대중들에게 주목과 화제를 이끌며 자신의 브랜드 기반을 다지고 성장해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거물(성준)의 복귀는 도경을 조금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덕분에 골치가 더 아파졌어.’
대중들의 관심이란 변덕스럽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환영하는 헤픈 놈들이기에 성준의 등장에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도경은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 자명했다.
“갈 길이 멀다 멀어. 이럴 때는...”
하나같이 만만하게 넘어갈 것들이 없는 문제들이 도경의 앞에 놓여 있는 상황 도경은 모든 것을 치워버리고 싶었지만, 아직 딱하고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뭔가 한방이 필요한데 말이야.”
쪼르륵.
소극장과 S-live는 분명 대성공했지만 아직까지는 자신이 세운 목표까지는 멀다고 생각한 도경은 홀로 자신만의 생각을 이어가는 가운데 남아있는 소주를 자신의 잔에 채웠다.
“으으으. 추워...!”
부르르.
“응? 추워...? 그러고 보니 오늘날이 좀 싸늘하네.”
덥석!
가을은 물러서고 제법 쌀쌀한 입동의 계절.
낮아지는 추위와 체온에 몸을 떠는 성준을 물끄러미 본 도경은 자신의 옆에 있는 외투를 향해 손을 뻗는다.
“가수는 감기 조심해야지...!”
스윽.
“흐...! 따뜻해. 암암, 요즘 같이 바쁠 때 컨디션 관리는 생명이지. 슬슬 홍삼도 챙겨 먹고 해야겠어.”
“......”
외투를 들어 올려 추위에 떠는 동생이 아닌 자신의 어깨에 걸쳐 멘 도경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놓았던 잔을 잡아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크~달다.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
부르르.
그렇게 성준은 도경이 소주 한 병을 비울 때 까지 추위에 떨다가 다음 날 감기 기운을 얻고 만다.
에취-!
카일 박도경.
그는 자신의 상대가 누구를 상대하던 진심전력을 다할 줄 아는 멋진(?) 놈이었다.
---
[팬들도 몰랐다. 깜짝 컴백! Go High!]
[박도경 S-live 누적 시청자수 150만 넘어! 지성준 효과 어마무시하다!]
[스타가 되었음에도 형의 은혜를 잊지 않은 지성준. 첫 신곡 공개는 자신의 형의 소극장에서 하다.]
[신곡 ‘약속’ 음원 공개 하자마자 음원차트사이트 올킬!]
[압도적인 복귀! 월드투어로 한국에 떠났던 공백과 불안을 완전하게 메꾸다.]
[Go High멤버들의 국내목표는 괴물 타도? Go High 엉뚱함은 청년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도경의 견제로 인해 감기를 얻었던 성준은 마치 액땜을 치루는 듯 한국에 복귀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화려한 업적들을 세워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성준은 눈코 뜰 새 없는 국내방송 스케줄로 정신이 없는 중이었다.
「주간 K 아이돌」
[아, 맞아야 해요? 저 상태 안 좋은데...!]
[안 됩니다. 저도 정말~! 마음 아프지만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쾅쾅!
[그런 이유에서가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저희가 그럴 리 없잖아요. 지성준 씨 소속사 선배들도 맞았는데 맞아야죠. 자 얌전히 머리 대세요. 박도경 동생 지.성.준 씨! 하하하!]
[...]
뿅 망치를 바닥에 세게 내려치며 방송의 공정성을 언급하는 MC의 모습은 누가 봐도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옆에 묵묵히 입 다물고 있던 선글라스를 낀 갱스터처럼 생긴 MC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혹시 오늘 저한테만 혹독 했던 게...!]
[아, 이제 아셨습니까? 저희 주간 K 아이돌의 숙적이 아현 박도경이라는 거? 참 타이밍이 참 나쁠 때 왔어요.]
[그렇죠~. 이번에 저희가 큰맘 먹고 박도경 씨 섭외요쳥 하고 거하게 까일 때 오다니 지성준 씨가 운이 없었네요.]
[하하하...]
4시간 내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험난했던 수치 플레이들과 벌칙들이 다 도경 때문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성준의 얼굴엔 평소 볼 수 없었던 멘탈이 나간 표정이 지어졌다.
그 덕분에 두 MC의 표정은 흡족함으로 가득하다.
[하아...! 때리세요.]
[푸하하하! 애 되게 웃긴다. 지금 체념한 표정 봤어? 애도 꽤 쌓인 게 많은가 본데?]
[어. 그러네? 우애 좋은 줄 알았는데 의외네? 성준아 혹시 도경 씨한테 한마디 하고 싶은 거 있어? 영상편지 어때요?]
[영상편지요...?]
빠득.
[그래! 성준아 한마디 해라. 형 때문에 이렇게 고생했는데 나 같으면 한다.]
씨익.
주간 K 아이돌 MC 둘은 성준의 빈틈을 발견하고는 눈빛을 빛내며 하이에나처럼 성준의 주변을 부추기며 자신들의 주특기인 몰아가기를 시전 하였고 역시나 예능에는 내성이 없던 성준은 그 둘의 말에 넘어가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레 영상편지를 하고 있었다.
[형. 내가 여기서 당했던 모든 일이 형 때문이래...]
[맞아요. 다 도경 씨 때문이에요.]
[그럼요. 도경 씨 때문에 저희 방송이 지금 오늘내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작진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나요? 우리보고 춤하고 노래 배우래요. 그게 말이 됩니까? 네!?]
[현동아 난 이미 학원 끊어 배우고 있다.]
[헐 진짜로!? 어쩐지 형 요즘 살 빠졌다고 했어.]
[PD님이 수강표 보내주더라...]
[와...!]
[...저기 저도 말 좀...!]
[아 죄송합니다. 말씀 하세요.]
[그래! 마음껏 얘기해.]
[네, 네...]
피식.
도경에게 보낼 영상편지 앞에서 신세 한탄 하는 두 덩치 큰 MC의 존재에 불쌍하게 밀려 나간 성준의 모습에 제작진들이 얼굴에 미소 지었다. [Go High] 멤버 중 제일 다루기 힘든 지성준이 쩔쩔매는 모습은 정말로 보기 드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지성준의 아킬레스건은 박도경이다!’
그렇게 주간 K 아이돌 [Go High] 편은 시청률 8%란 대박 시청률을 뽑아내며 레전드를 기록한다.
---
[형! 형 때문에 나 이렇게 고생하니까... 전화 좀 받아. 내가 음원 1위 했다고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니 그건 너무하다 생각해.]
[와! 박도경 남자 중에 남자라고 하더니 쪼잔 그 자체였네요!]
[아! 진짜 못난 형이다~. 동생 1위 한 게 배 아파서 연락 안 받는 거야? 이거 MSG 아니고 정말이야?]
[톡 있는데 보여드릴까요?]
[어디 봐요. 이거 진짜네? 안 되겠다.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냐 형들이 혼 좀 내줘야겠다.]
작은 회의실에서 게스트와 MC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한 사람을 물고 뜯는 방송을 보고 있던 한 남성은 현재 이를 갈고 있었다.
뿌드득.
“와. 아주 나 좀스러운 놈 만들었네? 저래서 저 때 전화 왔던 거였구나?”
TV화면으로 성준이 출연 중인 주간 K 아이돌을 보고 있던 도경은 이를 갈며 화면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전화통화에다 일방적으로 나쁜 놈이라고 몰아가며 할 말만 하더니 궁금하면 방송을 보란 말과 함께 끊었던 황당했던 전화 내용에 오늘 방송을 본 것이었는데 도경은 열불이 치솟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하하! 도경 씨. 억울하면 출연해서 해명하시면 되겠습니다.]
[야 대스타 도경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오겠어? 음방 PD도 깠는데 우리 같이 천것한테 올 리가 없잖아?]
[형 천것이라니? 우리가 어때서 우리가 여기서 키운 아이돌만 몇인데?]
[됐어. 우린 끝났어! 잘나가는 아현에 비하면 우리는 크흑...! 눈물 이냐? 이거 지금 눈물인거야?]
[형 울지마! 우리도 잘나가!]
하하하.
“너무 독한 거 아니야? 저 사람들 내일도 없이 사나? 저렇게 하면 내가 뭐가 돼?”
방송은 분명 재밌는데 저 자리에 얽힌 당사자 도경은 그야말로 멍하니 있다 미친개에 물린 격이었다.
뿌드득.
“성준이 자식...!”
덜컥.
“응. 도경이 뭐 봐?”
“아... 정PD님. 그냥 뭐 방송 보고 있었어요.”
작은 회의실로 들어온 남자.
그는 도경과 함께 [아이돌 현장]이란 예능을 만든 스타 PD로 유명한 정진석 PD였다. 정진석PD는 도경의 뒤편에 켜져 있는 TV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 인터넷 서핑이나 음악만 듣던 도경이 회의실에서 TV를 보는 모습은 생소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응? 저거 주간 K 아이돌 아니야?”
“네...”
“짜식. 동생 나오는 방송이라 챙겨 보는 거냐? 은근 섬세하다니까. 그래 방송은 재밌고?”
“흥! 재밌긴요. 뭐 영양가 없는 방송이죠. 우리 방송에 비하면 격 떨어지게 재미없는...”
“자, 잠깐 도경아...!”
“응?”
“아...! 우리 방송이 격이 떨어지게 재미없었구나.”
“!?”
꽤나 큰 소리로 투덜거리던 도경을 정진석 PD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든 말려보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끼이익.
“헉!”
벌떡.
갑작스러운 인물의 등장. 그리고 익숙한 이의 등장에 도경은 자리에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리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필 지금 회의실에 들어온 인물의 정체가 조금 전에 자신이 흉보았던 방송에 진행 MC 정현동 이었기 때문이다.
‘아 뭔데...! 왜 거기서 튀어 나오는데?’
자신이 생각해도 최악의 타이밍에 도경은 울상 지었다.
트러블. 그것은 도경에게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인가 보다.
--
“하하하. 선배님. 제가 잘못했다니까요. 기분 푸세요. 제가 주간 K 아이돌 출연도 약조도 했고 오늘 회식 제가 제대로 대접할게요.”
“흥! 나 소고기 아니면 안 먹는데...?”
“하하. 제가 괜찮은 곳 아는데 그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선배님.”
“그래? 그렇다면... 참 그리고 우리 방송 출연은 내가 원할 때 부르면 오는 거지?”
“네. 선배님이 원하시는 날짜에 최대한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OK. 형 그렇게 소심한 남자 아니다.”
“네... 하하.”
30분간 전현동에 탈탈 털린 도경은 정진석 PD에게 울상을 지으며 도움의 눈길을 보내었다.
‘쯧쯧. 그러게 왜 쓸데없이 입을 놀려서 쟤도 뒤끝 하나 알아주는 녀석인데 앞으로도 고생길이 험하겠구먼. 뭐 그것도 재밌어 보일 것 같으니까 상관없나?’
분위기가 우려했던 것처럼 심각해지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 정진석PD는 이제 슬슬 회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자, 슬슬 정리된 거 같으니까. 회의 시작해 볼까?”
“하하하! 재밌었는데 아쉽게 됐네. 저 둘 앞으로 붙여 다니게 해야겠네. 딱 봐도 케미가 좋아.”
“흥! 이열이 형이야말로 잘해요. 방송 노잼 만들지 말고.”
“야! 요즘 나 뻥뻥 터져.”
“터지긴 우리 무한 챌린져가 키워줬던 거지.”
“지도 국민방송에서 몇 년 동안은 노잼 이었으면서...!”
“뭐라고?”
“아냐. 너 돼지라고...!”
“어디서 비공식 못친소 1위가 어디서 외모폄하를!?”
“야! 애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투덕투덕!
‘너무 섣불리 받아들인다고 했나?’
한참 높은 선배님들의 투덕거림을 보며 이번 방송은 조금 험난하겠구나 생각이든 도경은 몰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선택이 조금은 경솔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분명 대박이란 촉이 와서 잡은 건데 말이야...’
정진석 PD의 새로운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라이브 원스(live once)」
음악에 관련된 종사자들이 동료가 되어 해외에 나가 2주간 버스킹 투어를 다닌다는 컨셉으로 음악과 여행 그리고 예능까지 한데에 결합시킨 실험적인 음악 예능프로그램.
[이건 분명 ‘초’대박을 칠거다...!]
도경은 [라이브 원스]에 대해 설명을 듣자마자 바로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출연진과 여행지는 비밀에다가 급한 촬영일자와 타지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여행의 결과는 미지수 그 자체였지만 도경은 정진석 PD의 예능에서 대박 조짐을 강렬하게 느끼었기 때문이다.
도경이 원하는 ‘한방’ 그것은 분명 여기에 있었다.
‘대박은 분명한데 말이야... 저 녀석이 문제란 말이지.’
“쩝...”
다만 현재 도경에게는 조금 걸리는 것이 있었다.
투덕거리는 두 MC 들의 옆에 존재감 없이 침묵한 채 앉아있는 인물. 그를 볼 때마다 도경은 자신도 모르게 입안이 꺼끌꺼끌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힐끔.
“...!”
꾸벅.
“허...”
자신과 눈을 마주치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올리는 미청년을 보며 결국 도경은 신음성 비슷한 한숨을 내쉬었다.
‘하필 저 로봇 녀석이 이곳에 올 줄이야...’
무미(無味), 무색(無色), 무취(無臭) 향기 없는 새하얗기만 한 꽃.
놀랍게도 [ED]엔터테인먼트의 [트리니타스] 김강운이 도경의 눈앞에 앉아 있었다.
“......”
도경의 한방.
그것은 앞의 김강운 때문에 이제는 대흉이 될지 대길이 될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