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후우우웅-!
[영국]
비틀즈, 롤링 스톤즈를 더불어 수많은 명밴드를 탄생시키며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라는 단어가 만들 정도로 1960-1970년대에 음악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전 세계를 들었다 놓은 역사가 있는 나라.
잠깐의 쇠퇴기를 겪기도 했지만, 현재 2000년대에 다시 복고풍의 소울, R&B 장르 음악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또다시 자신들의 음악성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나라였다.
문화적인 역사와 내공이 깊은 나라 [영국].
라이브 원스팀은 비행기를 타고 현재 영국에 도착하여 그곳에서도 제일로 영국다운 도시 [체스터]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하암~. 언제까지 가는 거예요. 슬슬 짐 좀 풀고 싶은데...!?”
“짐은 무슨 기타 케이스에 칫솔 치약 하나만 달랑 가져온 게 짐이냐?”
“형님들이 이상한 거라니까요? 뭐 얼마나 돌아다닌다고 짐을 그렇게 가지고 다녀요? 거추장스럽게. 특히 현동이 형님은 옷도 못 입으면서 뭘 그렇게 옷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지... 그것도 다 비슷한 옷들로만... 대체 왜 그런 거예요?”
“야, 네가 패션을 알아? 진짜 패션을 모르는 애들하고는 말 섞으면 안 된다니까...”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란 소리 못 들었어요? 전투력 1차이나봤자 거기서 거기니까 편하게 살아요 형님.”
“와... 어처구니없네. 야! 너도 솔직히 메이크업 발이지. 그렇게 잘생긴 거 아니거든? 너야말로 검은 가죽재킷에 청바지에 흰 티라니 옷 꼴이 그게 뭐냐? 네가 무슨 제임스 딘이라도 되는 줄 아냐? 그거 진짜 잘생긴 애들이나 그렇게 입는 거거든?”
“메이크업도 본판이 좋아야 먹는 거거든요? 그리고 제가 몸 비율하고 몸매가 죽여주잖아요. 야성미 작렬.”
불끈.
“미친 놈... 욕 나온다.”
“형. 카메라 돌아가고 있거든요?”
“너 때문에 욕나오는걸 어쩌냐?”
“하하하하!”
비행기 안에서 많이 친해졌는지 정현동과 도경은 스스럼없이 티격태격하는 사이로 발전해 있었는데 투어버스 차량 안에서 둘은 또다시 별것도 아닌 거로 티격태격하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도경이 진짜 몸 좋구나. 사진으로만 봤지 진짜 장난 아니네. 얼마나 운동하니?”
“저요? 그냥 집에서 1~2시간쯤?”
“그래? 생각보다 많이 안 하네?”
“대신 되게 빡세게 하죠. 나중에 보면 많이 놀라실걸요?”
“형 것보다 얘 노출증이라니까. 시도 때도 없이 외투를 벗을 때마다 과시한다니까?”
피식.
“형이 뭘 알겠습니까? 이런 몸 한번 가져봐야 제 심정을 알지.”
“자뻑 봐라. 그러다가 아주 누드도 찍겠다?”
“쉬~. 형님 너무 급하다. 제일 맛있는 건(?) 맨 마지막이죠.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찡긋.
“야! 지금 그 표정 뭔데!? 형 지금 봤어 이 자식이 어떤 표정 지었는지? 얘 되게 더러운 놈이네.”
“네? 뭐가요? 제가 뭘 어쨌다고?”
“아까 지은 더러운 표정 말이야! 너 시치미 떼지 마라 그러다 죽는다.”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어우~. 애 좀 어떻게 해봐. 징글징글하다.”
“하하하.”
‘둘 다 기가 센 성격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사이가 좋네. 도경이 성격을 걱정했는데 역시 진용이가 가만히 내버려 두는 이유가 있었구나.’
조금은 방약무인할 것 같은 도경의 이미지가 사실은 자신의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안 유이열이었다.
‘순수하고 솔직해.’
말하는데 지나칠 정도로 솔직해서 특이했을 뿐. 나쁜 쪽으로 유별나거나 그리 엇나간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예계에서 으레 보이는 잘난 척이라던가 과시욕도 없었고 요즘 젊은 애들에게 자주 보이는 가식이나 숨 막히는 예의범절이 취하지 않았다.
그저 솔직히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 그게 유이열이 본 카일 박도경 이었다.
“이상하게 옛날 선배님들 모습이 보인단 말이야.”
가요계에 소속사나 트레이닝 시스템이 없었을 때.
온전히 자신 스스로 기량을 닦아가며 촌스럽든, 세련됐든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멋을 향해 달려갔던 쌍 팔 년도의 선배가수들의 자취가 도경에게서 느껴지는 이상함에 유이열은 이 특이한 캐릭터에 눈을 떼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저기 선배님. 이건 어떤가요?”
“응?”
띠리링. 띵. 띵.
“음... 나쁘지는 않은데 말이야.”
한참을 도경과 정현동에게 시선을 주고 있을 때 그의 옆에 있는 김강운은 미니 건반 키보드로 자신이 만든 멜로디를 유이열에게 들려줬는데 그것을 듣던 유이열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빠르고 성실한 건 좋은데 말이야...’
아까 전부터 2시간 동안 버스 안에서 미니 건반키보드로 멜로디를 뽑아내며 작곡 공부를 하고 있는 김강운을 보며 유이열은 조금은 난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음악에 대해서 성실한 친구구나 해서 기특했는데 김강운이 찍어내는 멜로디 라인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는 유이열이었다.
‘수작이긴 한데 너무 막 찍어내는 내. 근본적으로 섬세함이 많이 딸려.’
김강운이 만들어내는 멜로디들은 분명 쓸만한 것들이 많고 수작이었지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부족함을 느끼는 유이열은 뒤늦게 김강운의 작곡센스에는 음을 다루는 섬세함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 이 부분을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떨까?”
띠링 띵띵~.
“아. 이렇게요?”
띠링 띵띵띵~ 띠링.
“으음...”
음악을 하는 사람만큼 에고와 자존심이 강한 족속이 없다.
특히나 그 사람의 천성인 센스를 지적하는 것만큼 조심 해야하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같은 음악인으로서 잘 아는 유이열은 김강운이 기분 상하지 않게 그의 멜로디 라인에 약간의 변화를 가미하는 방법으로 김강운 스스로가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했으면 했지만 안타깝게도 김강운 아직도 깨닫지 못한 듯싶었다.
“야, 그만해라 귀 아프다.”
철렁
‘이런...!’
옆 자석에 들려오는 냉담한 소리에 유이열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김강운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도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저한테 말한 거예요?”
“그래. 너. 아까부터 시끄러워서 말이야. 여행 왔으면 느긋이 여행을 즐겨야지. 앉자마자 건반 키보드 꺼내서 뭐하자는 거냐? 들어 보니까 만든 멜로디도 다 거기서 거기던데 차라리 기분전환 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을걸?”
“하하. 역시 히트곡 작곡가가 다른가 보네요.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고 만든 멜로디인데 말이에요.”
“흐음. 멜로디에 작곡가의 감정이 안 느껴져서 말이야.”
“.....”
“왜?”
심드렁하게 내뱉는 도경의 말이 어떻게 보면 기분 나쁠 수도 있었지만 김강운의 표정은 평온 그 자체로 오히려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하하. 아니에요. 그럼 조금 쉬도록 할까요? 역시 오래 작곡에 매달린다고 좋은 멜로디가 나오는 게 아니었네요.”
“흥.”
퍽.
“야! 도경아 너는 왜 자꾸 동생인 김강운한테 시비야? 그래도 강운이가 네 가요계 선배 아니냐?”
“아니...”
자신의 전자 키보드를 케이스에 집어넣으며 정리하는 김강운을 보며 도경은 혀를 차며 오히려 더욱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는데 그의 옆에 있던 정현동이 그것을 보며 도경을 나무랐다.
그가 보기엔 열심히 작업하는 김강운에게 도경이 심술을 부렸다 생각한 까닭이다.
“그래도 진짜 아닌 걸 어떡해요? 믿기진 않겠지만 저도 꽤 참은 거라고요. 공장도 아니고 아까부터 멜로디 음을 아무렇게나 잘라 붙이는데 얼마나 신경에 거슬리는지 알아요?”
“뭐 음악인들만 이해하는 감각 같은 거냐? 그래도 너 계속 그러다간 이번 방송 나가면 진짜 안티 백만 뜬다.”
“이미 욕먹는 거 익숙하거든요? 저는 그냥 마이웨이 하렵니다.”
“어휴. 이 꼴통 어쩌지?.”
“하하. 자주 들어요.”
물끄러미.
‘역시 천재 작곡가의 감각은 다르다 이건가?’
너털웃음 지으며 창가에 시선을 옮기는 도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빛을 빛내는 눈동자가 있었으니 그 시선의 주인은 바로 유이열 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 중 한 명 이자 음악천재로 유명한 유이열. 그는 도경의 말에 놀라는 한편 음악인으로서 도경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동시에 돋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김강운과 작업하며 느꼈던 소감을 멜로디를 잠깐 듣는 것으로 비슷하게 콕 집은 도경의 음악적인 소양에 관심이 가는 것이었다.
“카일이라...”
반짝.
장르를 구애받지 않은 폭넓은 스펙트럼, 한 사람이 작곡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작업물과 작업속도.
“어떤 식으로 작곡을 할까?”
작곡가들 사이에선 괴물이라 불릴 정도로 인정받은 카일 박도경의 천재성이 궁금한 유이열은 눈빛을 빛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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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원스 인터뷰]
-유이열-
[오늘 첫 여행 날. 체스터로 오는 중에 인상 깊었던 일 있으셨나요?]
“인상 깊었던 일이라...? 워낙 정신이 없어서. 별일 있었나?”
[제작진 말 들으니까 도경 씨가 버스 안에서 김강운 씨 작곡문제로 시비를 붙였다고 하던데...]
“아! 그런 일이 있긴 있었죠. 전담 카메라맨을 붙이더니 그런 세세한 것들도 체크 하고 보고하는구나.”
[상황을 보니까 김강운 씨가 솔직히 기분 나쁠 만한 상황 아니었나요? 유명 작곡가인 유이열 씨 생각은 어떤가요.]
“음... 그러고 보니 일반 분들에겐 도경의 행동이 조금 안 좋게 보였기도 했겠네요.”
그때의 상황을 떠올린 유이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주변에 음악인이나 작곡가가 많은 자신이야 자신들의 음악성 때문에 감정이 상해 서로에게 욕하고 심하면 주먹다짐을 하는 상황을 꽤나 많이 접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씩.
“물론 상황을 보면 도경이 행동이 너무하게 보일 수도 있고 잘못이 있는 건 맞아요. 그런데 시청자분들이 아셨으면 하는 게 하나 있어요.”
[그게 뭔가요?]
“도경이와 강운이 둘 다 음악 종사자라는 거죠.”
유이열은 자신의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도경과 강운을 떠올렸다.
“음악인들은 차이가 있을 뿐 그들만의 에고 덩어리들이에요. 능력이 뛰어날수록 자신만의 영역이 있고 가치관이 있는 존재들이에요. 그런데 도경과 강운의 성향은 매우 다르죠. 부딪히는 거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일이죠. 물론 서로가 감정이 상하지 않는 선을 지켜 주기에는 도경이 매우 직설적인 성격이지만요.”
씨익.
“근데 그거는 아셔야 해요. 저희 업계 특히 작곡가들 사이에서 도경이 어떤 존재인지 아시나요?”
[네? 도경 씨요? 뭐, 요즘 잘나가는 히트곡 메이커라고 유명하지 않나요.]
“맞아요. 대중들에겐 도경이가 히트곡 메이커라고 꽤 유명하죠? 그런데 작곡가들 사이에선 어떻게 알려진 지 아시나요? ‘괴물’이라고 불려요.”
[네!?]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그냥 잘나가는 작곡가지만 저희한테 도경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녀석이거든요.”
[음악천재라고 불리는 유이열 씨한테도요?]
“저는 상대도 안 되죠.”
유명 작곡가의 도경에 대한 극찬에 인터뷰를 하던 작가는 조금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새삼스레 도경의 능력이 그 정도였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 대단한 거였나요? 같은 작곡가로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솔직히 불가사의 그 자체에요. 20대 초반에 만든 곡이 해외의 빌보드와 오리진 차트에 점령하고 한국 가요계까지 섭권한 작곡가는 도경이 유일할 겁니다. 더 놀라운 점은 그가 작곡한 기간이 터무니없이 짧고 다양한 장르들의 노래를 만드는 것을 보면 한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스펙트럼이 폭넓어요. 강운이도 작곡을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을 비교하면 아직 손색이 있죠. 도경이가 강운의 작고에 대해서 말한 건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죠.”
[그렇군요. 유이열 씨 설명을 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하하. 그렇죠? 일반 작곡가, 음악인들도 서로의 고집과 가치관 때문에 그리 싸우는데 각자의 재능이 출중한 혈기 왕성한 도경이와 강운이 같은 20대들은 어떻겠어요? 버스 안에서 있던 일은 그렇게 큰일로 안 봐주셨으면 한 게 제 입장이랍니다. 두 사람 다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고 아직 서로들 한창 부딪혀야 하는 아이들이니까요.”
꽤나 심도깊은 인터뷰를 하는 가운데 두 청년에 대해서 그 둘의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미소를 띠고 있는 유이열의 모습은 매우 인상 깊었다.
[유이열 씨. 매우 즐거워 보이시네요.]
“하하하. 그럼요. 그 둘이 어떤 앙상블을 보일지 정말 기대 됩니다.”
---
“.....”
탁!
“도경이 형...! 아까부터 자꾸 멋대로 노래를 끊고 뭐하자는 거죠?”
싸늘한 적막이 감도는 거실 속 날 선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불러볼 필요가 없으니까.”
“대체 뭐가 불만이신 데요? 저도 슬슬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려고 하는데 말이죠.”
“그럼 네 감정선을 뜯어고치던가 대체 왜 그렇게 노래를 하는데?”
“감정선이요? 감정선으로 지적당하는 건 처음이네요. 분명 노래에 어울리는 감정선이었을 텐데요.”
“언제부터 흉내 내기가 감정이 되었지? 흉내 말고 진짜. 네 감정으로 노래를 부르라고 그게 어려워?”
꿈틀.
“.....”
벌떡.
도경의 말에 김강운은 표정을 굳히곤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딴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고 계속 그런 말도 안 되는 트집 잡을 생각이면 그만하시죠. 시간 낭비입니다.”
“뜬구름? 트집? 너야말로 자기기만 그만 하시지? 그렇게 노래하면 즐겁냐?”
“즐거워? 그런 시끄러운 소음이?”
“뭐...!?”
김강운의 조소에 도경의 미간에 혈관이 불룩 튀어나왔다.
일촉즉발(一觸卽發).
그게 그 둘의 현재 상황이었다.
“이건 내가 뭐 부추기고 할 게 없는데? 대체 저 둘 왜 이리 싸우는 거야? 쟤들 노래 잘하는 애들이잖아 대체 뭐가 문제야?”
“......”
‘맙소사... 예상은 했지만 저 정도로 안 맞을 줄이야.’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유이열은 입을 멍하니 벌리며 자신이 도경과 김강운 둘의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을 깨달았다.
“큰일 났다...!”
음악적인 견해가 다른 것을 넘어서 상대방의 노래를 부정하는 두 청년의 모습에 유이열은 저 둘을 어떻게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