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시간만 잡아먹고 별 소득이 없었던 연습시간이 끝이 났다.
유이열의 조율에도 도경과 김강운의 듀엣은 성사되지 못 했고 결국 첫 버스킹은 각자의 솔로로 정해지고 말았다.
풀썩.
“적당히 좀 해야지.”
김강운은 숙소 안에 마련된 자신의 방 안에 있는 침대에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피곤해”
꾹.
도경을 떠올릴 때마다 김강운은 자신의 미간에 자리 잡힌 골짜기가 깊이 파이는 것을 느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스트레스받는데 남은 4일을 어떻게 버틸지 암담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방송에까지 출연해야 하는 거지...?”
사실 김강운이 음악 예능 외에 멤버들 없이 리얼버라이티 예능에 그것도 몇 날 며칠을 여행해야 하는 하드한 예능을 출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원래는 [라이브 원스]에서 출연제의가 왔을 때 단박에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차현식 PD의 권유로 김강운은 이 예능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이었다.
정진석 PD 제작팀이 비밀리에 출연진을 캐스팅했음에도 도경이 이곳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차현식 PD는 이곳에 김강운을 강제로 출연시킨 것이다.
“차현식 PD... 슬슬 짜증나는군.”
도경과 차현식 PD의 내기.
처음에는 별 시답지 않은 것으로 내기를 한다 여겼지만, 수많은 음악 예능과 팬 사인회 그리고 살인적인 행사일정은 김강운의 심기를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유치한 자존심 싸움에 나를 끌어당기다니... 노래로 승부하자는 게 그렇게 심기에 거슬렸던 건가?”
김강운은 현재 차현식 PD가 평소와 다른 상태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음흉하고 냉소적이고 나른한 모습은 그대로지만 묘하게 열기를 품고 있다랄까? 도경이 활약하면 할수록 짜증을 내면서도 열기를 띠는 그의 모습을 떠올린 김강운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웃기는군.”
조건만 된다면, 이익이 된다면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이름 없이 다른 작곡가에게 거리낌 없이 팔정도로 음악을 비즈니스 도구에 사용하는 작자가 노래로 승부하자는 도경의 도발에 열을 올리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단순히 감정의 배설물 따위뿐인데 뭘 그리 열을 올리는 거지?”
김강운에게 있어 노래란 그저 감정의 배설물.
그가 보기엔 도경과 차현식 PD의 둘이 하는 형태는 누구 똥이 더 굵은지 겨루는 유치한 자존심 싸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문제는 그 똥들이 자신에게로 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부르면 즐거워?)
(왜 노래하는 거야?)
(흉내 내지 말고 네 노래를 하라고!)
(네 감정을 드러내!)
(너는 너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4일이라... 가면 알 거라더니 왜 이곳에 보냈는지 알겠어.”
김강운은 차현식 PD가 자신을 왜 이곳에 보냈는지 도경을 만나면서 이해가 되었다.
‘생리적으로 안 맞아.’
단 한 번의 연습이었지만 남은 4일 도경과 자신은 서로를 눈엣가시처럼 여길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이열과 정현동은 아직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듯싶지만 도경과 자신은 안 맞는다는 것을 넘어서 서로가 상대의 방식을 혐오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정을 담아 진심으로 노래하라고? 생각만 해도 구역질나는 소릴...!”
마음이니 뭐니 오글거리는 정신론을 강조하는 단어를 내뱉는 도경의 말은 김강운이 제일로 거슬려 하는 것이었다.
그것들만큼 가식적이고 자기기만에 불과한 단어들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아도취에 빠진 쓰레기들.”
맛없는 음식에 마음을 담는다고 음식이 맛있어지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맛있는 음식에 마음이 담겨있다고 맛있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노래에 대한 마음이란 요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싸구려 암시에 불과했다.
[비주얼], [드라마], [기교], [연기], [연출] 같은 요소들에 쉽게 휘둘리고 자신들이 스스로 착각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환상.
사람들이 말하는 노래 속에 느껴지는 감정의 정체란 그런 얄팍한 것이었다.
“음표와 목소리. 그 이외에는 다 불필요해.”
음표의 지시 아래에 목소리로 음색만 구현할 수 있다면 진심이든, 마음이든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이었다. 김강운은 그런 가치관으로 지금까지 노래를 불러왔고 모두에게 인정받았기에 도경이 말하는 정신론 따위는 받아들일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었다.
(노래하는 게 즐거워?)
“......”
문득 도경의 물음을 떠올린 김강운은 잠시 입을 열었다.
“멍청이도 아니고 이런 거에 즐거울 리 없잖아.”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혼잣말은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듯 공허하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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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네...”
숙소 거실 소파에 늘어져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도경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꼬여 있는 거야?”
진짜 모습을 보기 위해 압박하고 도발하였지만, 태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김강운이 도경은 갑갑했다.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중얼.
꾼은 꾼을 알아보는 법.
단순히 실력을 알아보는 것을 넘어서 김강운이 저만한 실력을 갖춘 배경에는 상상도 못 할 무수한 노력이 깔린 것을 도경은 알 수 있었다.
그러한 김강운의 노력과 쌓아 올린 기량은 마땅히 칭찬받을 만하지만 김강운에게는 큰 문제가 존재하고 있었다.
‘왜 즐기지 못하는데?’
솔직히 안타까웠다.
저 나이에 목소리를 저 정도로 자유자재대로 가지고 놀 줄 안다는 거, 전문가들조차 위화감을 못 느낄 정도로 곡의 감정을 구현한다는 것은 정말 피 토하는 노력과 시간을 보내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공들인 당사자는 노래를 즐길 줄을 모른다.
“아니... 그 녀석은 즐길 생각이 없는 거겠지.”
모순덩어리였다. 애초에 노래를 싫어하고 성공과 부가 목적이었다면 적당히만 부르면 됐을 텐데 김강운의 기량은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이 올라있었다.
“이유가 뭔지 몰라도 그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야.”
그건 정말로 이상한 것이었다.
애초에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것에 열중하고 애착을 가지며 자부심을 가지며 즐기는 존재다. 그런데 노래하는 김강운에겐 그런 원초적인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텅 빈 상자.
김강운이 노래에 지니고 있는 태도는 텅 빈 상자처럼 공허하고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니 거슬리지...”
차라리 무시할까 생각해보지만 저렇게 거슬리는 존재가 눈앞에 얼쩡거린다면 도경의 성격상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오히려 무시하는 도중에 화병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오늘 듀엣 불발로 각자의 솔로 버스킹을 하기로 결정 났지만, 방송 흐름상 결국은 김강운과 듀엣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었기에 도경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뱉으며 눈가를 찡그렸다.
‘하아. 어쩌지? 그냥 눈 한번 딱 감고 대충 부를까?’
도경은 자신과 김강운이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그리고 이내 콧잔등을 찡그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무리무리. 절대 무리야. 죽어도 그런 꼴은 못 보지.”
풀썩.
가짜로 연기하며 부르는 노래에 몰입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을 자신의 모습에 도경은 끔찍하다는 듯 몸부림치며 소파에 다시 깊게 몸을 묻었다. 모두가 볼 방송에 자신이 거짓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다니 도경 스스로의 프라이드가 용납하지 않는다.
“후...”
도경은 김강운과 듀엣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을 떠올리며 숨을 고르며 여러 잡생각들을 정리하고 온존한 문제에 대치하면서 자신에게 최선이 무엇일지 찾기 시작하다 자신의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으며 자리에 튕기듯 일어났다.
벌떡.
“그래 별거 있어?”
자신의 프라이드도와 방송도 망치지도 않고 김강운과 듀엣도 망치지 않는 최선의 방법.
모 아니면 도인 방법을 떠올린 도경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못 먹어도 고다.”
도경은 자신의 외투를 챙겨 어디론가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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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외국에서 상쾌한 날씨의 아침에 [라이브 원스] 출연진들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방 밖으로 나왔지만 이내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닥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짹짹짹.
“으음...”
긁적긁적.
“애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방 말고 왜 저기서 자고 있어?”
“글세...”
“......”
킁킁.
소파 바닥에 깔린 카펫에 너부러져 자신의 사타구니를 긁고 있는 도경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현동은 무언가 느껴지는 익숙한 냄새에 도경이 있는 방향에 대고 코를 가져다 댔다가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어우. 술 냄새! 엄청 마셔 재꼈나 본데?”
“어젯밤에 방 찾아가 보니까 없더니. 어디 나가서 술 마시고 왔나 보네...”
냄새만 맡아도 취할 것 같은 짙은 주향은 도경이 얼마나 술을 마셔 됐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모두가 도경에게 한 테 시선을 모으고 있을 때 정현동이 도경의 몸에 붉은색의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일이 형. 저거 봐요. 저거 키스마크 아니에요? 재 어제 뭐 하고 다닌 거래?”
“으응. 그런 거 같은데... 그나저나”
힐끔.
“PD님. 이거 방송 나갈 수 있나요?”
도경의 왼쪽 뺨과 흰 셔츠 여기저기에서 키스마크 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본 유이열은 얼굴을 붉히며 정진석 PD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도경이도 연예인 이미지가 있을 텐데 이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죠.”
“아, 괜찮습니다.”
“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향락적인 게 아니라서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PD 님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어라라? 혹시 PD님도 술 마셨어요?”
“크음! 슬슬 아침식사부터 차리시죠. 요즘은 먹방도 중요한 방송코드이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치 도경이 어젯밤에 무엇을 한 건지 확신하는 정진석 PD의 말투에 정현동이 그를 흘깃 훑어보자 정진석 PD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출연진들에게 방송의 진행을 맡기고는 어디론가 걸음을 급히 옮겼다.
“쯧쯧. PD나 이 녀석이나 잘하는 짓이다. 이거 진짜 방송 괜찮은 거 맞아?”
“하하. 그래도 정 PD가 저렇게 말한 거 보면 나쁘지 않게 놀았나 본데? 보니까 방송에 쓸 생각인 것 같으니 말이야. 그건 그렇고 진짜 어제 어떻게 놀았기에 사람이 이렇게 되냐?”
“내 알바야? 진짜 이런 캐릭터는 나는 처음 봐. 데뷔 한 것도 아직 1년도 안 지났는데 조금 지나면 아주 가관이겠어.”
“왜? 나는 재밌는데? 요즘 다들 착하고 성실하기만 한데 이렇게 무방부제 녀석 하나 있어야지.”
“무방부제인지 무개념인지 형이 어떻게 확신해?”
“그야 나도 모르지. 다만 느낌이 그래 느낌이.”
“느낌?”
“그래.”
피식.
낯선 외국에 도착하자마자 당일 술이 떡이 되게 마시는 도경을 향해 인상을 쓸 벗 하지만 유이열은 오히려 미소 지으며 도경을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 눈이 가는 녀석이란 생각을 하였다.
긁적긁적.
“저 모습을 보면 나쁜 녀석이라 생각이 안 들지 않냐?”
“어딜 봐서? 내가 보기엔 한량 그 자체구만 형은 사람이 너무 좋다니까.”
“하하하.”
유이열과 정현동이 도경을 향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김강운은 자신의 발아래에 널브러져 있는 도경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오늘 [라이브 원스] 첫 버스킹을 시작해야하는 중요한 날.
노래를 부르기 전 스스로 자신의 컨디션을 저하시키는 짓을 하는 도경의 행동은 김강운에게 있어 컬쳐쇼크나 다름없는 일이라 그는 한동안 도경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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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 성벽 근처 공원]
[라이브 원스]팀의 체스터의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고 넓은 잔디밭에 도경, 유이열, 정현동, 김강운 넷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여행 강행군으로 돌아다닌 피로를 휴식으로 풀며 즐겁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다만 넷 중 한 사람은 휴식이 아닌 요양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으으... 울렁거린다.”
“쯧쯧쯧. 잘 하는 짓이다. 누가 보면 임신한 줄 알겠어. 작작 마시지 그랬냐?”
“아, 현동형님 머리 울린다니까요. 살살 말해줘요.”
“싫은데! 싫은데!! 이렇게 크게 말할 건데? 악-!”
“형... 우욱!”
“야야야! 저리 가서 토해.”
타다닥.
“어유. 저 웬수 자식. 진짜 토하는 걸 몇 번이나 봐야 해? 나까지도 토하고 싶네.”
“하하하하!”
정현동의 말에 유이열은 목젖을 드러내며 미친 듯이 웃었다.
“꺽꺽. 나는 웃겨 죽는지 알았다니까? 최초 아니야 토하는 예능방송?”
“웃겨요? 제작진 아니었으면 체스터 성벽에 토할 뻔했는데? 형도 지금 살짝 상태 이상한데?”
“하하하! 그래도 웃기잖아. 그때 대박 아니었어? 주변에 있던 관광객들 모두 도망가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아, 몰라 이젠 그냥 숙소 가서 쉬고 싶어. 나 너무 힘들어.”
이번에 도착한 장소 체스터의 관광지를 돌아보는 내내 도경은 숙취에 시달려 관광을 즐기지 못했는데 그중 위기를 몇 번 겪었던 도경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체스터 성벽을 구경 도중 카메라가 보는 앞에서 도경이 토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다행이 도경을 전담 마크하며 찍던 VJ가 서둘러 종이봉투를 구해다 줘서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예능방송 역사 속에 꽤나 골 때리는 일로 화자 될 일임에는 분명했다.
풀썩.
“으으... 죽겠다. 입에서 이상한 색깔의 물이 나와.”
“살아있는 좀비가 따로 없네. 괜찮아 도경아? 30분 뒤에 버스킹 하러 가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잔디밭에 얼굴을 파묻은 도경은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올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유이열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슥.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습습후하 좀 하면 괜찮을 거예요.”
“운기조식이냐?”
그와 동시에 정말로 일정하게 숨을 크게 들이키고 내쉬는 기이한 행동을 벌이는 도경을 보며 정현동은 기가 차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고 그 물음을 듣던 유이열은 추억의 단어에 빵 터져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운기조식이래.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다. 예전에 무협지 많이 읽었는데.”
“아, 형 그만 좀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좀 있다 첫 버스킹 해야 하는데?”
“아니 그래도 웃긴 걸 어떡해? 그리고 잘 하겠지. 난 놈이라고 소문이 자자한데.”
“아... 말이나 못하면. 나 진짜 귀국하면 매니저한테 잘해줘야겠다. 여기 와서 매니저 맡으면서 매니저들이 어떤 심정인지 알겠어. 나는 강운이만 믿는다.”
끄덕.
“하하. 열심히 할게요.”
“그래그래.”
정말로 숨쉬기에만 전념하는지 이제는 반응조차 하지 않는 도경을 두고 세 명은 각자 이야기꽃을 피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였고 그 가운데 있던 김강운은 웃음 짓는 가운데 곁눈질로 도경을 훔쳐보았다.
힐끔
습습후하.
‘저 지경까지 마시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이상한 숨을 쉬고 있는 도경을 보며 김강운은 싸늘한 조소를 지었다.
‘그쪽의 진심이란 게 고작 그거야?’
여기까지 오면서 토한 횟수가 총 5번이 넘었는데 분명 저 상태라면 조금 있을 버스킹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 이었다.
진심이니, 마음이니 그렇게 잘난 척하며 지껄였던 도경의 형편없는 모습에 김강운은 그에게서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흥.”
“.....”
습습후하.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도경은 그저 이상한 호흡법을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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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게이트 거리]
따다당!
“으랏차!!”
“으르으차!!!”
“예 예-!”
“예 예-!”
“소리 질러-!”
“와-!!!”
어설픈 한국말을 따라 하는 환호성이 거리에 울려 퍼진다.
조금 전에 죽을 것 같던 사람은 같지만 낯선 하늘 아래에 그 누구보다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의 주변에는 뜨거운 열기로 품은 사람들로 가득한 풍경에 [라이브 원스]팀과 제작진 모두 입을 벌려 다물지 못하였다.
“이게...!”
그리고 그중에 조금 전 도경을 향해 싸늘한 조소를 지었던 김강운은 방송 중 처음으로 포커페이스를 깨트리고 만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