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체스터에 있는 [이스트 게이트 시계탑 거리]
버스킹 시작 30분 전.
주말 휴일.
체스터 대성당과 시계탑 등 여러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의 근처에 있는 이 거리에는 시계탑을 보기 위해 온 관광객들과 휴일을 즐기러 온 영국인으로 붐비고 있었다.
사람이 붐비는 거리답게 다양한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도 존재하였고 현재 [라이브 원스]팀은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버스킹을 하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간단한 브런치 타임을 갖고 있었다.
[Yeah~!]
따따 당-!
“크~. 홍대에서 하는 버스킹하고는 여기 버스킹하고 많이 다르다.”
“그치? 넓기도 넓고 하늘이 뻥 뚫려 있으니까 소리가 시원하게 뻗어 나가네.”
자신들의 나라와 이곳에 다른 차이를 발견하며 여유롭게 음악을 들으며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는 유이열과 정현동의 말에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격한 동의를 표했다.
“하긴 우리나라가 좁긴 좁죠. 특히 버스킹하는 사람들끼리 많이 겹쳐서 소리가 많이 시끄러워요.”
“아, 그러고 보니 도경이가 버스킹한 이력이 있다고 했었지?”
우걱우걱.
“그럼요. 버스킹은 저한테... 쿨럭! 으읍 물...!”
“...여기...”
꿀꺽꿀꺽!
“쯧쯧. 그렇게 토하더니 이번에는 미친 듯이 집어넣네. 저게 가능한가? 야 속 진짜 괜찮은 거야? 방송이라 객기 부리는 거 아니지?”
우물.
“제가 말했잖아요. 습습후하 하면 괜찮을 거라고 말이에요. 완전 회복 했습니다요.”
후르릅.
“진짜냐...”
그 최악의 상태에서 정말로 회복을 했는지 도경은 음식들을 맹렬하게 자신의 위속에 집어넣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본 정현동은 정말로 질린 표정을 지었다.
쩝쩝쩝쩝.
“......”
‘제 정신인가?’
거짓말처럼 숙취에서 회복하고 나서 2, 3인분을 먹을 만한 음식을 흡입하고 있는 도경을 물끄러미 보던 김강운은 속이 부글거리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정신론을 강요한 거치고는 싱어로서 준비도 안 된 사람이었잖아? 토해서 목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에서 또 저렇게 먹다니? 진짜 미치지 않고서야...’
김강운은 노래를 부르기 전에는 마실 것 이외에는 식사를 하지 않는다.
위가 음식물로 가득 차면 폐활량이 줄고 식도 역류가 생길 경우도 있고 노래 부를 때 복압을 통한 소리 조절이 어렵기 때문이다.
“후... 보기만 해도 피곤해.”
중얼.
연습할 때 정신론을 강요할 만큼 잘난 척하며 깐깐한 태도를 보이더니 막상 실제로 하는 행동들은 가히 컬쳐쇼크나 다름없어서 이를 목격한 김강운은 자신의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적당이가 없는 도경의 뒤죽박죽 행동을 보면 자신의 정신건강이 해롭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쩝쩝쩝!
“...!”
부글부글.
스윽.
부글거리며 끓는 감정을 결국 참다못한 김강운은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마이크를 움켜잡아 소리가 흘러나가는 것을 막으며 남은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선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도경을 향해 속삭였다.
이 들끓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면 남은 4일 동안 스트레스로 돌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나온 진심을 내뱉기로 결정 한 것이다.
“도경이 형...”
“우...!?”
“그렇게 돼지같이 꾸역꾸역 먹다가 노래 부르는 중에 돼지 설사처럼 토하지 마세요.”
“풉!”
후드득.
김강운이 무슨 수작일까 싶어 감각을 세우고 있던 도경은 김강운의 예상치 못한 원초적이고 더러운 말에 놀라 사례가 걸려 먹던 음식물을 입 밖으로 뱉어버리고 말았다.
쿨럭쿨럭!
“아악! 튀었어.”
“아씨~ 박도경! 진짜 너 진짜 가지가지 한다.”
“아니 형님...! 방금 강운이가...”
“도경이 형 괜찮으세요? 여기 냅킨이요...!”
“......”
“안 받으세요?”
“...하하하. 너, 너...!”
“네?”
힐끔.
‘젠장!’
도경은 욕지거리를 내뱉고 싶었지만, 주변 분위기가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드잡이질을 하려던 것을 멈추었다.
치고 빠지는 타이밍을 모를 정도로 도경은 어리석지 않았다.
빠득.
“너무 고맙다고.”
씨익.
“뭘 그런 거 가지고요. 저희가 음악적인 성향만 맞지 않는 거지. 서로를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요. 사이가 나쁠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그렇죠? 도경이 형?”
“하하하. 그래 뭐, 그렇지.”
‘이 자식이...!’
원치 않게 훈훈한 브로맨스를 연출해버린 도경은 속으로 이를 갈았으나 이를 알 리 없는 유이열과 정현동은 그래도 두 사람이 최악의 상황은 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내심 두 사람 사이가 위태위태하다 걱정하였는데 지금 것을 보니 그래도 걱정된 상황은 오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 강운이가 아직 어린데 어른이네.”
“맞아. 어떻게 된 게 막내가 제일 성숙해... 어, 어!? 형! 지금 자리 나오려나 보다. 버스킹 하는 사람들 짐 싼다.”
벌떡!
“그래? 그럼 빨리 나가자.”
“애들아 우리가 먼저 자리 잡고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너희들은 식사한 거 계산하고 와.”
눈여겨 보았던 장소가 자리가 나자 정현동과 유이열은 자리를 뺏길까 벌떡 일어나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남겨진 도경과 김강운은 침묵을 유지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
힐끔.
“너 성격 나쁘네. 뭐, 돼지 설사?”
피식.
“하하. 그런가요?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마음이다 뭐다 하는 가수가 노래하기 전에 그렇게 무책임하게 먹는 걸 처음 봐서 말이에요. 참을 수 있어야 말이죠.”
“아... 그래?”
꿈틀.
“네. 그러네요.”
“참! 일단 저 먼저 가보도록 할게요. 카드 계산하는데 둘이 가서 할 필요는 없잖아요? 무책임하게 숙취에 시달린 누구 덕분에 버스킹 첫 번째 순서가 저라서 말이에요.”
“...”
“그럼 부탁할게요.”
타다닥.
“거, 열 제대로 받게 하네.”
입 다물 때가 몰랐는데 김강운이 제법 매서운 입담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도경은 달려가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웃음을 지었다.
“이러면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잖아. 강운아.”
반짝.
달려가는 김강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도경의 두 눈이 매섭게 좁혀지며 눈빛을 빛내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포식자의 눈빛과도 같았다.
도경은 테이블에 있는 카드를 집어 들고 유유히 발걸음을 옮기며 자신의 스마트 폰을 빼들며 무언가를 확인하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흐응~. 모든 것은 계획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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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전
부우웅.
“멍청한 제이크. 얼른 가라도! 늦으면 네가 책임질 거냐?”
퍽퍽!
“할머니 시트 차지 말아요! 뽑은 지 얼마 안 된 애마란 말이에요.”
“시속 60밖에 밟지 못하는 차가 무슨 애마냐! 똥차지. 네 죽은 할아비였으면 진즉에 이스트 게이트거리에 도착했다.”
“도대체 갑자기 이스트 게이트 거리를 왜...!”
‘대체 할머니가 왜 이러지? 골골하던 양반이 갑자기 기운 넘쳐서는...!’
제이크라 불리는 손자는 자신의 뒷자석에서 괄괄하게 날 뛰는 할머니를 보며 낯설다 생각했다.
요즘 들어 애완고양이하고만 시간을 보내며 부쩍 말수가 적어져 가족들의 걱정을 샀던 할머니가 어젯밤을 기점으로 다른 사람처럼 바뀌어 기운이 넘치다 못해 괴팍해졌기 버렸기 때문이다.
“흥흥! One step. step step. Don’t stop! 바르 먼추쥬 마.]”
‘아까부터 이상한 말로 흥얼거리시고... 혹시!’
흠칫
“치매 신가?”
퍽!
“뭐라고? 제이크 치매? 네가 죽고 싶은 게야? 이 할미에게 치매라니. 네가 14살에 옆집 제이미의 사진으로 무슨 짓을...”
“맙소사 할머니! 그만. 그만 해요! 언제 적 얘기를 들먹이시는 거예요?”
끼이익!
“흥! 치매라고 한 벌이다 덜떨어진 녀석아. 그러니 군소리 말고 운전이나 빠릿빠릿하게 하거라. 네 녀석을 볼 때마다 정말 Mr.박하고 비교가 되는구나. 그는 네 녀석처럼 눈치 없지 않고 싹싹했는데 말이야.”
‘치매는 개뿔...! ’
“도대체 아까부터 Mr.박 타령. 대체 그 자식은 뭐 하는 놈이에요?”
제이크는 자신의 흑역사를 꺼내드는 자신의 할머니를 보며 자신의 걱정이 기우인 것을 깨달으며 아까부터 Mr.박 타령하는 할머니를 향해 볼멘 목소리로 푸념하지만, 그의 할머니는 손자의 말에 은은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가수...”
“네?”
“한국 최고의 가수라고 하더구나.”
“한국?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에요?”
빠직.
“멍청한 녀석. 한국도 모르는 거냐?”
퍽퍽퍽!
“아아아! 할머니 시트 차지 말라니까요? 내가 사는 영국에 있는 지역도 다 모르는데 남의 나라를 내가 어떻게 알아요?”
“무식도 자랑이다 요 녀석아!”
퍽!
“아악!”
‘내 차...! 범블비 미안하다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자신의 할머니에 의해서 속이 엉망진창 되는 자신의 애마에 손자는 그저 눈물을 흘릴 따름이었다. 문제는 그런 손자의 처지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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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빨리 가야 한다고 사람들 댓글 보니까 사람들 많이 몰릴 것 같단 말이야.”
“...레이첼. 기껏해야 길거리 버스킹 아니니. 콘서트도 아니고 이렇게 설레발 칠 이유가 어디 있니.”
“아이참. 아빠가 거기 없어서 그래 우리 도경 오빠가 어제 얼마나 인기 많았는지 알면 그런 말 쏙 들어갈걸? 친구들도 다 거기로 가기로 했단 말이야.”
“도경 오빠...?”
꿈틀.
‘도경... 도대체 어떤 놈이냐?’
딸에게 듣자니 한국이라는 조그마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라는데 술집에서 그와 노느라 새벽 늦게까지 들어온 것도 열불이 나는데 휴일인 주말에도 그의 얼굴을 보러 짙은 화장을 하며 나가는 딸의 말리다 결국 그녀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같이 나오게 되었는데 그의 표정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어제 술 엄청 많이 마셨는데 도경 오빠 몸은 괜찮으려나? 걱정이네...”
빠드득.
‘동양인 놈. 내 딸에게 손만 애먼 짓 하면 박살 내버리겠어.”
이름 모를 외국인 그것도 길거리 버스킹을 한다는 뮤지션에게 홀딱 빠져있는 자신의 딸을 보며 핸들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에 힘 아귀가 절로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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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패트릭! 일어나.”
“으음...! 시끄러.”
“야. 일어나야 돼. 스타그램에 도경이 공연한다고 공지 올렸다고. 지금 안 가면 늦어.”
“뭐라고... 도.. 도경! 그 술 귀신 우우욱-!”
벌떡!
타다닥.
“낄낄낄. 어제 제대로 당했나 보네. 이름만 들어도 효과 직빵인걸 보면.”
우웨웩!
도경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자리에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는 패트릭을 보며 그를 깨웠던 친구는 웃음 지으며 패트릭이 속을 게우는 소리에 낄낄거리며 웃음 지었다.
빵빵-!
“아더오빠 패트릭 아직 멀었어?”
“응! 조금 걸릴 거 같아. 패트릭 녀석 지금 토하고 있어.”
“에이. 패트릭 오빠는 덩치만 크지 정말 도움이 안 된다니까.”
문밖에 서 있는 차 안에서 볼을 퉁퉁 부풀리고 있는 자신의 여동생 푸념을 듣던 아더는 쓴웃음 지으며 패트릭이 있는 방향을 향해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하하. 패트릭이 들으면 피눈물 흘리겠는걸?”
우웨웨웩!
“뭐, 들을 상황은 아닌 듯싶지만 말이야.”
“젠장 그 빌어먹을 동양 놈!”
“하하하하. 패트릭 내가 네 친구지만 그건 너무 꼴불견인 발언인데? 너는 기억 못 할지 몰라도 그런 동양인과 어깨동무 하며 신나게 노래 불렀던 사람 중에 너가 있었다고?”
“시끄러워!”
“하하하!”
“패트릭-! 아더-! 잡담 그만하고 빨리 나와!”
두 친구들의 투덕거림 속. 소녀의 낭랑한 소리가 하늘높이 울려 퍼진다.
---
“.....”
우글우글.
“뭐, 뭐야? 갑자기...!? 형 오늘 여기서 뭐 행사 같은 거 해요?”
“아, 아니. 제작진에게도 별말 들은 거 없는데?”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뭔데요?”
“카메라 보고 여기서 방송하는 줄 알고 궁금해서 모인 건가?”
“그런 거였으면 진작 모이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이 뭔가를 찾는 느낌인데요?”
“으응...”
[원스]팀은 현재 매우 그것도 정말 많이 당황하고 있는 중이었다.
첫 버스킹으로 잡은 장소 [이스트 게이트 시계탑 거리].
그곳을 버스킹 자리로 선정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일단은 어떻게 찍어도 배경이 되는 시계탑의 존재와 유동인구가 많은 편에 비교하면 평온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풍기는 장소라 버스킹 첫 시작으로 부담이 없을 거라 생각해 선정한 자리였는데 지금 [원스]팀의 의도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왜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든 거지?’
“100명 정도 넘는 거 같은데?”
100명이 넘는 인원.
자리를 잡고 장비들을 설치할 때는 눈치를 채지 못했는데 어느새 주변을 둘러보니 꽤나 많은 영국 사람들이 자신들을 둘러쌓은 광경에 유이열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띠링.
“우선 한 곡 시작해볼까 강운아? 사람들도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건 부담스럽긴 하지만 버스킹 하기 에는 좋은 기회잖아. 안 그래?”
“...그렇네요. 그럼 시작할까요?”
“그래. 한번 해보자. 강운아.”
“네.”
“크~. 우리 유일이형 멋있다. 멋있어! 그리고 강운이도 쫄지 말고 화이팅!”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러움도 잠시. 맏형인 유이열의 리드하에 버스킹 [원스]팀은 공연을 하기 시작하기로 결정하였고 유이열은 표정을 굳히며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렸고 김강운은 스탠드에서 마이크를 뽑아 올려 집중하며 숨을 골랐다.
띠링~.
“후웁!”
“하나둘 셋 하면 들어가는 거다. 강운아.”
“네.”
“하나둘...”
와아아!
“뭐, 뭐야!?”
“?”
버스킹 시작도 하기 전에 울려 퍼지는 환호 소리.
그 갑작스러운 함성에 유이열과 김강운의 집중력은 깨졌고 자신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영국인들을 바라보며 대체 무슨 일인지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들이 외치는 소리에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MR.박! 어디 갔다 이제 오냐? 목 빠지게 기다렸다!]
“하하. 오버하기는...!”
[도경오빠-!]
“그래 오빠왔다. 한국말 잘하는데?”
[크레이지 보이! 기다렸다. 다른 곳인 줄 알고 걱정했잖아.]
“아저씨야말로 왔네요? 무거운 엉덩이 때문에 안 올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흥 영국인은 원래 한 의리 하거든 안 그래?]
[그럼-!]
“뭐야? 다들 왜 이리 들떠있어? 다들 술 마시고 왔어요? 어이어이 지금은 한낮이라고?”
[하하하!]
인파가 갈라지는 가운데 주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영국인과 친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도경의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도경아 이게...!”
“아, 잠깐만요 선배님. 우선 먼저 해야할 게 있어서 말이에요.”
“어어...”
너무나 의외의 상황 속에 말문이 막힌 유이열을 지나치며 도경은 그의 피아노 옆에 있던 기타 케이스를 열어 재끼며 기타를 들어 올려서 자신의 어깨에 메며 뒤돌아 웃음 지었다.
‘생각보다 많이 왔어.’
하룻밤의 만남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화끈하게 놀아재꼈던 시간이 헛되지 않은 듯싶었다. 익숙해 보이는 얼굴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씨익.
“하하하!”
자신을 향해 뜨거운 눈빛을 보내는 이들을 보며 도경은 웃음을 터트렸다.
저들을 보니 어젯밤에 흥청망청 들이켰던 술과 화끈했던 열기들이 다시 온몸을 휘도는 듯한 고조되는 느낌에 도경은 기타 줄을 강하게 튕겨 올렸다.
따다당!
관중들뿐만 아니라 도경 또한 자신을 찾아온 손님 때문에 한껏 들떠 있는 것이었다.
“짜식들아! 오느라 수고 많았다! 말없이 일단 한 곡 가보자!”
[와아아!]
[Supersonic]- Oasis
[난 내 자신이 되어야 해.
다른 사람은 될 수 없어.
지금 기분 존나 째져
내게 술 좀 줘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명곡을 부르며 도경은 버스킹의 화려한 첫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
얼결에 자신의 무대를 빼앗긴 김강운을 뒤로 하고 말이다.
그렇게 김강운은 2시간 내내 아무것도 못하고 도경의 공연만을 지켜봐야만 했다.
“와하하!”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