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89화 (189/357)

189화

우글우글

“후... 긴장된다.”

“아이들만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왔네요.”

“제작진에게 들어보니까 미하엘 신부님이 힘 좀 썼나 봐.”

교회에 하나, 둘 모이는 사람들을 보며 원스팀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버스킹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길거리에 지나가던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과 달리 자신들을 보기 위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찾아오는 환자들을 위해 공연을 해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였다.

자신들의 버스킹을 위해서 와준 손님과도 같은 관객들을 향해 원스 팀은

띵띵띵. 띠링. 띵.

“......”

힐끔.

‘이 녀석...’

“사람을 보고 있지 않아...”

한 번의 눈길을 슥 한번 주고는 자신의 공연에 칠 기타만을 집중하며 연습하는 김강운을 보며 도경은 침음성을 내뱉었다.

‘이렇게 미동 없는 파동은 처음이야.’

도경은 가수로서 사람으로서 김강운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러 온 사람들에 관한 관심이 전혀 없는 태도야 그렇다 치고 아무런 열의와 감정이 없음에도 대체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 음악에 집중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떻게 자라온 걸까?’

노래를 듣는 상대방을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음악에는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집중한다. 그것은 정말로 기괴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나 마찬 가지었는데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저만한 기량을 갈고닦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노래하려는 김강운의 존재는 도경이 보기에 부자연스러움의 극치였다.

그리고 그런 부자연스러움은 김강운의 성장배경과 관련이 있을 거라 도경은 생각하면서 그의 성장배경은 절대로 평범한 것이 아니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어떻게 자라왔기에 저렇게 텅텅 비었지?”

중얼.

처음에 김강운이 사이코패스와 같은 공감과 성격의 결함을 지닌 유형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는 감정이 심하게 결여 되어있는 김강운의 모습에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사람이 가져야 할 감정이나 의욕 같은 것이 그에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형(人形)]

김강운은 살아있지만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느끼지도 못하고, 공감하지도 못하며 딱히 원하는 것이 없는 그의 삶의 방식은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도저히 살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도경은 묻고 싶었다.

‘왜 그 지경인데 노래하는 거냐?’

자신의 무대를 준비하는 김강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도경은 눈살을 찌푸린다.

--

[안녕하세요.]

“.....”

오랜만에 병실을 벗어나 익숙한 얼굴들에 조금은 소란스러워져 있던 분위기. 마이크를 대고 짧은 인사말을 내뱉는 김강운은 등장에 모두 자신들도 모르게 김강운을 바라본다.

먼 나라까지 와서 그곳도 다른 장소도 아닌 이곳에서 버스킹을 한다고 하길래 특이한 동양인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더 묘한 분위기를 지닌 동양인의 등장에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쁘다...”

“비리비리하게 생겼구만. 저래선 힘 좀 쓰겠어?”

“너무 말랐다. 밥은 제대로 먹는 건가?”

“분위기가 묘하네...”

중성적인 미소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김강운의 모습에 사람들은 각자 그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신기한 건 모두가 하나같이 김강운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툭툭.

[안녕하세요. 저희는 한국에서 올라온 원스(Once)라고 하는 버스킹 팀입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한국에서 연예인이란 직업을 가지고 있고요. 저는 아이돌을 하고있는 김강운 입니다.]

“아이돌!”

“그래서 이쁘장하게 생긴 거였나?”

“아이돌은 노래 못 부르지 않나?”

“그럼 어때? 잘생겼는데 미소년은 소중한 존재라고!”

“흥. 남자는 남자답게 생겨야...!”

“조슈아 양심 좀 가지지? 지금 화장실 가서 거울이나 보고 오지 않겠어? 그러면 잃어버린 양심을 찾을거야.”

“그, 그런...!”

그 자신에 대한 소개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강운의 곱상함이 어디서 왔는지 납득하면서 김강운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기대감을 품은 눈빛을 띠었다.

특히나 교회에 있는 여성들의 눈빛은 뜨거웠는데 교회 구석진 곳 끝에 서 있던 정현동과 도경은 그 풍경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역시 세계 어디를 가던 미소년은 먹히는구나.”

“세상 말세죠. 예전 같았으면 저런 애들은 먹히지도 않았어요.”

“...도경아 남자의 질투는 추하다. 어디서 쌍팔년도씩 말을 하냐? 어떨 때 보면 너 약간 냄새난다니까?”

“냄새요?”

“응. 아재 냄새.”

꿈틀.

“.......”

“아재라니? 이렇게 화끈한 아재 본 적 있어요? 제 몸 보러 목욕탕 갈래요?”

“네 몸 보러 목욕탕을 왜 가냐. 그리고 어감 이상하다? 단어 선정 제대로 안 해?”

“형님. 전 위아래 자신 있습니다.”

“야! 단어선정 하랬잖아. 19금이 아니라고 얘가 너무 끈적해. 방송 더럽히지 마.”

“형님. 형님이 몰라서 은근 요게 먹힌다니까요. 그러지 말고 영국에 한 번 사우나 있나 없나 찾아보죠. 우리 제대로 시청자들에 서비스해봅시다.”

“아, 뭘 먹혀 미친 놈아. 방송 이상하게 만들지 말고... 아! 강운이 이제 노래하려나 보다.”

방송을 이상하게 만드는 도경의 말도 안 되는 말에 정현동은 도경에게 찰진 욕 들을 마음껏 구사하려던 찰나. 관객들에게 말하던 이야기가 끝났는지 기타를 잡고 마이크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 김강운의 모습에 정현동이 도경을 조용히 시켰다.

[모두들 좋게 들어줬으면 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띠링~!

“후읍..!”

“...!”

따따다 다땅.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이 노래는...?”

노래를 시작하려는 김강운의 모습에 청중들은 숨소리를 죽였고 김강운은 기타로 낯익은 선율을 켜 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Over the rainbow]

오즈의 마법사란 영화에서 불린 후 세계에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며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희대의 명곡 무지개 너머(Over the rainbow).

그 노래를 부르고 있던 김강운을 보며 도경은 쓴웃음 지었다.

‘영악할 정도로 똑똑하다니까.’

김강운은 사람을 공감할 줄은 모르면서 영악하게도 사람의 심리를 다룰 줄 알았다.

사람들에게 멘트를 칠 때는 자신의 미모와 묘한 분위기로 사람들에게 신비감을 조성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신비감에 약간은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오버 더 레인보우를 골라 부드럽고 편안한 모습을 연출한다.

“우와...!”

“노래 잘하는데? 아이돌이라고 하지 않았어?”

“목소리 좋다...!”

어울리지만 한편으로는 의외의 선곡이라 생각이 드는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부르는 김강운을 보며 사람들은 감탄함과 동시에 김강운의 노래를 편히 즐기기 시작했다.

달달하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그들의 귀를 사로잡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갭, Gap]

사람들은 이미지에 대해 고정관념을 지닌 존재인데 김강운은 스스로 의외의 모습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인식 속에 틈을 만들어내며 의도한 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저건 사람을 많이 다뤄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거지.”

수많은 버전이 있는 오버 더 레인보우 중에서 가창력 위주가 아닌 편안하고 여유롭게 들을 수 있는 달콤한 버전으로 노래를 선택하며 그 노래에 맞는 표정을 연기하는 김강운을 보며 도경은 혀를 내둘렀다.

‘작정했네.’

저번에 길거리 버스킹과는 달랐다. 유이열의 주도하에 실험적인 시도를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자신을 이용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철저함이 돋보였다.

노래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사람의 ‘성향’과 ‘심리’를 잘 이해하고 이용하는 노래.

그것이 김강운이 부르는 노래였다.

[감사합니다.]

와아-!

짝짝짝짝.

노래를 맞춘 김강운에게 박수가 터져 나오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처음보다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게임 끝났군.”

낯선 외국인에게 사람들이 하나, 둘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을 바라본 도경은 이미 게임은 끝났다 생각했다.

마음을 한 번 여는 것이 어렵지 열리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갸웃.

“오늘따라 묘하게 기합이 들어간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박수를 받으며 다음 노래를 유이열과 준비하는 김강운을 보며 도경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김강운의 미미한 파동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착각 이겠지...”

--

[후... 잠시 물 좀 마셔도 될까요?]

“네-!”

[고마워요 꼬마 친구들.]

“헤헤헤.”

훈훈한 광경이 펼쳐지는 교회 안.

도경의 예상대로 게임은 끝이 나 있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김강운이 연달아 부른 노래들에 이미 마음을 활짝 연 상태였다.

글로벌한 인기 히트곡으로 세대별 연령별을 철저히 공략한 김강운 선곡 리스트 덕분이었다.

[Over the rainbow]-[Chiquitita]-[Story Of My Life]-[let it go]

[Over the rainbow]로 모두의 귀를 사로잡고 [Chiquitita]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영국 10, 20대에 유명한 보이 밴드의 [Story Of My Life]를 불러 젊은이들의 마음을 샀고 마지막으로 근래에 유명했던 노래 [let it go]를 불러 아이들까지의 환심을 샀다.

‘의도대로 잘 됐군.’

김강운은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노래를 기다리는 관객을 바라보며 슬슬 마지막 노래에 심혈을 기울일 때란 걸 깨달았다.

꿀꺽. 꿀꺽.

일부러 생수병의 물을 천천히 마시며 천천히 뜸 들이는 시간을 가진 김강운은 타이밍을 재며 자신의 마지막 노래를 떠올렸다.

[Hallelujah]

‘원래라면 이 노래를 고르지 않았겠지만...’

자신의 선곡 리스트의 흐름에 명백하고도 이질적인 노래 존재 [할레루야].

노래를 듣는 사람들을 무시하기에 선곡할 수 있는 노래였지만 작은 위험도 지지 않으려는 철두철미한 성격의 김강운이라면 사실 이 노래는 선택을 하지 않은 게 옳았다.

그런데도 김강운은 이 노래를 골랐다.

‘저 사람이 있으니까.’

힐끔.

김강운은 교회 구석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박도경을 향해 시선을 보내었는데 그의 존재가 이번에 의외의 선택을 하게 만든 이유였기 때문이다.

‘저 사람에게 묻히지 않으려면 완벽한 거 가지고는 안되니까 말이야...’

김강운은 도경의 저력을 인정하였다. 완벽하게, 무난하게 해내는 것만으로는 도경에게 묻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김강운은 일부러 자신에게 흠집을 내었다.

선곡의 밸런스를 일부러 깸으로 위화감을 조성하여 불완전함을 얻은 것이다.

‘불완전함에서 얻는 완전함’

그 위화감을 기량으로 극복하고 불완전함을 다시 완벽함으로 바꿀 때.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경조차 쉽게 덮을 수 없는 자신의 흔적을 남길 것을 알기에 김강운은 위험을 기꺼이 지고 간다.

[마지막 곡 가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부를까 말까 고민했지만, 마음이 가는 노래이기에 들려 드리려 합니다. 들려드릴 노래의 제목은요...]

“뭐지?”

평소보다 뜸을 들이는 김강운을 보며 관중들과 원스팀이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볼 때 김강운의 입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Hallelujah입니다.]

“할렐루야?”

웅성.

‘어?’

모두가 의외의 김강운의 의외의 노래 선곡에 놀라고 있을 때. 도경은 다른 것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금 잠깐이지만 움직였다...!’

텅 빈 김강운의 안에서 작은 반짝임. 미약하지만 그의 안에서 무언가의 움직인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스르륵.

그런 도경의 놀라움을 뒤로 하고 김강운은 눈을 감고 머릿속에 한 가지의 생각만을 떠올리며 집중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모았던 수많은 음색 중에 가장 강렬한 것 중 하나인 음색을 꺼내 들기 위해서였다.

“후읍.”

[가장 슬픈 음색]

그 자신의 강렬한 기억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거리낌에 아직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던 음색.

“...!”

꼭꼭 감춰두었던 음색. 그것을 지금 김강운은 꺼내 들었다.

그 이유는 자신도 모르지만 말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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