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91화 (191/357)

191화

[안녕하세요.]

“......”

흘깃.

[하하하...]

도경의 짤막한 인사.

매기스 센터의 교회에서 두 번째 공연이 시작되려 하는 지금. 도경은 사람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교회 안사람들은 도경을 보고 있었지만, 주기적으로 구석에서 서 있는 김강운에게 주기적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이거 분위기가 노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네요.]

털썩.

[노래하기 전에 잠시 이야기나 할까요?]

“!?”

노래할 거라고 생각했던 도경이 노래를 하지 않고 자리에 앉자 몇몇은 흥미로운 눈으로 몇몇은 무관심한 기색을 띠며 도경을 바라본다.

[보다시피 제가 좀 활동적이에요. 그래서 여행을 많이 다녔죠. 여러분은 여행의 묘미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특히나 저처럼 젊은 애들한테 말이에요.]

“응? 제가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지?”

“갑자기 노래 부르기엔 분위기가 영 아니잖아요. 이야기 나누면서 공기 좀 환기시키려나 보죠.”

“하긴... 그럴 만도 해. 이번에는 강운이가 너무 잘 불렀지.”

“그렇다니까요? 사람들이 우는데 저도 눈물 났다니까요. 그건 그렇고 이거 너무 라이벌 구도 아니에요? 저번에는 도경이가 이번에는 강운이가 서로들 포텐을 터트리네요.”

“하하하. 그러게 서로 음악적으로 맞지는 않지만 그래서 영향을 주는 거 같네.”

“청춘이네요.”

끄덕.

“청춘이지.”

‘처음에는 어떻게 될지 걱정했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다.’

처음에는 도경과 김강운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많은 걱정을 했지만, 나중에는 별걱정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녀석들의 노래를 들으면 알 수 있어.’

[가수는 노래로 말한다.]

각기 다른 스타일로 공연을 하는 둘을 본다면 도경과 김강운이 벌였던 다툼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고집 있는 두 젊은 뮤지션의 부딪힘에 가공되지 않은 거친 에너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보면 알 거야.”

“네?”

힐끔.

“녀석들은 지금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시청자들도 알 거라고.”

“.....”

요즘의 무기력한 젊은이들도, 자신처럼 세파에 찌든 중년인들도 저 두 청년을 본다면 무언가를 느낄 것을 유이열은 확신했다.

[맛있는 먹거리? 아름다운 풍경? 휴식? No. No! 저는 자신 있게 말합니다. 여행의 묘미는 뜨거운 밤이라고 말이에요!]

“뭐...!?”

아픈 환자들을 앞에 두고 도경의 상상하지 못한 돌발발언에 유이열은 도경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던 눈빛도 잠시 자신의 이마를 감싸 쥐며 어이없어 한숨을 내뱉었다.

카메라가 도는 앞에서 뜨거운 밤을 내뱉는 20대의 후학을 바라보며 유이열의 관자놀이에 열이 솟구쳐 올랐다.

‘도경아 다 좋은데 너는 좀 이미지 관리 좀 하자~!’

---

웅성.

교회에 있는 모두가 당황했다.

나지막이 듣기 좋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여행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지막에 와서 뜨거운 밤이라는 자극적인 말을 내뱉는 붉은 머리를 한 동양인의 저의를 알 수 없었다.

[낯선 곳에서 하루를 불 싸지르는 밤. 그게 여행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풋!

눈썹을 위아래로 찡긋거리며 능글맞은 표정을 짓는 도경을 보며 사람들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똘기 다분한 동양인의 능글맞은 허풍에 웃음이 나오는 것이었다.

[어라 다들 왜 웃어요?]

“부-우!(Boo-hoo). 거짓말! 그 얼굴로 뜨거운 밤을 보냈다고? 허풍인 거 다 안다.”

하하하.

몸이 아프든 말든 짓궂은 사람은 어딜 가도 존재하는지 어디선가 도경을 향해 가벼운 야유를 보내며 도경을 놀리는 한 사람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모두의 웃음 속 도경은 속상하단 표정을 지으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

[아닌데요? 저 진짜로 장난 아니거든요? 믿으시려나 모르겠지만 여기, 영국에도 제가 카사노바 뺨치게 날아다녔거든요?]

“푸하하하. 네가 무슨 재주로?”

[참나. 가수가 재주가 뭐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노래지.]

푸훗-.

[안 믿네...?]

“믿겠냐?”

“하...”

도경은 어이없는 표정에 사람들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고 도경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기타를 들어 올렸다.

스윽.

띠리링.

[참. 사람들이 간사해서 보여줘야 믿지. 다들 잘 봐요! 우선 먼저 머리를 세팅합니다...!]

주르륵. 스슥!

도경은 자신의 어깨에 기타를 맨 후 물병을 집어 자신의 두 손에 물을 끼얹어 붉은 머리를 뒤로 넘기었다.

[단추 2개 풀어주고...]

툭툭.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빛을 장전합니다.]

반짝.

알기 쉬운 준비단계를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다른 사람처럼 변화하는 도경의 모습에 사람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머리를 넘기고 단추를 풀며 이목구비와 쇄골을 드러내는 동시에 촉촉한 눈방울로 은은한 미소를 짓는 도경은 남자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인상을 지녔던 남자에서 180도 바뀌는 변화에 모두가 눈을 떼지 못하고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도경은 환히 웃었다.

씨익.

[자~. 준비됐으니까 그럼 꼬셔보도록 하겠습니다. 3, 2, 1!]

짝!

[Boom!(쿵)]

“!?”

[Boom!(쿵) Boom!(쿵) Clap!(짝)]

짝!!!

손을 높이 들어 올려 도경은 모두의 시선을 모으며 일정한 손뼉을 치면서 동시에 큰소리로 구호를 내뱉는다.

[당신은 달에서 내려오는 완벽한 푸른 빛이죠.

별이 빛나듯 당신도 빛나죠.

마약처럼 중독될 것 같던 느낌의 떨리는 첫 키스.

저를 뜻대로 하는 당신의 영향은 마술 같아요.

사랑임이 틀림없어요.]

“꺄아-.”

영국과 호주, 미국 빌보드를 강타한 영국의 히트곡 Boom Clap.

자신감 있는 업 템포의 일레트로닉한 원곡노래의 리듬을 살려 흥겹고 리드미컬한 주법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도경은 도발적인 표정에 소녀들이 환호한다.

“능구렁이가 따로 없지 않아요. 그냥 스무스하게 훅 들어가네요.”

“어... 나는 그것보다 다른 게 놀랍다.”

“네? 뭐가요?”

“노래 말이야. 자판기도 아니고 대체 몇 곡이나 외우고 있는 건지... 그것도 저렇게 자유롭게 연주하다니 진짜 말이 안 되거든 물어보면 그냥 여행 도중에 주워들은 거라고만 말을 하고 대체 3년간 뭐 하고 다닌 건지 알고 싶네.”

“하하하... 그 정도예요?”

“어. 이거 방송 나가면 연주가들이 제일 많이 놀랄걸?”

정현동은 침전되었던 분위기를 시시껄렁한 이야기와 박수 하나로 뒤집은 도경의 진행에 놀라고 있었고 유이열은 도경의 음악적인 내공과 소양에 놀라고 있을 때 김강운은 침묵을 지키고 도경을 바라보며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

(이번에 두 눈 크게 뜨고 내 무대를 지켜봐...! 내가 네게 없는 것을 보여 줄 테니까.)

‘보여 준다라...’

“그래요. 지켜보도록 하죠.”

교회 뒤뜰에서 도경과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김강운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노래를 불러줄지 지켜보겠습니다. 만약 기대에 못 미치면...”

교회 안에서 어느새 도경의 목소리와 신호에 맞춰서 손뼉을 즐겁게 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김강운은 시선을 돌려 도경의 말대로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얼마나 집중하면서 바라보는지 김강운은 두 눈은 어느새 한치의 미동도 없이 깜빡이지도 않고 도경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목소리를 빼앗고 말 거니까...!’

두근.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았던 김강운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

와아-.

노래 한 곡으로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전환 시킨 도경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목을 축이기 위해 자신의 발아래 있던 생수를 집었다.

“하하. 따갑네...”

긁적긁적.

‘지켜보라고 했지만 저건 좀...’

따갑다 못해 정말로 얼굴이 뚫릴 정도로 자신에게 시선을 보내는 김강운 시선에 도경은 헛웃음 지으며 목덜미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려 김강운의 시선을 피하였다.

“...도발이 조금 심했나?”

(알고 있다고? 아니,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노래 따위에 존재 가치가 정해져야 하는 심정을 당신은 절대로 알지 못해.)

교회 뒤뜰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김강운이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낸 순간. 그에게서 느껴졌던 감정의 편린을 느꼈던 도경은 쓴 표정을 지었다.

‘엉망진창이었지.’

김강운이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자책과 증오, 슬픔과 불안이 묵을 대로 묵어 만들어진 그의 감정은 이제는 한(恨)이 되어 그 가슴속에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막 성인이 된 청년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부의 감정의 늪에 잠겨서 썩어가고 병들어 가고 있었다.

슥.

“후후...”

피식.

물을 마신 후 도경은 물통을 아래로 내려두고는 자신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김강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잡아먹을 듯 바라보고 있지만, 호의적인 시선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평소처럼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있는 것보다 저렇게라도 열기를 띠고 있는 모습이 낫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

도경의 영문을 알 수 없는 미소에 김강운은 의아한 시선을 던졌지만, 그의 의문을 도경이 친절하게 해결해 줄 리 없었다.

[자! 워밍업도 끝났겠다.]

도경은 김깡운에게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관객들을 향해 웃음 지으며 외쳤다.

[이제부터 진하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

띠리링

도경 본격적인 공연을 알리는 서막에 사람들은 그가 이번에는 어떤 노래를 모두가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도경을 반기기 시작했다.

---

도경이 선언 한대로 도경의 노래들은 하나같이 진했다.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노래들을 골라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도경이었다.

“...!”

이미지가 깨졌다.

저돌적인 에너지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규칙함으로 흥을 끌어내며 달려가던 것을 즐겼던 도경은 이번에는 천천히 걸어가기로 한 것이다.

[Boom Clap]로 좀 전에 활기를 띠었던 분위기 속 그는 차분한 분위기를 잡아가며 촉촉한 안개처럼 사람들을 감싸 안으며 서서히 스며들어 갔다.

[Black & Blue]

(우리는 그저 사람들이에요.

가끔씩 좌절하며 검푸른 멍을 얻죠.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거란 걸 알아요.

우리 모두 그러니까요. 그러니 성가셔하지 말아요.)

모두가 같은 사람이라 말하였다. 검푸른 멍의 아픔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인 것을 말이다.

고요하고 평온하게 서서히 감정을 끓어가며 도경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그리고 진심으로 위로하였다.

[Don't Look Back In Anger]

(영혼이 멀어져 가네요.

화내며 뒤돌아보지 마세요.

당신 마음을 아니까요.

적어도 오늘만큼은 화내며 뒤돌아보지 마세요)

첫 곡으로 모두와 함께 공감하며 위로한 도경은 두 번째 노래에서는 난해한 가사 속 아름다운 멜로디가 일절인 노래를 부르며 한 구절의 속에 자신의 진심을 담아 덤덤히 말하였다. 아픔에 빠져 과거를 떠올리며 후회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오늘만큼은 과거의 아픔에 집중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며 도경의 노래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The show must go on]

(내 영혼은 나비들의 날개처럼 화려하게 물들어가.

어제의 동심들은 점점 커져 가고 절대 죽지 않아.

나는 날 수 있어! 내 친구들이여!!)

(그 쇼는 계속되어야 해

난 웃음으로 맞이할 거야.

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쇼의 주인공이 되어 쇼를 진행해! 의지를 찾아야 해!

그 쇼는 계속되어야 해...)

“......”

3곡의 다른 노래.

사람들은 도경이 무언가를 자신들에게 외치고 있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감각이었다.

우웅.

‘살아가라!’

처음에는 자신들을 조심스럽게 위로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지 말라고 다독이더니 이제는 자신들에게 살아가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

울컥.

눈을 질끈 감으며 뜨겁고 시원한 고음을 내뱉으며 노래하는 도경을 보며 사람들은 울컥하며 자신들의 심장이 달구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살아가라고...?”

빠득.

달궈지는 심장에 다시 돌아오는 통증에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김강운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며 도경을 바라본다.

“대체 왜? 왜 그래야 하는 거죠...?”

이미 지치고 희망이 없는 삶이다. 그런데도 살아가라는 도경의 잔인한 외침에 김강운은 물을 수밖에 없었다.

띠리링.

“!?”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도경의 노래에 김강운은 자신이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듣게 된다.

[Finding Neverland].

피터 팬을 연기하는 아이들과 우연한 만남과 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경의 자작곡. 그 마지막 곡이 도경의 손에서 피어오른다.

땅! 우우웅!

“후읍!”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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