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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92화 (192/357)

192화

[Finding Neverland].

[내가 겁을 먹을 때나 외로울 땐

난 밤하늘 그리고 영원한 빛을 품은 별들을 쳐다보며 생각해.

저 은하수 너머 어딘가에 있을 이상향을...]

도경이 내뱉는 목소리에서 떨리는 목소리. 미세한 숨결이 교회 안의 모든 공간을 감싸 안는다.

우우웅.

“...!”

오싹.

순간 마이크가 도경의 목소리를 놓치며 잠깐의 이명 소리를 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누구도 그러한 이상 현상을 눈치채지 못했다.

“와아...!”

“저 정도였나?”

“...!”

모두가 또 다른 도경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부르는 노래에 따라 분위기가 휙휙 바뀌었던 도경이지만 지금처럼 극심한 변화는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음악에 몸을 담고 있는 유이열과 김강운의 충격은 이로 말로 할 수 없었다.

“저건 미친 거야...!”

오싹.

유이열은 방송도 잊고 정말로 경악하며 도경을 향해 미쳤다는 말을 육성으로 내뱉고 말았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던 관록으로 항상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왔던 유이열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심하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바뀌었다.’

“대체 저게 뭐지?”

바르르.

유이열과 마찬가지로 아니, 김강운은 그보다 더한 충격으로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어찌나 놀랐는지 그의 눈가 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음에도 김강운은 그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저건...!’

김강운은 지금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 진짜인지 믿을 수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김강운은 현재 도경이 부르는 노래에서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성, 음 처리, 감정처리, 호흡 모든 게 다 다른 사람이야...”

수많은 사람들의 노랫소리를 모사하며 빼앗은 김강운은 알고 싶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었다. 그가 지닌 통찰력이 도경을 보며 쉴새 없이 알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지금 자신의 눈앞에 노래를 부르고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던 박도경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모든 노래의 도경이

--

[우리는 오늘 밤 맑은 달빛의 바다를 항해할 거야.

별을 지표 삼아서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어디든 가.

네가 괜찮다면 널 데려갈 수 있어.

그리고 그건 하루하루가 눈부신 나날일 거야.]

스윽.

저 멀리 아무도 모르는 장소를 내다보며 도경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뻗으며 미소 지었는데 세상에서 더없이 상냥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천진난만하게 짓고 있는 도경은 마치 요정 같았다.

‘가자.’

도경의 내뻗은 손.

그것은 모두가 가보지 못한 곳을 데려가기 위한 도경의 초대장이었다. 도경은 현재 그들을 초대하는 중이었다.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곳.

우린 그곳에서 영원히 머무를 거야.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알게 될 거야.

우리들은 네버랜드에 왔다는 걸.

네버랜드~.]

[Neverland]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하면서도 죽음이라는 미래의 종착지가 변하지 않음에도 살아가라는 잔인한 말을 한 이유.

도경은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네가 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해.

영원하고 늘 푸르른 삶.

생각만 해도 웃음 지을 수 있는 삶.]

병마에 갇힌 몸과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공포 속에 사로잡혀 그들이 보지 못한 경치와 세계를 도경은 자신의 노래를 통해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한 가지가 필요했다.

[네버랜드라고 이름 지은 이상향.

그것은 모두 네 손에 달렸어.]

단 한 순간의 승낙.

지금 자신이 내뻗은 손을 붙잡아줄 단 한 줌의 용기가 그들에게 필요했다.

그렇기에 도경은 강렬하게 기원하며 노래 불렀다.

[in my hand~!]

‘내 손을 잡아!’

우웅~.

파아앗!

도경의 몸 안에서 끓어나온 미증유의 힘은 그를 중심으로 터져 나와 그의 강렬한 기원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

그 강렬한 마음은 노랫소리를 타고 울려 퍼져 모두를 관통하였고 사람들은 그 울림에 새로운 반응을 보여오기 시작했다.

“아...아.. 아!!”

와르르.

사람들은 자신 안의 무언가가 일부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마음의 장벽]

마음의 장벽 일부가 무너진 것이다.

상처받을까 봐.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고 그 무엇을 해도 즐기지 못하게 했던 두꺼운 장벽이 무너진 틈 속 안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

훌쩍훌쩍.

장벽이 지키려고 했던 연약한 자아가 그틈 사이로 보였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애써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려고 강한 척하고 고집부렸던 했던 어린아이의 모습이 드러났다.

저벅저벅.

(겁내지 마. 괜찮아.)

(!?)

스윽.

도경은 어린아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장벽 틈 사이로 내다보며 이내 울고 있는 아이를 다독이면서 틈 사이로 자신의 팔을 집어넣어 손을 내 뻗는다.

(괜찮으니까.)

(,..!)

주르륵.

수많은 머뭇거림에도 짜증 내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는 도경의 손.

그 따스한 온기가 서려 있는 손에 어린아이는 마지막의 눈물 한 방울을 흘리며 도경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덥석!

도경이 그토록 원했던 승낙이 떨어진 순간.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 것을 느끼며 현실 속에 있는 도경이 허공에 내뻗고 있던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꽉!

다시는 놓지 않을 것처럼 강하게 움켜쥔 손.

도경은 그 손안에 느껴지는 뜨거운 마음에 눈을 천천히 감았다. 승낙이 떨어진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도경은 자기 손을 잡아준 그들에게 자신이 준비한 풍경과 경치를 보여줄 준비를 하였다.

[나와 너는 지금 네버랜드에 가까워지고 있어.

너와 나는 지금 네버랜드에 가까워지고 있어.]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고 영원히 기억에 남을 순간인 [Neverland].

살아가려는 의지를 지닌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경치와 장소.

“후읍!”

그들이 가야 할 이상향은 도경이 피어 올린 조금은 거친 숨소리로부터 펼쳐진다.

파아앗.

---

끼이익.

아무도 없는 텅 빈 교회 안.

은은한 조명 이외에는 어둠침침한 공간 속에 낯선 불청객이 말없이 문을 열고 걸어들어왔다.

저벅저벅.

“.....”

털썩.

그 인물은 교회 가운데에 깔린 붉은색의 카펫을 밟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 큰 십자가가 잘 보이는 곳에 주저앉는다.

바닥에서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스윽.

은은한 조명 아래 드러나는 인물은 다름 아닌 김강운이었다.

항상 깔끔하고 흐트러지는 것을 보이지 않던 그가 아무도 없는 교회 안에서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후... 당신은 너무 잔인해.”

고개를 크게 들어 올려 큰 십자가를 바라보며 김강운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향해 말을 걸었다.

“나에게 형을 빼앗아 가고 노래할 재능과 증오를 줘놓고도 모자라 저런 걸 보여주다니... 대체.. 대체! 뭐하자는 건데!!!”

쩌렁쩌렁.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발걸음을 옮긴 교회.

그 안에서 김강운은 소리높여 울부짖으며 분노를 터트려 내었다.

“줄 거라면 제대로 주지 그랬어!? 죽을 때까지 노래를 증오할 수 있도록! 멍청하게 취급할 수 있도록 말이야! 어!? 대답해 보라고! 당신이 대체 원하는 게 뭐야!!!”

“......”

“하... 하하하!”

비참함.

김강운은 자신에 대한 말 못 할 비참함과 모멸감에 웃고 말았다.

‘그의 목소리를 빼앗는다고? 내가?’

김강운은 바로 이 장소에서 노래를 불렀던 도경을 떠올리며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너무나도 비통함과 울분으로 가득 차 있어 보는 이조차도 괴롭게 만드는 미소였다.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김강운은 자신은 도경의 목소리를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깨닫기보다는 뼈저리게 실감을 했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었다.

“비참해... 그런 노래가 세상에 있었다니...”

기계처럼 감정 없이 노래를 부르며 노래를 바보 취급하는 데에 김강운의 근간엔 자신이 원하면 모든 노래를 가져오고 부를 수 있다는 자신이 깔려있었는데 도경의 노래로 그의 근간은 무참하게 깨지도 만 것이다.

도경의 노래.

그것은 김강운 그 자신이 보고 느껴왔던 노래와는 전혀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다른 것이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영역의 것에서 영향을 미치는 노래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게 노래라고 할 수 있을까?’

동기화(Synchronization)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노래를 듣는 사람의 감정을 동기화(Synchro)시키는 능력.

그것이 김강운이 도경의 노래에서 밝혀낸 비밀이자 자신이 범접하지 못할 비밀의 영역이었다.

사람들과 같은 것을 생각하고 보고 느끼는 감각은 감정을 죽이기만 했던 자신으로선 도저히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 같은 놈은 절대 못 해.”

자신으로서 아예 손쓸 도리도 없는 것에 김강운은 서글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만큼 도경이 부른 노래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것이었다.

듣는 사람들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고 그들을 위한 음을 내기 위해 자기 자신을 부수고 음을 구현한다.

“절대로...”

음지에 사는 생물이 양지에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이미 마음을 저버리고 사람을 이해하려는 공감을 버린 자신에게는 그것은 불가능했다.

“너도 할 수 있단다.”

“누구!?”

뒤에서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음성에 화들짝 놀란 김강운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 불청객의 정체를 살피었다.

혹시나 도경이 자신의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볼까 하는 마음이어서였다.

스윽.

“놀라게 해서 미안하구나, 나다.”

“정진석 PD님?”

어두운 조명 아래에 모습을 드러낸 의외의 인물의 등장에 김강운은 의아한 시선을 던지고 말았다. 한창 제작진과 매기스 센터 사람들과 뒤풀이로 바쁠 사람이 이곳에 발걸음을 옮긴 연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

“여길 왜? 아니, 그나저나 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씀이시죠.”

“네가 못 할 거라는 노래 말이다.”

“노래요?”

“그래 박도경처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노래.”

“뭐라구요...!”

울컥.

갑작스럽게 나타나 신경에 뒤집는 정진석 PD의 말에 김강운이 표정관리도 잊고 그를 노려보았다. 방송 이미지고 뭐고 지금의 김강운은 그것을 고려할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다.

“당신마저도 잔소리입니까? 노래에 대한 문외한인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합니까?”

“그래... 나는 너와 도경이하고 비교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지.”

“지금이라도 아셔서 다행이네...”

“하지만 성숙한 사람으로선 너보다 낫다 자부한다.”

“...!?”

의외의 타이밍에 들어오는 정진석 PD의 말에 코웃음을 짓던 김강운은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음을 닫고 주변을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모르는 너보다야 사람들을 마주하고 시청자들의 정서를 이해하는 PD인 내가 한 수 위 아니겠니?”

“...그래서 어쩌라고요? 대단하시다고 칭송이라도 듣고 싶은 겁니까?”

“성장해라.”

“네?”

“지금처럼 비뚤어지게 말고 제대로 된 인간으로서 성장하란 말이다.”

움찔.

“다, 당신이 뭘 안다고?”

“모른다. 하지만 네가 틀린 건 안다.”

김강운은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고 말았다.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나서 자신을 향해 꾸짖는지 그의 행동의 연유를 알 수가 없었다.

“언제까지 갇혀서 혼자만 노래할 거냐?”

“윽...! 당신...!”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도대체 왜...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거야?’

단순하게 꾸짖는 게 아니었다.

김강운은 자신을 꾸짖는 정진석 PD의 목소리엔 진심이 서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단순한 분노가 아닌 자신을 우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꾸지람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영문을 알 수 없었고 그의 말은 더욱더 자신의 가슴을 헤집었다. 마치 도경의 노래처럼 말이다.

“이번 공연에서 진정 아무것도 느낀 게 없는 거냐?”

“시끄러...”

“도경이처럼 너도 다 같이 노래하고 싶지 않은 거냐? 네 녀석도 가수란 족속이잖냐.”

“시끄러워!!!!”

“.....”

결국, 김강운은 터져버렸다.

알 수 없는 상황 속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도저히 평상심을 유지할 수 없는 거였다.

헉헉.

“당신이 뭔데 나에 대해서 참견이야.”

“단순히 팬이다.”

“뭐?”

“오래전 불쌍한 꼬맹이의 노래를 듣고 홀린 멍청한 팬.”

“그게...”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김강운은 더 자세히 그것에 관해서 물어보려 했지만, 정진석 PD는 제대로 대답을 피하였다.

김강운과 그의 첫 만남은 정진석 PD 그에게 있어서도 그리 썩 좋은 추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됐다. 이 이상 말하면 꼰대스러우니까 그만하련다. 그래도 나는 할 만큼 했으니 나머지는 너에게 달린 거다 꼬맹아.”

“꼬맹아?”

“어른스럽지 못하게 갑자기 화내서 미안하다.”

휘익!

“!?”

자신을 꼬맹이라 부르는 정진석 PD를 황당한 표정으로 김강운은 그가 던진 물체에 깜짝 놀라 서둘러 받아내었다.

“이건?”

탁.

“너 단 거 좋아하잖냐. 그거 먹고 기운 내길 비마. 그럼...!”

“잠깐, 도대체...”

자신이 할 말만 하고 뒤돌아 가버리는 정진석 PD를 황망한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자신의 손안에 있는 물체를 바라본다.

부스럭.

“캐러멜?”

흰색 포장지에 감싸져 있는 정육면체의 갈색의 캐러멜에 김강운은 인상을 찌푸렸다. 캐러멜을 보면서 어디선가 낯설지 않은 기시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입을 멍하니 벌렸다.

“설마, 그때의...!”

---

매기스 센터 감동적인 공연을 펼친 이후.

라이브 원스팀들은 각자 마음과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조용하지만 바삐 강행군을 펼치며 마지막 버스킹 장소를 들리며 공연을 꾸몄고 그렇게 촬영을 끝마쳤다.

휘이이잉-!

그들은 그렇게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한다.

6일 후.

[JTVC 파일럿 예능 [라이브 원스] 오늘 오후 9시 30에 전격 공개.

채널 고정!!!]

버스킹 이후. 서로의 일상과 스케줄로 돌아간 지 꽤 시간이 흘러 6일이 지나갔고 어느새 그들의 다사다난했던 모습이 담긴 [라이브 원스]는 특별기획으로 빠른 방영을 앞두고 있었다.

“...!”

꿀꺽.

이 방송이 도경이 원하는 한방을 가져올지 도경뿐만 아니라 [라이브 원스]에 관련된 사람들 모두는 기대를 가지며 전원 본방사수하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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