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한주, 한 주가 지나가고 라이브 원스는 어느새 마지막 1편을 앞둔 3편을 방영하고 있었다.
[제목 그대로 인생 한 번 사는 내숭 제로(0) 예능 라이브 원스!]
[브로맨스? 그딴 거는 없다. 성깔 있는 천재 뮤지션들의 살얼음판 버스킹.]
[김강운의 팬들에게 스타그램 테러당한 박도경.]
[마지막 순간 시청률 제대로 터졌다! 순간 시청률 13%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역대 시청률 달성!]
[라이브 원스에 변동하는 음원 차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편과 노래를 통한 [라이브 원스]의 묘미를 확실하게 보여준 2편의 효과에 방송 시청률 13%를 뽑는 기염을 터트렸는데 이것은 단순히 도경과 김강운이 잘해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었다.
절묘한 편집과 연출을 통해서 프로그램의 재미있는 부분까지 시청자들을 이끌고 간 정진석 PD와 그의 사단이 만들어낸 기획력이 있었기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1편에서는 두 재능있는 뮤지션의 대립 관계와 갈등에 긴장과 자극을 주었고 2편에서는 영국 체스터의 특색있는 관광지를 여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마지막에 길거리 버스킹을 성황리에 마치며 즐거움과 웃음을 주었고, 지금 방영하는 3편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있는 매기스 센터라는 낯선 장소에 찾아가 특별한 인연을 만들며 슬프지만, 눈을 뗄 수 없는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주고 있었다.
스타 PD 정진석.
한편, 한편 시청자들이게 가져다주는 감정 코드들과 그것을 편집과 연출로 시청자들에게 풀어나가는 그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그가 왜 사람들에게 스타 PD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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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라고 이름 지은 이상향.
그것은 모두 네 손에 달렸어.]
“...!”
[나와 너는 지금 네버랜드에 가까워지고 있어.
너와 나는 지금 네버랜드에 가까워지고 있어.]
“.....”
어두침침한 작업실 방안에서 한 남자가 도경의 마지막 노래 [Finding Neverland]를 말없이 듣고 있었다. 도경의 노래가 끝나고 방송이 끝난 지 오래였지만 그는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이내 품속에 담배를 하나 꺼내 물어 불을 붙였다.
딸칵.
치이익.
“후우우.”
연기를 피워 올리는 담배를 천천히 깊게 몸 안으로 흡입하는 남자는 이내 새하얀 연기를 입 밖으로 뿜어내었다. 그 덕분일까? 조금 전의 충격이 가시는 것을 느낀 그는 원래의 냉정함을 되찾으며 자신을 놀라게 한 대상을 떠올렸다.
“박도경...”
담배를 태우며 조금 전의 도경의 노래를 떠올리고 인물은 바로 차현식 PD.
도경을 생각하는 그의 두 눈을 쉴새 없이 떨리고 있었다.
‘저 정도였나?’
놀라고 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곡을 한 번에 듣고 바로 기억하는 비상한 기억력, 어떤 상황도 자신의 흐름으로 만들어 나가는 무대 장악력. 그리고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그의 작곡 실력은 눈으로 바라본 차현식 PD는 경악하고 말았다.
“저런 노래를 저렇게 쉽게 뽑아내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
10분 채도 안 되어서 만들어진 도경의 [Finding Neverland].
그것은 너무나 완벽했다.
노래의 구성이 지닌 기승전결, 가사과 전달하는 메시지, 감미로운 멜로디가 절묘하게 한데 어울려서 자신만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지닌 곡이었다.
어디서 들어 본 듯한 흔한 노래가 아닌 유일하게 느껴지는 듯한 생명력을 품은 노래.
사람들은 그것을 명곡이라 부르는데 그런 명곡을 도경이 엿가락 뽑듯 손쉽게 뽑아내는 작곡 능력은 가히 비상식적인 것이었다.
“저런 거엔 재능이란 말을 쓰면 안 된다...”
재능이란 단어는 사람들에게 쓰이는 수식어지 저런 괴물에게 쓰여서도 저것이 재능으로 여겨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차현식 PD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괴물이 여럿 망치겠군...!”
이 판에 구르고 굴러먹은 먹은 자신조차 충격에 몸이 굳고 말았는데 일반적인 작곡가가 도경을 보면 얼마나 허탈할지 생각하면 고약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가? 덕분에 내기를 손 쉽게 이기겠군.’
도경의 내기를 떠올린 차현식 PD는 웃음 지었다.
김강운의 Snow lie가 도경의 One Step보다 좋았는데 근소한 차이여서 불안했었는데 도경이 새로 만든 [Finding Neverland] 덕분에 내기에 이기는 게 쉬워질 것 같았다.
[One Step]은 잊혀지고 [Finding Neverland]가 떠오를 테니 말이다.
“내기한 노래는 [One Step]이지. [Finding Neverland]가 아니니까 말이야. 쿠쿡! 제 살 파먹기 한 거나 마찬가지지. 실수한 거다 박도경.”
단순한 변덕으로 내기에서 자신이 작곡한 노래에 발목을 잡힌 도경을 보며 차현식 PD는 조소 지으며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내기의 향방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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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식 PD의 예상대로 도경이 라이브 원스에서 부른 노래 [Finding Neverland]는 폭발적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Finding Nev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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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아니, 지금은 그 이상일 수도 있는 시청률의 프로그램에서 단독으로 신곡이 발표된 것이나 다름없는 도경의 노래는 미친 반응을 끌어냈다.
성준이 컴백하고 낸 [약속]과 1위를 다투고 있었으니 말 다 한 것이었다. 그만큼 라이브 원스에서 노래를 불렀던 [Finding Neverland]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뒤흔들었다는 것이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박도경 천재다. 눈물 흘린 사람 조용히 손.]
┗[초치기는 싫은데... 저거 미리 준비한 곡 아닐까? 즉흥으로 만든 것 치고는 너무 완성도 높은거 아님?]
┗[에이 그래도 리얼을 중요시 여기는 정진석 PD인데 저 상황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하라고 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봄.]
┗[음... 그래도 저 말이 신빈성이 있는데 나 현직 작곡가인데 저건 진짜 말이 안 됨. 작곡가들이 삘 받아서 몇십 분만에 곡을 섰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건 보통 전체적인 멜로디 맥락만 나온 거지 박도경처럼 곡 구성이나 가사까지 완성된 결과물을 말하는 게 아님. 아마도 기존에 만들었던 곡을 어레인지 한 거겠지.]
┗[뭐래? 그건 너처럼 일반적인 쪼렙 작곡가들의 범주 아님? 박도경 저번에는 아현에서 러블리 애들 곡 만들어 준거 못 봤음? 우리 아이돌 혜자님은 너랑 급이 다름.]
┗[ㅆㅂ 말을 꼭 그리 정떨어지게 해야 함? 개 같네... 나도 아이돌 노래 작곡도 하고 했거든?]
┗[오 진짜? 혹시 어떤 곡 만들었는지 물어봐도 돼?]
┗[꺼져 ㅂㅅ아. 잘도 말해주겠다.]
┗[ㅋㅋㅋㅋㅋㅋ]
천재 작곡가의 면모는 아현 에서도 간혹 드러나긴 했지만, 편곡이 아닌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곡을 실시간으로 뚝딱 만드는 도경의 능력에 사람들은 감탄하면서 동시에 도경의 새로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항상 센 모습과 활발한 모습만 보이던 평소와 달리 매기스 센터 환자들을 위해서 진중하게 곡을 작곡하는 아티스트로서의 도경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Finding Neverland 노래 개 좋다. 마음 정화된다.]
┗[인성 빻은 애 노래 듣고 귀르가즘 느껴서 좋냐? 걸레 같은 귀네 ㅋㅋㅋㅋ]
┗[인성 빻은 놈이 환자들을 위해 저런 노래 만들 수 있을 거 같음? 그리고 솔직히 욕먹을 정도로 박도경이 뭐 잘못한 거 있냐? 음악견해 안 맞아서 나온 소리들인데 그럴 수도 있지. 방송 보니까 그 부분 이외에는 그냥 다들 조용하게 넘어 가더만. 대 뭐가 문제임?]
┗[ㅇㅇ. 트리니타스 빠들아 요즘 점점 심해지는 거 아니냐? 적당히 좀 하자. 너희들 이러면 이럴수록 너희가 좋아하는 아이돌한테 안 좋다.]
┗[아 네~. 이럴 줄 앎? 안 물었고 안 궁금하거든? 개 씹창 냄새나는 번데기 오크남들은 꺼지셈.]
┗[와... 삼시 세끼 걸레만 먹고 사나. 솔직히 난 김강운 노래 기억도 나지 않던데 뭐가 좋아서 저 정도로 빠는지 모르겠다.]
┗[뭐라 그랬냐? 지금 뒤지고 싶음?]
┗[뭐, 내가 틀린 말 했냐? 솔까 노래는 박도경이 잘하지.]
┗[이말 좌로 인정. 우로 인정. 앞구르기 인정. 인정 올리지 말고 인정 내려. 인정 안 해서 후회한다면 후회할 시간을 후회하는 각]
┗[ㅋㅋㅋㅋ. 미친 이거 뭔데?]
┗[급식체는 진화한다.]
트리니타스 팬들의 도경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에 놀랍게도 그를 지키기 위한 댓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보통 씩씩하고 마이페이스인 이미지와 스스로 알아서 승승장구하며 성공하는 도경의 뛰어난 능력 때문에 대중들은 도경을 굳이 지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방치(?)되는 도경이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알아서 지켜주고 있었다.
[솔직히 박도경에 대해 말이 많은데 난 인간적이라서 좋다.]
┗[ㅇㅇ. 나도 처음에는 거북스러웠는데 이젠 좋음.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타입 인듯.]
┗[맞음. 술집에서도 사람들하고 어깨동무하면서 노래 부르는 것도 그렇고 애들하고 뮤지컬 불러주는 것도 그렇고 저건 꾸미는 게 아니라 사람이 좋아야 나올 수 있는 것임.]
┗[난 우리 삼촌 보는 것 같아 너무 좋다. 삼촌 돌 가즈아!]
┗[ㅋㅋㅋㅋ 미친 삼촌 돌이래. 박도경 아직 20대 중반밖에 안 됐는데... 근데 위화감이 없는 게 함정이다 ㄲㄲ.]
┗[삼촌돌 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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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킥 삼촌돌이래 좋겠다.”
“삼촌입니다...!”
“삼쵼!”
“.....”
망부석처럼 팔짱을 낀 채로 눈을 질끈 감고, 입을 꾹 다물며 앉아있는 도경의 주변에 소녀들이 모여서 깔깔 웃음을 터트리며 그의 주변을 정신 사납게 하고 있었다.
깐족깐족.
“헤헤헤. 삼쵼 삼쵼 삼쵼~!”
“그만해라 하루야... 정신 사납다.”
도리도리.
“헤헤헤. 시른데, 시른데, 시른데? 나는 할 건데~?”
“...!”
빠지직.
하얀 눈을 맞이하는 강아지처럼 정신 줄을 놓고 도경의 주변을 정신 사납게 하는 일본인 멤버 하루는 도경의 말에 더욱더 자신의 비글미를 방출하는 데 여념이 없자 눈을 감고 있는 도경의 이마에 힘줄이 희미하게 튀어나왔다.
“하루야. 그만 하는게...”
그것을 발견한 하나가 눈치를 보며 자신의 친구인 하루를 말려보려 했지만 이미 목줄이 풀려 제어가 불가능한 비글의 현신은 자신의 흥을 자제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왜에? 재밌잖아. 하나야 너도 하자. 오늘 왜 이리 얌전해? 어디 컨디션 안 좋아?”
“아니, 그게...”
“재밌다니까 한번 해봐 삼추운~”
풀썩!
“에에!”
도경의 패딩을 붙잡고 그의 얼굴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고개를 도리질하는 하루의 행동에 하나는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경악성을 내고 있을 때 하루는 도경에게 장난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헤헤헤. 삼추운. 하루한테 용돈 주세요.”
힐깃.
“용돈...!?”
“네에. 용돈~용돈!”
용돈이란 말에 결국 감았던 눈을 뜬 도경은 자신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하루를 바라보았다.
심쿵사할 정도의 치명적인 귀여움을 발산하는 미소녀였지만 도경의 표정은 그야말로 질린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게 아까부터 밴 안에 자신을 정신병 걸리게 할 정도로 정신없게 만드는 지랄 견이라 불리는 비글처럼 멈추지 않고 장난을 쳐왔기 때문이다.
“그래 우리 하루한테 내가 용돈 줘야지.”
“진짜요?”
“그럼 자... 여깄다!”
딱!
“아악!”
정말 용돈을 주는 것처럼 품속에 손을 집어넣다가 기대하는 하루를 향해 딱밤을 부지불식간에 먹인 도경은 코웃음 치며 하루를 바라보았다.
“삼추운이 아니라 삼촌이다. 놀리기 전에 발음이나 똑바로 해라.”
“씨이...”
“뭐?”
“흥. 말 걸지 마요.”
“응 그래.”
“그렇게... 나온다 이거죠? 여러분 지금 도경 오빠가 제 이마를 지금 이렇게 때렸어요”
분한 표정을 짓던 하루가 밴 중간에 있던 멤버들이 인터넷 방송 S-Live를 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달려가 도경의 만행을 일렀다.
“야! 또 그걸 S-Live에 이르냐?”
“막 주먹으로 제 머리를...!”
“내가 언제?”
“내가 언제에~”
“이게”
딱!
“아악! 보셨죠! 여러분 이런다니까요? 작곡가라고 갑질한다니까요.”
“갑질? 이럴 때만 한국말이 청산유수네. 드림걸즈 팬분들 얘 한국말 못 한다는 거 컨셉입니다. 속으면 안 돼요.”
“오빠! 계속 없는 말 할거예요?”
“네가 먼저 시작했다.”
촬영되는 카메라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하루와 도경의 모습이 온라인 방송으로 퍼져나가고 그렇게 그 둘은 팬들에게 도경, 하루는 케미는 좋아란 뜻으로 [도하]란 타이틀을 얻게 되며 케미를 인정받게 된다.
“부럽다... 나도 쌈춘이라 할걸...!”
그런 자신의 친구와 도경을 부럽게 쳐다보는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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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도착했습니다. 기자들이 많으니 모두들 내리시기 전에 협찬 받은 옷들하고 물건들 상태확인하고 내리세요.”
“네에!”
“으아. 드디어 도착했구나. 다시는 내가 너희들하고 같은 밴 안 탄다.”
드림걸즈 매니저의 말에 도경은 화색을 지음과 동시에 드림걸즈 멤버들을 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왜요? 우린 재밌었는데”
“다음에도 같이 갈 일 있으면 이렇게 같이 가요.”
“맞아요. S앱 반응도 좋았고 다음에도 꼭!”
“됐고 얼른 내려.”
1시간 남짓. 탈곡기에 들어간 곡식 마냥 소녀들에게 탈탈 털렸던 도경은 학을 뗐지만 드림걸즈 소녀들은 그를 보며 웃음 짓는다. 덕분에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발산 덕분이다.
“응? 오빠 먼저 안 내려요?”
“오늘 나도 공항 의상 협찬받았잖아. 너희들한테 묻히기 싫다 먼저 내려.”
“헤헤헤. 우리가 좀 이쁘긴 합니다.”
“얼른 내리라고...”
“네에~. 아마 포토타임 가지느라 시간 걸 릴테니까 천천히 내려오세요.”
“그래그래. 어서 가봐.”
“넵!”
드르르륵.
“후... 지친다. 그냥 혼자 출발할걸.”
문을 열고 내려가는 밴에서 내리는 소녀들을 바라보다 도경은 10년 정도 늙은듯한 느낌에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상태를 천천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머리 OK. 옷도 어디 구겨진 거 없고, 협찬받은 팔찌도 괜찮고 문제는 없나?”
[N.net Asian Music Awards.]
통칭 (NAMA)에 연말공연을 위해 일주일간 베트남, 일본, 홍콩에 공연하며 녹화일정을 가진 도경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있어 다시 외국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이번에 연예인 처음으로 의상을 대여가 아닌 협찬을 받아서 지금 공항패션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그래도 협찬을 해준 건데 받은 만큼 값은 해줘야지.’
받은 만큼 하는 것이 도경의 신조였기에 평소 자신이 어떻게 보이든지 별 신경을 쓰지 않던 도경은 오랜만에 자신의 외형을 꾸미는 데 여념이 없었다.
슥슥.
“그래도 내가 옷발 하난 좋지...! 후후.”
“도경 씨. 드림이들 포토타임 끝났습니다. 내려와 주세요.”
“네! 갑니다!”
드르륵.
매니저의 신호와 함께 도경은 선글라스를 장착하고 어깨에 힘을 주고선 밴에서 멋있게 내렸다.
그리고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정면을 주시하며 속으로 각오를 외친다.
‘자, 마음껏 나를 찍어라!’
펑펑!
‘이것이 협찬! 이것이 풀 장착한 나 박도경이다!’
찰칵찰칵.
......
“응?”
밴에서 드림이들에게 삼촌이라 늙은이 취급받으며 1시간 동안 털려서 어딘가 맛이 간 도경은 상처 난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카메라의 빛을 갈구하였건만 상황이 무언가 이상한 것을 이내 감지하며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주변 상황을 살폈다.
분명 카메라 셔터음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나고 있긴 한데 카메라 플래시의 온기가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
“아. 지성준 씨 잠시만요.”
“아직 사진 못 찍었는데... 기다려 주세요!”
“지성준씨!”
차르르르르!
펑펑!
“.....”
스윽.
도경을 향해 반갑게 달려오는 인물은 다름 아닌 성준. 그를 찍기 위해 수많은 기자들이 그를 쫓으며 플래시 세례를 그의 등 뒤로 퍼부었고 등 뒤로 터져 나오는 그 빛은 마치 후광 같아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도경은 눈부심에 살짝 내렸던 선글라스를 다시 올렸다.
“형. [Finding Neverland] 잘 들었어! 진짜 노래 좋더라. 이번 NAMA에서 부를 예정이라며? 많이 기대 돼.”
“성준아...”
“응?”
“낄끼빠빠좀 하자. 지금 네가 정말 밉구나.”
“뭐!?”
“먼저 간다. 천.천.히 사진 찍고 와라.”
‘응? 왜 저러지?’
“형 같이 가!”
“꺼져, 다 필요 없어 꺼져!”
타다닥닥!
“!?”
자신이 부르자 전속력으로 공항 안으로 달려가는 도경을 보며 성준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뭐야...! 저, 형 왜 저래? 도대체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쪽팔림. 그것은 천하의 도경도 뛰게 만드는 것이다.
여담으로 이 상황은 [연예게꿀중계]에서 포착되며 도경의 웃픈 수치 짤로 커뮤니티 사이트를 돌며 많은 사람을 웃게 만든다.
휘이잉-!
도경의 첫 연말 행사 스타트는 그렇게 호조상태(?)로 첫 시작을 끊게 된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