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95화 (195/357)

195화

[비행기 안]

“아, 형 기분 풀 라니까...? ”

“알았어.”

“정말?”

“그럼. 대스타님께서 기분 풀라고 하는데 풀어야지요.”

“.......”

‘제대로 삐쳤네.’

도경의 말에 성준은 일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등 뒤로는 식은땀을 흘렸다. 도경의 뒤끝이 얼마나 긴지 그를 겪어본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부분이었기에 성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에는 되게 무신경하면서 이상한 곳에 뒤끝이 길단 말이야.’

오랜만에 강림한 뒤끝 대마왕 도경을 보며 성준은 속으로 혀를 내두르면서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그것이야말로 하수 중에 하수인 방법임을 아는 까닭이다.

“이럴 때는...!”

스윽.

도경의 뒤끝. 그것을 어떻게 풀지 성준은 잘 알고 있었다.

“혀엉~.”

성준은 자신이 두 손으로 도경의 어깨를 붙잡으며 손에 천천히 힘을 주어 주무르면서 부드럽게 마법의 단어를 꺼내기 시작한다.

“뭐야? 징그럽게?”

조물조물.

“헤헤헤. 제가 잘 나가도 아직 형님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나요?”

“크흠. 그건 그렇지... 우리 성준이가 다행히 초심을 잃지 않았구나.”

자신의 말에 금세 헤벌쭉하게 바뀌기는 도경을 바라보며 성준은 고소 지으면서도 그가 원하는 말을 들려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럼요. 저한테 미래의 대 스타가 되실 훌륭하신 스승님이 있지 않습니까.”

“후후후. 그거 누군지 몰라도 훌륭한 스승님이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푸흐흡.”

짜고 고스톱 치기, 엎드려 절 받는 것처럼 점점 가관으로 치닫는 아부였지만, 도경의 기분은 어느새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상승하는 중이었다.

저 이상한 웃음소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훗. 낙승이지. 오랜만에 점수나 따볼까?’

기분이 좋아진 도경을 보며 성준은 그가 이미 꿍해 있던 기분이 다 풀린 것을 알았지만, 도경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던 자신의 손을 멈추지 않았다.

꾸욱.

“여기 시원하죠 형?”

“음. 좀 더 아래.”

“여기요.”

“응 그쪽. 어우, 시원하다. 성준이 칭찬해.”

“영광입니다.”

“후후. 우리 성준이가 아부가 많이 늘었네.”

“진심인데 아부로 들리다니... 그만 말해야겠네요.”

“아니야. 해! 하고 싶은 건 해야지. 참으면 안 돼.”

“그렇죠?”

도경의 뒤끝을 아이 달래듯이 살살 녹여 내는 것도 넘어 온갖 아부로 그 이상의 것으로 취득하는 성준의 모습은 희대의 간신 그 자체였지만 성준의 표정에는 그 어떤 부끄럼 한 점 없었다.

[할 거면 제대로!]

누가 그 형의 그 동생 아니랄까 봐. 서로의 좌우명도 비슷한 의형제였다.

“후후후.”

“헤헤헤.”

성준은 그 스스로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점점 도경하고 비슷한 점이 많아지는 중이었다.

---

[Go High 팀원 시점]

“.....”

“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거 실화?”

“어.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네.”

“참나, 내가 목에 담 걸려서 안마 좀 해달라고 했을 땐 물파스만 던져넣고 피곤하다고 지방 들어가던 녀석이...!”

Go High 팀원들은 믿기 힘든 표정을 지으며 도경을 열심히 주무르고 있는 성준을 바라보며 쑥덕거렸다.

“예상은 했지만 저 정도일 줄이야.”

“경악스럽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 바뀌냐. 지금 제 팔에 소름 돋은 거 보여요?”

“여자한테 흥미가 없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나...”

“야! 큰일 날 소리 한다.”

“아니, 그래도 저건 좀 의심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건...”

생전 처음 보는 성준의 모습에 경악하고 있던 Go High 팀원들 혼란스러운 중이었다.

자신들이 보고 있는 성준이 그들이 알고 있는 성준이 맞나 싶은 연유에서였다. 여러 번 성준을 보며 확인하지만 보면 볼수록 혼란스러움만 가중되는 Go High 팀이었다.

‘저건 완전 개냥이 잖아...!’

“서운하다...”

끄덕.

항상 자신들 앞에서 우아함과 도도함을 잃지 않던 고양이가 개냥이가 되어서 애교를 피우는 모습에 이상한 기분이 드는 Go High팀이었다.

그리고 그건 그들만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해외에서까지 주목받는 Go High의 카리스마 지성준.

항상 쿨 하고 신비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던 성준이 웃음 지으며 도경을 대하는 모습에 몇몇이 비행기 안에서 눈빛을 빛내며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드림걸즈 시점]

“와... 지성준 선배님. 뭔가 이미지가 다르시다.”

“진짜로! 의외다. 보이는 이미지 보면 차가 울 줄 알았는데”

“언니들 그 소문 모르십니까?”

“응? 소문?”

“지성준 선배님께서 여자한테 흥미 없다는...!”

“에에-!”

“다연아, 진짜야!?”

“야, 무슨 헛소리야? 우리 성준 님께서 남자를 좋아할 리 없잖아. 그것도 도경 오빠를 말이야!”

다연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하나와 하루가 비명을 질렀고 나현은 얼굴을 붉히며 그 말을 부정했다.

Go High 팬클럽 GoGoGo! 1기 팬 회원 출신인 나현에겐 그것은 용납 못할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연은 그런 나현의 표정을 보며 장난기 서린 미소를 지었다.

“언니 그래도 말입니다. 지성준 선배가 저렇게 부드럽게 웃는 것 본 적 있으십니까? 그것도 저렇게 많이?”

“윽! 그, 그래도 아닐 거야. 그렇지 소희야! 너 성준님하고 친해서 잘 알잖아. 뭐라고 말 좀 해봐.”

“아, 그러고 보니...”

“응.응.응! 얼른 말해봐”

기내에서 틀어주는 영화를 보고 있던 소희는 자신의 귀에 꽂힌 이어폰을 뽑고 자신을 향해 간절히 무언가를 빌고 있는 나현을 바라보며 천천히 웃음 지었다.

씨익.

“성준이가 여자에 관해서 이야기한 걸 본 적이 없네. 의외로 뜬 소문이 아닐지도?”

“안돼!!! 아닐 거야! 난 못 들었어! 난 아무것도 안 들었어!”

“킥킥킥.”

찰칵찰칵.

(얘들아 너희들 덕분에 좋은 사진을 찍게 되었구나. 칭찬해.)

척!

(뭘요? 소희 언니. 나이스였습니다.)

(다연이 너도 굳 어시스트 였다.)

척척!

자신의 맏내 언니를 골리는데 한마음 한뜻인 드림걸즈는 서로를 향해 엄지를 들어 올려주며 웃음 짓는다.

[트리니타스]

으득.

“칫...! 저 녀석은 점점 더 재수 없어지는군.”

“하하하. 박도경에게 또 열폭하는 거냐? 보기 흉하네.”

“시끄러워.”

도경과 지성준을 보며 이를 갈고 있는 최승환을 향해 비웃음 짓고 있는 한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지간히 해라. 임꺽정으로 같이 작업해봐서 아는데 박도경. 네가 비빌 상대도 아니다.”

“뭐?”

“너랑 달리 쟤는 진짜배기라고. 나와 첫 만남이 좋지 않았는데도 내가 NG를 몇 번이나 내도 짜증하나 내지 않던 녀석이야. 아니 오히려 연기에 신경 써주는 녀석인데 저런 놈이 너를 신경이나 쓸 거 같아? 너 쟤한테 듣보잡이라고... 듣보잡.”

빠득.

한준우의 말에 최승환은 들끓는 분노에 이성이 끊기고 말았다.

가뜩이나 솟구쳐 오르는 짜증에 자존심 상해 죽겠는데 자심의 팀원에게 조롱당하며 듣보잡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멘탈이 나가고 만 것이다.

“병신. 당연히 내숭일 게 뻔하잖아. 연기자 출신인 새끼가 연기에 속냐? 아니, 혹시 너 저 새끼한테 흑심 가졌냐?”

“뭐라고?”

“아니. 박도경이 ‘게이’한테 그렇게 핫하다 하더라고. 저기 봐봐 지성준도 저렇게 홀딱 넘어갔잖아. 너도 그럴까 봐서 말이야.”

“이 새끼가... 너 뒤지고 싶냐?”

덥석.

“에헤이~. 아니면 말지 뭘 또 그렇게 정색해?”

“너어...!”

피식.

“왜? 여기서 맞짱 뜨게? 생각이 없나 보네 개(이)새끼들은?”

“이익!”

최승환의 말에 이번엔 한준우가 이성이 끊기고 말았다. 이 수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자신의 비밀을 꺼내는 그의 경솔함과 도발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려 최승환을 향해 휘두르려 했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이룰 수 없었다.

“그만.”

우뚝.

최승환과 한준우 사이에 일촉측발의 상황을 말리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여왔기 때문이다.

“지금 무대를 앞두고 제정신 들이야?”

“칫.”

“강운아...”

김강운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묘한 살벌한 눈빛에 최승환은 짜증이 난 표정을 한준우는 어쩔 줄 모른 표정을 지었다.

‘짜증나...’

힐끗.

저 둘의 행태를 보니 김강운은 자꾸만 자신의 기분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둘 다 적당히 해. 우리가 족보도 없고 서로를 안 좋아해도 지켜줄 건 지켜주기로 했잖아. 특히 최승환 너 조심 안 해? 사람 많은 곳에서 멤버 비밀을 꺼내다니 제정신이야? 그럼 우리가 여기서 네가 저번에 아랫도리 아무 데나 놀려서 성병 걸린 썰 풀어도 되겠네?”

“그, 그건...!”

“그게 싫으면 그냥 닥치고 가.”

“윽...!”

자신의 말에 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최승환과 자신이 자기편을 들어줬다고 생각하는지 좋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한준우를 보면서 김강운은 솟구치는 짜증에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 개판이야.’

한쪽은 여색을 밝히는 양아치에 한쪽은 자신을 끈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게이다.

김강운 스스로 말 한 대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그룹 [트리니타스]는 개판이나 다름없었다.

[진흙탕에서도 꽃은 핀다.]

“꽃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피식.

공항에서 헤어지기 전에 자신에게 던진 정진석 PD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김강운은 쓴 미소를 지었다.

“하아...”

“......”

‘뭐야 저 새끼 요즘 왜 저래? 뭐 잘못 먹었나?’

‘요즘 강운이가 상태가 이상하네? 뭐, 저건 저것대로 나쁘지 않지만. 후후.’

쓴 미소라도 평소에 짓지 않던 미소와 김강운의 한숨 소리.

단순한 한숨과 미소일 뿐이지만 두 사람은 김강운에게서 짙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

NAMA [베트남 미딩 내셔널 스타디움]

베트남에서 도착하고 이번에 무대를 참석할 출연진들이 레드카펫의 일정을 맞춘 다음 날. 그들 모두가 한 장소에 모여서 땀을 흘리며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와와!”

그리고 이곳에서 한 사람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자리에 남아 모두의 리허설 무대를 보며 지칠 줄 모른 상태로 신나서 방방 뛰고 있었다.

띠리링.

[부우- 사랑이 아니라고 말을 하지 마.

설레고 있는 너의 심장 소리가 들려.]

“심장 소리가 들려!”

쿵쿵!

[와이 돈츄 노우?

이렇게 너만 바라보는 데 내 맘을 몰라.

심장이 터져버려]

“터져!!”

빠빰!

[모두에게 행복의 주문을 걸까.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키득키득

깜찍한 걸 그룹의 노래, 짐승돌 남 그룹의 노래, 인디밴드의 노래 등등 지금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 그 무엇 하나 가리지 않고 무대 아래서 춤과 노래를 따라부르는 한 남자의 존재로 인해 공연장은 제작진들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방해만 안 되면 관람해도 된다고 했지만... 저건 좀...”

“킥킥. 왜요? 재밌는데? 히야. 진짜 춤 잘 추네요. 보는 애들 무대 족족 다 따라 하네요.”

“안 창피한가? 리허설 무대 하는 애들이 더 뻘줌 해 하네.”

“창피는커녕 지금 백댄서들하고 같이 춤까지 따라 추는걸요? 어 근데 저거 지성준 아니에요? 쟤는 저기 나와 저러고 있데요?”

“아까 전에 와서 박도경에게 춤 배우고 있더라. 기가 막혀서...!”

“진짜 소문대로 둘이 친한가 보네요. 사이 좋아 보이네요.”

무대를 관리하는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도경과 성준을 주변을 구경하고 있는 스태프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보기 좋긴 한데 쟤들 치우긴 해야겠다. 스태프들이 저 둘을 구경하느라 일에 집중을 못 하네”

“하하하. 그러게요. 쟤들은 또 언제 왔대?”

“감독님!!!”

“!?”

타다닥.

감독의 푸념에 그를 돋고 있던 조 연출이 웃음 짓고 있을 때 한 스태프가 황급하게 그 둘을 향해 숨 가삐 달려오며 손을 흔들며 다급히 무언가를 전해왔다.

“큰일 났습니다! 감독님. 써틴(13)하고 레볼루션 애들한테 사고가 터졌답니다. 매니저들에게 상황 들어보니까 아마 무대를 못 하게 될 것...”

벌떡.

“그게 무슨 소리야? 걔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멀쩡 했잖아?”

“그게...”

스태프가 전해오는 사건 전말을 듣던 무대감독의 표정이 점점 굳다 못해 얼굴이 시뻘게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미친 새끼들이!!!”

크게 울려 퍼진 그의 노성에 현장에 있던 스태프와 리허설 무대를 하고 있던 팀들은 하던 행동을 잠시 멈추며 무슨 일인지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눈치 상 지금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이곳에서 발생한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뭐야? 무슨 일이 생겼나?”

끄덕

“그런가 본데? 저분 예전에 뵌 적 있는데 되게 성격 좋으신 분인데 저 정도로 욕한 정도면 뭔가 큰일이 터지긴 했나 봐.”

“흐음...”

성준의 말을 듣던 도경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시뻘게진 얼굴로 욕설을 내뱉고 있는 무대감독을 바라보았다.

“뭔가 냄새가 나는데?”

“응? 뭐가”

“기회의 냄새가...!”

“?”

알 수 없는 말을 남기며 도경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