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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97화 (197/357)

197화

[미딩 내셔널 스타디움]

무대 뒤편 누군가는 기회를 잃고 누군가는 기회를 얻은 작은 헤프닝이 지나가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베트남 하노이에서 NAMA 첫 무대가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와아아아-!

텅 비었던 수많은 객석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자신들의 스타들을 보기 위해 베트남 현지인과 들과 외국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다양한 응원 도구들을 손에 들며 환호성들을 내고 있었다.

[지금부터 2017년 한 해를 맞이할 N.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 NAMA 첫 스타트를 끊도록 할까요?]

[네! 첫 무대부터 합동공연! 그것도 정말 화려하기 그지없는 라인업이네요.]

[그렇습니다. 저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이번 NAMA에서 평소 아쉬웠던 부분들을 이 갈며 준비를 했다고 하는 소문이 있던데 그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오늘 베트남 팬분들이 좋아하시겠는데요?]

[네. 한국에서도 이런 조합은 보기 힘들죠. 요즘 이분들 때문에 한국 가요계가 계속 뒤집히고 있습니다.]

진행을 맡고 있던 MC들이 뜸을 들이며 하는 이야기에 모두가 기대감에 눈빛을 빛내었는데 합동공연이라고 MC들이 말한 만큼 자신들의 원하는 스타가 나올까 봐 각자들 서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첫 번째 무대를 꾸며줄 분들은...!]

[네, 그분들은!?]

“...!”

[지성준 X 김강운 X 박도경의 합동 콜라보 일명 레전더리 입니다!]

“!!?”

투웅-!

첫 무대 출연진의 발표와 동시에 스타디움의 불이 모두 꺼지고 무대 위로 3개의 조명의 빛줄기가 떨어져 내리고 무대 좌우 끝에서 등장해 무대 가운데에 비친 조명 쪽으로 걸어가는 지성준과 김강운 두 남자의 모습이 큰 스크린 화면으로 잡혔다.

꺄아아아아!

[지성준] X [김강운]

한류를 이끄는 두 대형 하이틴 스타의 콜라보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소녀팬들이 경악 어린 표정을 짓다가 이내 환희에 물들어 하늘이 무너지듯 미친 듯이 소리 지른다.

후비적후비적!

“뭘 저리도 좋아하냐? 저 녀석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말이야.”

피식.

비명과도 같은 시끄러운 함성에 어디선가 몸을 숨기고 있던 도경은 귀를 후비적거리면서 투덜거리지만, 그의 입가에선 미소가 새어 나온다.

“흐음~.”

두근두근두근.

이곳에 모여있는 약 2만 명의 관객.

저 환호성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꽂힐 때의 기분을 떠올린 도경의 심장은 그가 조절할 새도 없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고 있었다.

와아아아-!

---

[상황중계실]

“좋아! PD님 반응 좋습니다. 아니 대박입니다!”

“뭘, 그리 호들갑을 떠냐.”

“아니 그럼 호들갑을 떨죠. 이 상황에서 안 떨면 그게 사람입니까?”

씨익.

“하하하!”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안색이 죽을둥 살둥인 표정을 지었던 [NAMA] PD와 그를 보조하고 있던 조 연출 두 사람의 얼굴은 환히 피다 못해 함박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책임한 아이돌의 대형사고에 무대가 펑크 날 뻔한 지옥의 구렁텅이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뻔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하게 나타나 들어온 구원투수로 인해 전화위복의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와아아-!

해외 그것도 아시아에서 유명한 [Go High]의 카리스마 지성준과 [트리니타스]의 신성 김강운.

이 두 사람의 콜라보는 25분의 공백의 땜방을 메꾸는 것이 그치지 않고 [NAMA] 스페셜 무대에 역대급이 될 것이 분명 하였다.

이것은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 채 굴러들어온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진짜 보고도 믿기지 않네요. 설마 저 두 사람이 함께 무대를 가지다니 말이에요.”

조 연출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달달한 노래를 부르며 무대 가운데로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한 폭의 그림 속에 등장할 것 같은 두 미소년들의 모습은 남자인 그라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박도경의 힘이지.”

끄덕.

“진짜 절이라도 한 번 해야 할 것 같다니까요.”

“아서라 걔라면 진짜 절 받을 거다?”

“하하하. 그렇겠죠?”

두 사람은 이 감사한 상황을 만들어준 도경을 떠올리며 유쾌함을 느끼며 웃음 지었는데 그중 무대를 주시하고 있던 [NAMA] PD는 도경에게 고마운 마음과 도경에 대한 감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런 조건이 없다고?)

(네. 애초에 그런 생각도 없었고요. 난 또 갑자기 부르길래 무슨 말 하나 싶었더니만 이런 이야기였어요?)

(아니,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엔...)

(됐어요! 재밌는 무대를 만든 것만 해도 충분해요. 그럼 이야기는 다 끝난 거죠? 애들하고 무대 수정해야 할 이야기 나눌 게 있었어요.)

(으응...)

(그럼 가보겠습니다.)

연예계든 방송가든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잘 아는 [NAMA] PD에게 있어 도경의 존재는 오랜만에 받아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누구도 하기 힘든 지성준과 김강운을 섭외했으면서도 그것에 대한 생색이라던가 재는 행동은 일절 없이 오로지 공연만을 생각하며 무대를 만들어온 도경에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물건이었지.’

돌발상황이 다름없는 상황 속.

많이 준비할 시간이 없음에도 급조된 팀으로 말도 안 되는 무대를 만들어온 도경이란 존재도 놀라웠지만 정말로 감탄한 부분은 이해득실을 초월하며 재밌는 무대를 준비한 것에 순순히 만족하는 도경의 인간적인 면모에 있었다.

‘반짝였지.’

위험과 손해를 피하고 자신의 이득과 성공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사람들만 봐왔던 PD에게 있어 도경의 그런 행동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빛이나 보였다.

“그리고 부끄러웠지.”

“네?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뭐가 부끄러워요?”

피식.

“신경 꺼. 슬슬 집중해라 주역이 나올 시간이니까.”

“뭐람”

투덜거리는 조연출을 보며 [NAMA] PD는 웃음 지으며 앞에 있는 무대를 향해 눈빛에 힘을 주며 주역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리프트 스탠바이! 내가 신호하면 천천히 올려보네]

[네!]

‘재밌는 무대를 만드는 건 내 일이란 말이다.’

도경의 반짝이는 빛.

그 빛은 세상에 찌들어 있던 한 중년남성의 가슴에 잊었던 열정과 열의를 떠올리게 해주는 소중한 빛이었다.

---

꺄아아아-!

스타디움은 여성들의 행복한 비명으로 가득 차 울리 우고 있었다.

지성준과 김강운의 두 미소년의 듀엣 그리고 첫 번째 무대의 스타트를 끊은 듀엣곡 덕분이었다.

그와 동시에 성준과 김강운은 필사적인 인내를 펼치며 프로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잘 자란 말은 괜찮아.

그래도 자냐고 묻는 말은 안돼.

넘어와 Boy~.

이리와 Girl~.]

[Line(선)]

남녀의 미묘한 썸을 타는 선의 기준을 표현한 노래 [Line].

원래라면 남녀가 함께 불러야 할 달달한 듀엣곡을 동성인 두 남자가 미묘하게 얼굴을 붉히며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 부르기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야...’

‘굴욕적이군...!’

부끄러움으로 수치사 할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지금 만큼은 성준과 김강운은 같은 감정과 기분을 맛보고 있었는데 그 둘의 머릿속엔 이 노래를 부르게 한 장본인에 대한 원망으로 정신이 없었다.

(이 노래가 뭐가 어때서? 이거 100% 먹힌다니까?)

(아니... 형 그래도 다른 노래로 많은데 하필 이걸 왜 해...!?)

(저도 이번만큼은 지성준 씨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것들이 팬 서비스 정신이 없네. 그러니까 너희들이 나보다 매력이 없는 거야. 어쭈 납득이 안가는 표정이다? 그럼 내기해? 누가 이 노래로 여자들의 환호성을 많이 이끄는지? 내가 지면 너희들 형이라 불러준다. 뭐, 그런 일은 없겠지만.)

울컥!

(형 왜 이래? 나 지성준이야?)

(하죠.)

초등학생도 넘어오질 않을 단순한 도발.

그런데 이 단순한 도발을 도경이 하면 이상하게도 계속해서 걸리게 되는 두 사람이었다.

힐끔.

꺄아아아-!

성준과 김강운은 얼굴을 붉히는 가운데 자신들을 향해 비명을 지르는 소녀들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긴다.’

‘안 봐도 뻔한 결과군.’

그 둘은 자신했다.

이 내기의 승리는 자신들이라고 말이다.

“바보 같은 녀석들...!”

키득키득.

“세상은 얼굴로 헤쳐가기엔 만만한 게 아니란다.”

그 둘의 감정을 읽지 않아도 무엇을 생각하는지 뻔히 알 거 같은 도경은 그 둘을 향해 웃음 지었다.

다들 주변에서 한류스타다, 차세대 완성형 아이돌이라며 그 녀석들을 떠받들어주지만, 자신이 보기엔 그 둘은 아직 노래 이외에는 병아리나 다름없었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보여주마”

씨익.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던 도경의 입가에 음흉한 웃음이 떠오른다.

철컹!

끼 리릭!

도경을 실은 리프트가 천천히 소음을 일으키며 도경을 무대 위로 보내기 시작했다.

---

[우리 둘 사이에는 남모르게 그어진 선 같은 게 있나 봐요.

친구란 하기엔 더 가까운 선.

우리는 그 선 위에 서 있나 봐요.]

두근.

“!?”

성준과 김강운이 노래를 부르며 무대 중앙에 비치는 빛 원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할 때. 그 두 사람의 사이에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끼어들어 스타디움에 노랫소리를 울려 퍼트렸다.

스으윽.

바닥에 은은하게 깔려 드라이아이스 연기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도경.

큰 스크린 속에 시원하게 활짝 웃고 있는 도경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그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누구지?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그러게 낯익은데 누구지?”

“아 맞다! 아현 MC다!”

“아 그러네! 아현 MC네!!? 그러고 보니 가수라 했었지? 이번에 활동하려나 보네”

해외의 인지도가 약한 도경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의아한 표정이 대부분이었지만 한류의 문물을 열성적으로 받아들이는 팬들 중 몇몇은 도경을 알아보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뭔가 저질러 주려나?’

[카일 박도경]

도경이란 존재를 아는 베트남 현지 팬들은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출연하는 족족 무언가를 저질러준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현지 팬의 부흥에 도경은 실망을 안기지 않았다.

씨익.

[넘어와 Boy~]

덥석

[이리와 Girl]

리허설에는 없던 진한 스킨십.

달달하고 감미로웠던 노래는 어느새 끈적한 노래로 변해가기 시작했고 그와 비례해 여자 관객들의 함성은 사람이 아닌 짐승이 낼 벗한 소리로 열광하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고막이 터질 것 같은 함성 소리에 성준과 김강운은 난색을 보이는 가운데 둘은 능글맞게 웃음 짓고 있는 도경을 발견했다.

울컥.

‘당했다...!’

‘더러운 수를...!’

빠드득.

상상도 못 한 도경의 더러운 술수에 분한 표정을 지으며 성준과 김강운은 마지못해 노래를 이어가며 힘겹게 첫 노래를 마쳤다.

4분짜리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지쳐보 이는 성준과 김강운. 하지만 도경은 이들에게 쉴 시간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늘 제대로 쥐어 짜주마.’

스윽.

인트로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무대를 달려봐야 할 때. 도경은 손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려 손가락을 가볍게 튕긴다.

“딱!”

투캉!

파파파팟!

쿵쿵!

도경의 손가락을 튕긴 신호에 맞춰 모든 조명 빛들이 터지듯 무대를 화려하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짜릿한데!’

마치 이적을 부린듯한 현상에 도경은 자신의 기분이 고조되는 것을 만끽하며 자신의 앞을 바라보며 깨알같이 모여있는 2만이라는 관객을 바라보았다.

쿵쾅쿵쾅!

2만 명.

저들 모두가 자신을 보러 온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오랜만에 수많은 사람의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에 도경의 심장은 터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빠르게 돌입하였다.

부르르!

고양된 기분에 흥분상태에 빠진 도경은 몸속 안에서 솟구치는 열기에 뇌가 녹을 것 같은 희열감에 온 전신을 떨었다.

이 상태가 되면 그 누구도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도경은 잘 알고 있었다.

‘위험해. 위험하잖아?’

불끈.

계속해서 끓어오르는 열기.

‘어쩌지?’

힐끔힐끔

이 열기는 발산할지 아니면 제어하고 감정을 다듬어서 노래를 부를지 도경은 성준과 김강운. 그리고 자신의 앞에 펼쳐진 2 만명의 관객을 보며 갈등을 했지만

“에이씨 될 대로 대라지! 너희들이 알아서 따라와! 나 먼저 간다!”

“?”

타다닥!

쿵쿵쿵!

그 말을 끝으로 시작함과 동시에 도경은 무대 앞으로 달려나가고 그가 달리는 동시에 열정적인 비트가 스타디움을 가득 채워 터져 나온다.

‘뭐야 저 형 왜 저래!?’

‘엉망진창이야...!’

휘익.

마치 기관차가 폭주하는 듯한 도경의 모습에 성준과 김강운은 투덜거렸지만, 그 둘의 몸은 도경의 열기에 이끌리듯 반응하더니 그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Camp Rock- [This is me]

뒤를 생각하지 않는 전력 질주.

도경, 지성준, 김강운 세 사람은 25분이란 제한 된 시간 속에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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