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198화 (198/357)

198화

뒤를 생각하지 않는 도경의 전력 질주.

그 거세고 뜨거운 폭주는 그야말로 광란을 낳고 있었다.

[GO Go Go! High!

높이 올라가!]

뭐라고?

높이 올라가!!!]

쿵쿵쿵!

[가자! 뛰어-!]

빵!

와아아아아!

[뛰어! 뛰어! 뛰어!]

쿵쿵쿵!

여성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던 스타디움은 어느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드높게 소리 질렀고 스탠딩석에 있던 사람들은 도경의 구령에 맞춰 발돋움 제자리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우아아아!”

마치 이 무대가 마지막인 것처럼 불 싸지르는 도경의 열기에 사람들은 미쳐가고 있었다.

“이건...!”

이 모든 상황을 화면에 담고 있던 [NAMA] PD는 입가에 물고 있던 펜을 자신도 모르게 떨어트렸다.

--

한국.

[오매. 뒷사람은 생각 안 하냐? 미쳤다....]

┗[ㅇㅇ. 개지림. NAMA 욕만 먹더니 제정신 차린 듯. 저 라인업을 어떻게 만들었대?]

┗[저거 들리는 소문으로는 NAMA쪽이 아니라 박도경이 만든 거라는데?]

┗[말이 되냐? 김강운하고 박도경 사이 안 좋은 거 모름?]

┗[ㄴㄴ. 방송계에 영원한 적은 없음. 대박만 터지면 원수도 친구가 되는 판이 저쪽 판임.]

시간은 지나 NAMA 위크 [베트남],[일본],[홍콩] 공연은 성황리에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TV로 방영되었는데 평소 화려한 출연진에 비해 형평성과 난잡한 화면 연출에 욕이란 욕은 다 먹던 NAMA는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었다.

[이번 NAMA는 지성준,박도경,김강운 이렇게 삼인방이 캐리했다.]

┗[ㅇㅈ 돌았음. 노래 잘한다 잘한다 했는데 진짜 개 잘하더라.]

┗[저 정도면 그룹 차려야 하는 거 아니냐? 미친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밴드면 밴드 어떻게 저렇게 다 해 처먹는지 저 정도면 국보급이다.]

┗[진짜로 그런 말들이 팬들 사이에서도 오고 가서 의견이 분분하다고 함]

┗[ㅋㅋㅋㅋ 박도경하고 김강운 극적으로 화평정책 들어가나?]

도경&성준&김강운의 콜라보 [레전더리].

베트남에서 급조되었던 팀 레전더리는 베트남에서 끝이 난 것이 아니라 나머지 일본과 홍콩에서까지 공연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것은 뜨거운 화제를 이끌었다.

[NAMA 역대 레전드 무대]

[한국의 자랑스러운 아티스트 삼총사.]

[빛나는 재능의 화합과 하모니.]

[이득 관계를 넘어서 아름다운 결과물 레전더리]

[아시아의 보석.]

연예계 매스컴에서까지 뜨겁게 다루고 있던 레전더리의 활약과 그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단순히 스펙만 뛰어난 사람들끼리 모인 오합지졸의 드림팀이었다면 이 정도의 화제는 되지 못했을 거지만 도경, 지성준, 김강운이 함께한 [레전더리]는 단순히 드림팀이 아니었다.

수십 수백 번의 호흡을 맞춘 것처럼 온전히 한팀으로 움직이며 서로의 한계를 쥐어짜며 그 이상의 무대를 보여줬던 불세출의 팀. 그것이 [레전더리]가 보여준 가치였다.

[트리니타스] 팬카페.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 우리 강운이랑 박도경 케미 너무 좋은 듯. 나만 그렇게 생각함? 지금 내 핸폰에 움짤하고 스샷으로 도배 중. 저 강퇴당하나요?]

┗[할 말 없음. 단짠도 아니고 지성준이랑 서 있으면 그림이 되고 박도경하고 서 있으면 짜증 나는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됨.]

┗[맞아 맞아. 도경하고 있을 때 우리 강운이가 미세하게 표정이 풍부해짐.]

레전더리의 등장에 트리니타스의 팬카페는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도경에게 악의를 품고 있던 소녀팬들의 마음이 지금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분 정신 차리세요! 그 박도경임. 우리 강운이 그렇게 괴롭힌 박도경이라고요.]

┗[아니... 솔직히 그렇게 괴롭힌 건 없지 않나요? 그 정도면 좀 안 맞아서 나온 트러블 같은 정도던데 게다가 라이브 원스 마지막에 듀엣으로 잘 마무리 하기고 했고 그렇게 나빴던 것 같지 않던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박도경은 별로지만 박도경 만나고 나서부터 우리 강운이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돼서 좋더라고요. 음, 쉽게 비유하면 개똥도 쓸모가 있다는]

┗[개똥도 쓸모가 있데 ㅋㅋㅋ 진짜 비유 딱인 듯요. 박도경 아니었으면 강운이 저런 표정 못 봤을걸요?]

┗[솔직히 저는 싸우기보다 친하게 지냈으면 해요. 솔직히 말하면 박도경하고 싸우면 득보다 실이 많잖아요. 박도경 요즘 아이돌 애들한테 작곡가로 넘사벽 클라스인데 굳이 척을 질 필요가...]

┗[ㅇㅈ. 솔직히 이젠 악플 다는 것도 지쳐요. 악플 달아봐서 아는데 솔직히 깔 게 별로 없음. 능력은 깔 게 없고 지가 지닌 단점들을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존재라 막상 까도 별 효과도 없고 애매하더라고요.]

┗[ㅇㅇ 이거 진짜! 까면 깔수록 그렇게 나쁜 놈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됨. 지성준부터 시작해 무명 아이돌 띄어주기도 하고 이번 NAMA 레전더리도 다른 아이돌이 사고치고 펑크낸 무대 땜방 해 준거라 함.]

┗[진짜요?]

도경을 숙적으로 여겼던 트리니타스의 팬들의 마음은 어느새 도경에게 호의적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솔직히 도경과 함께한 김강운의 새로운 모습은 팬들에게 있어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NAMA에서 저렇게까지 뜨거운 김강운의 모습을 처음 본 그들에게 있어 도경은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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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발견 상] -NAMA

[베스트 디지털 싱글 앨범상] -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 -기혼차트

[올해 최고 신인 작곡가상] -기혼차트

[예능 부문 대상] & [예능 부문 프로그램 대상] -TBN 어워드

드르륵

“우어어...!”

가히 종횡무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각종 시상식과 행사에 엄청난 활약과 성과를 걷고 있는 도경은 모두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스타 반열 오르고 있었지만, 현재의 도경은 그저 곡소리를 낼 뿐이었다.

12월을 돌입하고 본격적인 시상과 연말 스케줄이 잡혔던 30일이라는 기간 동안 도경은 한쉬도 쉬지 못하고 눈코 뜰 새 없이 정신없는 스케줄을 소화하였기 때문이다.

철퍼덕!

“지... 지친다...!”

자신을 부르는 각종 이벤트와 행사, 그리고 수많은 시상식에서 도경은 자기 몸을 불사르듯이 활약하며 모든 일정을 차질없이 성황리에 마쳤지만 그만큼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러야 했는데 강철 체력으로 유명한 도경이 지금 파김치가 되어 밴 안에서 쓰러진 것이 그 대가였다.

“[NAMA], [TBN 10 어워드], [기혼 차트], [한국대중음악상]... 대체 뭔 놈의 좁은 나라에서 이렇게나 시상식이 많은지 질린다 질려...!”

“그래도 공중파 방송은 안 나가지 않습니까. 다른 분들은 이것보다 더합니다.”

“그래! 그러니까 미친 거라니까? 어떻게 하루 일과가 어떻게 차 안에서 시작해 차 안으로 끝나냐고?”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드림이들은 괜찮은지 걱정이 되는군요.”

“원래라면 내 매니저가 내가 아니라 드림걸즈 애들을 걱정하는 거에 짜증을 내야겠지만 나도 소희가 걱정되기는 하니까 넘어가도록 할게. 전에 만나러 대기실에 갔는데 다들 바닥에 너부러져서 뻗어있더라 그 모습이 어찌나 찡하던지...”

연예계에 가수가 아닌 요상한 쪽으로 한발을 먼저 걸쳤던 도경은 요 30일간 남짓 ‘행사의 꽃’ 가수라는 직업을 체험하면서 가수와 아이돌이란 직종이 연예계에서 3D 업종이라는 것을 제대로 체험하였다.

‘이러니 쉽게 망가질 수밖에 없지.’

새벽에 일어나 메이크업을 받고 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해 리허설과 무한정 대기 그리고 짧은 무대를 마치면 바로 다음 방송 스케줄의 공연을 하기 위해 또다시 지겨운 밴안에 몸을 싣고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그것도 한둘이 아닌 열 대명이 넘는 그룹 단위로 말이다.

이런 불규칙하고 스트레스로 가득한 생활을 어린 나이에 이어나가니 그룹 불화라던가 이상한 짓거리로 물의를 일으키는 애들이 생산되는 것은 어찌 보면 절대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진짜 애들한테 잘 대해줘야겠어.”

“...!”

“웬일이 십니까? 그렇게 상냥한 말을 하다니 바쁜 스케줄에 드디어 정신이 나가신 겁니까?”

피식.

“아니, 짐작은 했지 진짜 이 정도로일 줄은 몰랐거든. 이런 생활 솔직히 어린 애들이 견디기 힘든 거잖아? 내가 보기엔 못 견뎌서 망가져도 문제고, 익숙해지는 것도 문제인 생활이야.”

끄덕

“오래 못할 생활이라는 건 동의합니다.”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휴식과 일상생활이 없는 아이돌들을 생활을 직접 겪어본 도경은 그들을 가련한 시선으로 보게 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스트레스로 따져보면 이세계보다 복잡한 이쪽이 더욱 심할지도...’

[아이돌]

인기를 얻지 못하면 목소리를 죽이고 수동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존재 아이돌.

한창 좋을 때인 젊고 어린 나이에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 잘생기고 이쁜 아이들이 사람이 아니라 상품이 되어 평가받고 비교당하며 소모품이 된 것 같은 상황 속에 대중들에게 잊힐까 매일 부담감과 불안감을 지니며 살아간다.

자신이 마모되는 것을 견디며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야 하는 존재. 그것이 도경이 한 달간 느꼈던 아이돌이라는 존재였다.

“도경님 준비하십시오.”

“응?”

“방송국에 도착했습니다.”

“아, 그래...?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네.”

“네. 오늘 차가 덜 막혀서요.”

잠깐 사색에 잠겨 있던 자신을 일깨우는 목소리에 도경은 고개를 들어 올려 창문에 걸쳐진 커튼을 젖히고 밖을 살피었다.

찰칵찰칵!

와아아-!

“...!”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차 안에서 내리는 스타들을 반기는 환호성과 붉은색의 레드카펫을 바라보고 있던 도경은 잡념을 떨쳐내기 위해 자신의 뺨을 가볍게 두 손으로 두드리며 기합성을 내었다.

짝!

“좋아! 마지막 힘차게 가보실까!?”

드르르륵-!

도경은 피곤한 상황 속에서도 활기를 머금은 웃음 지으며 밴 문고리를 잡아 시원하게 열어 재끼며 차에서 내려 레드카펫에 발을 올렸다.

“...!?”

“박도경 맞지?”

“박도경 맞는데... 분위기가 다른데?”

“시상식이라 그런가?”

수군수군.

도경이 벤 안에서 내리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리젠트 머리로 깔끔하게 머리를 넘기고 맵시 있는 턱시도를 입은 상태로 날카로운 눈매를 띄운 도경에게 평소와 다른 온도 차에 도경이 낯설게 느껴진 까닭이다.

“......”

피식.

평소 활동적이고 뜨겁게 열정적인 모습에서 차분하고 세련된 고상한 분위기를 띄우는 자신의 모습에 모두가 당황하고 있는 것을 본 도경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휘익휘익!

“하하하! 무게 좀 잡아봤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도경입니다. 이쁘게들 찍어주세요.”

“깜짝이야...! 난 또 갑자기 이미지 체인지 하는 줄 알았네.”

“하하하! 그 도경이잖아. 그럴 리 없잖아.”

찰칵찰칵!

‘사장님 오늘도 무게 잡는 건 그른 거 같네요.’

시상식만큼은 제대로 무게 잡아보자 소속사에서 준비했던 컨셉이지만 도경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에 서둘러 가면을 벗었다.

“뭐, 입 다물고 폼 재면서 시크해 보인다고 스타가 되는 건 아니니까.”

기껏해서 준비한 것들이 무너졌지만 도경은 아까워하지 않았다.

스타(STAR)

언제 어디서든 빛을 발산하는 존재.

도경이 생각하는 스타는 보이는 컨셉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 그 어떤 모습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존재감을 지닌 자였다.

‘그게 바로 이 몸이고 말이야.’

씨익.

뚜벅뚜벅.

자신감이 가득 찬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레드카펫을 걷는 도경의 모습이 일순간 커 보이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밧!

찰칵찰칵!

12월 31일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에 열리는 [KBN 연기대상식]. 수많은 스타가 모여있는 장소에 도경이란 별이 걸어 들어간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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