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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02화 (202/357)

202화

달그락.

“싫다고...!?”

씨익.

자신의 글라스 잔을 테이블에 무겁게 내려놓은 차현식 PD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비릿한 웃음을 보이며 도경을 바라보였다. 입가는 미소를 띠고 있지만 매섭게 가늘어지는 그의 두 눈이 차현식 PD가 느끼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잘 알려주고 있었다.

“너무 다급한 결정 아닌가? 뭔가 원하는 게 더 있다면...!”

“아니? 여기에서 더 줄 게 있다고?”

“원한다면...”

“아저씨 못 들었어?”

움찔.

“음?”

“싫다고...!”

“......이해할 수가 없군.”

자신의 이야기를 마저 듣지 않고 즉답하는 도경에 차현식 PD의 미소가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자신의 예상 뒤엎은 도경의 존재에 그가 지녔던 여유와 확신이 무너져 내린 한편.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도경의 답변에 어이가 없기도 하였다.

‘객기인가? 지금 경제 상황도 꽤 부담될 텐데?’

조사한 바로 소극장을 무리하게 매입한 도경의 빚은 35억. 물론 35억이야 도경의 능력 정도면 못 갚은 액수도 아니기에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소시민이었던 20대 중반의 청년에게 억 소리 나는 빚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자명한 일.

상식적으로 이런 좋은 조건의 계약을 걷어찬 도경의 생각이 이해가 가지 않는 차현식 PD였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이득분배, 네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계약서다. 지금 이걸 걷어찬다고?”

“어. 그런데?”

“하...”

소속사가 한 명의 연예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한다는 것은 연예인 입장에서는 누구나 꿈꾸는 상황. 그것에 더해서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조약들까지 넣었건만 도경은 별다른 고민 없이 그것을 거절한 것이었다.

“도대체 뭐 때문이냐? 소속사와의 의리? 아니면 알량한 윤리의식? 솔직히 이 계약은 유례없는 파격적인 계약이나 다름없다. 소속사에 나오면서 생길 위약금도 네가 진 빚도 갚아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부와 명예 그리고 여자까지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2년간 제공해주겠다는 거다. 이런 꿈같은 계약조건을 걷어찬다고?”

“에이. 그런 거야 내가 다 잘 알아서 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인걸?”

“멍청하긴 얻으라는 게 아니라 누리라는 거다.”

“누리라고?”

“그래. 박도경 너는 그럴 자격이 있지 않으냐.”

“자격?”

“그래 자격...! 누구도 비교할 수 없는 실력과 재능을 지닌 너다. 그 정도의 능력을 갖추면서 케이블 예능과 소극장에 능력을 썩히다니 그건 그야말로 죄악이다. 능력을 펼치고 싶지 않은 건가? 이 좁은 나라를 벗어나 세계까지 말이야.”

“세계라...”

“그래 세계! 매스컴으로 거품으로 만들어진 가짜 스타가 아니라 세계조차 인정하는 톱스타. 나는 네가 그런 스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수상소감에 네가 말하지 않았나? 모두의 별이 되겠다고 말이야. 나는 네가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

“박도경 나와 함께 하자...!”

스윽!

세계를 논하는 차현식 PD는 도경을 향해 손을 내뻗으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널 최고로 만들어주겠다. 그리고 네가 가진 욕망을 이루어 주겠다. 그것이 어떤 것이라도 말이야.”

“내 욕망을 다 들어주겠다? 그 어떤 일이라도?”

“아아. 네가 걷어 들이는 대가에 상응한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들어주지. 거슬리는 놈은 쥐죽은 듯이 치워주고, [ED] 소속사 안에 있는 여자는 네 침실에 데려다주마. 물론 밖의 있는 여자도 원한다면 공급하지.”

“와우! 어마 무시 한소리를 하시네.”

“흥! 어설픈 내숭 집어치워라. 너도 이 판이 어떤 판인지 알 텐데? 뜨기 위해서라면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용납이 되는 세계가 이곳이지. 그리고 나는 이런 세계를 싫어하지 않아. 힘과 능력만 있으면 낙원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박도경 너도 나와 함께 한다면 그런 낙원을 누릴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아... 낙원...!”

“그래! 박도경 너의 욕망에 솔직해져라. 나와 함께 하는 거다.”

“풋!”

“...!?”

들썩들썩!

본능만이 존재하는 비틀린 욕망을 부추기는 차현식 PD 손짓의 도경은 고개를 잠깐 숙이더니 어깨를 들썩이더니 이내 큰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푸하하하하!”

“...”

“뭐냐. 그 반응은?”

도경의 갑작스러운 폭소에 차현식 PD의 얼굴에 노기가 천천히 서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진지한 제안을 조소하는 도경의 태도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도경의 말에 그의 가면이 금이 가고 말았다.

“뗏!”

“뗏...?”

“그래 뗏! 어디서 못돼쳐먹은 것만 배워서 말이야...! 그렇게 살면 안 돼~!”

발끈!

“너...! 이 새끼가!!!”

휙!

쨍그랑!

차현식 PD가 도경의 머리 위로 브랜디가 담긴 글라스가 벽에 부딪혀 산산이 조각나며 술과 유리 파편이 허공으로 흩날렸다.

후드득!

핏-!

주륵.

갈색의 액체가 도경의 머리를 뒤덮으며 적셨고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도경의 볼에 작은 생채기를 냈지만, 도경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할짝.

“이거 소독할 필요도 없겠네. 고맙다고 해야 하나?”

“미친 새끼...”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르는 브랜디와 피를 손으로 쓸어 담으며 술을 맛보는 대범한 모습을 보이는 도경의 모습에 차현식 PD는 결국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하하하! 이 업계에서 미친놈이면 칭찬 아닌가?”

“미친 짓을 할 거면 상대를 보고 해라. 지금 네가 착각하는 게 있는데 내기에 진 것은 너고 여기서 갑은 네가 아니라 나란 말이다. 호의에 자신의 위치를 착각하면 곤란해...”

“흐음 그래? 만약 내가 내기에 발뺌하면 어쩌려고?”

“그런 경우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내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셔요? 왜 막 여기서 뭐, 덩치들이 급습한다거나 하는 거야? 나, 오늘 산이나 바다에 가는 거야?”

“못할 건 없지.”

“헤에. 재밌겠는데? 한 번 해보지그래?”

“......”

‘도대체 무슨 베짱인 거지?’

도경의 반응에 차현식 PD는 도경을 노려보면서도 속으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도경의 성장배경과 재무조사 등 뒷조사를 이미 진작에 끝마쳤던 차현식 PD는 도경의 저 배짱의 근원이 도무지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도경 그만 허세 부려라. 너의 집안이 평범한 집안이라는 것도, 네가 이번에 소극장을 사면서 많은 빚을 진 것도 알고 있다. 무엇보다 너를 지켜 줄 뒷 배경도 없다는 것도 잘 알고 말이다. 결론은 넌 뛰어난 재주를 빼면 내겐 애송이나 마찬가지라는 거다. 정말로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를 네 녀석 주변을 망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거다. 그것을 원하나?”

피식.

“아주 대단한 사람 납셨네. 아주 무서워서 오금이 저릴 정도야. 하긴 그 대단한 차현식 PD니까 말이야. 그래도 말이야 나도 꽤 만만치 않은 사람이란 건 알아둬야지.”

“호오 대체 뭘 믿는 거지?”

“꼭 너만 뒷 수작을 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단 말이지. 자 이제부터 조금 재밌어 질 거야.”

도경은 자신의 품속에 스마트폰을 꺼내 웃음 짓자 차현식 PD 또한 그런 도경을 보며 실소를 흘리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게 도경이 무엇을 믿는 것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뭔가 했더니 녹음을 믿는 거였나? 이곳은 말이다...”

피식.

“에이. 급이 있는데 설마 그런 초보적이게 할까?”

“?”

“차현식 50세. 고향은 전라북도 전주시 경기고등학교에 나와 서울대 미학과 출신에 가족은 어머니와 연년생 형이 있지만 둘 다 27년 전에 떠나보냈네...?

도경은 피식 웃으며 무언가를 읽어나가는 소리에 차현식 PD의 실소가 어느새 사라졌다. 도경이 읽고 있는 내용들이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뚝.

“너...!”

“왜? 뒷조사는 당신의 전유물이 아닌데 뭘 놀래? 그나저나 하는 짓들이 하나같이 음흉한 것들밖에 없네? 대필로 작곡해준 작곡가들 공갈·협박하고 연습생들 받아서 그걸로 스폰 성 상납에 난교 파티에... 심지어는 약물까지 손대셨어요? 이야, 진짜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았잖아. 당신?”

“...꽤나 자세히도 알아왔군. 헌데...”

저 스마트폰에 무엇이 적혀있는지 모르지만, 은밀하게 움직인 자신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적혀있다는 것을 깨달은 차현식 PD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서늘한 눈초리로 도경을 응시하였다.

‘삼키기 전에 제대로 가시를 빼놔야겠어.’

베짱을 넘어서 조금은 자신에게 위험한 독을 품고 있는 사냥물을 보며 차현식 PD는 냉소 지으며 도경을 향해

“그것 가지고 협박할 생각이라면 잘못 건드린 거다. 박도경. 오히려 그게 네 목줄을 조이는 위험한 행동이 될 거란 생각은 안 해본 건가? 그 정도 조사해도 나를 어떻게 하지 못 할 거다. 너는 모르겠지만 내 뒤에는 상상도 못 한...”

“아아... [에덴]! 말이지?”

벌떡!

“그걸 어떻게!?”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 놀란 차현식 PD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도경을 보았다. 설마 그의 입에서 저 단어가 튀어나올지 꿈에도 상상을 못 했기 때문이다.

“통칭. [에덴] 대한민국에 있는 [통천하],[신일교],[진리교] 같은 대형 사이비 종교들을 문어발식으로 운영하는 종교모임. 뛰어난 사업수단으로 각종 분야에 뻗어 나가 있으며 철저한 세뇌를 바탕으로 능력제 위주로 나누어 철저한 등급제로 이루진 교단 [에덴]. 그리고 ED 엔터테인먼트는 평범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사실은 [에덴]의 자금과 인맥 그리고 더 나아가 향락을 위해 지어진 고급 사창가 같은 곳이지. 어때 놀랍지 않아?”

“후... 정말 믿을 수 없군. 어떻게 그 사실들을 안 거지?”

“음 우연히?”

“그걸 믿을 거라 생각하나? [에덴]을 우연히 알았다고? 게다가 에덴과 우리 [ED] 엔터테인먼트의 관계까지?”

“후후후! 진짠데 말이야. 그래도 역시 당신은 내 말을 믿진 않겠지?”

“당연.”

‘내기 따위가 문제가 아니야. 저 정보를 어디서 구했는지 어떻게든 알아내야 한다!’

이제는 도경과 했던 내기라던가, 그를 스카웃을 해 파멸시킨 계획이라던가 이제는 뭐가 되었든 상관없다는 차현식 PD였다.

도경이 [에덴]이라는 단어를 꺼낸 이상 그에겐 미래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정말 심각한 문제인가 봐? 당신조차도 표정관리가 전혀 안 되네?”

끄덕.

“그래. 네 말대로 심각한 문제지. 네 녀석이나 내 자신의 안위에 아주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위험하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스윽.

“이곳에 무사하게 여길 나갈 거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다.”

꾸욱!

탁자 위의 벨을 지그시 누르는 차현식 PD.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도경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진하게 떠올랐다.

씨익.

“참, 인연이란 게 신기해.”

“...?”

“살면서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마주하고 그 예상치 못한 인연은 우연의 사건을 만들어내거든. K 스타와 김강인. [JY] 엔터테인먼트와 정용환, [ED] 엔터테인먼트와 김강운 그리고 당신과 나.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힌 인연 이야...”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도경의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차현식 PD는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도경은 그저 자신의 앞에 있는 차현식 PD를 보면서 실소를 지을 뿐이었다.

“말해줘도 이해하지 못할 거니까 그냥 내 말이나 들어.”

“.......”

그에게 설명하기엔 너무나 우연에 우연이 겹쳤기에 말해주어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 뻔했고 굳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도경은 그저 자신의 할 말만을 이어나갔다.

“사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나도 예상 못 했어. 내기의 결과도 감당할 수 있는 거라면 응할 생각도 있었거든.”

“그래? 그렇다면 왜 내 제의를 거절한 거지? 아니, 왜 일을 이렇게 심각하게 만든 거지?”

“으음. 겸사겸사 랄까?”

“겸사겸사?”

우연에 이제는 겸사겸사란 말을 꺼내는 도경이 인제 와서는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는 차현식 PD였다. 좀 있으면 그에게 닥칠 일이 무엇인지 안다면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썩어빠진 오만한 작곡가를 이 몸의 실력으로 콧대를 눌러줄 생각밖에 없었어. 그런데 이 작곡가가 재밌는 녀석을 가수로 내세운 거야.”

꿈틀.

“김강운을 말하는 건가?”

“그래 강운이. 그 녀석이 노래하는 걸 보니 내가 배경이 궁금해져서 말이야. 내 사업 파트너에게 녀석의 뒷 조사를 부탁했단 말이야? 그런데 웬걸? 상상도 못 한 것들이 발견되면서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지더라고.”

“사업 파트너? 상상도 못한 전개?”

“응. 기대하는 게 좋을걸?”

“하...!”

분명 도경이 꺼내는 말들은 모두 의미심장한 것들이 분명했지만, 너무나 일방적인 도경의 대화법에 차현식 PD는 자신의 머릿속만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숨을 고르며 평정심을 되찾았다.

어차피 뒤에 있을 결과는 도경의 불행한 결말로 정해져 있었기에 차현식 PD는 도경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정말 네 맥락 없는 개소리에 지치기만 하는군. 그것도 재주야. 여기에 내가 부른 손님이 온 다음에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 그런 다음에도 그렇게 개소리를 지껄인다면 너를 인정해주마.”

“미안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네가 그런 것처럼 나도 손님을 불렀거든.”

“뭐?”

피식.

“당신 정말로 내가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온 거라 생각해?”

똑똑똑...!

오싹.

의미심장한 도경의 말과 동시에 문밖에 울려 퍼지는 가벼운 노크 소리.

자신이 부른 손님은 절대 노크할 일이 없었기에 차현식 PD는 불길함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침착한 마음을 유지하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해 보았다.

“혹시 경찰을 불렀나?”

“아니. 미안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무서운 사람이야.”

‘대체 뭘 믿는 거지? 이곳에 조직원 수만...’

끼이이익!

“!?”

차현식은 도경이 데려온 손님이 누구일지 떠올려 보지만 이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내를 보면서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인상을 띈 남자가 룸 안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며 걸어들어왔는데 그가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나도 강렬하였기 때문이다.

“...!”

저벅저벅.

“안녕하십니까.”

“그, 그쪽은...!?”

“나는 [R&M(러쉬앤 머니)] 대표 김강인이라 합니다.”

“R&M?”

딱 봐도 고급스러운 브랜드의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은 복색에 룸 안에 들어온 사내의 사회적 지위의 위치가 높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차현식 PD는 그것보다는 다른 것을 눈여겨 보는 중이었다.

“자기소개는 이쯤 되었고 본론부터 들어가도록 할까?”

“......!”

흘깃.

뚝 뚝 뚝...!

김강인 손에서 떨어지는 붉은 물방울을 바라본 차현식 PD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었다.

꿀꺽.

‘이자... 위험하다!’

“그래 그쪽이...!”

“어...”

“내가 찾고 있던 [에덴] 관계자라고?”

번쩍!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차현식 PD와 거리를 좁히는 김강인의 두 눈에 살기와 광기가 들끓기 시작하더니 철천지원수처럼 그를 바라보았고 어느새 룸 안은 숨쉬기 힘든 공기로 가득 채워졌다.

“차현식 PD.”

“아...?”

“새해 복 많이 받아. 그리고 새해부터는 다신 안 봤으면 좋겠네.”

“!!?”

“자, 잠깐...!”

“됐어. 빌 생각 하지 마. 남에게서 약점을 잡아 타락시키고 주변까지 절망으로 빠트리는 것을 즐기던 최악의 인간에게 기회를 줄 만큼 나는 호인이 아니니까 말이야. 당신에겐 용서도, 기회도 사치일 뿐이야. 그럼...!”

철컥!

“아, 안돼!!!”

새해 인사를 하며 뒤돌아 가는 도경을 차현식 PD는 어떻게든 잡아보려 했지만, 도경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매정한 말을 남기며 문을 닫고 자리를 떠나갔다.

“으아아악!”

도경이 떠난 자리.

얼마 지나지 않아 차현식 PD의 비명소리가 가득 복도 밖으로 울려 퍼져 나온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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