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2년 전
[빌리지 언더그라운드]
뉴욕 맨해튼에 있는 라이브 바.
뉴욕다운 뉴욕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면 이곳을 가라고 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는 가게에서 한 밴드가 공연을 앞두고 자기들끼리 숙덕거리고 있었다.
“리아! 저기 좀 봐. 저 특이한 동양인 또 왔다.”
“아, 그러네.”
“기타 케이스를 보니까 우리와 같은 뮤지션인거 같은데 여기서 공연을 하고 싶은 걸까?”
“글세...?”
힐끔.
3일 전부터 라이브 바에 출몰하는 동양인.
다양한 인종이 있는 나라인 만큼 동양인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이곳에 오기엔 약간 누추한 복색과 그가 지니고 다니는 갈색의 기타 케이스는 상당히 눈에 뛰었기 때문에 리아와 그녀의 밴드 동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뭐 하는 사람일까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뮤지션이라고 하기엔 너무 의욕 없어 보이지 않아? 온종일 맥주 하나만 시켜서 노래만 듣고 가던데 반응도 별로고 뮤지션은 아닌 거 같아.”
“헤에~”
“응?”
“리아 너 저런 취향이었어? 상당히 자세히 봤네. 브라이언이 보면 많이 질투하겠는걸?”
“뭐래? 너 그런 말 걔한테 하기만 해봐.”
“꺄하하.”
“응 무슨 말? 뭐하는데 그리 재밌어 보여?”
꺄악!
두 여성이 한 동양인을 두고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잠시 자리를 비웠던 브라이언이 양반이 못 되는지 절묘한 타이밍에 그 둘의 사이에 껴들었다.
“브라이언!? 깜짝 놀랐잖아? 인기척이라도 내라고?”
“하하하. 미안 너희가 재밌게 노는 모습이 보이길래 장난 걸고 싶어져서 말이야. 도대체 뭘 보고 있었던 거야...? 아아...! 저 동양인?”
화내는 자신의 동료가 화내는 모습에 피식 웃으며 그는 두 소녀들이 시선을 보냈던 곳으로 고개를 돌리다 그녀들이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알았다.
“저 녀석 오늘도 왔잖아?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지? 꽤 거슬리네?”
“그치 은근히 눈에 띄지? 내가 보기엔 우리와 같은 뮤지션 같던데 말이야 아마 저 사람 여기서 공연하고 싶어서 살피고 있는 거 아닐까? 왜 그런말 있잖아? 아시아인들은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고 말이야.”
“뭐? 뮤지션? 하하하 그럴 리 없잖아. 저렇게 존재감 없는 녀석이 뮤지션은 무슨...”
“그럼 넌 뭐라고 생각하는데?”
“뭐, 몰골을 보니까 노숙자 같은데? 기타 케이스도 사실은 구걸 용도로 쓰고 말이야.”
훨친한 미남인 브라이언은 그녀의 말에 동양인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리며 태연하게 비하 발언을 내뱉기 시작했다. 엘리트 출신에 전형적인 백인 우월주의를 지닌 그에게 누추해 보이는 동양인의 존재는 거슬렀기 때문이다.
‘더러운 칭챙...! 요즘 들어 자주들 보이는군.’
자신의 애인인 리아가 동양인을 보며 웃었던 것을 기억하기에 브라이언의 시선에는 그 동양인에 대한 적의가 품어져 있었다.
“에에-. 조금 너무한 발언 인걸?”
“하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여튼 나는 뮤지션은 아니라고 봐. 아티스트는 딱 봐도 태가 나는 법이거든 바로 나처럼 말이야.”
“브라이언 항상 느끼는 거지만 너는 너무 재수 없는 것 같아. 대체 천사 같은 리아가 왜 너랑 사귀는지 모르겠다니까. 이렇게나 성격이 다른데 말이야.”
“으응? 거기서 왜 내 얘기가 나와?”
“그도 그럴 게 주변에서 항상 궁금해하는걸? 성격도 스타일도 다른 너희 둘이 커플이 된 게 말이야.”
화끈.
“그게...”
“그거야!”
“!?”
밴드 내에서 베이스를 맡고있는 올리비아의 짓궂은 눈빛에 리아는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하는 가운데 무언가를 말하려 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어깨를 끌어당기는 강한 손길에 말을 마저 꺼내지 못했다.
휙.
“사랑의 힘이지!”
“꺅. 브라이언! 뭐 하는 거야? 올리비아가 보잖아.”
“보라지?”
“으악! 닭살들...”
“하하하!”
오글거리는 브라이언 애정행각에 올리비아는 고개를 덜리며 칠색 팔색했고 브라이언은 그 모습을 즐기면서 웃음을 터트린다.
“애들아 슬슬 대기 연습실 비워졌다. 이제 가서 연습하자.”
“마이클!”
모두가 화기애애한 와중 한 듬직해 보이는 흑인이 그들 사이에 들어와 멤버들을
“오늘 디스트레스트 레이블 A&R이 오늘 우리 보러 온단 말이야 시시덕거릴 때가 아닌 거 잘 알지?”
“네네. 어련하실까요. 그래도 이러면서 릴렉스 하는 거잖아. 마이클 너는 너무 인간미가 없다니까?”
“그럼 네가 매니저랑 총무를 하던가. 나도 드럼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이크크! 그런 큰일 날 소리.”
피식.
“하하하”
“깔깔.”
2남 2녀로 구성된 밴드 [이카루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탄탄한 구성과 서로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지닌 멤버들의 조화는 팀의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표정에선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도 긴장감이 서려 있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들의 실력과 멤버들을 믿는 것이었다.
“그럼-! 계약을 위해 가볼까?”
“오우!”
--
1시간 뒤.
“하하하. 좋습니다. 그럼 당장 회사 가서 계약서를 쓰도록 할까요? 늦어서 사람을 별로 없겠지만 기분은 나아질 겁니다. 힘든 선택을 한 만큼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 드리죠.”
“아...!”
비싼 슈트와 색이 입혀진 선글라스를 착용한 유능해 보이는 중년인이 자신의 손바닥을 짝 소리 나게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카로스 팀원들이 엉거주춤 그를 따라 일어섰는데 이상한 건 계약이 성사되었음에도 그들의 표정이 그리 썩 밝지 않았다.
“먼저 나가서 기다리도록 하죠. 서로들 이야기 나눌 게 있으실 테니 말이에요.”
씨익.
절로 호감이 가는 미소를 지으며 라이브 바를 벗어나는 중년인의 뒷모습을 보며 멤버들은 고개를 돌려 자신들과 달리 자리에 앉아 어두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리아를 바라봤다.
“......”
“미안. 리아...!”
“리아. 어쩔 수가 없어. 너 우리 집 사정 알지? 티는 내지 않았지만, 이번 계약이 안 됐다면 나는 ...”
“하하하. 괜찮아 애들아 리아도 이해해 줄 거야. 그리고 당장 계약은 안 됐지만 덱스씨 말처럼 매니저 형태로 리아가 우리와 함께하다 보면 기회가 있을...”
벌떡
짝.
“나쁜 새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팀의 리더이자 분위기 메이커로서 팀의 분위기를 수습하려던 브라이언은 예상치 못한 따귀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리아를 바라보았다.
“윽, 리아 너?”
“브라이언 진심으로 너에게 실망 했어. 내가 너를 잘 못 본 게 분명해. 내가 저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한마디의 반박도 없이 계약을 진행 시킬 수 있어?”
“그건...!”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훌륭하게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이카루스 밴드 팀은 그들이 고대하는 레이블사와 계약을 맺게 되었는데 문제는 디스트레스트에서 원하는 인재는 이카루스 멤버 전원인 4명이 아니라 3명뿐이라는 것이었다.
(키보드를 맡은 여성분은 귀엽긴 하지만 팀 멤버 이미지와 맞지 않게 수수하네요. 게다가 키보드면 별로 밴드에 비중도 중요하지도 않고 말이에요. 노래 스타일을 들어보니 굳이 키보드가 있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던데요?)
아티스트의 발굴, 계약과 육성을 진행해 나가고 그 아티스트에게 맞는 노래와 음반의 제작을 전체적으로 지휘하는 A&R의 말에 팀 이카루스는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계약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힘든 조건 하나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리아 씨는 이카루스 밴드의 색과 안 맞습니다. 강하고 성숙해 보이는 분위기인 브라이언, 마이클, 올리비아 씨와 달리 귀엽고 어려 보이는 리아 씨는 솔직히 겉돌아요. 성격도 숫기없고 쑥스러움도 많이 타는 것 같고 말이에요. 나중에 묻혀서 별다른 존재감 없이 사라질 게 예상되네요. 아! 차라리 매니저 형태로 계약을 맺으시면 어떨까요? 키보드를 다루는 만큼 음악적인 소양은 있다는 건데 매니저를 하면서 나중에 프로듀서로서 나가는게...!)
현실은 항상 그렇다. 아무리 자신감 넘치는 밴드들이라고 하더라도 현실의 장벽은 높았다.
모두가 다 같이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 경우는 하늘의 별 따기란 것이었다.
이카루스 팀원은 수많은 밴드가 으레 거쳐 갔던 통과의례인 성공을 위할 것이냐? 동료를 위할 것이냐는 대답의 갈림길에 서 있었고 그 대답은 너무나 빠르게 결정이 났다.
그것도 팀의 리더이자 리아의 애인인 브라이언에게서 말이다.
(하하하. 어쩔 수 없죠. 저희도 현실을 모르는 애송이는 아닌걸요? 밴드 브레이커로 악명은 높지만 수많은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성공시킨 덱스 씨가 말한다면 틀림은 없는 거겠죠. 게다가 매니저 겸 프로듀서라... 리아한테도 나쁜 건 아니니까 그녀도 이해해 줄 거고요.)
(......!)
브라이언과 덱스 두 사람의 순식간에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고 멋대로 계약을 진행 시키는 것을 바라보면서 리아는 충격과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리아는 마지막으로 브라이언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브라이언과 오랜 시간 동안 사귀었던 그녀는 엘리트 출신인 그가 지닌 성공에 대한 열의를 잘 알고 있었기에 마지막으로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브라이언 잘 선택해. 나야? 너의 성공이야?”
“리아... 나는...!”
머뭇거리며 힘겹게 내뱉은 브라이언의 대답을 들은 리아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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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쓰레기 같은 놈...!”
탁!!!
“나를 택했다고 내가 정말로 계약을 하지 말라고 했을 리 없잖아. 오랫동안 사귄 애인 마음도 그렇게 모르나? 나쁜 새끼...”
자신의 안경을 테이블에 두고 머리를 풀어헤친 리아는 오랫동안 함께 해온 애인과 밴드에게 받은 실연과 배신의 아픔을 술로써 달래고 있는 중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애인도 평생을 함께할 거라 했던 동료를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여기 버번 한 잔만 더 줘요.”
“어이 아가씨. 마음은 알지만, 이 이상 먹다가는 위험다고?”
“상관없잖아요. 어서 한잔 더 주세요.”
“아니...”
‘기껏 생각해서 얘기해줬건만...’
신경질 내는 리아의 말에 바텐더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가녀린 여성이 독한 버번을 스트레이트로 여러 잔 들이키는 모습에 몇몇 하이에나 같은 남자들이 눈빛을 빛내기에 말해줬던 것인데 사람 마음도 모르고 술을 찾는 그녀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
탁!
“이게 마지막 잔이야.”
“네에~!”
“뭐, 괜찮지 않아? 하심? 먹고 싶다는데 줘.”
“뭐라고?”
어느새 상당히 맛이 간 그녀의 반응에 흑인 바텐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때. 의외의 음성이 그의 귓가에 들려와 고개를 돌리어 음성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 음성의 주인은 리아와 그의 동료들이 눈여겨본 동양인의 남자였다.
“도경! 네 일 아니라고 멋대로 얘기하지 말아 줄래? 저기, 발정 난 하이에나 새끼들 안 보여? 뻔히 뒤의 상황이 보이는데 어떻게 가만히 둬?”
“하하하. 그럼 내가 보디가드 역할을 맡아 줄까나?”
“뭐? 너... 설마?”
“에이 하심 너 지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나 그런 최저한의 남자는 아니라고? 내가 천지신명에 맹세하는데 여자가 원하지 않는 이상은 내 팬티는 강철 팬티라 자부해.”
“미친놈. 천지신명 뭐라고? 강철 팬티? 그래서 내 여동생 건드렸냐?”
“이런 하심. 건드렸다가 뭐야? 사랑을 나눴다고 말해주지 않겠어? 그리고 유혹한 건 내가 아니라 그쪽이 먼저였다니까? 나는 떠날 사람이라고 말도 하고 튕길 만큼 튕겼다. 솔직히 말해 나는 덮쳐진 거라고? 너도 잘 알잖아.”
“젠장 그녀석은 이런 놈팽이가 뭐가 좋다고...!”
“하하하!”
불량배들에게 자신의 여동생을 구해준 대가로 1주일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줬던 동양인을 보며 하심은 이를 갈았지만 희한하게도 정이 들었는지 이 떠돌이 동양인 놈이 미워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건 그렇고 떠날 생각인 거냐?”
“아아. 내가 말했잖아? 나는 물 흐르는 대로...”
“발 길가는 대로 가는 여행객이라고?”
“하하. 잘 알잖아 하심? 이번엔 저 여자에게 강한 인연이 느껴지는군.”
“인연은 개뿔 빌어먹을 놈...! 네 인연은 발정 난 거시기에서 나오나 보지?”
“하하하. 그런 거 아니라니까. 하여튼 내가 이런 놈인 걸 어떡하겠어? 서운한거 알지만 이해해 주라고 친구. 나중에 인연이 된다면 보자고. 참 그리고 이거 받아줘 신세 진 팁이야.”
스윽.
“1달러? 장난하냐?”
“에헤이! 단순히 1달러가 아니지. 미래의 역사에 남을 대스타가 될 사람의 싸인이 담긴 1달러라고?”
“꺼져 사기꾼 새끼야.”
“하하하 그럼 이만!”
술잔들을 들고 자리를 옮기는 도경을 보며 하심은 그가 건넨 1달러를 집어 들며 혀를 내둘렀고 도경은 술잔을 들며 휘청이는 리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어이 아가씨.”
“응? 당신은 그 동양인?”
“러브샷 한잔할까?”
휙휙.
“...!”
정체불명의 동양인.
상상도 못 한 그의 첫 마디에 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것이 술의 힘인지 아니면 도경의 힘이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필름이 끊긴 가운데에서도 자신이 박장대소했다는 기억만은 신기하게도 다음 날이 되어서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
부우웅.
[현재]
“풋!”
“응? 리아야 뭐가 웃기니?”
“아뇨. 도경과의 첫 만남이 떠올라서요.”
“허허허. 그래...?”
‘2년이 지났는데도 설마 아직도 그 동양인에게 마음이 있는 건가?’
피곤한 스케줄과 힘든 콘서트 일정을 무리하게 마쳤음에도 피곤해하거나 짜증 난 기색이 없이 단박에 한국이란 나라에 와서 즐거운 표정을 짓는 자신의 조카의 모습에 니엘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 놈팡이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모두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유명인이 된 스타는 언제나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 법.
니엘은 자신의 조카가 기대하며 만나러 가는 남자가 그녀의 기대를 무너트리지 않길 조심스럽게 간절하게 빌었다.
--
[JY 엔터테인먼트]
“도경-!!!”
“리아!”
타다다닥.
2년 전의 인연.
꿈에서조차 보고 싶었던 남자가 자신의 눈앞에 보이자 리아는 문을 박차고 나서 그에게로 달려갔다. 1분 1초가 아까웠기 까닭이다.
리아는 포니테일의 머리를 좌우로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게 하며 힘차게 앞으로 달리었다. 그리고 이내 달리고, 달려서 온 힘을 실어 그에게 몸을 던졌다. 그가 도망갈 엄두를 아예 내지 못하도록 말이다.
풀썩
그녀의 진심전력의 모습에 결국 도경은 쓴웃음을 지으며 두 팔을 벌렸다. 저것에 피하면 남자도 아니라 생각했다.
“보고 싶었어!”
“하하. 리아 너 많이 이뻐졌네?”
“응! 도경의 말대로 열심히 노력했어.”
“그거 장하긴 한데 명색이 하이틴 스타가 보는 눈도 많은데 너무 경솔한 거 아니야?”
“상관없어. 도경 네가 보고 싶었는걸? 왜 이제야 연락한 거야? 너 때문에 연락처도 안 바꾸고 기다렸었다고!”
“하하하. 나도 꽤나 바빠서 말이야.”
“치... 나만 손해 본 거 같아...”
“미안미안.”
도경에게 찰싹 붙어 옹알거리는 리아와 그녀를 다독여주는 도경의 모습에 [JY] 엔터테인먼트 주변에서 자신의 스타를 기다리던 팬들이 두 사람을 알아보고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수군수군.
“저, 저거 리아 그라테 아니야?”
“무슨 개소리야 리아 그라테가 여길 왜... 헐...! 뭐야? 진짜네?”
“박도경하고 리아 그라테? 뭐야 저 두 사람? 지금 저거 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 상황에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당황스러워하는 머리와 달리 그들의 몸은 정직했다.
희소가치가 있는 특종을 사진으로 찍고 싶은 본능은 기자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찰칵찰칵!
그렇게 새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경은 모든 신문에 처음으로 자신의 연예계 인생에 스캔들을 내보는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