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콰앙!
무대 위에 설치되어 있던 폭죽이 터지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조명이 강하게 한 남자를 비추었다. 폭죽 연기를 뚫고 나오는 검은색의 인물.
어깨까지 내려오는 레게머리를 뒤로 모아 질끈 묶고 피어싱과 각종 액세서리로 히피적으로 치장되어있는 파격적인 이미지의 남자는 믿기기 힘들게도 무대 뒤에서 최정훈과 인사를 나눴던 정용환이었다.
게다가 가수 뺨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정용환의 모습은 그야말로 놀라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락 스타~!]
와아아아-!
처음부터 폭발적으로 터트리는 고음에 무대 아래에 있는 관객들은 함성을 내지른다. 정말로 락스타의 노래를 듣는 것처럼 반응을 보이는 관객 엑스트라의 모습을 화면에 담고 있는 최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한 표정을 징며 두 사람에게 찬사를 내뱉었다.
“정말 최고다...!”
무대 위에 락스타를 연기하는 정용환은 락스타 그 자체였는데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무대 뒤에서 정용환의 동작과 입 모양에 맞춰 완벽하게 노래를 부르는 도경도 존재 덕분이었다.
그렇다. 사실 지금 부르고 있는 노래는 정용환이 아닌 도경이 부르는 노래였다.
“두 사람 다 정말 최고야!”
도경의 기술에도 놀라울 따름이지만, 도경의 부르는 노래 위에서 너무나 위화감 없이 연기를 펼치고 있는 정용환 또한 소름 그 자체였다.
도경의 목소리를 진짜 자신의 목소리처럼 여기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연기하는 정용환은 그야말로 그가 왜 손꼽혔던 차세대 스타 배우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저게 쉬운 게 아닐 텐데 정말로 되는구나...’
원래는 노래를 선 녹음 후. 현장에서 노래를 틀어 그 노래를 듣고 정용환이 립싱크하며 연기를 펼치는 게 원래 계획이었지만, 도경은 더 나아가기 위해 거기서 욕심을 부렸다. 현장에 자신이 직접 라이브를 부르고 그 위에 정용환이 연기를 펼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물론 도경의 주문은 작품의 생동감을 위해서면 좋은 의견이었지만, 최정훈은 영화촬영에 대한 난이도와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과 어려움을 떠올리며 고개를 젓는 입장이었다.
처음으로 견해 차이를 벌인 도경과 최정훈이었지만 두 사람 견해차는 금세 깔끔하게 정용환으로 인해서 정리되었다.
(감독님. 저로서는 몇 없는 신이기에 좀 더 욕심내고 싶습니다.)
정용환의 짧고 굵직한 말에 서려 있는 배우의 열망을 읽은 최정훈은 감독으로서 그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내 최정훈은 자신을 향해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반성해야겠다...”
정용환의 연기력과 도경의 라이브로 태어난 락스타의 재림을 보며 최정훈은 많은 것을 느꼈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조율하고 사전에 위험을 방지하는 것도 감독의 일이었지만 작품의 질을 위해서라면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위험을 강행해야 하는 것도 감독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와아아.
연기가 아닌 무대 아래에서 진짜 터져 나오는 환호성에 최정훈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카메라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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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
“Holy Shit 저거 진짜 자기 목소리 아니야? 완전 위화감이 없는데?”
“저... 사람은 또 뭐냐? 단연인데 왜 우리 조·주연보다 눈에 띄는 건데?”
“연기 진짜 잘한다...! 저 사람도 도경하고 같은 한국인인 거 같던데 그쪽에 사는 사람들이 원래 연기를 잘 하나?”
연기가 아닌 정말로 무대를 즐기는 관객 엑스트라들을 보면서 [Again]의 참여하는 조연배우들은 놀란 표정으로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단역을 바라보았다.
배우로서 뿜어내는 압도적인 존재감과 눈을 뗄 수 없는 정용환의 마력에 본능적으로 그가 보통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분 좋아...!’
찌릿찌릿.
모두의 놀라움을 자아내는 락스타의 현신.
정용환은 오랜만에 진심전력으로 펼쳐내는 연기에 자신의 기분이 한껏 위로 치솟는 쾌감을 맛보고 있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영어 회화공부와 오디션으로 시간을 보내는 와중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연기를 펼쳤기 때문이었다.
[누구 보다 빛나는 별.
너희들이 나를 숨기고 싶어도 나는 빛나.
누군가의 별. 누군가의 희망. 누군가의 꿈 그게 바로 나야.
나는 락 스타~.]
‘진짜 환장하게 끝내주는군. 정말로 내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말로 자신의 목소리처럼 따라붙는 도경의 노래에 정용환은 마음속 깊이 전율하고 있었다. 말로 표현 못 할 일체감과 자유로움에 정용환은 무대 위를 누비며 마음껏 락스타를 연기했다.
‘괴물 같은 놈...!’
보통은 들려오는 노래에 맞춰 배우가 연기를 펼치는 게 정상적인 상황이다.
노래가 선(善)이고 후(後)가 연기였는데 정용환의 상황은 순서가 완전 반대였다. 연기가 선(善)이고 후(後)가 노래였기 때문이다.
정용환은 노래를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연기를 펼치면 그 연기에 맞춰서 도경의 노랫소리가 펼쳐졌고 덕분에 정용환은 신명 나게 연기를 펼칠 수 있는 한편 동시에 도경의 경이로운 능력에 오싹할 정도로 소름을 맛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바로 자신 본인의 정용환의 목소리인 까닭이다.
[최고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물어봐.
환호하며 소리 질러.
내가 그 끝을 보여줄게.]
힘 있고 거칠게 부르지만, 맑고 섬세함이 담겨있는 목소리.
그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지닌 특색이었는데 놀랍게도 도경은 무대 뒤에서 그 특색을 살려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음치인데 말이야...’
불끈.
자신의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도경에게 소름을 느낀 이후에는 곧바로 끓어오르는 호승심을 느낀 정용환이었다. 정작 음치여서 당사자인 본인은 자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데 타인인 도경이 자신의 목소리로 자유롭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심술과도 비슷한 호승심이 끓어 올랐다.
자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서 목격하고 발견한 상황에 말 못 할 복잡한 심경을 느꼈지만, 정용환은 그것을 표현할 여유가 없었다.
[뛰어!]
와아아아!
이미 자신의 몸 안에 자리 잡아 앉아있는 락스타의 열정과 열기를 표현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연일체가 이러할까? 도경의 목소리에 연결된 정용환은 가수들의 세계를 엿보며 미친 듯이 무대를 누비기 시작하며 말을 잊지 못할 뜨거운 결과물을 만들어 나갔다.
쿵쿵쿵쿵!
쾅!
휘익!
[나는 락 스타~!]
[I’am Rock star!]
이때부터 정용환의 하루에는 보컬(Vocal)이란 거창한 일과가 추가되었는데 사실은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도경에게 분한 마음에 추가한 것으로 정용환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도경이 불렀던 노래 [I’am Rockstar!] 시도 때도 없이 불렀다.
오디션 전 목이 쉴 때까지 미련하게 노래를 부른 덕택에 매니저 차도한에게 그 사정을 들켜 한참을 잔소리 들은 것은 그 둘만의 비밀 일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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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 star!] - Again (촬영)
[와우! 저 가수는 누구야?]
┗[그러게 노래 끝내주는데?]
┗[목소리가 좋다! 내 타입이야!!!]
┗[잘생겼다. 동양인 중 저런 가수가 있었나? 노래 처음 들어보는데?]
도경과 정용환의 콜라보로 호황이었던 [Again]의 콘서트 촬영 현장 영상이 무비 클립으로 넷상에 올라왔고 도경과 리아의 노래 덕분에 현재 제작 중이던 [Again]에 관심을 지니고 있던 사람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영화 제법 쓸만한 것 같은데? 분위기 있다.]
┗[맞아. 일단 음악영화인데 음악은 합격인 듯. 영화 기대된다.]
┗[근데 저예산 독립영화라고 하지 않았어? 엑스트라 많지 않아? 아니, 그것보다 리액션이 엄청난데?]
┗[ㅇㅇ 진짜 콘서트 현장 같다.]
┗[그나저나 저 가수는 무슨 역할로 나오려나? 비중 있는 캐릭터인가?]
┗[그럴 듯. 노래 저 정도로 부르는데 단역은 아니겠지.]
┗[기대된다. 아시아인 남자도 은근 섹시한 듯.]
[아무래도 노래 부르는 장면마다 무비 클립이 올라올 것 같은데 도경과 리아는 무비클립은 언제 뜨나? 아니 한 번 제대로 방송에서 봤으면 좋겠다!!!]
┗[맞아요! ㅠㅠ 진짜 두 사람이 서 있는 거 제대로 보고 싶음.]
┗[영화 홍보할 때 많이 보지 않을까?]
┗[독립영화인데 홍보를 다니려나? 배급사도 아직 못 땋은 상태인 거 같던데? 리아가 참여한다고 하길래 그래도 각이 어느 정도 잡힌 상태인 줄 알았는데 진짜 순수 독립영화더라.]
┗[어... 그러면 안 되는데...! 이미 듀엣으로 케미로 우리한테 불 질러 놓고 아무런 활동을 안 하는 건 무책임함]
┗[이 말에 나도 동의. 요즘 리아 & 도 올라오지도 않고 너무 심심함... ㅠㅠ]
┗[맞어. 요새 그거 꿀잼인데 요즘 업데이트 안 올라옴.]
독특한 캐릭터와 존재감으로 눈길을 끄는 정용환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한편. 많은 이들이 영화 Again의 주연을 맡은 도경과 리아를 보길 열망했다.
[Walk Away]를 부른 영상 이후로 도경과 리아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영상이 갑자기 뜸하자. 사람들은 현재 깊은 갈증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한창 Again을 정신없이 촬영 중인 두 사람인지라 인터넷에 모습을 비출 틈이 없었던 것이었는데 그것이 사람들의 욕구를 더욱 부추기는 효과를 낳아버린 것이다.
“음... 이거, 두 사람이 생각보다 눈길을 많이 끌고 있어요. 촬영 중인 작품의 결과물이 어떻게 될 줄 몰라 조용히 가려 했는데 이거 조금 곤란하군요.”
“허허허. 그러게 말이네. 이렇게 관심을 많이 끌 줄은 나도 몰랐네.”
“보통이라면 이런 기회는 이용하기 좋은 호조인데 말이죠.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걸 나에게 물어봐도 말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영화와 리아를 연관시키기엔 조금 모호하지 않나.”
“그렇죠... 영화로 설레발 치다가 망신당한 스타가 한둘이 아니니까 말이에요. 신중해야죠.”
“그러니 나는 전적으로 자네에게 맡기겠네. 원래 나는 리아의 멘탈케어와 보조를 위한 매니저지. 비즈니스에 참견하는 매니저는 아니니 말일세.”
“으음...”
온라인에 대한 평판을 살피고 있던 조나단과 리아의 삼촌이자 매니저인 니엘은 서로 만나서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논의를 나누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주목을 받은 도경과 리아. 그리고 [Again] 관심도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영화 촬영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음 앨범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리아는 원래 [Again]을 조용히 촬영을 끝 맞추고 현재 준비하고 있는 4집 앨범을 발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도경과 불렀던 [Walk Away]가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고 말았다.
‘앨범 낼 타이밍도 애매하고 팬들 사이에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버린 상태다...’
여론을 살피니 현재 사람들이 리아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된 관심사는 [Walk Away]를 함께 불렀던 도경과의 관계와 그녀가 촬영하고 있는 영화 [Again]에 관심을 주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사람들의 관심과 집중이 다른 곳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그렇게 썩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조나단은 잘 알고 있기에 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이 정도까지 됐다면 아무래도... 한 번 정리하고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죠.”
“무슨 좋은 방법이 있겠는가?”
“토크쇼를 잡을 생각입니다.”
“토크쇼? 리아와 도경 두 사람을 말인가?”
“네.”
자신의 스마트폰에 있는 전화목록을 뒤적이는 조나단을 보며 니엘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도경과 리아가 엮이는 것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은 조나단이 토크쇼 방송을 잡는다는 게 의외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두 사람 다 화제가 된 만큼 토크쇼 출연 구색은 맞춰졌고 그곳에서 리아 양은 영화출연에 대한 이유를 도경 씨의 작곡에 대한 보답과 단순히 친분으로 출연한 입장이라고 선을 그어 상황을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리아양의 포지션은 확실히 지키면서 적당히 가십을 유지하며 리스크를 줄일 방법이 될 테니 말입니다.”
“그렇군. 그거 좋은 묘수야. 그 방법이 리아에게 무난하고 가장 좋겠어.”
니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조나단의 말 대로 애매한 상황을 정리하는데 토크쇼만큼 좋은 매체가 없었고 반응을 봐서 향후 리아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데 쉬워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역시 비싼 값을 하는 군.’
에이전트로서 리아의 이미지를 지키면서 상황을 영리하게 이끌어내는 조나단의 처세술에 니엘은 그를 속으로 칭찬하였다.
“일단 두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사전에 어떤 식으로 토크쇼 할지 조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 내가 부르도록 하겠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