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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19화 (219/357)

219화

리아의 당돌한 대쉬는 바다를 넘어, 시차를 넘어 한국에 당도했고 덕분에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인터넷 뉴스는 난리가 나고 있었다.

[리아 그라테 당돌한 고백]

[박도경 토크쇼 최초로 당황하다.]

[유명 팝스타에 케일 쇼에 사랑 고백하다.]

[도경 & 리아 글로벌 스타 커플 성사?]

[오늘부터 1일!]

한국에서 도경과 함께 다녔던 리아의 사진들이 각종 연예계 포탈을 장식하고 있었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두 사람의 이름이 올라오고 있었다. 썸인지, 아닌지 설마 설마 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찰나에 리아의 고백 선언에 모두가 불타올랐다.

[도경아~~~~~~~~!]

[가즈아!!!!]

[박력 보소. 지금 방송 중에 고백한 거야?]

┗[박력 오졌다. 도경이 방송에서 저렇게 당황한 건 처음 보네. ㅋㅋㅋㅋㅋ]

┗[당황했겠지 ㅋㅋㅋ 설마 저기서 고백 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음? 도경이 아무리 상남자라도 저건 안됨.]

┗[걸 그룹 보고 있나? 저런 게 걸크란다. 쎈척이 아니라 진짜 센 게 걸크지.]

┗[린정~!]

[안돼!!! 설마 설마 했는데 박도경 저 새끼 결국 우리의 리아님을...!]

┗[ㅋㅋㅋㅋ ㅂㄷㅂㄷ 하네 이분.]

┗[동정함. 근데 솔직히 도경 리아 케미 돋던데 커플 되면 이쁜 커플 될 듯.]

┗[ㅇㅇ. SNS 올라오는 영상들 보면 전혀 위화감이 없더라.]

┗[도경이 제대로 잭팟 터졌네.]

┗[ㅇㅇ 잭팟 ㅊㅋㅊㅋ!]

[그럼 도경이 사귀는 건가? 왜 이리 영상들이 잘린 것밖에 없음?]

┗[제대로 된 자료 뜨려면 하루는 기다려야지. 영상들 보니까 리아 팬들이 펀 영상이구만.]

┗[개 궁금한데 참았다가 제대로 된 거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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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엔터테인먼트]

“철수야 너도 도경이랑 연락 안 되냐?”

“네... 안 되네요. 사장님도 연락이 안 닿는데 제가 닿겠어요? 뭔지 모르겠지만 도경이 거기서도 많이 바쁘지 않겠어요? 연애사든 뭐든 말이에요.”

“그래. 그렇겠지... 참나, 진짜 어이가 없다니까. 영화 찍으러 보냈더니 연애를 하고 앉아있었나 보다. 정말 황당한 놈이라니까.”

“에이. 그러지 마세요. 사장님. 남녀 정분나는데 어디 정해진 때가 있나요?”

“그걸 누가 모른 데? 그래도 언질 정도는 해줘야 할 거 아니야. 이럴 때일수록 빨리 공식 입장을 밝혀야 깔끔한 거 몰라? 매니저 빨리 구해다 붙여야 정말 답답하네. 어째 걔는 매니저들이 다들 관두는지 모르겠다.”

축제 분위기 마냥 사람들이 도경과 리아의 열애 소식에 열광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JY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각종 전화에 곤혹 아닌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소속사 입장에선 아티스트의 공식 입장을 언론에 밝혀야 했는데 문제는 JY에도 아직 도경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 못 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박진용은 불만을 토하고 있었는데 그의 옆에서 앉아있던 JY 전속 작곡가인 철수(로이드)가 웃음 지으며 그를 다독였다.

“하하하. 그래도 사장님 이게 나쁘지 않은 일 아니지 않아요? 그 리아에게 고백을 받다니. 덕분에 도경이 인지도가 확 뛰어올랐잖아요. 이거라면 영화도 기대해볼 만하지 않겠어요? 좋게 생각하라고요.”

“...!”

웃음 지으며 말하는 작곡가의 철수에 박진용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우스갯소리로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소속사의 대표인 자신이 그 말을 듣고 그렇게 넘어간다면 주변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할 위험이 있기에 그는 자신의 의견을 그에게 밝혔다.

“그런 말 하지 마라. 도경이가 얼마나 자존심이 센지 몰라? 그 말 들었으면 분명 불같이 화냈을 거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유명해지는 건 걔도 그렇고 나도 원하지 않는다.”

박진용의 말에 철수는 아차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야 친하니까 하는 말이었지만 주변에는 그 말이 어떻게 들릴지 고려 못 했기 때문이다.

“네...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장님. ”

“됐어. 이번 드림걸즈 앨범이나 잘 준비해줘. 들어봤는데 기대가 크다. 요즘 들어서 다들 우리 회사 앨범은 이젠 도경이 먹여 살린다는 말이 도는데 그러면 안 되잖냐. 명색이 우리도 작곡가인데 한 번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넵! 사장님 맡겨 주세요. 이번에 드림걸즈 대박은 이 로이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래! 좋은 기세...”

띠리리리!

움찔

“설마!? 도경인가?”

보이는 것과 달리 철수가 은근히 소심한 것을 알기에 박진용 그를 다독이며 기운을 불어 넣어주려 학 있었는데 때마침 그의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에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박진용은 혹시나 싶어 서둘러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냈고 역시나 자신이 기다리는 석자의 이름이 액정에 뜨자 화색을 지으며 그의 전화를 급히 받았다.

“도경아! 임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리 늦게 전화해! 어어... 괜찮아. 잠깐만!”

타다닥.

“.....”

“사장님...!”

도경의 전화를 받자마자 스튜디오 녹음실을 박차고 나가는 박진용의 뒷모습을 보며 철수(로이드)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에 따스한 손길로 자신의 어깨를 다독였던 자상한 그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호들갑 떠는 그 모습에서 그가 도경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너무 편파판정 심하신 거 아닙니까요? 내도 어디서 꿀리는 놈이 아닌데...!”

화르륵.

자신과 도경을 대하는 온도 차에 철수(로이드)의 가슴속에 불이 지펴졌다.

“어디 두고 봅시다...!”

보란 듯이 성공해서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게 해주겠다고 다짐하는 김철수(로이드).

그의 다짐이나 의욕으로 봐서는 드림걸즈 2집은 기대할만할 듯싶었다.

“그나저나 나도 도경이 리아랑 어떻게 되는 거야? 같이 좀 듣지. 치사하게 혼자 듣겠다고 나가냐. 쩝...!”

중얼.

---

“아니, 왜?”

철수가 박진용에게 서운함을 드러내고 있을 때. 박진용은 믿기지 않는 소식에 당황한 심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들어내고 있었다.

“도대체!? 네가 뭐라고 우리 리아를 까냐? 돌았냐?”

“우리 리아? 아니 그리고 깠다니. 어휘 선택이 왜 그래요? 그냥 아직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표현을...”

“아니!!! 임마 그게 그러니까 그게 깐 거 아니야!?”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 박진용은 도경과 리아가 사귈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는 게 올바른 설명이었다.

20대 초반에 어린 나이로 백만장자에 등극. 재산 규모만 해도 600억이 넘는 부자에다가 인성 또한 성실하고 귀엽기로 유명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게다가 노래면 노래, 외모면 외모, 집안이면 집안까지 어디 하나 빠진 곳이 없이 완벽한 게 리아 그라테인데 지금 도경은 그런 그녀의 구애를 거절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혹시...!’

“도경아 혹시 너 혹시 소문대로 남자를...”

“사장님!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저 여자 좋아하는 거 아시잖아요.”

“아니! 그럼 그게 아니면 뭔데? 그러니까 왜 깠냐고? 너 혹시 고자야? 일단 국민 여동생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렇게까지 공개적으로 구애하면 못 먹어도 고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이 모든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박진용은 혹시나 도경에게 남성으로서 무슨 이상이 있는 거 아닌가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통화기 너머로 도경이 칠색 팔색하며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내가 대역 죄를 지었어요? 연애야 거절할 수도 있는 거지... 그리고 못 먹어도 고? 무슨 소속사 사장이 그래요? 진심으로 하는 소리에요?”

“아니... 너무 놀라서 말이 그렇게 튀어나왔다는 거지. 정색하기는...! 그리고 솔직히 틀린 말도 아니잖냐. 그런 여자가 그렇게 고백하는 상황은 진짜 드라마 같은 상황 아니냐?”

“드라마라 진짜 드라마틱 하긴 했죠.”

“응?”

“아니. 진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아니었다니까요? 방송 끝나자마자 그 녀석 제 얼굴도 안 보고 휙 하고 자기 차 타고 먼저 가버렸는데 하필 그 안에 제가 폰 하고 지갑을 넣고 벗어놨던 외투까지 가져가 버려서 진짜 집 가는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말 못 한다니까요? 게다가 힘들게 집에 도착해 보니 전화랑 문자는 수 백통이지. 다 전화 돌리느라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알아요...!?”

“음... 그래서 연락이 늦게 온 거였군.”

“그렇다니까요!”

‘그나저나... 리아 은근 터프 하구나?’

설마 도경에게 그런 일이 있을 줄 몰랐던 박진용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도경의 투덜거림을 들어주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리아가 의외로 터프한 성격이구나 싶었다.

리아가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면서 도경을 두고 떠나는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이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도경이 그녀의 차를 쫓는 모습을 생각하니...

“푸흡!”

“어? 지금 웃었어요? 웃었죠!?”

“아, 아니야. 무슨 헛소리냐? 그나저나 큰일이겠네? 말 들어보니까 감정 엄청 상한 거 같은데 영화촬영 해야 하잖아. 그 상태로 가능하겠어?”

“그러게요. 말 들어보니까 집에 오자마자 밖으로 나갔다는데 걱정이네요. 연락도 안 받고 뭐 하고 있는지...!”

도경의 말에 박진용은 사랑앞에선 인종이니, 나라나, 팝스타고 뭐고 다 똑같다고 생각하며 쓴 미소를 지었다.

“잘 처신해.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말이야.”

“소속가 뭐 이래? 아티스트가 곤란해하는데 고작 말 한마디에요?”

“뭐, 방법이 있냐? 네가 깠잖아. 만나서 잘 이야기해 보는 수밖에 없잖냐.”

“아 좀. 깠다는 말 좀 하지 말라니까요?”

“크크큭! 그럼 전화 끊는다. 참. 네 공식 입장 발표는 어떻게 할까?”

“음...”

박진용의 말에 도경은 조금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박진용에게 어떻게 대처할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었다.

“그냥 놔둬요. 그냥 리아 쪽에서 입장을 먼저 밝히고 나서 거기에 우리가 알아서 맞춰 쓰는 게 좋겠어요. 아...! 그러려면 니엘하고 조나단 두 사람하고 이야기 나눠봐야 하는데 눈치 보여 죽겠네요. 숨 막히는 분위기 일 텐데... 아, 진짜 고통이겠네요.”

“그래? 리아를 울리더니 고거 쌤통이구나.”

중얼

“뭐라고요!?”

“아, 지금 작업 도중에 나와서 말이야. 가봐야겠다. 도경아 전화 끊을게 파이팅~!”

“자, 잠깐...!”

뚝.

“와... 용건만 듣더니 바로 끊냐? 인성 봐라 진짜. 아니, 그것보다 이 형 원래 리아 팬이었어? 그건 그거대로 쇼크인데?”

끊긴 폰을 허무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도경은 이내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폰을 집어 던졌고 그다음으로 자신의 몸을 침대 위로 던졌다.

풀썩.

“후우...!”

크게 출렁이는 침대의 반동을 느끼며 도경은 얼굴을 파묻으며 깊은 한숨을 짙게 내쉬었다. 생각지도 못한 리아의 고백에 상상하지 못한 피곤함을 느끼는 하루였다.

‘미안하게 시리. 그렇게 눈치를 줬건만 거기서 그렇게 고백하냐?’

솔직히 이번 일은 정말로 도경이라도 해도 예상을 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것이야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자신은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생각을 보이며 그녀 앞에 일부러 여자를 밝히는 호색한 모습을 보여주며 선을 그어줬건만 저렇게 무리수를 던져올 줄은 상상도 못 한 도경이었다.

“어휴... 잘나가는 놈 주변에 쌔고 쌨을 텐데 왜 하필 나냐?”

도움을 준 예전 일 때문이라고 해도 연락 없이 3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리아는 명실상부 팝스타의 자리에 오른 몸. 주변에 잘나가는 사람이란 쌔고 샜는데 하필 자신에게 고백할 줄이야 도경으로선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경은 애초에 사랑을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하기엔 내가 너무 하자가 있는 놈이지... 사랑하기엔 내가 닳고 닳았으니까.”

피식.

자신이 겪을 위험을 아는데도 자기의 마음을 드러낸 리아의 고백.

그것은 너무도 순수하고 빛을 간직한 아름다운 마음으로 일어난 행동이었지만 도경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몸이었다. 도경에겐 이미 죽음도 불사르는 열렬한 사랑 해보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시아?”

이세계에 보기 드물었던 검은 머리 색을 지니며 마녀라고 불리웠던 새침한 여성을 떠올리며 도경은 서글피 웃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사랑.

새로운 사랑을 이어나가기엔 도경의 안에 들어와 자리 잡은 사랑은 너무 컸다.

Rrrr!

“누구지? 다 전화했는데?”

씁쓸한 감정과 옛 추억에 잠겼던 도경은 나른 나른한 감각에 수마에 몸을 맡기려고 들었지만, 자신의 몸 아래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천천히 의식을 되찾는다.

[리아]

슥.

“여보세요? 리아?”

[이, 나쁜 놈아!!!!]

“......”

번쩍이는 액정에 뜬 이름에 도경은 말없이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워 전화를 받았는데 통화 내용을 보니 아무래도 도경이 하루를 마감하기엔 아직 먼 듯싶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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