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Lady & Gentle man! 소리한 번 제대로 질러봐~!]
Yeah~!
쿵쿵쿵!
스티븐의 저택에 들어와 차를 세우고 안내를 받으며 걸음을 옮기던 도경은 저택 안팎으로 벌어지는 파티를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다들 제 잘난 맛에 사는 녀석들만 모여 있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벗한 화려한 파티문화 분명 신이 나고 화려하기 그지없었지만, 도경의 표정은 그리 썩 내켜 보이지 않았다.
‘진짜 이런 점은 하나도 바뀌지 않는단 말이야.’
셀럽이란 존재들만 모인 파티.
파티라면 본디 그 순간을 즐겨야 하는 법인데 여기 있는 녀석들은 서로들 과시하려는 욕구와 성공하려는 욕구로 가득하다.
“파티는 개뿔.”
중얼.
화려한 파티이면 속에 존재하는 격차가 도경의 두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자신이 잘났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선 자신과 비슷하거나 모자란 상대방의 존재가 필요한데 그것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계에 급을 나누는 현상을 만든 것이다.
잘나가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주류와 비주류가 나뉘어 있었고 비주류는 필사적으로 주류 사이에 끼려 들었다.
허영심, 과시욕, 성공에 대한 욕구 같은 감정들이 한 군데서 뒤섞여 존재하는 곳. 도경에게 이곳은 화려함에 가려진 구역질 나는 장소나 마찬가지였다.
“확인되었습니다. 들어가시죠!”
“정말...”
저택 내부와 밖.
들어갈 수 있는 자와 들어갈 수 없는 자가 구성되어있는 파티. 이딴 악취미적인 파티를 기획하고 구상한 스티븐을 떠올리며 도경은 짜증을 담은 음성을 내뱉으며 그의 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에 안 들어.”
---
둥둥! 띠리링.
스티븐의 저택 내부는 차분하고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그 안에 있는 셀럽들은 밖의 파티를 즐기는 셀럽들과는 조금 다른 온도 차의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밖에 있는 셀럽들은 자신의 업적이나 성공을 자랑하거나 또 다른 성공을 위한 욕구를 품었다면 이곳에 있는 셀럽들은 그런 욕구보다는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풀어 줄 새로운 자극제를 찾았다.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손에 꼽히는 성공을 거둔 만큼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에 많이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업적이나 성공에 대한 것보다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떻게 시간을 재밌게 보내고 있는지가 그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내가 브라질에 있는 세티니오란 클럽이 있는데 말이야. 거기에 독특한 여성을 만났거든? 그래서 당연히 그녀와 즐거운 밤을 보냈지. 정말 진이 빠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그녀는 화끈한 여자였어. 정말 좋았지...! 여행 간 딸이 방문을 열고 오기 전까지 말이야.”
“미친! 설마 유부녀였던 거야?”
“아니. 다행히도 이혼한 여자였어. 아무리 나라도 남편 있는 여자를 건들만큼 막가지는 않아. 다만...”
“다만?”
“그녀의 딸이 내 열혈 팬이었던 거야.”
“뭐!?”
“심지어 내가 집 밖으로 나갈 때 내게 자신의 연락처를 내게 건네주더군. 밤이 길게 느껴지면 이쪽으로 연락하라면서 말이야. 당연히 나는 호텔에서 바로 그 딸에게 연락했지. 정말 그날은 잊지 못한 날이 될거야.”
“헛소리!(Bullshit). 스티븐 너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이래도? 못 믿겠어?”
스티븐이 내미는 폰에 찍혀있는 사진들을 보며 그는 스티븐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그를 향해 경의를 표하였다. 자신이 해본 적 없는 미지의 경험을 섭렵한 사내에 대한 경의였다.
“젠장! 스티븐! 너는 제대로 미친놈이야!”
하하하하
이번 개최한 파티의 주인인 스티븐은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여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들이 이야기 나누는 것에는 평범한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 보이지만 일반인은 쉬이 행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굳이 할 필요도 이익도 되지 않는 일들을 그들은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서, 자극을 위해 거리낌 없이 행하기 때문이다.
툭툭!
“응?”
“스티븐 님. 지금 막 이벤트 게스트가 이곳에 당도했습니다.”
“그래!? 드디어 기다리던 손님이 납셨나.”
스윽.
한창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스티븐은 자신의 저택을 관리하는 관리인이 전해오는 소식에 화색을 지으며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뭐야? 스티븐 뭔 일 있어?”
“하하. 오늘 파티의 주인공이 드디어 이곳에 도착했다고 하네.”
“오! 드디어 메인 이벤트가 벌어지는 거야?”
“몇 라운드나 가려나?”
스티븐의 대답에 그의 지인들이 흥분한 기색을 보이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스티븐이 말하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두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오늘 어떤 일을 당할지 알기에 기대가 담긴 눈빛으로 스티븐을 바라보았다.
“크크크 그래! 드디어 메인디시 맛볼 차례야. 공지 때릴 테니까 슬슬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가 있어.”
자리에서 일어난 스티븐은 근처에 있는 술병과 술잔을 집어 들며 저택 안 가운데 서서 모두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좀 있으면 벌어질 이벤트를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건방진 새끼. 지금쯤 질질 짜고 있겠지...!’
씨익.
앞으로 있을 이벤트의 안내와 주의점을 설명하던 스티븐은 도경을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쯤 자신이 데려온 대전 상대와 마주치고는 놀라고 있을 도경의 표정이 계속해서 떠올랐기 때문에...
---
쾅!!!
“이게 말이 됩니까!!!?”
조나단은 자신의 앞에 있는 에블린을 향해 그답지 않게 분개하며 화를 내었다. 책상을 친 손이 시큰거렸지만, 그는 진심으로 화가 난 상태였다.
“장난합니까? 정도라는 게 있지 지금 세계랭커 복서를 데려와 놓고 시합을 하라고요? 사람 죽일 생각입니까?”
“걱정하지 마시길.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닥터들을 대기시켰습니다.”
“하...! 결국은 저 사람과 붙게 하겠다는 겁니까?”
“네. 계약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체급도 비슷하고 불법적인 격투를 벌이는 일을 하는 사람을 데려온 것도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저희 쪽에서 많이 신경 썼다고 생각합니다만.”
“젠장! 지금 그걸 말이라고...!”
에블린의 침착한 대응에 조나단은 기가 찬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계약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로이드 와일더라니! 뭐, 이딴 말도 안 되는 수작을...!’
로이드 와일더.
슈퍼 웰터급에서 차세대 챔피언으로 오를 거라 여겨지는 복서를 데려와서 시합을 붙일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기껏해야 스티븐의 경호원이나 주변에 주먹질하는 사람을 붙일 거라 예상했지 말도 안 되는 괴물을 데려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야말로 치졸하기 이를 데 없는 일.
“그쪽도 양심이 있다면 뭐라 말 좀 하시죠.”
“...”
조나단은 이를 갈면서 로이드와 그의 코치로 보이는 털복숭이 중년인을 향해 도끼 눈을 뜨며 입을 열며 따지기 시작했다.
세계 랭커를 데려온 스티븐 측도 욕이 나오지만, 일반인이 상대로 이런 경기를 받은 로이드 쪽도 조나단은 곱게 보이지 않은 까닭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 경기라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그렇지. 해도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쪽은 스포츠맨십도 없습니까?”
조나단의 분통을 터트리는 말에 로이드 앞에 있던 털북숭이 중년인 카터는 심드렁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스포츠맨십까지 들먹이는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거...! 변호사 양반. 적당히 할 테니까 너무 설레발 치라고. 설마 우리 로이드가 저 동양인을 죽이기라도 하겠어? 게다가 계약서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그쪽 동양인하고 스티븐 쪽에서 합의해서 벌어진 일인데 뭐라 하기 전에 계약서에 조항을 잘 추가하지. 왜 지금 와서 이래? 이래 봤자 변호사 양반의 얼굴에 스스로 침 뱉기라고! 안 그래?”
“젠장! (Fuck!)”
쿵!
카터의 말에 조나단은 얼굴을 붉히며 거친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분하지만 그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부주의 했어...’
계약서를 다 읽기도 전에 지장으로 도장을 찍은 도경이 문제이긴 했지만 조나단은 자신이 너무 부주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이유에는 자신을 두고 멋대로 합의를 진행 시키는 도경이 탐탁지 않았던 것이 컸지만 그래도 그건 자신답지 않게 너무 프로답지 못했다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결과를 얻어 버린 순간 조나단은 그때의 도경을 말리지 못한 자신을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의 주먹이라니 너무 위험해.’
사실 복싱 팬인 조나단은 복서란 존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리아의 전속 에이전트가 되기 전에 프로복서의 계약을 맡으며 일을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수백, 수천, 수만 번을 샌드백을 기계처럼 치면서 주먹과 기량을 단련하는 사람들 그것이 프로복서였다.
그런 프로복서 중에서도 혹독한 연습량으로 자신을 단련하기로 유명한 존재가 바로 로이드 와일더였다.
“괜찮네.”
“도경! 객기도 작작...!”
“조나단 침착해요. 오히려 좋은 일이에요.”
“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도경의 터무니 없는 말에 조나단은 화를 내려 했지만, 도경의 표정을 보고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도경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했기 때문이다. 아니, 진지했다기보다 소름 끼치게 차가웠다는 표현이 맞았다. 분명 미소를 짓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섬뜩한 분위기가 도경에게서 흘러나왔다.
“프로복서인 만큼 관중들 앞에서 사람 때리는 게 이골이 났을 텐데 설마 무작정 저를 1라운드에 KO 시키겠어요? 오히려 나를 가지고 놀면서 10라운드까지 데리고 갈 생각일 걸요? 안 그래 세계 랭커님?”
“부정하지 않겠다.”
“역시.”
피식.
도경의 물음에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로이드가 긍정을 표했고 도경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나단의 어깨를 붙잡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여왔다.
“조나단 이건 좋은 일이라고요. 10라운드에서 죽어라 버티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래 봬도 제가 맷집 하나 최고거든요.”
“그건...”
“됐어요. 어차피 저 사람을 물리게 만들어도 스티븐은 말도 안 되는 놈들을 내세울 거예요.”
툭.
“아...”
도경은 조나단을 뒤로 하고는 앞으로 나와 테이블에 있는 서류를 보며 그 위에 있는 펜을 집어 들어 보이며 무표정한 에블린과 눈을 마주치며 눈짓하며 서류를 가리켰다.
“여기다 사인하면 끝나는 거죠?”
“그렇습니다만...”
휘휙!
툭!
“됐죠?”
망설임 없이 자신의 사인을 빈칸에 휘갈긴 도경은 펜을 서류위에 툭 하고 집어 던지며 자신의 앞에 있는 3명을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그럼 슬슬 서로들 볼일 치르도록 안내해주실래요? 에블린 씨.”
“...알겠습니다.”
끄덕.
너무나 예상외의 도경 반응에 에블린은 한 박자 늦게 도경의 말에 대답했다. 설마 이렇게 속전속결로 일이 처리될지는 그녀조차도 예상 못 한 것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안내하기 시작한다.
“저 동양인... 허세 부리는 건가?”
“그렇게는 안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말이다. 네가 누구인지 모르는 건가? 아니,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 미친 놈 아니야? 복서를 얕보는 것도 아니고 너무 배짱부리는데?”
“흐음...”
힐끔
‘묘한 녀석이네.’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는 로이드는 에블린의 안내에 따라나서는 도경을 뒷모습을 묘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배짱을 부린다고 치기에는 너무나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도경의 눈빛을 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묘한 분위기를 가진 녀석이네요. 조금 신경이 쓰이네요.”
“신경은 무슨...!”
피식.
“그딴 거 말고 너는 어떻게 하면 경기를 재밌게 만들지나 생각해 둬라. 자그마치 500만 달러인데 싱겁게 만드는 건 매너가 아니지 않겠냐.”
“그 정도는 저도 잘 알아요.”
“하하하! 그럼 네가 어떤 녀석인데 말이냐. 그냥 한 번 얘기해봤다. 재미없는 녀석아.”
로이드의 말에 웃음 짓는 카터는 로이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40분 뒤에 들어올 500만 달러를 생각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
[대기실]
“Shit! 어이 아가씨. 분명 일반인 녀석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렇습니다만...?”
갸웃.
“개소리 마! 그게 일반인 몸이면 다른 새끼들 몸들은 애새끼냐?”
쿵!
분명 조금 전까지 웃음을 터트렸던 털북숭이 트레이너 카터는 안색을 굳히고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에블린을 노려보며 물었다.
“다시 한번 묻겠어. 저 녀석 일반인 맞어? 지금 우리에게 무슨 장난질 치는 거 아니겠지?”
“카터 씨. 당신이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요.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왜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지?’
갸웃.
에블린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카터를 바라보았다.
손에 붕대를 밴딩 하는 법이나 권투글러브를 착용하는 등 복싱에 문외한인 도경을 돕기 위해서 그의 대기실에 들어갔던 카터가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채 밖으로 나와 자신에게 따지고 있었는데 에블린으로서 난데없는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쾅!
“닥치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
“그, 그게 일반인은 아니고...”
“역시! 그랬군. 역시 우릴 속인 거였어. 그래 대체 뭐 하는 녀석이야?”
“가수입니다.”
“그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일반인이 아니라니 이건 계약에 어긋나... 뭐, 뭐라고 가수!?”
“네. 한국이란 조그마한 나라의 가수라고...”
“하...?”
에블린의 말에 카터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는 비명을 지르듯 에블린을 향해 화를 냈다.
“대체! 그게 무슨 헛소리야!? 가수라고? 그런...”
펄쩍!
‘가수라는 새끼 몸이 왜 그따구인데...!?’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펄쩍 뛰는 카터는 조금 전 바셀린을 발라주기 위해 자신이 보고 만졌던 도경의 몸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꼼지락.
“젠장! 당신 그 말이 거짓말이라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타다닥!
손을 꼼지락거리며 도경의 근육 감촉을 느꼈던 카터는 무언가 밀려오는 싸함에 서둘러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갔다.
갸웃
“대체 뭐지?”
황급히 달려가는 카터의 영문 모를 모습에 에블린은 그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