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화
[5, 6, 7...!]
“Shit”
벌떡!
예상치 못한 상황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이었지만, 결말까지 영화처럼 흘러가진 않았다. 다운당했던 로이드가 무릎을 피고 자리에 벌떡 일어났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로이드를 레프리가 그의 상태를 점검하였고 경기 의사를 강하게 보이는 로이드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두 팔을 벌리며 시합을 재개시켰다.
“뭐야?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거 아니야? 파바밧 하고 쓰러지면 얼마나 멋있어?”
통통.
“속였구나... 네 녀석 복싱경험 있는 숙련자구나!”
자리에서 일어난 로이드를 보며 도경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투덜거렸고 로이드는 그런 도경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자신이 순간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자기의 몸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공격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도경의 공세가 매섭고 정확했다는 것을 뜻했다.
도경의 잽과 스트레이트의 연발은 신속 정확하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연타였으며 네 손가락 중 제2 관절, 제 3관 절로 정확하게 너클 파트로 가격해오는 도경의 타격 정밀도는 하루아침에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숙련자 아닌데?”
“뭐?”
“숙련자 아니라고. 다만, 쓸만한 영상을 많이 보고 공부했을 뿐이야.”
“뭐라고?”
도경이 지닌 복싱실력은 절대로 문외한의 것이 아니었지만 도경은 웃음을 지으며 로이드 말에 부정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게 정말로 자신이 복싱을 접하고 글러브를 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마 어이없겠지. 근데 사실인 걸 어쩌겠어?’
피식.
“잘 봐봐.”
“?”
처음인데도 도경이 복싱을 능숙하게 할 줄 아는 이유는 딱 하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복싱 레전드들의 경기 영상들을 분석하고 그들의 모션을 자신의 눈으로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사실을 납득시킬 자신이 없는 도경은 그저 로이드 앞에 보여줄 뿐이었다.
타다다닥
“어때? 알아보겠어?”
“너...”
‘저 스텝은...’
로이드에게 보란 듯이 오른발 왼발, 빠른 스텝을 밟으며 급속한 축 이동을 보이는 도경. 로이드는 도경의 스텝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리드미컬한 유연한 움직임, 다소 높은 무게중심, 자신의 주변을 도는 도경의 스텝에 도경이 누구의 영상을 봤는지 로이드는 단박에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게 도경이 따라 하는 사람의 영상을 로이드 그 본인조차도 수십 수백 번을 봤으니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통통
“알리...!”
“빙고! 이제야 알아보는구나? 처음부터 티를 냈는데도 알아주지 않아서 내심 서운했다고?”
“...!”
도경의 도발적인 언사에 로이드는 표정을 찌푸리면서 도경이 아까부터 지어 보였던 특유의 제스쳐와 표정이 괜히 보이던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와 동시에 도경의 행동에 이를 갈기 시작했다.
허세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의 동경이자 전설적인 인물의 기술을 경기 영상을 보는 것으로만 숙지했다는 도경의 오만불손한 말에 복서로서의 분노가 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뿌드득.
“감히...! 네까짓게 그분을 따라 해?”
저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놈이 전설을 따라 하는 것도, 그런 녀석에게 자신이 당했다는 것에 크나큰 수치심과 모멸감에 결국 로이드 이성의 끈이 끊어져 버렸다.
‘죽인다.’
고오오.
파이트 자세를 잡고 도경을 바라보는 로이드의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서 이죽거리고 있는 도경을 어떻게든 후두려 패지 않으면 이 끓어오르는 분노가 식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로이드의 기세에 도경은 슬그머니 웃음을 머금었다.
저릿저릿.
씨익.
‘돈 많은 졸부 놈이 재밌는 판을 마련해 줬어.’
솔직히 세계랭커와 도경이 언제 주먹을 섞어 보겠는가? 개똥도 쓸모가 있다더니 이런 기회를 가져다준 스티븐이 딱 그 짝이었다.
“세계 랭커라고 하더니 생각 보다 끓어오르잖아?”
“어이!”
퉁!
“재미나게 판을 벌여보자고!”
휘이익!
부웅.
“이 미친놈이!?”
자신보다 먼저 앞으로 튀어나오는 도경을 보며 로이드가 욕설을 뱉으며 발뒤축에 힘을 주고 몸을 활처럼 쏘아내며 도경을 향해 나아갔다. 기고만장하는 동양인을 박살 내리라 이를 갈면서 말이다.
“죽여주마!”
“로이드 침착해!!! 데미지 회복 부터...!”
‘젠장!!! 역시 감이 안 좋다 했어!’
쿵!
그런 로이드를 바라보고 있던 코치인 카터는 애타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흥분한 로이드의 귀에는 그 목소리가 닿질 않았다. 세컨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라면 이미 로이드가 흥분할 대로 흥분했다는 반증인데 그것을 본 카터는 불안한 감정을 느끼었다.
“불안해...”
공짜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500만 달러.
지금에 와서 카터는 그 돈이 독이 든 성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
“.....”
움찔!
“...!”
타앙!
휘이익!
조금의 틈새.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검은 맹수 로이드가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엄청난 가속과 동시에 창처럼 맹렬하게 뻗어지는 스트레이트가 도경의 얼굴을 날아들었다.
크랩 가드의 자세를 취하고 있던 도경은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그의 스트레이트를 오른손으로 블록 하기위해 들어 올렸다.
파앙!
저릿저릿!
묵직한 타격음이 울렸다.
체중을 실어 찔러왔던 스트레이트인 만큼 도경의 오른손 블록은 블록이라 할 수 없을 만큼 맥없이 튕겨 나갔지만, 도경은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로이드의 스트레이트를 막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끼긱!
빙그르르
휙!
로이드의 주먹에 맥없이 튕겨 나간 블록이었지만 그 블록 덕분에 잠깐의 시간을 벌었고 로이드의 스트레이트의 궤도를 살짝 비틀었다. 그리고 그 찰나에 도경은 스텝을 밟으며 몸의 중심을 회전시키며 방향을 전환 시켰는데 그야말로 감탄사가 나오는 훌륭한 회피였다.
하지만 도경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큰 스트레이트를 휘두르며 생긴 로이드의 틈새를 향해 레프트 잽을 재빨리 뻗는다.
팡팡팡!
“칫!”
사이드로 돌면서 순식간에 3방의 잽을 자신에게 집어넣는 도경의 공격에 로이드는 혀를 차며 가드를 들어 올리고 몸을 재빨리 숙였는데 그와 동시에 머리 위로 무언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부우웅!
‘Fuck!’
숙였던 머리 위로 도경의 스트레이트가 스치는 소리. 한 뼘 차이로 도경의 스트레이트를 피한 로이드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이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지?’
7라운드.
속전속결로 끝내려 했던 계획과 달리 시간은 흐르고 흘러 중반을 넘어선 시점. 로이드는 이를 갈면서도 놀란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동양인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복싱 실력 때문이었다.
휘이익!
파팟!
팡! 팡!
타다다닥!
“......!”
‘씨발! 이게 일반인이면 복서들은 다 나가 죽었냐?’
도경의 스트레이트를 피하며 로이드는 지그재그로 더킹을 하며 도경과의 거리를 좁히려 했지만, 귀신같이 그 낌새를 알아차린 도경은 간단한 잽으로 로이드에게 타격을 주며 그의 시도를 사전에 끊어 내고 그사이에 거리를 벌렸는데 이는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더빙과 헤드 슬립으로 잽을 흘리며 상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 KO를 따는 게 주특기인 로이드가 일반인이라고 불리는 도경에게 잽을 맞으며 발걸음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침착하자. 침착해…! 성질 죽여라. 똑같은 실수는 한 번이면 충분하다.’
아웃복서가 유지하는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인파이터가 느끼는 짜증과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지만, 로이드는 그것을 꾹 눌렀다. 초반에 감정적으로 경기를 풀려다가 도경에게 카운터를 맞고 다리가 풀릴뻔한 경험을 지니고 때문이다.
하마터면 1라운드에 2번 다운될 뻔한 로이드. 그는 그 후로 도경을 일반인이 아닌 자신과 다름없는 복서로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세계에서 난다긴다하는 랭커와 같은 선상에 있는 복서로서 말이다. 그것은 정말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저 정체 모를 녀석에게 또 말려 들어갈 게 뻔했기에 로이드는 한없이 진지하게 도경을 상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힐끔.
‘분명 보디블로를 여러 번 먹였는데...!’
휙휙.
퉁! 타닥 퉁!
저 성가신 풋워크를 막기 위해 보디에다 여러 번 주먹을 집어넣었지만, 아직도 경쾌한 리듬을 유지하는 도경의 스텝에 로이드는 질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7라운드인데도 전혀 흔들림이 보이지는 않는 체력과 그의 맷집은 로이드에게 있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먹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과 맷집도, 알맞은 타이밍에 망설이지 않고 낭비 없이 내뻗는 주먹도 하나같이 불가사의하기 짝이 없었다.
도대체 이런 놈이 어디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궁금해질 지경이지만 로이드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지금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움찔움찔.
“후웁.”
7라운드가 된 현 상황. 로이드는 저 얄미운 놈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 주먹을 휘두르는 것보다는 지금 시기에는 상태를 한 번 짚고 넘어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전에 입었던 데미지는 다 사라졌어...! 놀라운 실력이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침착하게 거리를 좁혀서...’
투우웅!
“응?”
쉐에엑!
“!!?”
휙!
자신의 몸을 점검하며 도경을 향한 전략을 떠올리고 있던 차. 로이드를 향해 도경이 갑작스럽게 몸
을 날리며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파앙.
그것은 의외의 급습이긴 했지만, 로이드 수준으로는 못 막을 정도의 급습은 아니어서 그는 블록으로 도경의 스트레이트를 비껴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쯤에서 도경은 잽을 날리며 거리를 두어야 할 순서. 그런데 지금 도경이 예상치 못한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퍽!
‘뭐?’
파파파팡!
‘이 새끼가!?’
거리를 두어야 할 아웃복서인 도경이 과감하게 로이드에게 보디블로를 먹이며 정면승부를 벌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몰라도 로이드는 이를 가는 동시에 눈빛을 번쩍이기 시작했다.
파방!
“뒈지려고...!”
꾸우욱!
휙!
아웃복서가 인파이트로 접근전으로 승부를 걸었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은 명백히 만용이었으며 로이드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열은 받지만,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들어온 상황. 로이드는 차분하게 도경의 공격들을 받아내며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거세지는 도경의 난타 속 로이드는 가드를 굳건히 하고 거북이처럼 목을 숙이며 좌우로 살짝살짝 움직이며 도경의 발에 시선을 집중했다.
투웅. 툭!
우뚝!
‘지금!!!’
왼발 오른발 빠르게 축을 바꿔가며 원투 스트레이트를 호쾌하게 내뻗는 도경의 타이밍을 재던 로이드는 순간 도경의 발이 멈춘 것을 보고 비호같이 몸을 쏘아내었다.
휘이이익!
‘박.살.낸.다!!!’
오른쪽으로 전 체중을 실어 숙인 후 스프링처럼 몸을 강하게 튕긴 로이드의 집념과 광기가 담기 라이트 어퍼가 도경의 보디를 향해 작렬한다.
뻐어어억!
빠직.
“쿨럭!!”
“도경!”
로이드의 한방에 활처럼 휘는 도경의 몸.
누가 봐도 강렬한 보디블로에 코너에 서 있던 조나단이 놀람에 비명을 터트리지만 안타깝게도 로이드는 도경을 봐줄 생각이 없는 듯싶었다.
휘익!
파바바방!
뻐억!
퍽!
7라운드 긴 시간 꾹 참았던 분노를 토해내듯 로이드는 자신이 갈고 닦았던 온갖 콤비네이션 기술을 도경을 향해 쏟아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한순간에 역전된 상황.
관중으로 있는 셀럽들은 새로운 전개에 미친 듯이 열광하며 함성을 내지른다.
---
“그렇지! Fuck Yeah~!!! 진작! 진작에!!! 그럴 것이지!!!!”
벌컥벌컥!
함성을 지르는 셀럽 중에서 유독 가장 흥분한 이가 눈에 띄었다.
독한 술을 연신 들이켜면서 거친 욕설이 섞인 응원을 내보내는 인물은 다름 아닌 스티븐. 그는 붉어진 얼굴로 미친 듯이 로이드를 향해 응원을 보내며 그와 한 몸이 된 듯 주먹을 좌우로 연신 휘두르며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하! 그래 저거지! 저게 내가 원하는 거지!”
웃음을 터트리는 스티븐은 가히 제정신으로 볼 수가 없었다.
7라운드 내내 자신이 원하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아 속을 새카맣게 태웠었는데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한 방이 터졌기 때문이다.
“하하하. 괜히 쫄았어! 그래 복싱은 이런 맛이지.”
“내가 말했잖아. 로이드가 저 녀석이 일부러 봐준 거라니까.”
“그러게 말이야. 경기가 끝나면 그에게 거하게 술 한잔 대접해야겠어. 싱겁게 끝날 줄 알았던 경기를 이렇게 재밌게 만들다니 그는 정말 천재야!”
“자자, 우리 아까 못했던 내기 해야지? 지금부터 저 동양인이 얼마나 버틸지 말이야. 내가 봤을 땐 끝난 것 같지만 말이야. 하하하!”
보디블로를 맞은 이후로 다리가 풀렸는지 좀 전과 다른 기동력을 보여주는 도경. 그는 로이드의 주먹에 속수무책으로 맞는 중이었다.
로이드의 연타에 이리저리 휘청이는 도경은 그야말로 폭풍 앞에 있는 촛불이나 다름없었는데 그것을 보는 스티븐과 그의 주변 지인들은 축제 분위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7라운드 내내 스티븐의 히스테리에 시달렸던 그들로서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었기 때문이다.
“건배!!!”
한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맞는 것을 안주 삼으며 그들은 축배를 올렸다.
채앵!
글라스 잔의 맑은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
10라운드
“.....”
‘뭐지? 왜 내가 여기에 서 있는 걸까나?’
두리번두리번.
분명 조금 전까지 신나게 축배를 올렸던 상황을 떠올린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 술을 많이 마셨던 탓일까? 취기 때문인지 현재 상황이 몽롱하게 느껴지는 스티븐은 자신의 글러브를 바라보다가 주변을 살피며 지금의 상황을 맥락을 천천히 되짚어 보았다.
‘로이드 그 깜둥이 새끼가 갑자기 지랄하고... 그래서 내가...!’
힐끔.
“저 새끼...!”
로이드가 벌인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 결국 자신이 나섰고 마지막 라운드는 그 스스로 장식하게 되어버렸다. 상황파악을 한 동시에 스티븐의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을 떠올리며 술에 취한 눈동자에 힘을 실었다.
‘저 녀석이 모든 원흉이었지!’
번뜩.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속 피어나는 묘한 긴장감과 고조감에 천천히 자신의 취기를 몰아내는 스티븐은 자신의 앞에 있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휘청~.
부들부들.
“킥!”
2라운드 동안 총 3번의 다운을 겪고 넝마처럼 두들겨 맞으며 온몸이 성한 곳 없는 반쯤 그로기 상태의 도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스티븐은 자신의 입가에 기분 나쁜 미소를 피어 올리며 자신의 글러브를 두드리며 의기양양하게 도경을 향해 천천히 다가선다.
퉁퉁!
“그래... 마무리를 짓는 것도 재밌겠어...!”
부상 입은 동물이 헐떡이며 자신의 눈앞에 있다.
그럼 어떻게 하겠는가?
보통 사람이라면 치료를 해주거나 고통 없이 보내준다는 대답을 하겠지만 스티븐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대답은 단 한 가지였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있었어야지!!!”
타다다닥!
부우웅
부상을 입고 쓰러진 동물을 쓰레기처럼 걷어찬다.
그것이 스티븐이 내놓은 답.
“맞아.”
텅!
덥석!
“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있어야지.”
스티븐이 내놓은 대답에 한 사람이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고 스티븐은 그가 표하는 동의에 너무 놀라 숨을 죽이고 말았다.
퉷!
“듣고 보니 정말 맞는 말이야!”
씨익.
“어어어... 어...!”
피투성이인 마우스피스를 뱉어내는 도경은 피로 점칠 된 입가를 환히 내보이며 미소지으며 스티븐을 마주하였고 그런 도경을 마주 보는 스티븐은 자신의 몸 안에 맴돌고 있는 취기가 순식간에 알코올처럼 증발하는 것을 깨달으며 공포에 찬 표정을 짓고 말았다.
무언가... 아주 무언가가 잘못됐지만, 지금의 그는 이것을 막을 힘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수많은 인기와 수억 달러의 자산도, 수많은 경호원과 영향력 있는 친구들도 지금 이 자리에서 아무런 소용 가치가 없는 것이다.
“처맞는 말.”
빠아아악!
“커어억!”
도경의 알 수 없는 한국어와 동시에 스티븐은 고통 서린 단말마와 함께 일그러진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의 배에서 시작해서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충격은 그가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큰 고통이었지만 그 고통은 불행히도 한방으로 끝날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도경의 남아 있는 글러브가 스티븐을 향해 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빠바바바바바박!
3분. 도경의 진정한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