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화
“와아아.”
한국으로 돌아온 도경의 일상은 그리 바뀌지 않았다.
소극장에 돌아와 쉬지 않고 매일 공연을 이어갔고 메인 MC로 맡고있는 케이블 프로그램인 아이돌 현장도 미리 녹화한 분량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무리 없이 촬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물론 미국에서 리아와 썸 탄것과 스티븐을 후려친 것에 주변 사람들에게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애초에 MC를 맡고있는 아현 방송 이외에는 소극장과 인터넷 S-라이브로 자신만의 독자 노선을 걸어가며 모습을 비추고 있었기에 대중들에게 그런 소란은 금세 수그러들었다.
[혜화 소극장]
[아우 힘들다. 좀 쉬다 갈까요? 매일 공연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죠?]
“하하하.”
“초심 잃은 거 아니냐!?”
와하하하.
[누구야? 초심? 초심드립 일어나. 진짜 주변 붙잡고 물어봐요. 버스킹도 이렇게 성실하게 못 해요. 성대 남아날 거 같아요? 연습 안 하는 나니까 하는 거지. 내가 누누이 말했죠? 이건 공연이기도 하면서...]
“연습이기도 하다!”
씨익.
[맞아요. 나중에 나 죽고 나면 어록 중 하나로 남을 거니까 기억해 둬요! 그리고 요즘 제가 미국 다녀오고 나서부터 초심 드립치시는 분 많은데 저 바뀐 거 없는데... 아니다 바뀌었구나! 저 너무 성실해진 거 같지 않아요? 의식의 흐름대로 막 바닥에 드러눕거나 배달음식 시켜 먹망 하고 싶은데 해도돼요? 똘기 가득한 또라이 박도경 초심 제대로 가볼까요? 원하시나요?]
“아니요! 노래해줘요~!”
[쉰다고 했잖아 이 자식아~! 은근슬쩍 노래하라는 거 봐. 인성 실화냐?]
하하하하하.
자리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입은 쉬지 않는 도경을 보며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고 몇몇은 익숙한 듯 이 시간을 이용해 화장실을 갔다 오거나 휴식시간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색적이지만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도경의 소극장이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그만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경의 소극장] & [S-Live]
도경이 귀국하자마자 한 것은 소극장 공연과 S-Live의 재개하는 것이었다. 주말 없이 매일 여는 도경의 Every day 소극장.
정말로 대단한 게 귀국 후 빠짐없이 2, 3시간씩 많게는 4시간까지 소극장을 여는 도경을 보면서 사람들이 그에게 무리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해줄 정도였지만 도경은 웃음 하나로 일축 시켰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연습을 안 하니까 가능한 거예요. 공연이 아니라 내가 연습하는 걸 본다고 생각해요. 연습은 뭐다? 빠짐없이 매일 하는 거다. 그리고 연습하는 모습 보여주면서 돈도 벌잖아요. 이게 행사보다 더 돈을 많이 벌걸? 2~3시간에 하루 천만 원 찍는데 걱정할 사람을 걱정해라.)
도경의 발언은 사람들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어디서 세어나갔는지 모르지만, 도경이 소극장을 마련하기 위해 벌어들인 돈을 다 쓴 것도 모자라 대출받아서 35억 원에 빚을진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음악 방송 PD의 갑질 때문이란 걸 방송을 포기하고 독자 노선을 걷기 위한 행보인 것을 알기에 걱정해준 것이었는데 도경은 태연하기 이를 데 없어서 그저 웃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35억 매일 공연하면 1년이면 갚아. 걱정 마. 그런데 이건 어떻게 알았어?]
[매일 공연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너흰 매일 PC방 가잖아. 노는 게 왜 힘들어?]
[실패하는 것에 겁나지 않았느냐고? 실패하면 죽어?]
[요즘 무모한 사람이나 앞뒤 생각 없이 저지르는 사람 보고 도경 스럽다라는 신조어가 있던데 그거 잘못된 거야. 난 비빌만 하니까 비벼. 무모하지 않다고! 페이X가 한타 치러 들어갈 때 무모하게 보이디? 철저히 자신만의 각이 있는 거야.]
[나 박도경이야~! 걱정 할 사람을 걱정해.]
데뷔 1년 차 그것은 분명 신인으로서도 가수로서도 위험한 도전이었지만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도경의 여유로운 모습에 사람들은 결국 호감을 내보이며 응원했다.
처음에는 앞뒤 안 가리는 사고뭉치인 줄 알았는데 소극장과 S 앱을 통해 그의 이면에는 생각보다 확고한 철학이 도사리고 있는 도경의 모습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S-Live
[도경 Every day live]
팔로워 252만. 평균 영상 조회 수 89만
매일같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경이 걷어 들인 결실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물론 팔로워 수가 500만, 800만에 육박하는 아이돌 채널도 있었지만 한 사람, 한 개인이 팬덤이 아닌 실력과 재미로 200만 팔로워 수를 넘긴 사람은 국내에서 도경이 유일했다.
무엇보다 팔로워 수 절반 가까이에 육박하는 평균 영상 조회 수는 S-Live를 팬서비스와 홍보를 위해 이용하는 타 채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컸다. 도경이 인터넷방송을 이용해 자신만의 장기적인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었다는 것이다.
[Every day live] 도경의 소극장.
그것은 도경의 고유한 무대이자 채널이었고 도경이 공중파 방송에서 자립해서 생존할 수 있는 독립성과 힘을 안기어 주었다.
35억?
도경이 일구어낸 가치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푼돈이나 다름없었다.
[자! 다시 달려볼까요?]
와아아~!
자신이 어떤 가치를 일구어냈는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경은 자신만의 무대를 그저 즐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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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엔터테인먼트]
“하이고야. 좀 있으면 회의해야 하는데 살살 좀 달리지.”
“뭐, 도경이 녀석이야. 무대 위에서 조절이 안 되잖아.”
“그치 그래야 도경이지. 도대체 애가 일궈낸 걸 보면 미래에 나아갈 방향이 어떨지 상상이 안 된다니까. 정말 부럽기 그지없어.”
S앱을 통해 도경의 라이브를 보고 있는 박진용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웃음을 진하게 머금고 있었다. 아무런 제약과 걱정 없이 자신의 무대에서 끼를 발산하는 가수.
그것은 죽을 때까지 춤추며 노래하고 싶은 자신이 꿈꾸던 삶의 이정표이자 이상향이었다.
“하하. 천하의 박진용이 자기 소속사 아티스트를 부러워하냐. 임마 너도 일궈낸 게 정말 만만치 않거든?”
“형도 알잖아. 내가 원래 원했던 거는 댄스 가수로서의 삶이라는 걸.”
“지금도 훌륭한 가수잖아.”
“앨범 하나 만들고 활동하려고 하면 회사 전체가 말리는 가수가 가수야?”
“진용아...”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나도 잘 알고 있어. 내가 해야 하는 역할과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거 잘 알아...”
자신은 하고 싶은 음악 생활과 가수 활동을 오래 하기 위해 기획사를 차리고 있을 곳을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러니하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가수 생활과는 더 멀어지고 만 것을 깨달았다.
“진짜 덩치가 너무 커져 버렸어. 어느새 뚱뚱보 아저씨가 돼버렸다니까.”
“그렇지... 너무 커져 버렸지. 참, 사람 인생이라는 게 아이러니해. 딴따라로 죽겠다던 놈이 한국에서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사장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피식.
그가 내뱉은 말대로 덩치가 커져 버렸다. 가수로만 활동하기엔 그가 지니고 있는 것들과 그것을 책임져야 짐들이 너무 많아진 까닭이다.
한 기획사를 운영하는 사장으로서 자신의 행보에 회사가 받는 손익을 계산하고 생각해야 하는 자리 그곳이 박진용이 서 있는 위치였다.
“.....”
[JY]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진용.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 하지만 박진용 가수로서의 한 사람의 입장으로선 조금은 복잡한 심경이기도 했다. 물론 회사가 크는 것도, 자신의 회사에서 소속된 아티스트들이 성장하고 성공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보람차고 재밌는 것이었다. 절대로 그것에 불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래도 씁쓸함이 있다는 거지.’
성공해도 그래도 가슴 한편에 남아있는 아쉬움과 씁쓸함은 어쩔 수 없었다.
[와아아아]
힐끔.
“빌어먹게도 재밌어 보이네.”
스마트폰 작은 화면 안에 담겨있는 도경의 공연을 보며 박진용은 웃었다.
세상은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 이라 박진용은 생각했다.
“나도 앨범이나 낼까?”
중얼.
“오? 하려고?”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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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10시.
“저 왔어요 사장님.”
“그래. 왔냐? 다행히 늦지 않았네?”
“사장님 바람 맞힐 만큼 그렇게 배은망덕한 사원은 아닙니다요.”
굽신.
“뻔뻔하기는...!”
“하하하.”
넓은 회의실.
회의실 자리에 앉은 많은 사람이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도경과 박진용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그들의 모습이 의외였기 때문이다.
사실 겸손함과 인성을 강조하는 박진용과 좌충우돌이란 단어와 조금은 건방져 보일 수 있는 도경이 저렇게 스스럼없이 어울릴지는 예상 못 했다.
반짝.
‘두 사람 케미가 좋구나.’
두 사람의 앵글을 보던 한 남자가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 짓는 남자의 시선을 느꼈는지 도경이 고개를 돌려 생소한 이들이 앉아있는 곳에 시선을 두었다.
“아. 이쪽 분들이 텐 프로젝트 제작진 팀인가요?”
“안녕하십니까. Nnet에 이번 10프로젝트 담당한 PD 김지승 이라 합니다.”
“안녕하세요. 박도경이라고 해요.”
꾸벅.
‘진짜 박도경이야... 정말로 출연할지 몰랐는데’
꿀꺽.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도경을 보며 김지승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예능 바닥에서 유명한 도경이 자신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니 보기만 해도 희열에 벅차올랐다.
몸값이 비싸거나 신비주의인 톱스타는 아니었지만, 그들 10명이 자신의 프로그램에 온다고 하더라도 김지승은 망설임 없이 그들을 쳐버리고 도경을 선택할 것이었다.
예능계의 일기당천.
모든 예능PD가 섭외 0순위로 뽑는 출연자가 바로 자신의 앞에 있는 도경이기 때문이다.
‘끝났어! 이번 게임은 끝났다!’
부르르.
단지 도경을 얻는 것뿐인데 이미 성공했다는 확신하는 김지승 PD. 너무나 과하지 않나 싶은 반응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김지승 PD 그는 도경의 소극장 [Every day live] 열렬한 애청자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방금 전까지 S앱을 통해 도경의 소극장까지 다 봤을 시청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안다. 도경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말이다.
춤, 노래는 기본 그 능력을 이용해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갖고 놀 줄 아는 자연스러운 넉살스러운 진행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그 능력을 볼 때마다 감탄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녔다.
처음에는 분석하려다 본 거였지만, 어느새 도경이 가져다주는 경이로움과 즐거움에 그는 도경의 팬을 자처했다.
두근두근.
“저기...!”
“네?”
“소극장 티켓 좀 구해주실 수 있나요?”
“?”
“팬입니다!”
벌떡
“아하하.. 감사합니다.”
‘헤에? 진심이잖아? PD가 내 팬이라니 이거 처음 있는 일 아니야?’
자신을 향해 사심이 듬뿍 들은 눈빛을 발산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미는 김지승 PD를 보며 도경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밝은 웃음을 짓는다.
항상 자신에게 적대적인 감정만 품던 PD만 만나오다가 팬이라고 순수한 호의로 다가오는 그의 존재는 꽤나 신선했다.
“티켓이야 언제든지 끊어드릴 수 있죠. PD님.”
“정말입니까?”
“정말이고 말고요. 그도 그럴 게...”
“?”
“저도 부탁드릴 게 정말 많거든요.”
“...!”
의미심장하게 웃음 짓는 도경을 바라보며 김지승 PD는 침을 꿀꺽 삼킨다. 도경의 소극장을 매일 챙겨 보는 그는 저 표정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꿀꺽.
악동의 웃음.
지루할 때나 뭔가 마음에 안 들 때쯤 나오는 도경의 웃음. 그리고 저 웃음 다음에는 항상 예측불허의 행동이 이어졌다.
볼 때는 즐거웠는데 자신이 저 웃음에 말려들 생각을 하니 절로 식은땀이 난다.
‘겁나네...!’
---
“네? 경쟁에 참여하고 싶다구요.”
“도경아! 그게 지금 무슨 말이니?”
“넵. 재밌지 않아요?”
김지승 PD의 예상대로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도경이 생각지도 못한 아니, 상상도 못 한 의견을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들이 들은 게 맞나 황당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심지어 그의 옆에 있던 박진용 사장까지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상황을 봐서 이것은 분명 박도경의 독단적인 의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김지승 PD는 지금 들은 게 맞나 확인 차 다시 한번 물었다.
“지금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과 경쟁을 한다고요?”
“네. 같이 합숙하고 미션을 연습하고 무대에 서는 거죠.”
“그런...!”
심사위원이 참가자들과 같이 합숙하고 미션을 같이한다는 도경의 발상은 정말로 엉뚱하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김지승 PD. 그뿐만이 아니라 모두들 말이 안 된다고 그렇게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딱!
“그거 정말 재밌겠네요!!!”
“네? PD님 정말 하실 생각입니까?”
예상치도 못한 김지승 PD의 반응에 모두가 다시 한번 놀랐다.
“네! 엉뚱하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네요.”
“그런...”
“역시 제 팬이라더니 뭔가 좀 통하는군요. PD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저야말로...!”
팬은 스타를 닮는다더니 자세히 보니까 김지승 PD도 도경만큼 괴짜인 듯 싶었다.
자신이 짜놓은 기획이 바뀌는 것에 보통 화를 내고 곤란한 표정을 지어야 할 입장인 PD가 함께 신난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탑10 프로젝트]
심사위원과 참가자가 대결하는 구도를 집어넣는 유례없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