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화
퉁퉁!
까닥까닥.
지현진이 자신 있는 부분은 춤(Dance)이었다.
아이돌이 붐이 불면서 한팀 당 적게는 다섯. 많게는 13명도 넘는 팀원이 생기고 백댄서가 설 자리가 사라지고 아이돌이 온전하게 춤을 연습하고 무대를 꾸며야 하는 시대.
아이돌을 꿈꾸는 젊은 애들에게 있어 춤은 인문계 학교의 국·영·수처럼 필수과목이 된 지 오래였다. 못해도 싫어도 당연히 해내야 하는 것이 춤인 것이다.
쿵짝! 쿵쿵! 빠바바밤 쿵~!
번뜩.
노랫소리에 고개를 까닥이던 지현진.
느긋했던 노래템포가 급작스럽게 격렬한 템포를 바뀌자마자 그의 눈빛이 바뀜과 동시에 빠르게 바닥을 강하게 밟으며 상체를 격렬히 튕겼다.
쿵! 쿵! 빡!
휙휙!
팟!
지그지그!
상체를 튕김과 동시에 팔, 어깨, 고개를 이용해 노래 리듬을 타며 전신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지현진. 급박하게 움직이는 동작 하나하나가 절도가 있으면서도 여유가 넘친다.
아니 여유가 넘치게끔 보이고 있었다.
“하아~.”
“역시 TG소속 연습생이구나. 수준이 장난 아니네.”
“어떻게 저렇게 추냐?”
아이돌 연습을 하는 만큼 춤에 대해서 필수적으로 배우는 연습생들. 그렇기에 지현진의 춤이 얼마나 대단한지 객석에 앉은 연습생들 모두가 깨달았다.
지현진이 추는 춤은 자신들과 다른 진짜배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동작을 구현하는 것과 자신의 바이브를 담아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같은 춤을 춰도 보는 순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게 춤이었다.
지그지그~쿵쿵!
휘익~팟.
짝!
빠른 사운드에도 박자를 놓치지 않고 춤을 추는 지현진을 바라보는 두 사람. 도경과 박진용 사장은 지현진의 춤을 감상하며
“휘유! 춤을 출 때 탄력이 타고 났네. 그리고 무엇보다 표정이 좋아.”
“그러게요. 저 녀석 에너지 하나는 타고 난 것 같네요. 맘에 들어요. 딱 제가 원하는 참가자예요.”
“어?”
도경의 말에 박진용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지현진의 춤은 이미 평가할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춤꾼의 그것이었기에 가능한 일.
지현진의 춤에 시선을 고정하면서도 박진용의 시선을 느꼈는지 도경이 퉁명스레 물었다.
“왜요?”
“아니. 네가 참가자들 중에 순순히 칭찬한 연습생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서. 오늘 합격자인 3명에게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잖아?”
“걔들이야. 가지고 있는 재능을 보고 뽑은 거니까요. 그런데 쟤는 다른 걸 가지고 있어요.”
“그래? 뭐가 다른데?”
솔직히 도경의 판단 기준을 알 수 없었다.
재능을 지녔다고 말하지만, 박진용이 보기엔 합격한 3명이 그렇게 재능이라고 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지금처럼 타고난 춤꾼의 재능을 지닌 지현진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모르겠는데 도경은 저 소년에게 다른 것을 본 듯싶었다.
“오늘만 살 것처럼 춤을 추잖아요.”
“뭐?”
파동으로 지현진에게 느껴지는 감각에 도경은 미소 지었다.
자신을 불사 지르려는 불.
쿵쿵쿵쿵!
파앗!
자신의 앞으로 스텝을 강하게 밟으며 높게 뛰어오르는 지현진.
그 둘은 순간 서로의 눈을 마주친다.
[뽑아!]
짙은 눈썹 아래 한 가지의 열망을 전해오는 눈빛에 도경의 눈가에 이채가 번뜩였다.
쿵!
“합격!”
지현진이 허공에서 바닥에 착지한 순간에 맞춰 도경은 자신의 앞에 있는 테이블을 동시에 쿵 찍으며 곧바로 불같은 소년의 합격을 알려왔다.
---
2주 후.
[합격!]
To be continue!
지현진의 마지막과 동시에 울려 퍼지는 도경의 합격 선언을 끝으로 [TOP.10 Project] 방송은 끝을 났다.
오늘 처음으로 공개된 [TOP.10 Project] 1화
수많은 연습생을 만나 자신만의 기이한 심사로 오디션을 보는 도경의 행동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와 춤만 보고 합격시킨 거야?]
┗[합격심사가 도대체 뭔데? 뭐 이리 중구난방이냐?]
┗[근데 지현진은 솔직히 합격자 중에 역대급 춤 아니었냐? 춤만으로 합격은 이해 간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아이돌 만들려면 보통 춤, 노래, 외모같이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지금 도경은 그냥 한 가지만 삘 꽂히면 다른 거 안 보고 뽑아버리잖아. 이게 정상은 아니지.]
┗[하긴. 얼굴 이쁘다고 3분 컷 합격자 봤냐? 제정신인가 싶더라.]
┗[그냥 짜고 치는 거 아닐까?]
┗[제작진이 보인 반응도 그렇고 합격자도 황당해하는 표정 못 봤음? 그게 짜고 치는 반응이면 연기대상 줘야 함.]
┗[방송 모름? ㅋ]
도경의 심사. 그리고 무언가 독특한 구석이 있는 합격자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서로들의 생각과 의견을 내뱉고 있었다.
감탄사가 나와 합격하는 게 납득이 가는 참가자도 있었고, 조금은 애매해서 납득이 가지 않는 참가자도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확신이 안 든다는 게 무슨 말이냐?]
┗[유행어 ㅋㅋㅋㅋ]
┗[그거 말하는 거 보니까 결국 자기 맘에 들어야 뽑는다는 거 아님?]
┗[ㅇㅈ~!]
┗[에이. 그래도 생각이 있겠지. 안 그러면 욕 바가지로 먹을 텐데]
┗[ㅇㅇㅇ. 지금 현재도 형평성 없다고 욕 바가지로 올라오고 있음. TOP.10 Project 시청자 게시판 가보셈.]
다른 소속사에 직접 방문해서 오디션을 본다는 방송 프로그램 소재는 모두에게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합격 받을 거라고 예상했던 참가자들에게 불합격을 내리는 도경의 이해 못 할 행동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지 않나 현재 논란의 여지가 되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대형기획사는 출연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결국 지현진 까지 합격했으니까 JY, LSM, TG 결국 이렇게 삼파전 아님?]
┗[그럴 듯. 근데 LSM 출신 연습생은 얼굴만 보고 뽑은 거 실화냐?]
┗[이름이 백수현이라고 했나? ㅋㅋㅋ 이름은 이상한데 얼굴은 진짜 살 떨리게 이쁘긴 하더라.]
┗[ㅇㅇ. 얼굴깡패 LSM은 도대체 뭐하길래 저런 애를 놓쳤는지 이해가 안 감.]
┗[이유가 있었겠지. 아직 노래도 춤도 못 봤잖아. 아마도 못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면 사고라도 치지 않았을까? ㅋㅋㅋㅋ 엔간해선 LSM은 외모면 다 커버해주잖냐.]
┗[린정~. 그런데 JY에 있는 두 연습생도 이쁘던데? 각자 매력 있게 이쁘더라.]
┗[맞아. 남자 중에 지현진이 있다면 여자 쪽은 JY 연습생인 선유진도 진짜 물건이더라 나이는 제일 어린데 춤도 오지고 묘한 분위기가 있음.]
┗[나는 전수미 응원한다! 못 본 사이에 엄청 성숙해 져서 깜놀래서 ㅎㄷㄷ함. 드림걸즈 떨어질 때는 아쉬웠는데 이번엔 꽃길만 걷자~!]
┗[벌써부터 대형 3사 연습생만 거론되네... 도경이 심사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역시나 있는 것들의 잔치 상이었나...]
도경의 형평성에 점화되는 문제들은 둘째 치고 방송 1화 속에 주목받고 있는 대형 3사 기획사의 연습생 출신들은 화려하게 주목을 받고 있었다.
[JY] 신유진, 전수미, [TG] 지현진, [LSM] 백수현
괜히 3대 기획사의 연습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실력과 외모는 물론 존재감까지 증명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는데 특히나 TG 몰래 Behind 오디션을 받은 지현진의 배경이나 엄청난 미모임에도 [LSM]을 관두었던 백수현에 대한 관심은 실검에 떠오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시청률 6.8%
첫 방송의 시청률은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많은 말들을 낳고 있는 지금 [TOP.10 Project]가 어떻게 흘러가고 어떠한 결말을 맞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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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
“시청률 6.8%라. 좋은 출발이네요.”
“뭐. 그렇긴 한 데 정말 괜찮겠어요? 도경씨 이미지가 너무...”
“PD님 괜찮다니까요.”
“글쎄요. 형평성 문제를 걸고 넘어가는 건 기본이고 인성부터 시작해 모종의 거래가 있다고 안 좋은 글들까지 올라와서 말입니다. 도경 씨 말대로 괜찮은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차라리 지금이라도 심사기준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2화 때 편집만 조금 하면 간단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1화 방송이 나가기 한참 전에 소속사들을 돌아다니며 봤던 오디션은 끝난 지 오래였다.
오디션이 끝난 후에는 합격한 연습생들의 소속사들과 [TOP.10 Project]는 앞으로 있을 방향성과 의견을 나누며 계약을 조율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고 다행히 겨우 양쪽 다 만족하는 선에서 모두 잘 마무리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Nnet에서 제공하는 [TOP.10 Project]팀의 합숙소에 가서 연습생들끼리 서바이벌만 벌이는 일만 남았는데 현재 김지승 PD의 마음에는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도경을 둘러싸고 있는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것. 이에 김지승 PD는 도경을 걱정하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지만, 재미 타령하는 이 고집불통인 출연자는 요지부동으로 꿈적도 하지 않았다.
“PD님. 말했잖아요. 그렇게 하면 구구절절하고 재미가 없어지잖아요. 논란 덕분에 주목도 받고 시청률도 챙길 수 있는데 그 정도쯤이야 껌이라니까요. 그리고 이런 반응 Nnet에서 좋아하지 않아요? 하하하! 저는 정말로 괜찮으니까 PD님도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 제가 짐이 많아서 그런데 먼저 먼저 숙소 좀 들러서 짐 좀 풀다가 촬영현장으로 나갈게요. 그래도 되죠?”
“네. 물론 입니다...! 그럼 좀 이따 보도록 하죠.”
“네네! 그럼 좀 있다 봬요 PD님.”
별것도 아닌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며 자신의 숙소로 걸음을 먼저 옮기는 도경을 바라보는 김지승 PD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걱정을 해준 것이건만 이것은 마치 자신이 쓸모없는 일을 한 것 같지 않은가?
“정말 특이한 인종이야.”
‘스스로 손해 보는 일을 자행하면서까지 방송을 챙기다니 말이야.’
말은 청산유수. 하지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도경이 저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이 일로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도경 본인 자신이기 때문이다.
제작비도, 연예인의 중요한 이미지도 희생하는 도경의 행동은 조금 과하다 싶었다.
“누가 보면 저쪽이 PD인줄 알겠어.”
원래 김지승 PD는 1화 방송에서 오디션 결과에 불복했던 연습생과 도경의 일화를 부각하여 본인 스스로가 책임질 확신이 들지 않으면 잘하더라도 참가자를 뽑지 않는다는 도경의 심사기준에 대한 가치관을 보여주며 미리 논란을 막으려 했지만, 그것을 일부러 도경이 막았다.
(반응도 좋은데 논란이 계속되도록 놔두죠.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있잖아요. 뭐, 나중에 해명해도 늦지 않았고 말이에요.)
(그러면 도경 씨가 너무 제멋대로 보여서 이미지만 안 좋아질 텐데요? 나중에 해명하는 만큼 잘 먹히는 것도 없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는 게...)
(하하! 괜찮아요. 그 정도는 끄떡없어요. 저는 괜찮으니까 제 말대로 해주세요.)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쪽팔리잖아요.)
(네?)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에서 시작하고 ‘어’에서 시작하면 다른 말이 되는 것처럼 처음부터 심사기준을 밝히고 심사하는 것과 나중에 밝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나중에 심사기준에 대한 도경의 가치관을 밝힌다고 해도 논란에 대해서 변명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도경은 괜찮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이런 부분은 자신이 감수하는 게 좋다고 한다.
(안전한 자리에서 말 몇 마디 찍 내뱉으면서 잘난 척하는 거 말이에요... 그거, 되게 꼴불견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
도경이 내뱉었던 그 마지막 말을 떠올리면 김지승 PD는 그저 헛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도경의 희생적인 행동에는 무언가 깊은 생각이나 철학이 있던 것도 누군가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단순한 이유 딱 하나였다.
자신이 하는 일에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 이유 하나로 도경은 기꺼이 손해를 감수한다.
“정말 어처구니 없단 말이야...!”
씨익.
정말로 단순하면서도 상식 밖의 존재인 도경을 떠올리며 김지승 PD는 혀를 내둘렀지만, 그의 입가에는 어느새 기분 좋은 호선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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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10 Project 합숙소]
[강당]
“하하 다들 신수들이 훤하네. 안녕들 하신가!?”
“안녕하세요!”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면서 도경이 직접 모아놓은 연습생들이 도경을 보며 힘차게 인사를 올렸다.
그런 연습생들을 보며 도경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이번 첫 방송 시청률의 결과가 6.8% 높은 시청률이 나왔다!”
“와와아아!”
짝짝짝짝!
“그런데 이게 마냥 좋은 현상은 아니라는 거 알지? 너희들도 댓글들을 읽어 봤을 거잖아.”
“......”
조용
즐거움도 잠시 도경의 말에 쥐 죽은 듯이 강당 앉은 조용해졌다. 그것을 보며 도경은 스마트폰을 꺼내 방송 홈페이지에 가서 시청자들이 쓴 댓글들을 하나씩 읽기 시작한다.
[박도경 심사기준 엉망이네 형평성 뭐 저러냐...!]
[대형기획사 양민학살 가냐?]
[XXX는 솔직히 못 하던데...]
[짜고 치는 고스톱판 아니냐?]
[이미 인지도는 3대 기획사 연습생 출신자들 맥시범 찍음.]
[안 봐도 뻔하지...]
“어떻게 생각해? 너희들은 이 말들이 맞다 생각해?”
“...”
“왜 다들 말이 없어?”
“......”
도경이 댓글 하나하나를 읽어 나가자 연습생들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도경의 마지막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도경이 읽은 댓글 들? 사실 자신들도 조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면이 있지 않아 없었다.
지금까지 나왔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저 댓글들의 말대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지.’
‘이미 댓글들 상당수가 3대 기획사 연습생들 이야기로 도배 되어 있던데...’
‘내 방송분량은 별로 임팩트가 없어서 큰일이야...!’
연습생들은 여러 생각에 빠져 침묵을 지키고 도경은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 댓글들이 맞다고 생각해. 자세히 말하면 이런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깜짝!
설마 자신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악성 댓글을 순순히 인정하는 발언을 도경ㅇ 내뱉을 줄 몰랐던 연습생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형평성 문제도, 카메라 노출 빈도에 따라 정해지는 시청자들의 인지도에 의해서 우승자가 결정되는 문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병폐라 생각하거든.”
놀란 연습생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가던 도경은 의미심장한 미소 지으며 손가락을 들어 올려 엄지와 중지를 강하게 튕기었다.
딱!
“그래서 나는 이걸 뒤집어 볼 생각이야.”
“...!”
“왜 시청자가 너희들의 데뷔를 결정할까? 솔직히 연습실에서 구박받고 눈치 보면서 수 시간을 춤추고 노래 연습하는 너희들이 얼마나 힘든지 진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말이야. 나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해. 물론 시청자들의 뜻이 대중의 기호와 의견을 나타내고 성공할 확률을 보여주겠지. 근데 나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왜 그럴까? 이유는 단 하나야. 나는 내 실력으로 너희를 성공시킬 자신이 충분히 있거든. 자, 그럼 시청자가 필요 없겠네?”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가운데 기이한 열기가 도경의 목소리에 서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귓가에 속삭이는 혼잣말 같기도 했으며, 가슴을 뜨겁게 웅변 같기도 해서 시청자가 필요 없다는 말도 안 되는 도경의 궤변을 모두에게 그럴듯하게 설득해 나가고 있었다.
강당 안에 있는 연습생 모두가 숨을 죽이며 도경을 한 사람만을 뚫리듯이 직시하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했다.
“자, 그럼 여기서 문제! 너희들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고 사연 팔이 없이 너희들의 성장과 실력을 대단하다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감동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도경의 퀴즈 같은 물음.
그 물음에 모두는 머릿속에서 답을 찾음과 동시에 몹시 궁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