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36화 (236/357)

236화

[TOP.10 프로젝트] 1주 차. 30명의 연습생이 모여서 벌일 서바이벌의 첫 테스트는 개인배틀 이었다.

개인배틀의 타이틀 명은 [신고식].

오로지 도경에 의해서만 선발된 연습생 멤버. 도경이 뽑은 멤버들은 시청자들에게 있어 딱 세분류로 나뉘었다. 잘해서 납득이 가는 멤버와 조금은 애매한 멤버. 그리고 가장 화제가 되는 왜 뽑혔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 멤버.

춤 노래 안보고 얼굴로만 뽑히거나, 음 이탈이 나도 뽑히고, 아이돌을 지망하면서도 아예 춤을 추지 못하는 인물까지 합격이 되어 논란이 되었다. 그것을 알기에 [신고식]이라는 무대를 만들었다.

말 그대로 연습생들을 시청자에게 소개하고 신고하는 무대. 그런데...

“......”

[샤이니~.

지금 여기서 나는 빛을 발해.

왜냐면 나는 멋있으니까.

누구보다 행복한 샤이니. 언제나 나는 빛을 발하지.

화려함 속에 빛나는 행복. 그게 바로 나야.]

나른함이 자아내는 오만한 자아도취. 하지만 그 목소리가 전해주는 여유로움에 모두가 취한다.

이 노래의 포인트는 나르시시스트에 가까운 가사이지만 진심으로 행복하고 여유로워하기에 미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묘하게 빠져든다.

[최광진] 22세.

1인 기획사의 부잣집 도련님. 춤, 노래, 연기, 심지어 언변까지 고루 갖춰서 폭넓고 뛰어난 재능을 뽐내며 어제 방송된 2화에서 두각을 나타난 한 참가자는 현재 똥 십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필사적으로 안면근육을 컨트롤 하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표정이 굳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씨발. 저거는 도대체 뭔데?’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최광진은 중중의 자아도취적 유형이었다. 남을 무시하거나 욕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은 남들과 다르며 특별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중증의 나르시스트였다.

‘나는 특별하단 말이야. 특별할 텐데...’

오글거리는 특권의식이지만 진실로 그는 그렇게 여겼다. 사실 그럴 만하기도 했다.

부티나는 귀공자 외모에 어울리는 명문 있는 부잣집 집안의 외동아들 그뿐인가? 성적도 우수해 서울대에 합격하는 지능까지 가지고 있다. 그리고 따분하던 차에 눈 돌린 연극과 뮤지컬에 흥미가 빠져 춤, 노래, 연기까지 섭렵해 모두를 사로잡는 다재다능함이라면 충분히 자신은 특별하다고 여길 수 있었다.

[찬란하게 또 폼 나게.

나는 빛이나.

괜찮아. 뭐든 밝은 것만 쫓는 너희들을 한심하게

여기지 않을게.

그도 그럴 게 나는 빛나는걸.]

“왜 이리 작아지는 거냐고...”

22년 동안 가져오고 소중히 간직하고 키워왔던 특별함이 한순간에 박살 나 버렸다. 바로 자신의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한 존재 덕분이었다.

[너무 빛나.

숨길 수 없는 다이아몬드처럼 눈부시지.

정말로 나는 폼 나.

그러니 넌 날 못 이겨.

내게 다가오면 눈이 멀고 산산조각 날 거야.]

그가 부르는 노래 가사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멘붕, 공황사태, 패닉, 박탈감 이런 것들은 자신의 인생과 연관이 없는 단어인 줄 알았다.

영혼을 빼앗긴다는 게 이런 것일까? 굴욕적이면서 허탈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아니, 상대방은 빼앗는다는 감각도 없을 것이었다. 분명 뷔페 음식을 손쉽게 담는듯한 감각으로 저 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저렇게 못 웃지.’

자신을 마주치며 윙크하며 재밌다는 듯 웃음을 짓는 도경을 보며 확신했다. 그게 아니라면 저럴 수 없었다.

아마데우스란 영화가 떠올랐다. 모차르트란 천재를 만나고 절망하며 질투했던 살리에리가 느꼈던 감정이 이것이었을까? 차라리 잘난 척을 하는 거라면 상관없는데 옆 동네 마실 나오듯이 자신이 불렀던 노래에 자기의 창법과 뉘앙스 같은 습관들을 구현하며 노래를 가이드했다.

[인생은 그런 거.

넌 나처럼 될 수 없어.

세상은 나를 빛내기 위해 준비된 무대.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샤이니]

문제는 노래, 제스쳐, 표정 모든 걸 한 단계 월등하게 제시해주는 가이드(Guide)란 것이었다.

자신은 열화판이 되어버리고 상대방이 오리지널이 되어버리는 잔인한 마법.

그것이 도경이 상대방의 멘탈을 갈아버리는 비법이었다.

“자, 됐다. 최소한은 이렇게 하면 돼. 너 정도면 할 수 있겠지?”

“네...”

태연하게 속을 뒤집는 물음 속에 최광진은 순수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따라 하며 노래를 구현하며 직접 방향을 보여줬는데 죽어도 못 한다는 말 따위는 절대 할 수 없었다.

아니, 자존심이 있다면 도경이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야 했다. 안 그러면 엄청난 회의감에 시달릴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내일 보자. 다음!”

“...”

빠득.

자신을 길가에 너부러져 있는 평범한 돌멩이를 대하는 듯한 도경의 태도에 최광진의 가슴속에 거대한 화마가 치솟는다. 도경에게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그의 자존심은 상처받았다. 그렇기에 최광진은 이를 갈며 다짐했다.

‘다음엔 기필코!’

다음에는 기필코 도경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각인시킬 거라는 것을...!

---

“저게 진짜 되긴 하는구나.”

김지승 PD는 현재 연습생을 코치하는 도경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도경의 능력이 비상하다는 것은 익히 소극장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자 더욱 놀라웠다.

‘소극장에서 보여줬던 능력들은 정말로 진짜였어.’

1주일 동안 연습생들이 땀을 흘리며 준비해온 무대. 그것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따라 하는 도경의 능력은 그야말로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30명의 무대를 따라 하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 완성도를 높인다. 그것은 마치 초능력과도 같은 능력이어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했다.

입을 벌리며 도경을 바라보는 연습생들이 그 증거였다.

‘라이벌이라...’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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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10 Project ? 인터뷰 당시]

(박진용 사장님은 연습생들을 공감해주는 멘토가 될 거라 하던데 도경 씨는 어떤 멘토가 되실 생각입니까?)

(라이벌이요.)

(라이벌?)

(네.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존재. 그 존재 자체만으로 스스로가 한 시도 쉬지 못하게 만드는 존재가 될 겁니다. 그도 그럴 게 데뷔하면 경쟁자가 되는 거잖아요.)

(...!)

“데뷔하면 다 똑같은 경쟁자라...”

중얼.

인터뷰에서 밝힌 멘토에 대한 도경의 관념.

도경은 연습생들을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수직적으로 가르치는 존재로 보지 않았다. 방송에서 끝이 아니라 그 이후를 내다보고 연습생들과 자신의 관계를 정리했다. 바로 연예계에서 서로 기량을 겨뤄야 할 ‘경쟁자’라고 말이다.

그야말로 골 때리는 생각을 하는 멘토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훌륭한 멘토가 되어주기도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짝반짝.

노래면 노래로, 춤이면 춤으로, 랩이면 랩으로 도경에게 격파된 연습생들은 눈빛들이 하나 같이 심상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희한한 일이지 않은가? 멘탈이 박살 나는 가운데에서도 그들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할 수 있지?]

말이 아니라 몸소 보여주며 묻는다. 그것도 보여주는 대상이 되어서 몸소 그들의 이상향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아마도 이것이 도경만이 가진 훈육법일 것일 것이다.

“잔인한 훈육법이야...!”

한없이 친절하고 한없이 잔인했다.

자신이 나아갈 이상의 목적지를 안 봤다면 모르지만, 본 이상은 힘들더라도 가야 했다. 멈춰버리는 순간 자신의 한계는 거기서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누가 그걸 원하겠는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스스로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었다.

“그래서 해체 분쇄기구나...”

중얼.

뒤늦게 김지승 PD는 왜 도경이 그렇게 살벌한 별명으로 불리는 진정으로 깨달으며 소름 끼치는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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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 짝!

“하!”

“...!”

‘크윽! 왜 형이 그런 말을 하는지 알겠네!’

거울 앞에서 준비한 춤을 추고 있는 지현진은 왜 성준이 그런 말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의 사선 뒤에 서서 동시에 같이 춤을 추고 있는 존재 때문이었다.

“느려 좀 더 빠르게!”

휙휙휙! 쿵쿵!

빡!

“윽!”

‘자존심 상해...!’

노래나 랩은 그래도 연습생이 준비한 것을 다 보고 나서 도경이 나서지만 춤은 아니었다. 시간이 아깝다며 도경은 연습생 참가자와 동시에 춤을 추었다.

그리고 알다시피 도경은 한 단계 높여서 준비한 무대를 끌어 올려 직접 보여준다.

‘분해!’

분명 정중앙 센터의 맨 앞에서 춤을 추는 것은 자신인데 모두의 눈은 도경에게로 가 있었다. 자신이 직접 준비하고 공들인 춤인데 모두의 시선은 도경의 춤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경의 눈에 띄는 기이한 트레이닝 때문이라고 애써 자위하고 싶지만, 자신이 직접 준비한 안무였기에 지현진은 결국은 순순히 인정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뭐야 이 사람!? 나보다 다 잘 하잖아...!’

도경의 타이밍도, 동작도, 몸의 바운스가 전달하는 힘도, 노래의 느낌을 살리는 표정도 자신보다 모든 것에서 우위라는 것을 말이다.

‘춤은 괜찮을 거라고?’

“멍청한!”

으득.

도경이 춤을 잘 춘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도경의 주 장기는 노래란 생각에 그래도 다른 애들보다는 조금은 형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한편으로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생각을 했던 자신이 그저 창피하다고 생각한 지현진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를 갈며 최선을 다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헉헉헉!”

준비했던 4분이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전력을 다한 지현진의 얼굴에선 굵직한 땀방울로 가득하다. 감탄의 박수 소리가 들려왔지만, 전력을 다했음에도 도경을 따라가는데 급급할 뿐이었음을 알기에 지현진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그래도 중간에 동작을 따라잡긴 했으니까... 좀 더 연습하면...!’

그래도 중간부터 도경의 움직임의 템포와 미묘한 동작을 훔쳤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지현진은 자신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조금은 지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 생각이 다시 한번 어리석다는 것을 종래에는 깨달을 수 있었다.

“현진아 저쪽으로 가봐.”

“네?”

“아니. 생각보다 잘 따라와서 다음 단계 넘어가도 될 거 같아서 말이야.”

“네!?”

“마음에 안 드는 안무가 몇 개 있는데 노래 다시 틀어줄래?”

씩.

“.....”

‘악마!’

자신을 밀어내며 자기가 준비한 노래를 틀며 다시 춤추는 도경의 미소를 보면서 지현진은 그가 악마 같다는 생각을 했다.

쿵쿵!

(멘탈 붙잡는 게 좋을걸?)

‘오늘은 좀 놓아도 되죠? 아니 놓도록 할게요. 형.’

“씨발...!”

자신이 존경하던 형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지현진은 결국 멍하니 의식을 놓으며 복잡한 마음을 모두 담아 두 단어로 표현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

3시간

“자, 다들 점심 먹고 제작진에게 영상들 받아가고 그걸 보며 3시간 연습을 가진 뒤. 각자 한 명씩 이곳으로 오도록! 알겠지?”

“네...”

끄덕.

우르르르.

연습생 참가자 30명이 준비한 무대를 평가 아닌 평가를 마치며 도경은 오전 트레이닝의 끝을 알리었고 그 말을 들은 참가자 연습생 전원은 어두운 표정으로 하나둘 연습실 밖으로 떠나간다.

“에구구구...! 애들 표정 박살난 거봐라. 첫날부터 불쌍하다 불쌍해. 진짜 도경이 너는 어떨 때면 인간미가 없다니까?”

“뭐, 다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떠먹여 주는 트레이너가 어딨어요? 견뎌 내기만 하면 쟤들 실력 금방 늘걸요? 진짜 고마워 해야 한다고요! 솔직히 연습생들과 합숙하면서 이렇게 해주는 멘토 있으면 어디 나와보라고 그래요.”

으쓱.

“그래그래. 너 잘났다...!”

“Yes! I am the best. 음하하하!”

“쯧...! 성격만 조금 고치면 완벽할 텐데 아깝다 아까워.”

“뭐라고요?”

“하하하! 다 들었으면서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

“잠깐만요. 사장님. 어딜 급하게 그리 가세요?”

“응? 밥 먹으러 가야지?”

도경의 하늘을 찌르는 잘난 척에 못 볼 것을 봤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서류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박진용은 뒤늦은 점심시간을 가지러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자신을 붙잡는 도경의 만류에 그는 도경을 향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멈췄다.

“에이. 사장님. 애들 무대를 다 봐놓고 가수로서 끓어오르지 않아요?”

“뭐...?”

“자, 사장님도 연습합시다.”

“하아!? 야! 어제 새벽에도 연습했잖아!? 도경아 불혹을 넘긴 내 나이 좀 생각하지 않으렴?”

“무대 위에 오르는 데 나이가 어딨어요? 자기관리하고 그 몸 괜히 만든 거 아니잖아요? 애들 깜짝 놀라다 못해 다 짓밟아 줘야죠. 잔말 말고 준비하시지요. 형님~!”

“와... 저게 무슨 멘토라고...! 소름 돋는다. 박도경 진짜 너 사이코 아니냐?”

“헤헤헤. 쓸데없이 시간 끌지 마시고 준비하시지요.”

“진짜냐...!”

촐싹거리며 연습을 종용하는 도경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결국 박진용은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자신의 외투를 벗었다. 웃고는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은 도경을 보며 지금 도경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박진용은 투덜거리면서도 연습실 정중앙에 있는 도경의 옆으로 발걸음을 순순히 옮겼다.

‘피도 눈물도 없는 놈...!’

---

“자, 그럼 처음은 동작부터 점거해 봅니다. 준비되셨나요?”

“잔말 말고 시작해. 배고프다.”

“하하! 네. 그럼 카운터 셉니다. 쓰리, 투, 원...!”

“어휴 내가 너 때문에 못산다!”

“하하하! 자 가봅시다!”

휘익.

쿵!!!

“...!”

힘차게 바닥을 박차는 두 사람.

[TOP.10 Project]에 출연하는 참가자 연습생들이 놀랄 일은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어 보인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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