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흐음...”
길고 길었던 중간 평가.
30 명의 참가자들의 프로필을 펼치고 연습실에 홀로 앉아 턱을 쓸어 올리는 도경은 생각에 잠긴 중이었다.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이야. 다만...”
자신의 기준이 높아서 그렇지 가르친 아이들이 모두 전에 비해 큰 발전을 이루어낸 상태이기에 도경은 만족스러웠다. 자신이 직접 훈련시킨 아이들의 성장은 그야말로 흐뭇했지만, 그렇기에 씁쓸하기도 하였다.
“이미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어.”
A, B, C 세팀으로 나눠 본 중간 평가. 그 안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몇몇 연습생 참가자가들이 서서히 눈에 띄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고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건가...?”
재능(才能)
도경이 직접 선발한 [TOP.10 Project] 남녀 15명에겐 재능은 있었지만, 그 재능을 자각하는 아이들은 몇 없는 듯싶었다. 같은 트레이닝, 같은 가이드를 하는데도 그냥 모방해서 기량이 증가하는 참가자와 자기 매력과 재능을 깨닫고 성장하는 참가자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자각과 인식의 차이.
이것은 말해주고 알려준다고 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깨우치는 문제이기에 조금의 도움은 줄 뿐 그이상은 도경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남자팀은 예상대로 A팀이 압도적이야...!”
끄덕.
배우같이 뛰어난 외모 뮤지컬로 훌륭한 연기력과 표현력을 증명하고 1위를 차지한 [강백현].
압도적인 춤과 퍼포먼스 지칠 줄 모르는 TG 연습생 출신 [지현진].
금수저와 나르시즘이라는 독특한 똘기로 주목받으며 모난 곳 없는 다재다능함을 보인 [최광진].
5개월 짧은 기간의 어리숙한 연습생이지만 독특한 미성과 작곡 실력으로 모두를 홀린 [최마루].
조용한 카리스마. 뛰어난 랩과 설득력 있는 작사 실력을 지닌 [나성환]
우연인지 필연인지. 같은 방을 공유하고 있는 팀원들끼리 상위권의 성적을 받아 A팀에 들어간 이들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호흡과 성과들을 거두고 있었다.
댄스곡의 편곡과 비트는 최마루와 나성환이 맡아 제작하고 그 곡을 가지고 지현진이 곧바로 안무를 짜기 시작했고 최광진은 지현진의 안무에 특유의 똘기로 아이디어들을 내며 독특한 킬링 포인트들을 더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두를 한데 통솔하며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끄는 데 크게 이바지한 인물 강백현은 암묵적으로 A팀의 리더로 자리잡은 듯싶었다.
“어떤 변수가 없는 이상 이 녀석들은 거의 데뷔 확정이겠어.”
기량도 압도적인데 불공평하게 팀으로서의 합도 훌륭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B팀과 C팀과 달리 A팀은 똑똑했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으며 각자만의 매력을 보일 줄 아는 자체적으로 자기 팀을 프로듀싱할줄 아는 능력들을 선보였는데 도경은 이점을 보며 A팀이 변수가 없으면 데뷔하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도경이 말했던 재능(才能). 인식과 자각한 자의 차이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팀이 A팀이었다.
“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일이지. 반면 여성팀은 반전이 있단 말이지...”
괜히 성적순으로 나눈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남성 A팀이라면 성적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곳은 의외로 여성 A팀과 C팀이었다.
인기가 아닌 오로지 참가자들의 매력과 실력으로 평가한 만큼 큰 변동을 보이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중간결과를 본 후 결과가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질 것 같았다.
“미진이라고 했나? 내 프로그램에 판을 짜놓으려 하다니 영악한 녀석이야.”
차가우면서 도도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여성 C팀의 리더 장미진.
독특한 아우라 같은 게 있어 눈여겨봤던 여성 참가자였는데 재미난 일을 벌여주었다 생각하는 도경이었다.
[신고식] 무대에서 일부러 전력을 다하지 않고 C팀으로 들어가 판을 짜는 영악한 참가자. 과연 그녀가 자신이 계획한 대로 언더독 현상을 이끌어내 원하는 결과를 성취할지는 미지수였지만 도경으로선 그녀의 계획을 높이 사고 있었다.
“그것 또한 재능...!”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일부러 하이리스크를 지는 행위는 엔간한 배짱이라던가 자신감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공에는 간혹 그런 배짱이 필요한데 장미진이라는 참가자는 그것을 지닌 듯했다.
“뭐, 나야 재밌게 만들어 주는 거니 ”
A, B, C로 나눴지만, 도경은 모든 팀이 훌륭한 무대를 보일 것을 믿어 의심치는 않았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고 자신이 직접 트레이닝을 시킨 만큼 무대의 질은 뛰어난 것은 당연했다. 다만 훌륭한 무대에서 그치느냐 그 안에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사람들의 기억에 살아남을 것이냐는 그 당사자들에게 달린 문제였다.
“무대에만 집중하게 해줄 것.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지.”
전 무대와 달리 이번에는 탈락자가 발생한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 5명. 한팀이 탈락하는 대량출혈. 솔직히 티를 내지 않지만 두려울 것이다.
시청률이 껑충 뛴 프로그램에 15명. 1:3의 적은 경쟁률 거치면 우승을 하고, 데뷔할 것이며 더 나아가 성공할 확률도 높다. 솔직히 욕심이 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련만 아이들은 내색하지 않고 그저 트레이닝에 집중해서 무대만을 생각하고 기다렸다.
(약속하자 애들아 무대에만 집중하기로. 그럼 나도 최선을 다할게!)
아이들과 도경이 나눴던 하나의 약속.
그것은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도경은 정말로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였고 방송을 본 참가자들은 정말로 [TOP.10 Project]에서 자신들에게 신경을 쓴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호화로운 연습환경과 트레이닝, 각 참가자들의 SNS 주소를 기재 하는 등 타 프로그램에 비교해서 [TOP.10 Project]에선 참가자들에게 신경 쓰는 디테일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최선을 다하자.’
피식.
“책임이 아주 막중해~.”
항상 혹독한 연습생 생활로 몸과 마음이 피폐했던 연습생들에겐 그러한 배려는 너무나 따스한 것이어서 도경을 타도를 외치며 투덜거리며 겉과 달리 아이들의 진심은 도경에 대한 고마움 뿐이었다. 그러한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지 않는 도경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저 정도면 다음 주 시청률은 얼마나 나오려나?”
기대받으면 부응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
도경은 기분 좋은 부담감을 안으며 아이들이 선보였던 중간 평가 무대를 복기하며 30명의 각 개인을 일일이 떠올리며 바닥에 펼쳐놓았던 종이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한다.
슥슥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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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제 2 스테이지.
[모두들 기다리셨습니다. 2번째 스테이지의 날이 돌아왔습니다! 모두들 많이 기다리고 계셨나요?]
“네에~.”
와아아아!
[현재 TOP.10 Project가 각 기획사와 시청자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저번 주에 예고했듯이 멘토 VS 참가자란 사상 초유의 대결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멘토들이 받는 점수보다 높다면 이유 불문하고 합격. 못한다면 멘토들의 평가 아래에 남녀 합쳐서 총 10명의 탈락자가 발생하게 되는 건데요. 여기서 재밌는 게 보실 포인트는 규칙상으로는 참가자들이 계속 우승할 경우 15명의 데뷔도 제작진들 측에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겁니다. 맞습니까? 멘토님들?]
[네. 물론 저희 멘토들이 준비한 무대를 이겼을 경우입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에요. 아시다시피 저 박도경 아닙니까?]
[하하하! 물론 쉽지 않겠지만 오늘 그 소식을 제작진들에게 들은 참가자들은 모두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대결이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헐...! 대박 진짜로?”
“15명 데뷔... 이거 서바이벌이 아니라 혜자 프로그램 아니야? 오디션 좀 더 열심히 준비할걸...!”
“솔직히 우리 투표수로 정해지는 건데 멘토들이 불리한 거 아니야?”
“크크크! 이러다 진짜로 멘토들이 참가자들한테 지는 거 아니야?”
웅성웅성.
스튜디오 안에 마련된 객석에 초대받은 연습생들과 각 기획사 트레이너들은 사회자의 말에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서로들 이야기를 나누었다.
15명의 데뷔.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그림과 동시에 그들의 데뷔를 결정하는 주요한 결정권을 가진 것은 연습생인 자신들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새로이 자각했다.
막말로 자신들이 참가자들 전원 데뷔시키고 싶다면 가능한 일 아닌가? 그 사실을 자각한 객석에 온 연습생들 모두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사회자는 능숙하게 이번 무대의 규칙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번 스테이지의 투표는 모두의 무대를 마친 후에 펼쳐질 예정이며 심사를 해주셔야 할 멘토님이 무대에 서는 만큼 공정한 평가를 위해 특별 게스트가 TOP.10 Project에 오셨는데요. 박진용 멘토님과 도경을 대신해야 하는 만큼 그만한 분들을 모셨습니다. 모두들 환영의 박수를 주십시오!]
“응?”
[TG 기획사 태현섭 사장님과 세계적인 밴드로 부상한 한류스타 Go High의 지성준씨 입니다!]
와아!
짝짝짝짝!
사회자가 소개와 동시에 무대 위에 나타나 인사를 올리는 태현섭 사장과 지성준의 등장에 스튜디오가 함성으로 가득 울려 퍼졌다.
당연히 태현섭 사장을 향한 함성이 아니라 모든 10대, 20대들의 우상인 지성준을 향한 함성이었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무대 위 조명 속에서 빛을 발하는 지성준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탑스타의 존재감을 뿜어내는데 여념 없었다.
“쯧. 저 녀석이 뭐라고? 진짜 적응 안 된다니까요. 예전에 코흘리개 꼬맹이였는데...!”
“야! 그렇게 얘기하는 건 너밖에 없을걸? 그리고 언제 성준이가 코흘리개였냐? K스타 나올 때부터 난 놈이었거든? 솔직히 부럽지? 부럽다면 부럽다고 해라.”
“흥! 부럽기는요. 자기가 키운 자식한테 질투하는 부모 봤어요?”
“여기 있는 것 같은데?”
“아씨. 나도 안 밀린다니까요? 쟤는 내수용이고 저는 수출용 몰라요?”
“크크큭. 성준이 해외도 인기 엄청 많은데 아나 몰라?”
“기다려 봐요! 금방 따라잡을 테니까. 그만 좀 남의 떡에 신경 끄시죠?”
“하하하!”
무대에서 사회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성준을 향해 혀를 차고 있는 도경과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박진용은 결국 웃음을 터트리며 고소 지었다.
‘성준이가 자기 음원 재치고 1위 해도 흐뭇해하는 녀석이 어찌 된 게 성준이가 멋있는 모습은 보질 못 하냐?’
피식.
이제는 익숙해질 만하려만 자신의 의동생이 성준이 탑스타로서 인기를 누리는 모습은 오글거려서 죽어도 못 보겠다는 표정을 짓는 도경의 모습은 언제봐도 웃음이 나왔다.
도경 말로는 성준이 일부러 폼 잡는것을 꼴 보기 싫다고 주장하지만, 박진용이 보기엔 자신의 의동생의 멋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형제의 똥고집이었다.
“그나저나...”
“응?”
“도경이 너 그 상태로 무대 할 수 있겠냐?”
까닥.
“아, 이거요?”
꼼지락꼼지락.
“괜찮다니까 그러네.”
각자의 개성과 매력으로 크게 성공하고 있는 두 의형제가 같은 장소에 있는 것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도 잠시 박진용은 이내 현실로 돌아와 도경을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괜찮기는 말 들어보니까 부상이 심하다고 하던데.”
피식.
“저보다는 사장님 관절이나 걱정해요. 파스 냄새가 여기까지 나거든요?”
슬리퍼를 신고 있는 도경의 발. 그 위로 흰색의 붕대로 칭칭 감아져 있는 것에 근심 어린 시선을 보내었는데 도경은 그런 박진용을 보면서 미소지으며 그에게 농을 던졌다.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지만, 어차피 벌어진 일 걱정보다는 잘 헤쳐나갈 생각만 하면 된다는 게 도경의 입장이었다.
“어이구. 말을 해도 꼭...! 소속사 아티스트를 아껴주는 내 말에 지금 농담이 나오냐? 너 피 엄청 흘렸다고 드림걸즈 애들이 걱정 엄청 했거든? 고집부리지 말고 솔직히 말해 봐. 정말로 무대 가능하겠어?”
“에이. 걔들이 여자라 오버하는 거라니까요? 눈 딱 감고 몇 분 춤추면 끝나는 건데 무슨 호들갑을 떠는지. 오히려 좋은 일이죠.”
“뭐? 좋은 일?”
“박도경 멘토 부상 투혼 끝에 승리!”
“하...?”
“어때요!? 시청률 쭉쭉 오를 것 같은 느낌 들지 않아요?”
“...”
무대 전에 부상을 입는 것에 어찌 다행이라는 말을 하는지 박진용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지만, 도경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피어 올리며 박진용을 향해 턱을 으쓱거리듯 들어 올려 보였고 박진용은 그런 도경을 보며 질린 표정을 짓고 말았다.
농담 속에 진담이라고 부상 투혼이 시청률에 도움이 될 거라 말하는 도경의 진심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미친놈. 진짜 너는 제정신이 아니야.”
“하하하!”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