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화
뚜두둥 쿵! 뚜두둥 쿵!
치치지지 딱!
쿵쿵!
우우우~!
예요~! 예요~!
[도도한 듯 시크한
무심한 듯 새침함. 나는 그게 좋아~.
호기심을 자극하니까.]
힙합 기반 R&B의 끈적한 그루브 위에 독특한 신스 멜로디가 얹어 묵직한 베이스가 쿵쿵 무게감 있게 귀를 강타하는 중독성 있는 노랫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5명의 소녀들의 무대에 관객석에 앉은 연습생들도 노래에 맞춰 그루브를 타며 좋은 호응을 보이고 있었다.
여성 A팀의 댄스 퍼포먼스도 퍼포먼스지만 직접 작곡 작사한 중독성 있는 노랫소리에 모두들 빠져들고 있는 것이었다.
갸웃.
“노래 좋다 이 노래 뭐야?”
“몰라? 처음 들어보는 노래인데 자작곡인가?”
“자작곡? 이게 자작곡이면 진짜 대단한데 노래 너무 좋은데?”
힐끔.
‘후후후! 성공이야! 소정이 우리 복덩이 막내! 노래 너무 잘 만들어 줬어.’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전수미는 자신의 옆에서 자기가 만든 멜로디 위에 깊게 빠져들며 춤을 추고 있는 A팀의 막내 김소정이 보였다. 평소 부끄럼 타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노래에 무아지경으로 몸을 맡기며 춤을 추는 김소정은 완전 다른 사람이나 다름없었는데 아무래도 김소정은 무대체질인 듯싶었다.
찡긋.
‘잘했어! 소정아!’
‘뭘요! 언니 덕분인걸요!’
춤을 추는 와중 서로들 아이 컨택하며 윙크하는 전수미와 김소정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의 노림수가 제대로 먹혀들어 갈 때의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짜릿한 덕분이다. 그리고 그녀들이 준비한 노림수는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우우! 에오에오~!]
스으윽!
“...!”
‘가라!’
‘드디어!’
“열일 하고 오세요 언니!”
반복적인 훅 멜로디를 따라부르는 와중. 드디어 자신들이 준비했던 비장의 무기에 모두들 눈빛을 빛내며 의미심장한 눈으로 한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 여성은 팀원들이 보내는 무언의 응원과 동시 뒤에서 잠깐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숨을 고르더니 이내 이내 눈빛을 번뜩이며 무대 앞 정중앙으로 나섰다.
“후읍...!”
뚜벅뚜벅.
앞으로 나오고 여성의 등 뒤를 바라보며 남은 인원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응원을 보냈다. 이 부분을 살리느냐 못하냐에 따라 무대의 흥망성쇠가 걸렸기 때문이다.
까닥!
휙!
[잠깐 이리 와봐 할 말이 있어.
좀 가까이 좀 와봐. 고갤 숙이고 숨소리 죽여봐.
눈을 감고 다른 건 신경 쓰지 마.
내 목소리에만 집중해.]
“와아아!”
노래에 속해있는 단순한 짧은 랩 구절. 하지만 그 랩을 읊는 목소리 하나에 이 노래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얼굴 천재 박수현. 그녀는 현재 자신의 랩을 소화하며 노래를 씹어 먹는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너도 알지?
맞아 사실 나는 꽤 자신 있어.
사실 벌써 반쯤은 넘어왔잖아?
우우~!]
까닥까닥
휙!
까다까닥
휙.
가볍고 단순한 제스쳐가 가미된 움직임. 그렇게 대단한 것도 어려운 동작도 아니었음에도 관객들은 모두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와... 너무 이쁘다.”
“진짜 외모 미쳤네? 미모가 열일하네.”
“저런 캐릭터였나?”
흰 눈처럼 새하얀 얼굴. 짙게 바른 레드립이 발라진 입술이 미소를 품자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는 박수현.
단아함의 미를 지닌 박수현이 상상도 못 한 도발적인 제스쳐와 표정을 취하자 모두들 넋 놓고 그녀를 바라보고 볼 수밖에 없었는데 때마침 그 타이밍에 무대에 자리 잡고 있던 큰 모니터로 박수현의 클로즈업된 얼굴이 비쳤다.
꿀꺽.
“...!!!”
새하얀 조명 아래에 입꼬리 한쪽만 추어올리며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박수현의 미모를 바라본 모두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을 내뱉었다.
‘됐어!’
‘너무 잘하는데? 무대 공포증은 무슨~! 리허설과 완전 다르잖아요!?’
‘아주 칭찬합니다! 수현언니’
‘헤헤헤 제대로 찢었다!’
동시다발적인 그 순수한 본능이 담겨있는 리액션을 바라보고 있는 여성 A팀은 한껏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나 훌륭하게도 무대를 찢어버리는
“와... 엄청 탐나는 연습생이네 대체 LSM에선 왜 놓친 거야? 감이 떨어졌나?”
“저 참가자 사실. 무대 공포증이래. 게다가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으로 데뷔 조에 섞이지도 못하고 그룹에 겉돌아서 번번이 떨어졌나 봐”
“뭐? 무대 공포증이라고? 진짜야?”
스크린에 비추는 박수현의 외모를 보며 연신 감탄하기 바빴던 태현섭 심사위원은 옆에 앉은 박진용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신상정보가 적혀있는 종이와 스크린에 비춘 박수현을 번갈아 살폈다.
“기재된 정보란 완전 다른데? 누가 저거 보고 무대 공포증으로 앓은 애로 봐?”
“크흠~. 우리 쪽에 누가 있는지 몰라? 도경이가 있잖아. 성준이도 키웠는데 무대 공포증이야 우리 도경이에게 걸리면 별거 아니지. [JY] 장래가 아주 밝아 하하하.”
“아...”
한껏 으스대는 박진용의 모습에 태현섭의 얼굴이 똥 씹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박수현이 무대 공포증을 앓았다는 사실에 놀라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는데 아차 싶은 것이다. 도경이 연기대상을 탄 이후부터 요즘 조금만 틈만 보이면 이렇게 자신에게 염장 지르기 일수였기 때문이다.
‘성준이가 박도경의 작곡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어도... 어떻게든 데려오는 거였는데! 쯧!’
“작작 좀 자랑해라 귀에 딱지 앉겠다.”
“흥. 그러게 누가 먼저 그렇게 자랑하래? 도경이 여행 떠날 때 형이 나 놀리고 염장 지른 거에 비하면 새 발의 피거든...!”
“그래그래 자랑해라. 처음 잘못한 내가 죄인이지. 참, 도경이 계약이 몇 년이더라...?”
“아니, 형이 그걸 왜 궁금해해?”
“뭐, 관리 잘 하라는 거지. 보니까 그 흔한 전담팀도 없는 것 같은데 너무 소홀한 거 아니냐? 진용아 영원한 건 없다.”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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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과 태현섭이 나잇값도 못 하고 서로들 투닥거리고 있을 때. 그 둘의 옆에 앉은 도경과 지성준은 무대를 감상하며 틈틈이 담소를 나누었다.
“흐음. 저 참가자였구나?”
“앙? 뭔 소리야?”
“형이 직접 기타 연주로 멜로디 녹음해 주고 노래 가이드 떠준 이쁜 참가자가 저 참가자죠?”
성준은 여성 A팀에 미모로 열일하고 있는 박수현을 가리키며 웃음 지었다.
은하수 단톡방에서 요즘 도경의 새로운 그녀로 화제를 끌며 스샷이 올라왔던 걸 기억하기에 성준은 박수현을 바로 알아보았다.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은은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성준을 향해 도경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너도 뭐 내가 흘리고 다닌다 그런 이상한 소리 하려고 그러냐? 아니. 멘토가 무대 공포증 있는 참가자 돕는 게 어떻게 그렇게 곡해되냐? 너무 생각들이 불순한 거 아니야?”
“머리끈도 직접 줬다고 하던데요? 지금 저 참가자가 묶고 있는 머리끈 그거죠?”
“별걸 다 말하네. 박소희...! 내 이놈의 기집애를...!”
“하하하!”
도경이 자신의 동생에게 이를 갈고 있는 것에 성준은 웃음을 터트리는 한편. 마지막에 치닫고 있는 여성 A팀의 무대를 바라보며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도경의 트레이닝을 받은 것답게 매력과 기량을 마음껏 뽐내었던 무대였다.
“다들 밸런스가 좋네요. 저대로 데뷔해도 손색이 없겠는데요?”
“그렇지?”
“네. 모두들 자기 어필을 잘 하네요.”
컨셉, 기량, 전략 모든 게 군더더기 없이 훌륭했다. 그것에만 그치지 않고 끈적한 그루브가 특색인 멜로디 위에 5인 5색이라고 각자가 지니고 있는 매력과 존재감을 본능적으로 어필할 줄 아는 여성 A팀은 인상 깊었다.
‘사실 기량보다는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능력이 더 중요하지.’
끄덕.
기량과 실력이 뛰어나도 개성과 존재감이 옅어 잊혀지는 신입 아이돌그룹들이 많은데 저 참가자들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사실 A, B, C로 클라스가 나뉘는 건 실력보다 저런 점 때문인데요. 참 아쉽네요.”
“뭐, 그렇지... 하지만 어쩌겠냐? 그 문제는 당사자들인 애들은 잘 모를걸? 어설픈 어드바이스 하면 더욱 꼬여.”
“맞아요. 저건 자신만의 감각의 문제니까 어쩔 수 없죠.”
성준이 말하는 바가 뭔지 아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동의를 표해왔다. 성준의 말대로 사실 A, B, C 팀 참가자들의 기량의 차이는 그렇게 크게 나는 편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깨닫지 못해 표현되어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사실이었다.
“그러고 보면 저는 다행이에요.”
“응? 뭐가?”
“형이 아니었다면 저도 저 애들처럼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형한테 맨 처음 배워서 다행이에요.”
“짜식. 이 형의 위대함을 알았냐?”
“뭐, 그래도 제 뛰어난 재능이 덕이 가장 컸지만요.”
“뭐야 결국 자기 자랑...!? 성격 많이 음흉해졌다 너?”
“하하하. 이것도 형한테 배운 거거든요?”
“나는 그렇게 재수 없게 잘난 척하지 않아.”
“네네.”
심사석에 앉은 성준은 이번에도 도경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성준의 나이 올해로 스물둘. 참가자들의 나이와 사실 그리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가 보는 세상에 대한 식견과 감각은 저 참가자들과 차원을 달리한 데에는 도경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 애들도 지금은 몰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겠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데뷔하든 못 하든 도경에게 배움을 받은 이상 그와 떨어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될 것이다. 그의 가르침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말이다.
와아아아!
짝짝짝!
여성 A팀의 무대가 끝마치고 터져 나오는 박수와 함성 소리를 들으며 성준은 미소를 피어 올리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숨 가삐 차오르는 덕분에 들썩이는 어깨, 붉게 상기된 얼굴, 반짝이며 일렁이는 눈빛. 성준은 그녀들이 짓고 표정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저건 무대의 진짜 맛을 본 표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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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대박이다. 저 노래를 진짜 쟤가 작곡했다고?”
“리허설하고 전혀 달라...!”
“컨셉 대박이다.”
여성 A팀의 무대를 마치고 남은 여성 B팀과 C팀들 사이에선 술렁이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호응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포텐 터진다는 표현이 있는데 여성 A팀의 무대가 제대로 터진 듯싶었기 때문이다.
“무대를 생각하라는 도경 멘토님 말이 저거였구나...”
중얼.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여성 B팀의 리더는 표정이 굳히고는 남몰래 홀로 중얼거렸다.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A팀의 리허설 무대를 보고 순위권과 명성에 맞지 않게 조금은 심심하지 않나 싶어 속으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얼마나 큰 오산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괜찮아요. 언니 우리도 열심히 준비했잖아요.”
“맞아! 안무도 칭찬받았잖아. 우리도 못하지 않아! 기죽지 말자!”
“그래요! 언니 기죽으면 어떻게요. 우리 무대도 좋은 점이 많잖아요! 제대로 믿고 놀아 봐요!”
“애들아...!”
무대를 경쟁한다는 잔인한 점은 어떤 무대가 더 나은지 보자마자 견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잘하고 못한 것을 떠나서 무대 간의 상성이라던가 인상 깊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
그런 부분에서는 분명 A팀에 비해 자신들의 무대가 약간의 손색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려만 책임자인 자신에게 팀원들은 응원하며 기운을 내자고 하고 있었다.
“그래 너희들 말이 맞아...! 도경 멘토님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도 씹으라고 했잖아! 일단은 힘차게 씹어봐야겠지? 그렇지 애들아?”
“응!!! 다 씹어요!”
“와구와구!”
피식.
키득키득.
일기당천의 기세.
분명 자신들이 열세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았으면서도 소녀들은 기죽지 않고 오히려 파이팅을 다졌다. 무대에서는 손색이 있었지만, 기백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는 소녀들의 다짐이었다.
“가자!”
우르르.
A팀이 자신의 매력을 각인시키는 무대를 도경에게 배웠다면 B팀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이어받았다. 도경의 가르침은 그렇게 다양한 부분에서 참가자 아이들에게 소화되어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있었다.
“......”
‘만만치 않겠지만...! 이번엔 우리가 이길 수 있겠어.’
막 시작하는 B팀의 무대를 보며 C팀의 리더인 미진이라고 불렸던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부를 확신했다. 자신들의 예상대로 A팀은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었고 B팀은 난이도있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제를 모으는 건 우리 팀이 될거야...!”
힐끔.
“부끄럽긴 하겠지만...!”
심사석 위에 한 남자를 바라보는 그녀는 달아오르는 자신의 얼굴을 느끼며 손부채 질을 하며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주변을 살피며 눈치 보고 있었다.
‘여전히 너는 형 바보구나. 성준아.’
그녀의 시선이 머무르는 방향엔 도경에게 말을 걸으며 환히 웃고 있는 성준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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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
시큰시큰!
“으음...! 점점 아파지는데?”
주륵.
모두가 각자의 사정에 빠져 있을 때. 도경은 자신의 발바닥에 입은 부상을 건드리며 통증을 체크하며 남몰래 혀를 차고 있었다.
퉁퉁 부은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찌릿 거리는 통증에 절로 표정이 움찔거렸다.
“꽤나 파이팅이 필요한 무대가 되겠어...!”
발바닥을 둘러매고 있는 붕대가 붉게 물들어있는 것을 보며 도경은 붕대를 걸어야겠다 생각하며 제작진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찌릿찌릿!
무대를 앞두기 10분전.
알싸하게 올라오는 통증을 느끼는 도경의 걸음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