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화
으아아!
[네. 화려하고 힘이 넘치는 무대였는데요. 심사석에 계신 분들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난이도 있는 춤에 집중한 여성 B팀은 화려한 무대가 끝을 고하고 무대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진행자 MC가 나와서 상황을 정리하며 심사평을 묻기 시작했다.
“위로 올라가겠다는 B팀의 의지가 느껴지는 좋은 무대였습니다. 특히나 5명 모두 수준들이 달라서 힘들었을 텐데 단기간 안에 이렇게 난이도 있는 무대를 이렇게 소화할 줄은 생각 못 했네요. 얼마나 땀을 흘리며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무대였습니다. 고생들 했어요.”
“역시 요즘 화제가 되는 TOP.10 Project 참가자들답네요. 수준들이 높아요. 어린 친구들이 어떻게 이렇게들 잘하죠? A, B, C 나뉘어 있지만 사실 모든 참가자 수준들이 데뷔해 올라도 손색이 없는 친구들이에요. 다른 소속사 연습생이 이렇게 탐나긴 드문데 정말 오랜만에 수준 높은 무대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짝짝짝짝.
“감사합니다...!”
여성 B팀의 무대가 끝이 나고 사회자의 물음에 박진용을 선두로 태현섭 두 사람이 연장자로서 침착하게 자신들이 생각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이 하나같이 칭찬 일색들이었다.
무대 뒤에선 여성 B팀의 리더는 A팀의 무대에 비해 자신들의 무대가 손색이 있다고 자책했지만 그렇다고 결코 질이 떨어지는 무대를 선보였던 것은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도경의 손을 거친 만큼 기술적인 부분과 무대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됐기 때문이다.
[아~. 남성 팀이든 여성 팀이든 모두가 호평과 칭찬 일색이네요. 3대 기획사 사장님들의 이런 심사평을 본 적 있나요?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도경씨와 성준씨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실력이 좋은 무대는 분명하나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실력이 좋다고 해서 무대가 인상 깊은 무대가 되는 건 아닌데 춤에만 집중했던 무대인 나머지 각 개인 참가자들의 인상이 옅어지는 점이 개인적으로 아까웠습니다. 팀이지만 각 개인에게 포인트를 줘서 개성을 살려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게요. 그런 점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하! 무대에서 실력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다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군요. MC들도 언변이 좋은 사람은 많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MC는 몇 없죠.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지성준의 말에 MC 진행자도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연습생 참가자들도 그 어드바이스에 여태껏 무대를 펼쳤던 팀들과 자신의 무대를 비교하며 생각에 잠기었다. 연습 때는 보이지 않던 시야가 얄궂게도 무대를 마치고 나서는 희미하게나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네. 마지막 심사평으로 도경 씨가 남았는데 여성 B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심사들을 모두 잘 말해줘서 할 말이 별로 없네요. 굳이 하나 얘기하자면...”
[얘기하자면?]
“실력과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흘리는 땀이 아깝지 않게 보상받는 것은 다른 영역의 문제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네요. 그것을 지금 B팀 모두가 지금 깨닫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끄덕.
도경의 짧고 굵직한 말에 B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때 리더를 맡았던 여성이 얼굴을 붉히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자신이 기획한 무대에 팀원들이 모두 고생을 시켰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어주지 못한 것에 아쉬움과 미안함이 교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책감에 그때
“하지만 칭찬해야 할 건 해야겠죠? 나중에 TV로 보면 여성 B팀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정말로 부끄럽지 않은 무대라 생각합니다. 아직 성장하고 배워가는 애들에게 그것만 해도 어디입니까? 모두들 수고 많았고 잘했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도경의 말에 울컥했는지 여성 B팀 힘차게 도경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고 무대를 내려섰다. 다소 아쉬움이 남은 무대였지만 생각해 보니 도경의 말대로 부끄럽지는 않게 최선을 다했던 무대였다.
그나마 최선을 다했기에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녀들은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위로를 나누었다.
“미안해 애들아. 좀 더 신경을 많이 썼어야 했는데...”
“아니야 언니. 우리 진짜 잘했어. 안무를 짜기도 바빴잖아. 언니야말로 고생했어요.”
“괜찮아. 솔직히 호응 좋았잖아. 조금 컨셉이 부족한 건데 다음에 잘하면 되지.”
“다음...”
“에이! 언니들 울적한 소리 말고 그냥 즐겨요. C팀 무대도 아직 남았잖아요...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맞아 C팀 있었지... 무대 되게 특이하던데 어떻게 되려나?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이번 무대에 그런 평가 받고 나니까 좀 다르게 보이네.”
“음... 대신 안무가 되게 단순했잖아요.”
이번 무대에 탈락자가 발생하는 만큼 모두 다음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모두는 C팀의 무대를 고대했는데 그들의 기다림엔 순수한 의도 반, 불순한 의도 반이 섞여 있었다.
투표수로 결정 나는 상대평가인 만큼 그들의 무대에 따라서 자신들의 다음 여부가 결정 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으음. C팀이라...”
이번 평가에서 다소 인상이 옅은 무대였다는 평가를 들었던 B팀은 C팀의 리허설을 떠올리며 자신의 무대와 비교하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인상 깊은 무대가 될 것은 틀림없었지만 그것이 긍정적인 쪽으로 발휘될지 안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만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았던 무대가 C팀이 준비한 무대였다.
“과연 어떤 결과를 받을까?”
생소하기 그지없는 음악과 춤으로 과연 그들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B팀 모두가 호기심을 담아 지금 무대 위로 올라서는 C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여성 C팀을 마지막으로 참가자의 무대는 끝을 맞이하려는 시점. 현재 두 멘토님은 무대 준비를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이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성 C팀의 리더는 누구죠?]
“접니다.”
[아하. 역시 리더라서 그런가요? 분위기가 있네요.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장미진이라고 합니다.”
[장미진 양. 무대 의상이 개량 한복이네요. 한복을 무대 위에서 보니 새롭고 이쁩니다. 도경 멘토님이 자리에 나서기 전 C팀이 재밌는 무대를 보여 줄 거라 말씀해주셨는데 보자마자 기대가 됩니다. C팀은 컨셉이 뭔가요?]
“발랄함과 귀여움입니다. 저희 팀 귀엽지 않나요?”
[하하! 자기 입으로 귀엽다니 독특한 참가자네요. 약간 4차원 같은 느낌이 나네요. 그래요. 무대는 자신 있나요? A팀도 그렇고 B팀도 모두 극찬을 받았는데요. ]
“C팀은 무대를 보시면 압니다.”
[오~! 자신감. 정말 기대되네요! 이렇게 궁금증이 생기는 팀은 처음입니다.]
꽃무늬가 새겨져 있는 저고리, 빨강, 검정, 노랑, 보라, 흰색의 색상별로 포인트로 앙증맞게 리본 매듭이 지어져 있는 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 C팀의 복색은 절로 시선을 끌어모았다.
단아함과 발랄함이 섞여 있는 의상이라 소녀들은 이쁘게 보였지만 객석에 앉아 있는 같은 또래 연습생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고 있었다.
수군수군.
“이쁘긴 한데 좀 생소하네...”
“크큭! 촌스러워 무슨 전대물이도 찍나?”
“의상 무대 뭐지? 무슨 노래에 춤을 추길래 저렇게 입지?”
춤을 출 때의 무대 의상은 중요하다. 노래와 춤에 어울리는 드레스 코드 같은 것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에 따라 어떤 춤을 출지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A팀은 힙스러운 패션으로 섹시하게 놀 줄 아는 컨셉 이었고, B팀은 스포티한 복장에 활동적이고 열정을 표현하는 컨셉이었다 그것에 비교하면 C팀의 의상을 보니 누가 봐도 귀여운 컨셉을 잡은 의상이다.
물론 귀여움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지만 귀여움이 가져다주는 가벼워 보이는 이미지는 득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탈락자가 발생하고 기량을 겨루는 진지한 무대에서의 C팀이 가져온 컨셉은 솔직히 기대감을 떨어트리는 편이었다.
“저기 리더 맡은 장미진이라는 애 좀 팀에서 겉돌지 않아?”
“아아. 그러게 쟤만 누님 같은 포스 풍기네. 아이돌 지망하는 거치고는 좀 인상이 센데? 그런데 전에 무슨 무대를 했었지?”
“그 기억 안 나? 키보드 건반 가져와서 조금 울적한 노래 불렀던 애.”
“아! 기억난다. 예술성 높은 자작곡 불렀었지! 의상을 또 저렇게 입어서 상상도 못 했다. 귀여운 컨셉이 어울리는 타입은 좀 아닌 듯.”
C팀의 무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불분할 때. 독특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C팀의 리더 장미진이 눈에 띄었다.
분명 미인상은 맞지만, 발랄한 아이돌 보다는 모델 같은 느낌이 차가운 이미지에 가까웠는데 날카롭고 매서운 눈매도 그렇고 귀여움과는 동떨어지는 인물임이 확실했다.
[A팀은 치명적인 유혹을 지닌 무대를 보여줬고 B팀은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보여줬는데 C팀은 귀여움을 가지고 어떻게 무대를 꾸몄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럼 여성 C팀 준비 부탁드립니다. 그럼 마지막 행운을 빌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사회자는 크게 분위기를 띄우며 무대 아래로 내려갔고 무대에 남은 C팀은 자신들의 위치에 서기 시작한다.
“다들 준비됐어?”
“네! 준비됐어요. 언니.”
“떨지 말고 잘해. 잘 할 수 있을 거야. 나 믿지?”
“네!”
“미진이 너만 믿을 게!”
끄덕!
무대 위 팀원들 중심 사이에 서서 양쪽 바라보며 팀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보일 듯 말듯 고개를 끄덕이며 팀을 다독이는 행동은 듬직하면서도 독특한 카리스마 섞여 있었는데 그녀와 눈 마주친 팀원들이 모두들 은은한 미소를 보인 것으로 봐 장미진이 C팀에서 어떤 존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쟤 독특하다. 분위기 있는데? 성준이 너가 보기엔 어떠냐?”
“네. 팀원들이 믿고 따르는 게 여기서도 느껴져요. 게다가 무대 경험도 처음일 텐데 전혀 떨림 같은 게 느껴지지 않네요.”
“그렇지? 느낌 있지? 저 나이에 저런 포스를 갖기 쉽니? 쟤 스카웃 하고 싶은데?”
“네? 그건 좀 아니지 않아요...? 다른 소속사 연습생을 뺏어오는 건...”
“쟤, 보니까 블라인드 테스트 출신자다.”
“아... 그거라면 괜찮겠네요. 그런데 아직 무대도 안 봤잖아요. 너무 섣부르신 거 아니에요?”
도경과 박진용이 떠난 자리. 태현섭과 성준은 C팀을 바라보며 어떤 무대를 보여줄까 예상하며 그녀들을 살피고 있었는데 태현섭은 무엇이 그리 마음이 드는지 C팀의 리더 장미진의 신상명세가 적혀있는 이력서를 따로 빼놓아 살피는 모습을 보면서 성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재 욕심이 유독 강한 태현섭의 성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무대를 보지도 않고 스카우트를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조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놈아. 척하면 척이야. 나 정도 굴러먹다 보면 딱 보면 안다. 무대 보면 내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게... 어라?”
“응? 왜 그러세요? 무슨 문제 있어요? 사장님?”
“아니...! 저 장미진 참가자. 성준이 너랑 같은 학교 나왔는데? 게다가 너랑 동갑이고 너랑 동창생인데?”
“네?”
호언장담하며 장미진의 정보가 기재 된 종이를 살피며 알려주는 태현섭의 말에 성준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무대 위에 서 있던 장미진 참가자를 보다 뒤늦게 태현섭이 건네서 보여주는 종이의 내용을 읽으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동창이네요...!”
미진이라는 이름.
자신의 유일했던 학창시절의 친구를 떠올리던 성준은 무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오빠 안된다니까요!”
“괜찮대도?”
“안된다고요!!!”
한 사람은 옛 추억을 떠올리고 있을 때. 한 사람은 옛날과 다름없는 고집을 부리며 동료와 충돌하고 있었다.
“그 발로 어떻게 리프팅을 해요! 미쳤어요!? 안 돼요!”
“이까짓 거 그냥 대충 근성으로...”
“안돼요! 그냥 리프트 타고 등장하는 신으로 바꿔요. 절대 안 되니까 그리 아세요.”
“허 참! 내 몸 내가 쓰겠다는데...”
“뭐라고요!”
울컥!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무대 뒤.
도경과 드림걸즈는 옥신각신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