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화
[정말로 마지막까지 참가자 전원 훌륭한 무대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렇게 모두들 잘하는데 오늘 탈락자가 발생해야 한다니 그야말로 안타까운 일인데요. 그렇지 않나요?]
여성 C팀의 무대가 끝나고 그야말로 뜨거운 찬사와 호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의 예상을 깬 무대에 그녀들의 씹덕 터지는 포텐에 홀딱 넘어갔기 때문이다. 경쟁을 너무 의식했던 남성팀과 보여주는 것에만 신경을 썼던 여성팀 속에서 유일하게 순수히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준 여성 C팀은 언더독의 반란에 성공하였다.
그런 C팀의 성공 속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그녀들을 이끌고 큰 활약을 펼쳤던 미진이었다. 저번과 달리 단숨에 존재감의 부각은 물론이고 성준과의 인연까지 밝혀지면서 재미있는 해프닝까지 벌였으니 [TOP.10 Project] 제작진 입장에는 행복에 겨운 비명을 질렀다.
“PD님 이거 시청률 더 오르지 않을까요? 직접 저렇게 무대를 보니 우리 애들 더 잘하네요. 축하드립니다.”
“글쎄 15%도 믿기지 않는데 더 위라...? 이제는 무섭기까지 하다. 이거 너무 비정상적인 시청률 곡선 아니냐?”
김지승 PD는 혀를 내두르면서도 시청률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스텝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지성준이란 탑 게스트의 출연, 참가자들의 질 높은 성공적인 무대, 드라마까지 시청률의 성공 요인에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하하하! PD님도 참 좋으면 좋은 거지 뭐가 무서워요? PD님이 그렇게 찬양했던 도경 씨와 일하는 것부터 대박인 건데 이 정도 결과는 당연한 거죠.”
“뭐, 그렇지? 우리 도경 씨가 대단하긴 하지?”
“PD님 어째... 더 빠돌이 기질이 악화 된 거 아니에요?”
“그거 아냐?”
팔불출 마냥 도경을 아끼는 김지승 PD의 모습에 스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는 눈 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우리 또도(또라이 도경)카페에는 이런 말이 있지.”
“뭔데요?”
“또도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허락하는 마약이니까...!”
끄덕.
“이 말만큼 또도를 잘 표현한 말은 없을 거다.”
“하하...”
“궁금하면 또도 가입해라. 그곳엔 도경의 모든 연대기를 알 수 있으니 말이야. 어때 너도 또도에 빠져볼 테야?”
“하하하하...”
꿀꺽.
‘이 인간 괜찮은 거 맞나? 전에만 해도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터무니없는 말을 진지하게 내뱉으며 도경의 팬카페 가입을 권유하는 김지승 PD에 당황하는 스텝은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그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한 발짝 떨어졌다. 도경을 마약이라고 하더니 도경의 팬카페 가입을 권유하는 김지승 PD의 모습이 마약을 판매하는 사람이나 다름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여러분. 무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탈락자가 발생하느냐 아니면 전원 합격이냐가 걸린 문대가 남아있습니다. 첫 번째 멘토들의 무대]
“오! 드디어 시작이구나!”
“휴.”
김지승 PD가 권유하는 또도 모임에 스텝이 곤란해하고 있던 때마침. 사회를 보는 진행자 MC의 말에 반색을 띠는 김지승 PD는 관심을 돌려 무대를 향해 눈을 돌렸다. 진행을 맡는 MC의 말처럼 아직 무대는 끝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드디어 박도경이 무대 위에 선 걸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구나. 드디어...!’
도경의 무대라는 말에 김지승 PD의 두 눈이 묘한 열기로 일렁이고 있었다.
또도모임에 골드회원으로 등업한 김지승 PD는 자신이 속한 팬카페 사람들과 함께 도경에게 크게 아쉬워했던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것은 바로 공중파 방송 무대 위에 서 있는 도경을 많이 보지 못 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무대가 너무 적었어...!”
도경이 가장 빛나는 모습은 무대에 섰을 때라는 것을 알고 있는 또도 회원들은 도경의 소극장도 좋지만, 프로들이 공들인 무대. 공식 선상의 방송 무대 위에서 도경이 활약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은 욕망을 지니고 있던 것이었다.
도경이 음방 PD에게 들이박은 후. 공식적으로 음악방송을 고사하는 도경의 사정을 알기에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한을 풀 수 있을 듯싶었다.
[멘토 무대의 첫 번째 주자~! 직접 땀 흘리며 실천하는 멘토가 무엇인지 화끈하게 보여주는 박도경 씨와 그와 함께 무대를 꾸며 줄 특별손님 대세 걸 그룹 아이돌 [드림걸즈] 입니다! 모두들 큰 박수 주세요!]
와아아아!
짝짝짝!
사회자의 안내와 동시에 도경과 아리따운 4명의 미소녀들이 무대 위에 등장하고 객석에서는 큰 환영 인사가 터져 나왔다.
요즈음에 대세 걸 그룹 아이돌로 급부상한 드림걸즈와 그녀들을 프로듀싱했던 도경의 관계를 모르지 않는 연습생들은 두 대세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에 절로 환호를 터트린 것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보이고 느끼는 대로 즉각적으로 환호하는 것. 대세란 그런 것이었다.
[그럼 무대를 앞서 간략하게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레이디 퍼스트라고 우선 드림걸즈에게 물어볼까요? 이번 참가자 6팀의 무대를 보셨을 텐데요? 문외한인 제가 봐도 모두들 훌륭한 무대였습니다. 이쯤 되면 멘토든 간에, 데뷔를 했든 간에 조금은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떻습니까? 부담되지 않나요?]
“...!”
초반부터 대답하기 어려운 MC의 질문에 살짝 당황하는 드림걸즈.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없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 위에 올라온 미소녀 중 한 명은 독특한 혈통을 타고 났다.
“[TOP.10 Project]참가자 모두 잘했지만, 저희도 잘 할 거기에 부담은 별로 없습니다.”
[오오!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역시 데뷔하자마자 대세가 된 만큼 확실히 대답도 다르네요. 그나저나 도경 씨 여동생 아니랄까 봐 이럴 때 지르는 점이 남매가 똑 닮았네요.]
“뭐라고요! 어떻게 여자한테 그런 심한 말을...! ”
“야. 내가 뭐 어때서? 그리고 너 이미 팬들 사이에서 정현이랑 다연이랑 패거리 만들어 정신없이 장난치느라 두목 원숭이라고 불린다며? 여자 아이돌이 별명이 두목 원숭이가 뭐냐 원숭이? 바나나 줄 테니까 우끼끼 해보렴?”
“뭐래? 오빠 별명들보다 3만 배 낫거든요? 엄마 아빠가 오빠 별명들 보면 말을 못 이어 알아?”
“윽...! 부모님 얘기는 거기서 왜 나와?”
“흥! 그럼 잘 하시던가.”
“너... 두고 보자.”
하하하하.
본인은 인정 하고 싶지 않지만 피는 못 속인다고 승부욕 하나는 도경처럼 타고난 소희의 모습에 MC가 웃으면서 도경과 비슷하다고 말하자. 도경과 소희 두 남매 다 펄펄 뛰면서 투닥거리는 의 모습을 연출했는데 연예인이 된 두 남매의 꽤나 레어한 모습에 스튜디오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해진다.
[역시 연예인 중에 현실 남매로 유명합니다. 참, 그나저나 도경 씨 이번 멘토와 참가자 대결 구도를 도경 씨가 직접 기획한 거라던데 사실인가요?]
“네 맞는데요.”
[그야말로 놀라운 기획이라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대결에서 이기면 당연한 거고 지면 손해지 않습니까? 멘토 입장에선 위험도가 높은 손해 보는 일 아닙니까? 게다가 투표하는 관객은 참가자와 같은 연습생 출신인데 말이에요.]
“손해라... 확실히 그렇게 보이기도 하겠네요.”
끄덕.
MC의 질문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도경은 MC의 말처럼 손해를 보는 입장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는 손해라기보다 당연한 거라 생각합니다.”
[아, 역시 멘토라 핸디캡이 필요하시다는 말씀입니까?]
“아뇨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당연한 거라 생각하는 말 하는 거예요. 인지도와 경험이 부족한 참가자들은 인지도와 경험이 많은 힘겨운 상대인 저희와 겨뤄야 하고 저와 사장님은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성장세를 지닌 힘 좋은 참가자에게 밀려나지 않게 버텨야 하죠. 이득이니 손해 공평하다는 문제를 떠나 입장의 차이죠.”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군요. 서로 입장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리스크가 있다는 거군요.]
“네. 그거죠. 그리고 지금 이 대결 구도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과 다르지 않아요.”
[다르지 않다는 말씀은?]
도경의 말에 MC가 생각에 곰곰이 잠기더니 도경의 말을 정리하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 지었다. 그 말대로 입장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리스크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게 없다는 게 도경의 생각이었다.
“데뷔하는 신인은 결국 기존에 자리 잡고 있는 선배들과 무대에서 겨루며 경쟁해야 하니까 말이에요. 그게 제가 될 수도 여기에 있는 드림걸즈가 저희 사장님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선배인 저희로서도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죠. 똑같지 않습니까?”
씨익.
[아...! 설마 지금 기획 의도가 참가자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서였던 겁니까!]
“하하. 그럼요. 설마 심심풀이로 이런 걸 기획했겠어요? 어때요? 저 멋있지 않나요?”
[...!]
참가자 대 멘토의 대결 구도를 기획한 도경의 의도를 들은 모두는 도경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설마 이번 대결 무대가 이런 의미를 띄고 있었는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긴말을 마치며 여유롭게 웃으며 참가자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드는 도경.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도경이란 멘토의 진면목을 목격한 듯싶어 묘한 감동을 받아 서로들 내심 감탄하는 중 있었다.
“웃기시네. 사실 그냥 멘토만 하기 심심해서 기획한 거면서...”
중얼
쿡!
“시끄러워. 이것아 그것도 있고 저것도 있는 거야...”
사장님을 통해서 이번 무대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모두 다 알고 있는 소희는 자신의 오빠를 향해 짜게 식은 시선을 보내었지만, 도경은 끄덕하지 않고 그녀의 머리를 헝클며 경고성 눈빛을 날리고는 웃음 지었다.
모두는 그 둘의 모습에 사이좋은 남매의 모습이라고 봤겠지만, 도경을 바로 눈앞에서 마주한 소희는 도경의 입가에 머무른 음흉함을 놓치지 않고 똑똑히 목격했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니?”
씨이익.
리스크를 무릅쓰고 멘토로서 참가자들과 진검승부를 하려는 도경의 대인배적인 모습에 사람들이 감명을 받고 있었지만, 그들은 알아야 했다. 도경은 절대로 자신이 손해 보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지는 게임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바로 도경이란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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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딴다다다딴! 딴다다다딴!
쿵짝 쿵짝!
빠바바바밤 빠바밤!
무대 위.
정신없이 빛나는 반짝이는 미러볼과 조명 속 한 남자가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사정없이 무스 칠로 올백으로 넘긴 머리, 촌스러운 복고풍의 양복 복장, 그리고 구두가 아닌 난데없는 맨발.
“합!”
촌티가 풀풀 넘치다 못해 시간을 역행한 괴랄한 복색이 이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힘찬 기합성을 내뱉으며 허공에 사정없이 팔과 다리를 뻗으며 정신 사납게 춤을 췄다.
“빠샤! 빠샤! 빠샤!”
촌티가 풀풀 나는 것에 어울리게 해괴망측한 기합성. 그렇지만 시끄러운 노랫소리를 뚫고 스튜디오를 가득 채울 만큼 큰 발성이 담겨있는 파이팅 넘치는 기합성은 절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따가워!’
“합!”
‘쓰라려!’
“으랴!”
‘아픈데!?’
“으아아아!”
비록 생각과 다른 의미가 섞여 있는 기합이었지만 무대는 더없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하!!!”
(다음 화에서 계속)